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후려치기…파산

입력 2014.10.24 (23:53) 수정 2014.10.2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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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하청업체, 혹은 협력업체라고 부릅니다.

서로 협력해서 잘 해보자는 의미겠죠?

그런데 취재파일이 입수한 정부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봤더니 지난 15년동안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극도로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매출은 늘었더라도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반토막이 난 건데요.

이들 협력업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물상에서 고철 분류 작업을 하는 배흥진 씨.

1년 전만 해도 한해 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 대표였습니다.

회사는 특허기술도 보유한 전자 부품 업체였습니다.

그러나 거래처인 동부대우전자의 요구대로 납품단가를 맞추는 게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인터뷰> 배흥진(전 중소기업 대표) : "원가개선 요청을 계속 하잖아요. 말을 안듣게 되면 물량을 줄인다든지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 거래처를 단가 맞출 수 있는 어떤 데가 있다 그렇게 압박을 줘가면서 유도하죠."

배 씨가 회사를 운영할때 작성했던 원가계산서와 최종 납품단가 합의서를 비교해봤습니다.

부품 한 개의 원가가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포함해 820원으로 돼있습니다.

배 씨 회사는 여기에서 110원 정도를 낮춰 납품단가 711원을 제시했고, 최종 단가는 683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원가의 약 80%선으로 단가를 낮춰야한 셈입니다.

<녹치> 배흥진(전 중소기업 대표) : "급여 부분이라든지 약간 마진이라든지 그래서 일반적으로 영업이 많이 돼서 남아야되는데 그런 남는 게 없는 거죠. 그래서 항상 빚에 허덕이는 겁니다."

그러나 전량 공급받겠다던 납품계약서와 달리 동부 측이 주문 물량마저 줄이면서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했습니다.

<인터뷰> 배흥진 : "전체 매출에서 70퍼센트가 없어진 거예요. 30% 정도 물량 가지고 유지를 하라는 건데 중소기업에서 70퍼센트 정도 물량이 날아가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있겠습니까."

<녹취> 동부대우전자 관계자 : "(배 씨 회사가)독점으로 공급해오다보니까 단가 올려라(해서) 저희는 몇 번 들어줬는데 못들어주니까 부품공급을 중단해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딴 업체들의 물량을 받아온거고요."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 역시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라는 후진적인 영업행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녹취> 삼성전자 협력업체 관계자 : "원가제품을 까라고 하죠. 원가 테이블을 공개해라. 그리고 나서 가격책정에 들어갑니다. 원가테이블을 놓고 협상을 하다보니까 하청업체들은 이제 꼼짝 못하는 거죠."

삼성전자에 물건을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의 재무제표입니다.

지난 1999년 35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1460억원으로 4배나 뛰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1%에서 점점 떨어져 3,4%대를 찍더니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난해 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엇갈리는 성적표입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해야하는 불리한 입장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이 사실상 정해주는 납품 단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협력업체들은 돈을 벌기 힘든 불공정한 구조가 자리잡았습니다.

<녹취> 삼성전자 납품업체 관계자 : "납품가가 100이라고 봤을 때 원가(원재료비)가 80퍼센트라는 얘기입니다. 인건비, 개발비 또 아니면 뭐 공장 임대료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제외된 상태의 원가를 얘기하는 겁니다. 순수재료비, 그러니까 굉장히 박하죠. "

대기업의 후려치기 계약 관행은 전자업계만의 특수한 문제도 아닙니다.

롯데그룹 계열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이 업체는 장려금과 행사 비용도 사실상 자신들이 떠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롯데 협력업체 관계자 : "이 단가를 가지고 들어와봐라 샘플을. 그리고 이 단가가 안되면 남품을 못하게 하겠다 이런 식으로 먼저 공표를 해요. 그 원가 안에는 장려기금하고 매출장려비하고 또 포함돼있거든요. 그러니까 저희업체에서는 원가는 원가대로 낮춰서가고..."

