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쉬운 만남, ‘랜덤채팅’ 직접 해보니…

입력 2014.10.29 (16:20) 수정 2014.10.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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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성격으로 인터넷에 노래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자신을 표현하길 좋아했던 15살 캐나다 소녀 아만다 토드. 지난 2012년, 토드는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한 남성에게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보냈다 유출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무작위로 상대방과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앱, 이른바 ‘랜덤채팅’이 미성년자 성범죄의 창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랜덤채팅 앱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가는 걸까요?

∎ 너무나 쉬운 만남





“남자? 여자?” 스마트폰에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상대방이 제게 건넨 첫 마디였습니다. “여자요...몇 살이에요?” ‘17살 여고생’이라고 밝힌 제가 대화한 상대방은 10대에서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20대라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30대라고 나이를 고백한 남성도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여러 남성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생활 얘기를 물으며 비교적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던 남성들도 한두 명을 빼고는 대부분 제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음담패설이 들어간 대화, 신체 사진, 만남, 스킨십 그리고 성관계...대화 시작부터 다짜고짜 입에 담긴 힘든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신체 사이즈를 물어보고 사진을 요구하는 남성, 술과 담배를 제공하는 대신 만나자는 남성, 스킨십만 하겠다며 만나자는 남성, 하는 것을 보고 주급으로 돈을 주겠다는 남성 등... 이들에게 17살 여고생은 성적 욕구를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 실제 청소년들은…“이게 성범죄인가요?”



랜덤채팅을 해본 청소년들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카메라를 연결해 달라고 했어요.” “막 야한 얘기하고 사진 달라고 하고...” 하지만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주변에 피해사실을 알리거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채팅 연결을 끊어버리거나, 새로운 상대방과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이들의 대응방법이었습니다. 앱 자체에 신고기능이 없거나, 주변에 알리길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더 놀랍게도 아이들은 스스로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학생은 상대 남성으로부터 이상한 말을 듣긴 했지만 실제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면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이 아이는 피해사실을 털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 호기심에 시작한 ‘랜덤채팅’, 성범죄 사각지대로…



아이들이 랜덤채팅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쓰니까’, ‘궁금해서’ 등. 아이들은 호기심이나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다 랜덤채팅을 처음 접하게 됩니다. 본인 인증 절차도 없어, 앱을 다운받기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성별과 나이를 속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랜덤채팅은 ‘놀잇거리’로 다가왔습니다. 가벼운 놀잇거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청소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은 비행의 길로 빠지거나,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버립니다. 최근 채팅 앱에서 만난 청소년과 성매매를 한 남성 20여명이 붙잡히는 등 랜덤채팅 앱을 이용한 아동 성범죄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 피해 발생 전 예방부터…미성년자 보호가 최우선

이미 청소년 성범죄의 사각지대가 되어버린 랜덤채팅을 감시할 장치가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채팅 앱을 이용한 성매매나 성추행 피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범죄자를 수색하기 위한 정보 수집은 인권침해 논란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랜덤채팅’을 통해 성범죄 피해를 당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인권은 짓밟히고 있습니다. 보다 더 강력한 미성년자 성보호 정책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성범죄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성년자 보호에 엄격한 미국은 이미 예방을 넘어 미성년자 성범죄자 감시와 검거에 첨단기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레이다(RADAR)’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성범죄 용의점이 엿보이는 모바일 기기 상의 문자 메시지와 SNS 대화, 통화 내용을 걸러내 수사관에게 알려줍니다. 부모의 신고나 미성년자로 위장한 경찰관의 함정수사에 따라 가동돼 재판에까지 활용됩니다. 개인정보 수집을 놓고 인권침해 논란이 나올 수 있지만,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잠재적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는 일이 더 우선시됩니다. 이 ‘레이다’로 아동성범죄자 2000명이 검거됐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미성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식과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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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쉬운 만남, ‘랜덤채팅’ 직접 해보니…
    • 입력 2014-10-29 16:20:53
    • 수정2014-10-29 16:28:51
    취재후·사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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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성격으로 인터넷에 노래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자신을 표현하길 좋아했던 15살 캐나다 소녀 아만다 토드. 지난 2012년, 토드는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한 남성에게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보냈다 유출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무작위로 상대방과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앱, 이른바 ‘랜덤채팅’이 미성년자 성범죄의 창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랜덤채팅 앱에서는 어떤 대화가 오가는 걸까요?

