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흔들리는 무기사업…위협받는 안보

입력 2014.10.20 (21:03) 수정 2014.10.2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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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7일 서해 NLL에서 남북한 경비정 사이에 사격전이 벌어졌죠.

이 때 우리 해군의 최신예 조천형 고속함은 76mm 주포를 14발 쏘다가 급히 사격을 중지하고 후퇴했습니다.

포탄 장전 장치가 갑자기 고장났기 때문입니다.

이 뿐 아닙니다.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서해 NLL 인근에서 작전하고 있는 해군 고속정이나 호위함의 레이더들이 80차례나 넘게 고장을 일으켰습니다.

목숨을 건 실전에서 작동하지 않는 포와 먹통 레이더들 우리 군의 부실한 무기들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광열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수도권에 배치된 공군 대공 발칸포들은 야간 탐지능력이 없어 야간 조준 사격을 못합니다.

북한이 저공침투용 AN-2기를 야간에 침투시킬 경우 격추시킬 수 없다는 얘깁니다.

해군의 주력 최첨단 구축함인 3천톤급 광개토대왕함의 전투 운영 시스템에는 486 컴퓨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시스템이 다운되는 상황입니다.

최신 이지스함이라던 율곡이이함도 '어뢰기만탄'이 바닷물에 부식돼 어뢰 방어 능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 전차는 국산 파워팩 문제로 전력화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국회 국방위의 국정감사는 무기 사업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에 대한 폭로와 성토의 장이었습니다.

<녹취> 정미경 : "방위사업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공모한 게 아니고 주범이에요, 주범."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결함으로 큰 논란이 된 F-35A는 차세대 전투기로 일사천리로 결정됐습니다.

<인터뷰> 신인균 : "부실한 것이 마치 잘 된 것처럼 포장이 돼서 납품이 되면 우리 생떼같은 군인들 목숨, 그리고 우리 국가의 생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지겠죠."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35조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방위력 개선은 커녕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기자 멘트>

4 기가 바이트 짜리 USB, 만원 정도면 살 수 있죠.

그런데 지난 2007년 군은 660개를 구입하면서 개당 95만원을 줬습니다.

시중가격보다 무려 90배나 더 준 겁니다.

2억원짜리 통영함 음파 탐지기를 40억원 넘게 주고 산 것도 문제가 됐었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첫 단계는 내부 정보 유출입니다.

지난 7월 현역 장교들이 잠수함 성능 개량 계획이 들어있는 합동참모회의 기록을 빼돌렸습니다.

무기 중개업체에서 일하는 선배 예비역 장교들로부터 매달 수 백만원씩 돈을 받고 있던 이들은 이 기록을 통째로 넘겼습니다.

이렇게 기밀을 확보한 업체들은 유리한 입찰 제안서를 만들어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통영함 음파탐지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단 계약을 맺고 나면 로비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앞선 사례처럼 납품 단가를 수 십 배씩 부풀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성능은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감춥니다.

육군의 주력 전차 K1 A1의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15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방산업체 45곳이 적발된 게 이런 사례입니다.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현역 장교들은 전역을 하면, 바로 방산업체에 취직을 해서 후임자들을 관리하는 데 이게 바로 군피아로 일컬어지는 부패의 고리입니다.

이런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리포트>

부실 무기와 군납 비리의 중간 고리에는 방위사업청이 있습니다.

<녹취> 김성찬(국회 국방위원) : "왜 방산비리가 지속적으로 근절되지 않고있다고 생각합니까?"

<녹취> 이용걸(방위사업청장) :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모든 직원, 군관계자들이, 업체관계자들이 청렴성을 제고할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방사청이 문을 연 2006년부터 문민화 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민간 전문인력을 채용해 전문성은 물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민화사업은 방사청의 묵살로 8년째 제자리이고 무기 도입 비리는 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감사원은 2020년까지 853명인 군인 직원을 300명 이상 줄이고 민간 직원으로 대체하라는 감사결과를 내놨지만 방사청은 요지부동입니다.

더구나 2005년 이후 민간 전문가가 맡아오던 국방과학연구소장에 예비역 중장 출신이 임명돼 무기 도입 과정의 민간 참여는 오히려 배제되는 현실입니다.

<인터뷰> 양욱(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원) : "방산비리라는 유혹들, 이런 것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민간 참여의 폭을 확대를 하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무기 도입의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독과점을 해소하는 정책적 지원도 병행돼야 무기 도입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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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0 21:04:21
    • 수정2014-10-20 21: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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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해 NLL에서 남북한 경비정 사이에 사격전이 벌어졌죠.