또, 거꾸로 대기업이 원가계산서를 작성해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롯데 협력업체 관계자 : "갑 업체 쪽에서 먼저 제시한 가격을 받습니다. 원재료비 얼마, 그리고 인건비 얼마 근데 저희 인건비까지도 거기서 계산을 해서 오니까 힘들죠."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장려금에 대한 공정위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고 있다며 현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 2000년 세계 10위 권에 머물던 현대자동차는 십여 년 만에 세계 5위의 완성차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 매출 41조 원, 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는 자동차 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 2만 여개의 크로 작은 부품들이 필요합니다.

현대기아차의 놀라운 성장은 2만 여개의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의 땀과 열정이 밑바탕이 됐습니다.

현대차 한 곳만 봐도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2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결국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이 대기업들을 지탱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 대기업들이 성장하는 동안 이들 하청업체들의 실적은 나아졌을까요?

한 현대차 협력업체의 재무제표입니다.

매출액은 지난 15년 동안 비슷하지만 이익률은 4%대에서 1%대로 급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6%에서 10%대까지 오르는 동안 협력업체는 경영 악화에 시달려 온 겁니다.

이는 자동차업계에 만연한 CR, 즉 일방적인 가격 절감 정책 탓이 크다고 현대차 협력업체에서 수십년간 일한 김 모씨는 지적합니다.

<녹취>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 "CR이라는 가격다운이라는 칸이 하나 더 들어가있습니다. 처음에 입찰할 때, 1년, 2년, 3년 지나면서 가격을 다운시키는 포지션을 제출해야 합니다. 1년 지나면 3%, 2년 지나면 4%, 3년 지나면 5%, 그러다보니까 한 3년 정도 정산하고 나면 그 차종이 단종이 되기 얼마 남아서는 이게 적자로 돌아서는 거죠."

수주할 당시 납품가격이 100원이었다면 CR 적용시 해마다 3,4원씩 내려 만 3년이 지나면 90원까지 떨어뜨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원가계산서가 원청업체에서 내려오는 건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라는 게 협력업체들의 증언입니다.

<녹취> 현대차 협력업체 관계자 : "타겟가격이라고 있어요. 고객사(대기업)들이 원하는 가격. 가이드라인은 다 존재해요. 인건비는 몇프로 그런것들이 정해져있죠. "

한 협력업체가 공개한 원가계산서에는 인건비 항목에 80, 관리비에는 20이란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현대차 인건비의 80%, 관리비는 제품 원가의 20%를 넘지말라는 암묵적 지침입니다.

현대차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는 2차에, 또 2차는 3차에 똑같이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다는 겁니다.

<녹취> 현대차 관계자 : "해당 협력업체들과 사전협의를 통해서 합리적인 납품단가 규정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권장사항 등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국산화와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인한 원가절감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시너지 창출로 이어져 협력업체들의 매출과 수입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협력업체들의 실적은 좋을 리 없습니다.

산업연구원이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LG전자와 거래하는 1,2차 협력업체 700여 곳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기업별로 전체 평균을 보면, 삼성 협력업체는 최고 10%에서 4%로, LG는 8%에서 4%로 뚝 떨어졌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도 영업이익률이 계속 하락해 6%에서 3%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이익률은 10% 대를 유지했습니다.

<녹취> 완성차 협력업체 관계자 : "현대모비스의 등장으로 결국은 기존의 1차벤더들이 2차벤더로서 전락하고 2차벤더는 3차벤더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요. 현대자동차에서 기존에 100을 주면 모비스에서 10을 모으면 실제로 벤더들한테 가는 건 90일 겁니다."

<인터뷰> 이항구(산업연구원 연구원) : "국내 산업구조가 수직계열과 통합적인 구조입니다. 그것은 자동차와 전자산업체 똑같이 나타나는데요. 초기에는 업체들의 이러한 성장 기반이 강화되고 수익성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종속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런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11일, 미래창조과학부 국감 현장.

한 중소기업과 LG유플러스간 기술 탈취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자신들이 개발한 휴대전화 긴급 호출 기술을 LG유플러스에 뺏겼다는 서오텔레콤 대표 김성수 씨.