∎ 너무나 쉬운 만남





“남자? 여자?” 스마트폰에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상대방이 제게 건넨 첫 마디였습니다. “여자요...몇 살이에요?” ‘17살 여고생’이라고 밝힌 제가 대화한 상대방은 10대에서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20대라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30대라고 나이를 고백한 남성도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여러 남성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생활 얘기를 물으며 비교적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던 남성들도 한두 명을 빼고는 대부분 제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음담패설이 들어간 대화, 신체 사진, 만남, 스킨십 그리고 성관계...대화 시작부터 다짜고짜 입에 담긴 힘든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신체 사이즈를 물어보고 사진을 요구하는 남성, 술과 담배를 제공하는 대신 만나자는 남성, 스킨십만 하겠다며 만나자는 남성, 하는 것을 보고 주급으로 돈을 주겠다는 남성 등... 이들에게 17살 여고생은 성적 욕구를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 실제 청소년들은…“이게 성범죄인가요?”



랜덤채팅을 해본 청소년들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카메라를 연결해 달라고 했어요.” “막 야한 얘기하고 사진 달라고 하고...” 하지만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주변에 피해사실을 알리거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채팅 연결을 끊어버리거나, 새로운 상대방과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이들의 대응방법이었습니다. 앱 자체에 신고기능이 없거나, 주변에 알리길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더 놀랍게도 아이들은 스스로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학생은 상대 남성으로부터 이상한 말을 듣긴 했지만 실제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면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이 아이는 피해사실을 털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 호기심에 시작한 ‘랜덤채팅’, 성범죄 사각지대로…



아이들이 랜덤채팅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쓰니까’, ‘궁금해서’ 등. 아이들은 호기심이나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다 랜덤채팅을 처음 접하게 됩니다. 본인 인증 절차도 없어, 앱을 다운받기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성별과 나이를 속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랜덤채팅은 ‘놀잇거리’로 다가왔습니다. 가벼운 놀잇거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청소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은 비행의 길로 빠지거나,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버립니다. 최근 채팅 앱에서 만난 청소년과 성매매를 한 남성 20여명이 붙잡히는 등 랜덤채팅 앱을 이용한 아동 성범죄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 피해 발생 전 예방부터…미성년자 보호가 최우선

이미 청소년 성범죄의 사각지대가 되어버린 랜덤채팅을 감시할 장치가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채팅 앱을 이용한 성매매나 성추행 피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범죄자를 수색하기 위한 정보 수집은 인권침해 논란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랜덤채팅’을 통해 성범죄 피해를 당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인권은 짓밟히고 있습니다. 보다 더 강력한 미성년자 성보호 정책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성범죄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성년자 보호에 엄격한 미국은 이미 예방을 넘어 미성년자 성범죄자 감시와 검거에 첨단기술을 집중하고 있습니다.‘레이다(RADAR)’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성범죄 용의점이 엿보이는 모바일 기기 상의 문자 메시지와 SNS 대화, 통화 내용을 걸러내 수사관에게 알려줍니다. 부모의 신고나 미성년자로 위장한 경찰관의 함정수사에 따라 가동돼 재판에까지 활용됩니다. 개인정보 수집을 놓고 인권침해 논란이 나올 수 있지만,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잠재적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는 일이 더 우선시됩니다. 이 ‘레이다’로 아동성범죄자 2000명이 검거됐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미성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식과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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