[주목! 이 기사] 글로벌 패션의 ‘속살’

입력 2014.10.12 (17:31) 수정 2014.11.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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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문 교수단이 선정한 <주목 이 기사>입니다.

우리가 입는 세계적인 상표의 의류 제품들, 과연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흔히 알고 있는 상표 이름과는 달리 제조과정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방글라데시 현지 취재를 통해 글로벌 패션 의류들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 그 실태를 들여다본 한겨레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기사 내용을 보시죠.

<리포트>

<녹취> “일할 때는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가는 데만 4분이 걸리니, 볼일을 보려면 10분 자리를 비워야 한다. 조장이나 매니저한테 갖은 욕설을 듣느니, 아침 8시30분부터 점심때까지 참는다.”

한겨레가 지난 8월 말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 <총, 특권, 거짓말: 글로벌 패션의 속살>이란 기획 기사의 한 대목이다.

세계적인 유명 상표 의류를 만드는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잘 드러나 있다.

약 한 달 동안 방글라데시 현지를 취재한 이 기사는 패션산업의 글로벌 분업이 갖는 문제를 파헤쳤다.

<녹취> “후진국은 생산비를 낮추려는 선진국 자본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제공한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싸게 만들어진 옷은 유명 브랜드가 부착된 뒤 부자 나라에서 비싸게 팔린다.”

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는 글로벌 의류 기업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과 외국자본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녹취>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에서 인건비가 낮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30년이 지나도록 최저임금이 월 100달러를 넘지 못하는 현실은 ‘수요-공급의 법칙’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로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와 회사가 합작한 물리력에 막히게 된다.

<녹취> “점심시간이 되자 5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밥을 먹지 않은 채 공장 앞 빈터에 모여들었다. 회사 쪽 연락을 받았는지 경찰도 이미 공단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지난 1월에는 경찰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두는 일이 있었다.

열악한 공장시설 때문에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녹취> “지난 1990년 이후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건물 붕괴 사고만 23건에 이른다. 이 사고들로 1천750여 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공장주들은 거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게 비극이 되풀이되는 핵심 원인이다.

소비자가 제조과정에 직접 간여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윤리라는 측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기사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한겨레 유신재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유 기자! 옆 나라도 아니고 꽤 멀리 떨어진 나라의 근로환경을 취재하는 것,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취재 동기가 있었나요?

<답변>
네, 올해 1월 방글라데시 영원무역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총에 맞아 숨졌는데요.

이 사건에 대한 회사 쪽의 해명이 오해로 인한 사고였다, 또는 외부세력이 공장을 공격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3년 전에도 사망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명을 했었고요.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더 이상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또 이 숨진 여성 노동자가 이름이 뭔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이제 그런 기초적인 정보들도 저희는,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의 삶이나 사연들이 속속들이 알려진다면, 좀 우리나라 독자들도, 소비자들도 제3 세계의 노동환경, 또 그런 글로벌 산업구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질문>
당사국으로서는 부끄럽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취재였습니다. 현지 입국이나 취재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답변>
취재 과정에서는 이제 항상 강제추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고요.

그것보다도 아무래도 날씨나 음식이나 모든 면에서 조금 환경이 낯설고 열악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열악하다 보니까 사람을 찾고 또 만나러 가고 하는 과정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기자 2명이 각각 3주씩 장기간 현지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질문>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1차적으로 기업의 책임입니다.

그렇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번 기사를 무겁게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답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인건비가 싸고 근로환경이 열악한 나라로 간 기업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업들이 스스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소비자들이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윤리적 소비라는 소비자 운동이 굉장히 활발합니다.

제3 세계 근로자들의 피가 묻은 옷은 입지 않겠다, 그런 취지로 불매운동도 굉장히 적극적이고요.

우리나라도 생각해보니 1970년대까지 방글라데시처럼 주요 의류 수출 국가였습니다.

그때 우리나라 공단에서 우리 여공들이 당하던, 겪었던 그런 비인간적인 처우가 지금 방글라데시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거고요.

이런 현실이 좀 많이 알려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윤리적 소비 바람이 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질문>
방글라데시 당국이 나서서 임금 인상이나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할 법도 한데, 왜 문제가 잘 개선되지 않는 걸까요?

<답변>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다른 저임금 국가 대부분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경유착, 부정부패도 굉장히 심각하고요. 정부는 외국기업인이나 자국기업인, 외국투자자들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인상이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향해서 너무나 쉽게 비인간적인 처우가 지금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질문>
이 보도가 나간 후 현지에 진출해 있는 패션 업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답변>
보도 내용을 끝까지 부인하는 기업도 있고요.

또 현지 기업인 중에는 정말 어려운 나라 노동자들을 위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그런 분한테는 많은 격려를 받았고요. 또 저희가 이 기사를 준비하면서부터 도움을 많이 받고 정보를 공유했던 외국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저희 취재 이후에 이 단체에서도 방글라데시 현지 조사를 다녀왔고, 앞으로도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대한 현지조사를 준비 중인데요.

앞으로도 외국진출기업에 대한 이런 감시활동이 더욱 치밀해지고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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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11-06 10: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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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 교수단이 선정한 <주목 이 기사>입니다.