<인터뷰> 김성수(서오텔레콤 대표) : "(LG에) 가서 기술설명했고요. 설명한 이유는 LG가 이것을 채택했으면 좋겠다. 알라딘폰이라는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걸 광고를 보고 제가 알게됐어요. 그래서 특허가 도용당했구나."

대법원까지 간 소송 결과 서오의 특허가 맞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특허 소송과는 별도로 진행된 민형사 소송에서는 LG측에 패소했습니다.

최근 특허심판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10년 넘은 지루한 싸움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인터뷰> 김성수 : "어느 바보가 막강한 조직력을 가진 대기업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겠느냐...그런데 글씨를 아는 초등학생도 한 달이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11년을 끌어왔다는 거예요."

<인터뷰> 권명진(LG유플러스 부장) : "대법원에서 특허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이미 난 사안인데 그쪽에서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고, 여기저기 이슈를 만들고 있어 회사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동반 성장과 경제민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촉구한다며 등장한 말들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갑의 횡포가 만연한 현실.

<인터뷰> 이항구(산업연구원 연구원) : "부품업계 협력업체들은 나무의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결국 이것은 나무 전체, 앞으로 성장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

동반성장위원회는 해마다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도 발표하지만...

협력업체들의 체감 지수는 아직 낮기만 합니다.

<녹취> 협력업체 직원 : "큰 회사가 그러니까 저희 모체가...노조가 파업을 장기간한다거나 이러면 아픔을 같이 겪자 이래요. 그렇지만 나중에 그 회사가 다시 잘돼서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그랬을 때는 그 행복은 같이 나누지 않는 거 같아요."

재벌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천문학적인 사내 유보금을 보유하게 됐지만 성장의 파트너였던 중소 협력업체들은 존립의 기반마저 위협받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배흥진(전 중소기업 대표) : "그렇게 많던 설비들 수십억 설비들 텅 지금 비어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공장이 그 당시에 이제 텅 비어있는 사진을 한번 찍었는데 정말 참..그때 그..상황을 제가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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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의 후려치기…파산
    • 입력 2014-10-24 23:04:15
    • 수정2014-10-25 03:20:4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하청업체, 혹은 협력업체라고 부릅니다.

서로 협력해서 잘 해보자는 의미겠죠?

그런데 취재파일이 입수한 정부연구기관의 보고서를 봤더니 지난 15년동안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극도로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매출은 늘었더라도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반토막이 난 건데요.

이들 협력업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물상에서 고철 분류 작업을 하는 배흥진 씨.

1년 전만 해도 한해 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 대표였습니다.

회사는 특허기술도 보유한 전자 부품 업체였습니다.

그러나 거래처인 동부대우전자의 요구대로 납품단가를 맞추는 게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인터뷰> 배흥진(전 중소기업 대표) : "원가개선 요청을 계속 하잖아요. 말을 안듣게 되면 물량을 줄인다든지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 거래처를 단가 맞출 수 있는 어떤 데가 있다 그렇게 압박을 줘가면서 유도하죠."

배 씨가 회사를 운영할때 작성했던 원가계산서와 최종 납품단가 합의서를 비교해봤습니다.

부품 한 개의 원가가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포함해 820원으로 돼있습니다.

배 씨 회사는 여기에서 110원 정도를 낮춰 납품단가 711원을 제시했고, 최종 단가는 683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원가의 약 80%선으로 단가를 낮춰야한 셈입니다.

<녹치> 배흥진(전 중소기업 대표) : "급여 부분이라든지 약간 마진이라든지 그래서 일반적으로 영업이 많이 돼서 남아야되는데 그런 남는 게 없는 거죠. 그래서 항상 빚에 허덕이는 겁니다."

그러나 전량 공급받겠다던 납품계약서와 달리 동부 측이 주문 물량마저 줄이면서 결국 회사 문을 닫아야했습니다.

<인터뷰> 배흥진 : "전체 매출에서 70퍼센트가 없어진 거예요. 30% 정도 물량 가지고 유지를 하라는 건데 중소기업에서 70퍼센트 정도 물량이 날아가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있겠습니까."

