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불통’의 당청…정무수석은 어디쯤에?

입력 2014.10.22 (17:17) 수정 2014.10.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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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정무수석이라는 자리가 있다.

정권에 따라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업무는 청와대와 국회 사이를 오가며 현안을 논의하고 협조를 구하는 역할로 여겨진다.

그런데 요즘 '정무수석 행방불명'이라는 말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이에 불편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풀어나가야 할 중재자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가 지난주부터 연이어 부딪히고 있다. 라운드로 따지면 3라운드 쯤 되는 것 같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 대표의 본심이든 실수이든, 중국 방문 중에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서 촉발된 청와대와의 긴장 모드는 김무성 대표가 '사과'하고 수습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잦아드는 듯 했다. 물론 사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라는 눈초리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본인이 어떤 타임 테이블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과했다고 잘 수습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하튼, 그렇게 1라운드가 마무리됐고, 2라운드는 지난 19일 고위 당정청에서 이뤄졌다.

비공개 자리였지만,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를 놓고 연내 처리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내년 봄을 언급한 당쪽이 의견 합일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틀 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나서 공무원 연금 개혁 연내 처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함과 동시에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는 말로 직격탄을 날렸다.



과거 이런 경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직접적으로 그리고 도발적으로 여당 대표를 겨냥했다.

김무성 대표 취임 이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간에 실질적인 대화 채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간 주례 회동도 없고, 소위 말하는 핫라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개헌 발언 이후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대통령을 만나 해명하는 길보다는 기자들을 만나, 사과하는 방식을 택했고,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공인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다한거지."라며 선을 그엇다.

그리고 청와대도 공무원 연금에 대한 여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직접 찾아 "새누리당에 연내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다"는 말로 대 언론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말을 이어가던 중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김무성 대표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어떻게 봐도 양측이 언론전을 펼치고 있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모양새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것이 김무성 대표의 말이다. 다소 길더라도 김 대표의 말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그 부분을 전체를 옮겨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알려지고 난 뒤의 언급이다.

"제가 당대표가 되기 전에 이미 당 특위가 출범해서 이 문제(공무원 연금 개혁)를 쭉 다뤄오던 그런 일이었는데. 뭐. 아쉽게도 저한테, 저 뿐만 아니라 새로운 당 지도부에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히스토리를 얘기하고, 이렇게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정권적 차원에서 꼭 이것은 성사시켜야하는 문제다 라고 아무도 나 한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난 생각하고 있고, 그러나 이것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당청간 '불통'을 여당 대표가 직접 언급할 정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담당하고 있는 조윤선 정무수석은 당에 이 문제를 수 차례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태는 이 지경이 됐고, 이번 일을 계기로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 후 당청간 대화의 성숙도가 아직 제대로 올라서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돼 버렸다.


▲ 조윤선 정무수석

심심치 않게 정치권 기사에서 나오는 '누구누구 라인'이라는 표현이 있다. 표면상으로 잘 안되지만 양측의 누구누구가 서로 친해 물밑에서 문제를 풀어간다는 뜻이다. 잘 될때는 좋을 수도 있지만, 글자 그대로 그 라인이 없으면 문제 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도 된다.

정무수석은 청와대와 당, 여의도 정치권을 잇는 공식적인 라인이다. 누구누구 실력자가 결정을 해야 일이 풀린다는 말보다는 시스템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좋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모두가 고민해야하는 대목도 이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장 힘이 실려야 하는 자리가 바로 '정무수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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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2 17:17:41
    • 수정2014-10-22 20:36:11
    취재후
청와대에 정무수석이라는 자리가 있다.

정권에 따라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업무는 청와대와 국회 사이를 오가며 현안을 논의하고 협조를 구하는 역할로 여겨진다.

그런데 요즘 '정무수석 행방불명'이라는 말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떠돌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이에 불편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풀어나가야 할 중재자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가 지난주부터 연이어 부딪히고 있다. 라운드로 따지면 3라운드 쯤 되는 것 같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 대표의 본심이든 실수이든, 중국 방문 중에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서 촉발된 청와대와의 긴장 모드는 김무성 대표가 '사과'하고 수습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잦아드는 듯 했다. 물론 사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라는 눈초리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본인이 어떤 타임 테이블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과했다고 잘 수습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하튼, 그렇게 1라운드가 마무리됐고, 2라운드는 지난 19일 고위 당정청에서 이뤄졌다.

비공개 자리였지만,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를 놓고 연내 처리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내년 봄을 언급한 당쪽이 의견 합일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틀 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나서 공무원 연금 개혁 연내 처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함과 동시에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는 말로 직격탄을 날렸다.



과거 이런 경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직접적으로 그리고 도발적으로 여당 대표를 겨냥했다.

김무성 대표 취임 이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간에 실질적인 대화 채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간 주례 회동도 없고, 소위 말하는 핫라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개헌 발언 이후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대통령을 만나 해명하는 길보다는 기자들을 만나, 사과하는 방식을 택했고,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공인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다한거지."라며 선을 그엇다.

그리고 청와대도 공무원 연금에 대한 여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직접 찾아 "새누리당에 연내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다"는 말로 대 언론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말을 이어가던 중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김무성 대표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어떻게 봐도 양측이 언론전을 펼치고 있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모양새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것이 김무성 대표의 말이다. 다소 길더라도 김 대표의 말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그 부분을 전체를 옮겨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알려지고 난 뒤의 언급이다.

"제가 당대표가 되기 전에 이미 당 특위가 출범해서 이 문제(공무원 연금 개혁)를 쭉 다뤄오던 그런 일이었는데. 뭐. 아쉽게도 저한테, 저 뿐만 아니라 새로운 당 지도부에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히스토리를 얘기하고, 이렇게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정권적 차원에서 꼭 이것은 성사시켜야하는 문제다 라고 아무도 나 한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난 생각하고 있고, 그러나 이것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당청간 '불통'을 여당 대표가 직접 언급할 정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담당하고 있는 조윤선 정무수석은 당에 이 문제를 수 차례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태는 이 지경이 됐고, 이번 일을 계기로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 후 당청간 대화의 성숙도가 아직 제대로 올라서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돼 버렸다.


▲ 조윤선 정무수석

심심치 않게 정치권 기사에서 나오는 '누구누구 라인'이라는 표현이 있다. 표면상으로 잘 안되지만 양측의 누구누구가 서로 친해 물밑에서 문제를 풀어간다는 뜻이다. 잘 될때는 좋을 수도 있지만, 글자 그대로 그 라인이 없으면 문제 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도 된다.

정무수석은 청와대와 당, 여의도 정치권을 잇는 공식적인 라인이다. 누구누구 실력자가 결정을 해야 일이 풀린다는 말보다는 시스템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좋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모두가 고민해야하는 대목도 이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가장 힘이 실려야 하는 자리가 바로 '정무수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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