우리가 입는 세계적인 상표의 의류 제품들, 과연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흔히 알고 있는 상표 이름과는 달리 제조과정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주목 이 기사>, 오늘은 방글라데시 현지 취재를 통해 글로벌 패션 의류들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 그 실태를 들여다본 한겨레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먼저 기사 내용을 보시죠.

<리포트>

<녹취> “일할 때는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가는 데만 4분이 걸리니, 볼일을 보려면 10분 자리를 비워야 한다. 조장이나 매니저한테 갖은 욕설을 듣느니, 아침 8시30분부터 점심때까지 참는다.”

한겨레가 지난 8월 말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 <총, 특권, 거짓말: 글로벌 패션의 속살>이란 기획 기사의 한 대목이다.

세계적인 유명 상표 의류를 만드는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잘 드러나 있다.

약 한 달 동안 방글라데시 현지를 취재한 이 기사는 패션산업의 글로벌 분업이 갖는 문제를 파헤쳤다.

<녹취> “후진국은 생산비를 낮추려는 선진국 자본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제공한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싸게 만들어진 옷은 유명 브랜드가 부착된 뒤 부자 나라에서 비싸게 팔린다.”

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는 글로벌 의류 기업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과 외국자본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녹취>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에서 인건비가 낮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30년이 지나도록 최저임금이 월 100달러를 넘지 못하는 현실은 ‘수요-공급의 법칙’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더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로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와 회사가 합작한 물리력에 막히게 된다.

<녹취> “점심시간이 되자 5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밥을 먹지 않은 채 공장 앞 빈터에 모여들었다. 회사 쪽 연락을 받았는지 경찰도 이미 공단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지난 1월에는 경찰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숨을 거두는 일이 있었다.

열악한 공장시설 때문에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녹취> “지난 1990년 이후 방글라데시의 의류 공장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건물 붕괴 사고만 23건에 이른다. 이 사고들로 1천750여 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공장주들은 거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게 비극이 되풀이되는 핵심 원인이다.

소비자가 제조과정에 직접 간여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윤리라는 측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기사 같습니다.

기사를 취재한 한겨레 유신재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유 기자! 옆 나라도 아니고 꽤 멀리 떨어진 나라의 근로환경을 취재하는 것,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취재 동기가 있었나요?

<답변>
네, 올해 1월 방글라데시 영원무역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총에 맞아 숨졌는데요.

이 사건에 대한 회사 쪽의 해명이 오해로 인한 사고였다, 또는 외부세력이 공장을 공격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3년 전에도 사망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명을 했었고요.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더 이상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또 이 숨진 여성 노동자가 이름이 뭔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이제 그런 기초적인 정보들도 저희는,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의 삶이나 사연들이 속속들이 알려진다면, 좀 우리나라 독자들도, 소비자들도 제3 세계의 노동환경, 또 그런 글로벌 산업구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질문>
당사국으로서는 부끄럽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취재였습니다. 현지 입국이나 취재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답변>
취재 과정에서는 이제 항상 강제추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고요.

그것보다도 아무래도 날씨나 음식이나 모든 면에서 조금 환경이 낯설고 열악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열악하다 보니까 사람을 찾고 또 만나러 가고 하는 과정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기자 2명이 각각 3주씩 장기간 현지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질문>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1차적으로 기업의 책임입니다.

그렇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번 기사를 무겁게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답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인건비가 싸고 근로환경이 열악한 나라로 간 기업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업들이 스스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소비자들이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윤리적 소비라는 소비자 운동이 굉장히 활발합니다.

제3 세계 근로자들의 피가 묻은 옷은 입지 않겠다, 그런 취지로 불매운동도 굉장히 적극적이고요.

우리나라도 생각해보니 1970년대까지 방글라데시처럼 주요 의류 수출 국가였습니다.

그때 우리나라 공단에서 우리 여공들이 당하던, 겪었던 그런 비인간적인 처우가 지금 방글라데시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거고요.

이런 현실이 좀 많이 알려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윤리적 소비 바람이 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질문>
방글라데시 당국이 나서서 임금 인상이나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할 법도 한데, 왜 문제가 잘 개선되지 않는 걸까요?

<답변>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다른 저임금 국가 대부분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경유착, 부정부패도 굉장히 심각하고요. 정부는 외국기업인이나 자국기업인, 외국투자자들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인상이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향해서 너무나 쉽게 비인간적인 처우가 지금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질문>
이 보도가 나간 후 현지에 진출해 있는 패션 업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답변>
보도 내용을 끝까지 부인하는 기업도 있고요.

또 현지 기업인 중에는 정말 어려운 나라 노동자들을 위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그런 분한테는 많은 격려를 받았고요. 또 저희가 이 기사를 준비하면서부터 도움을 많이 받고 정보를 공유했던 외국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저희 취재 이후에 이 단체에서도 방글라데시 현지 조사를 다녀왔고, 앞으로도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대한 현지조사를 준비 중인데요.

앞으로도 외국진출기업에 대한 이런 감시활동이 더욱 치밀해지고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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