<녹취> 동부대우전자 관계자 : "(배 씨 회사가)독점으로 공급해오다보니까 단가 올려라(해서) 저희는 몇 번 들어줬는데 못들어주니까 부품공급을 중단해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딴 업체들의 물량을 받아온거고요."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 역시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라는 후진적인 영업행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녹취> 삼성전자 협력업체 관계자 : "원가제품을 까라고 하죠. 원가 테이블을 공개해라. 그리고 나서 가격책정에 들어갑니다. 원가테이블을 놓고 협상을 하다보니까 하청업체들은 이제 꼼짝 못하는 거죠."

삼성전자에 물건을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의 재무제표입니다.

지난 1999년 35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1460억원으로 4배나 뛰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1%에서 점점 떨어져 3,4%대를 찍더니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지난해 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엇갈리는 성적표입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해야하는 불리한 입장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이 사실상 정해주는 납품 단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협력업체들은 돈을 벌기 힘든 불공정한 구조가 자리잡았습니다.

<녹취> 삼성전자 납품업체 관계자 : "납품가가 100이라고 봤을 때 원가(원재료비)가 80퍼센트라는 얘기입니다. 인건비, 개발비 또 아니면 뭐 공장 임대료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제외된 상태의 원가를 얘기하는 겁니다. 순수재료비, 그러니까 굉장히 박하죠. "

대기업의 후려치기 계약 관행은 전자업계만의 특수한 문제도 아닙니다.

롯데그룹 계열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이 업체는 장려금과 행사 비용도 사실상 자신들이 떠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롯데 협력업체 관계자 : "이 단가를 가지고 들어와봐라 샘플을. 그리고 이 단가가 안되면 남품을 못하게 하겠다 이런 식으로 먼저 공표를 해요. 그 원가 안에는 장려기금하고 매출장려비하고 또 포함돼있거든요. 그러니까 저희업체에서는 원가는 원가대로 낮춰서가고..."

또, 거꾸로 대기업이 원가계산서를 작성해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롯데 협력업체 관계자 : "갑 업체 쪽에서 먼저 제시한 가격을 받습니다. 원재료비 얼마, 그리고 인건비 얼마 근데 저희 인건비까지도 거기서 계산을 해서 오니까 힘들죠."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장려금에 대한 공정위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고 있다며 현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 2000년 세계 10위 권에 머물던 현대자동차는 십여 년 만에 세계 5위의 완성차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 매출 41조 원, 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는 자동차 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 2만 여개의 크로 작은 부품들이 필요합니다.

현대기아차의 놀라운 성장은 2만 여개의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의 땀과 열정이 밑바탕이 됐습니다.

현대차 한 곳만 봐도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2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결국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이 대기업들을 지탱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 대기업들이 성장하는 동안 이들 하청업체들의 실적은 나아졌을까요?

한 현대차 협력업체의 재무제표입니다.

매출액은 지난 15년 동안 비슷하지만 이익률은 4%대에서 1%대로 급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6%에서 10%대까지 오르는 동안 협력업체는 경영 악화에 시달려 온 겁니다.

이는 자동차업계에 만연한 CR, 즉 일방적인 가격 절감 정책 탓이 크다고 현대차 협력업체에서 수십년간 일한 김 모씨는 지적합니다.

<녹취>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 "CR이라는 가격다운이라는 칸이 하나 더 들어가있습니다. 처음에 입찰할 때, 1년, 2년, 3년 지나면서 가격을 다운시키는 포지션을 제출해야 합니다. 1년 지나면 3%, 2년 지나면 4%, 3년 지나면 5%, 그러다보니까 한 3년 정도 정산하고 나면 그 차종이 단종이 되기 얼마 남아서는 이게 적자로 돌아서는 거죠."

수주할 당시 납품가격이 100원이었다면 CR 적용시 해마다 3,4원씩 내려 만 3년이 지나면 90원까지 떨어뜨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원가계산서가 원청업체에서 내려오는 건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라는 게 협력업체들의 증언입니다.