이 때 우리 해군의 최신예 조천형 고속함은 76mm 주포를 14발 쏘다가 급히 사격을 중지하고 후퇴했습니다.

포탄 장전 장치가 갑자기 고장났기 때문입니다.

이 뿐 아닙니다.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서해 NLL 인근에서 작전하고 있는 해군 고속정이나 호위함의 레이더들이 80차례나 넘게 고장을 일으켰습니다.

목숨을 건 실전에서 작동하지 않는 포와 먹통 레이더들 우리 군의 부실한 무기들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광열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수도권에 배치된 공군 대공 발칸포들은 야간 탐지능력이 없어 야간 조준 사격을 못합니다.

북한이 저공침투용 AN-2기를 야간에 침투시킬 경우 격추시킬 수 없다는 얘깁니다.

해군의 주력 최첨단 구축함인 3천톤급 광개토대왕함의 전투 운영 시스템에는 486 컴퓨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시스템이 다운되는 상황입니다.

최신 이지스함이라던 율곡이이함도 '어뢰기만탄'이 바닷물에 부식돼 어뢰 방어 능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 전차는 국산 파워팩 문제로 전력화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국회 국방위의 국정감사는 무기 사업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에 대한 폭로와 성토의 장이었습니다.

<녹취> 정미경 : "방위사업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공모한 게 아니고 주범이에요, 주범."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결함으로 큰 논란이 된 F-35A는 차세대 전투기로 일사천리로 결정됐습니다.

<인터뷰> 신인균 : "부실한 것이 마치 잘 된 것처럼 포장이 돼서 납품이 되면 우리 생떼같은 군인들 목숨, 그리고 우리 국가의 생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지겠죠."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35조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방위력 개선은 커녕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기자 멘트>

4 기가 바이트 짜리 USB, 만원 정도면 살 수 있죠.

그런데 지난 2007년 군은 660개를 구입하면서 개당 95만원을 줬습니다.

시중가격보다 무려 90배나 더 준 겁니다.

2억원짜리 통영함 음파 탐지기를 40억원 넘게 주고 산 것도 문제가 됐었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첫 단계는 내부 정보 유출입니다.

지난 7월 현역 장교들이 잠수함 성능 개량 계획이 들어있는 합동참모회의 기록을 빼돌렸습니다.

무기 중개업체에서 일하는 선배 예비역 장교들로부터 매달 수 백만원씩 돈을 받고 있던 이들은 이 기록을 통째로 넘겼습니다.

이렇게 기밀을 확보한 업체들은 유리한 입찰 제안서를 만들어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통영함 음파탐지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단 계약을 맺고 나면 로비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앞선 사례처럼 납품 단가를 수 십 배씩 부풀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실한 성능은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감춥니다.

육군의 주력 전차 K1 A1의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15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방산업체 45곳이 적발된 게 이런 사례입니다.

비리 의혹에 연루된 현역 장교들은 전역을 하면, 바로 방산업체에 취직을 해서 후임자들을 관리하는 데 이게 바로 군피아로 일컬어지는 부패의 고리입니다.

이런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리포트>

부실 무기와 군납 비리의 중간 고리에는 방위사업청이 있습니다.

<녹취> 김성찬(국회 국방위원) : "왜 방산비리가 지속적으로 근절되지 않고있다고 생각합니까?"

<녹취> 이용걸(방위사업청장) :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모든 직원, 군관계자들이, 업체관계자들이 청렴성을 제고할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방사청이 문을 연 2006년부터 문민화 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민간 전문인력을 채용해 전문성은 물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민화사업은 방사청의 묵살로 8년째 제자리이고 무기 도입 비리는 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감사원은 2020년까지 853명인 군인 직원을 300명 이상 줄이고 민간 직원으로 대체하라는 감사결과를 내놨지만 방사청은 요지부동입니다.

더구나 2005년 이후 민간 전문가가 맡아오던 국방과학연구소장에 예비역 중장 출신이 임명돼 무기 도입 과정의 민간 참여는 오히려 배제되는 현실입니다.

<인터뷰> 양욱(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원) : "방산비리라는 유혹들, 이런 것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민간 참여의 폭을 확대를 하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무기 도입의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독과점을 해소하는 정책적 지원도 병행돼야 무기 도입 비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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