<녹취> 현대차 협력업체 관계자 : "타겟가격이라고 있어요. 고객사(대기업)들이 원하는 가격. 가이드라인은 다 존재해요. 인건비는 몇프로 그런것들이 정해져있죠. "

한 협력업체가 공개한 원가계산서에는 인건비 항목에 80, 관리비에는 20이란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현대차 인건비의 80%, 관리비는 제품 원가의 20%를 넘지말라는 암묵적 지침입니다.

현대차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는 2차에, 또 2차는 3차에 똑같이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다는 겁니다.

<녹취> 현대차 관계자 : "해당 협력업체들과 사전협의를 통해서 합리적인 납품단가 규정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권장사항 등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국산화와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인한 원가절감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시너지 창출로 이어져 협력업체들의 매출과 수입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협력업체들의 실적은 좋을 리 없습니다.

산업연구원이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LG전자와 거래하는 1,2차 협력업체 700여 곳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보고서입니다.

기업별로 전체 평균을 보면, 삼성 협력업체는 최고 10%에서 4%로, LG는 8%에서 4%로 뚝 떨어졌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도 영업이익률이 계속 하락해 6%에서 3%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이익률은 10% 대를 유지했습니다.

<녹취> 완성차 협력업체 관계자 : "현대모비스의 등장으로 결국은 기존의 1차벤더들이 2차벤더로서 전락하고 2차벤더는 3차벤더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요. 현대자동차에서 기존에 100을 주면 모비스에서 10을 모으면 실제로 벤더들한테 가는 건 90일 겁니다."

<인터뷰> 이항구(산업연구원 연구원) : "국내 산업구조가 수직계열과 통합적인 구조입니다. 그것은 자동차와 전자산업체 똑같이 나타나는데요. 초기에는 업체들의 이러한 성장 기반이 강화되고 수익성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종속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런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11일, 미래창조과학부 국감 현장.

한 중소기업과 LG유플러스간 기술 탈취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자신들이 개발한 휴대전화 긴급 호출 기술을 LG유플러스에 뺏겼다는 서오텔레콤 대표 김성수 씨.

<인터뷰> 김성수(서오텔레콤 대표) : "(LG에) 가서 기술설명했고요. 설명한 이유는 LG가 이것을 채택했으면 좋겠다. 알라딘폰이라는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걸 광고를 보고 제가 알게됐어요. 그래서 특허가 도용당했구나."

대법원까지 간 소송 결과 서오의 특허가 맞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특허 소송과는 별도로 진행된 민형사 소송에서는 LG측에 패소했습니다.

최근 특허심판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10년 넘은 지루한 싸움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인터뷰> 김성수 : "어느 바보가 막강한 조직력을 가진 대기업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겠느냐...그런데 글씨를 아는 초등학생도 한 달이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11년을 끌어왔다는 거예요."

<인터뷰> 권명진(LG유플러스 부장) : "대법원에서 특허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이미 난 사안인데 그쪽에서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고, 여기저기 이슈를 만들고 있어 회사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동반 성장과 경제민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촉구한다며 등장한 말들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갑의 횡포가 만연한 현실.

<인터뷰> 이항구(산업연구원 연구원) : "부품업계 협력업체들은 나무의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결국 이것은 나무 전체, 앞으로 성장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

동반성장위원회는 해마다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도 발표하지만...

협력업체들의 체감 지수는 아직 낮기만 합니다.

<녹취> 협력업체 직원 : "큰 회사가 그러니까 저희 모체가...노조가 파업을 장기간한다거나 이러면 아픔을 같이 겪자 이래요. 그렇지만 나중에 그 회사가 다시 잘돼서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그랬을 때는 그 행복은 같이 나누지 않는 거 같아요."

재벌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천문학적인 사내 유보금을 보유하게 됐지만 성장의 파트너였던 중소 협력업체들은 존립의 기반마저 위협받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배흥진(전 중소기업 대표) : "그렇게 많던 설비들 수십억 설비들 텅 지금 비어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공장이 그 당시에 이제 텅 비어있는 사진을 한번 찍었는데 정말 참..그때 그..상황을 제가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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