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희망’ 희귀병 역사 박재균의 꿈

입력 2014.10.29 (16:42) 수정 2014.10.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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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그 기분이 정확히 어떤 건지 아세요?"

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묻자 앳된 얼굴의 역사 박재균(18·제주·제주도청)은 이렇게 말했다.

박재균은 제95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역도 남자 일반부 최중량급(105㎏ 이상)에 출전한 선수다.

29일 제주 신성여중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박재균은 인상 160㎏·용상 190㎏·합계 350㎏을 기록했다. 인상과 용상에서 모두 8위에 올랐고 합계에서는 10위에 그쳐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이 역사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식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서다.

일종의 백혈구에 포식 세포가 증식하면서 여러 장기에 침범하는 질환인 이 병은 원인도, 완치 가능성도 알 수 없는 병이다. 박재균은 고등학생이던 지난해 12월 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재균은 "같은 학교에 결핵 걸린 친구가 있어서 보건소에서 다 같이 폐 검사를 했는데 3번째 검사 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고 털어놨다.

보건소에서 지역 거점 병원으로, 결국 서울대병원까지 가서야 병명을 알아냈다. 이름도 특이한 이 병의 이름을 외우느라 7일이나 걸렸다는 게 박재균의 말이다.

박재균은 "병 소식을 듣고 첫날에는 절망했는데 2∼3일 가면서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더라"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

다행히 박재균의 병은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보단 심한 편은 아니다.

만성폐질환, 성장 장애, 지능 장애, 신경 장애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병이지만 박재균은 딱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12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는가 하면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 병의 경과를 살펴야 하는 처지다. 아울러 '혹시나' 하는 가능성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만도 없다.

그러나 박재균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병을 이겨내는 듯했다.

박재균은 "원래 긍정적인 편"이라며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하루만 기분 나쁘고 금방 잊는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역도는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공부는 취미가 맞지 않을 것 같아 방황하던 차에 자신을 싫어하던 친구가 역도를 하는 것을 보고 왠지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동했다고 했다. 지금은 그 친구는 그만뒀고 박재균만 역도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박재균은 "기록 느는 재미가 있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40㎏만 들어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힘줘 말했다.

올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고향인 제주도청에 입단했다. 팀에 들어갈 때는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박재균은 "처음 팀에 입단할 때 감독님이 도청에 내가 병이 있다는 사실도 감춰줬다"며 "감독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성적이지만 이제 시작이기에 좌절하진 않는다.

박재균은 "병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다친 어깨, 무릎 치료도 받고 다음 달에 병 검사도 받으러 가면서 운동에 집중하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어 "열심히 하다 보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역도 최중량급에서는 박재균의 팀 동료인 송영훈(제주·제주도청)이 인상 172㎏·용상 224㎏·합계 39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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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달보다 희망’ 희귀병 역사 박재균의 꿈
    • 입력 2014-10-29 16:42:07
    • 수정2014-10-29 16:45:39
    연합뉴스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그 기분이 정확히 어떤 건지 아세요?" 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묻자 앳된 얼굴의 역사 박재균(18·제주·제주도청)은 이렇게 말했다. 박재균은 제95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역도 남자 일반부 최중량급(105㎏ 이상)에 출전한 선수다. 29일 제주 신성여중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박재균은 인상 160㎏·용상 190㎏·합계 350㎏을 기록했다. 인상과 용상에서 모두 8위에 올랐고 합계에서는 10위에 그쳐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이 역사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식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서다. 일종의 백혈구에 포식 세포가 증식하면서 여러 장기에 침범하는 질환인 이 병은 원인도, 완치 가능성도 알 수 없는 병이다. 박재균은 고등학생이던 지난해 12월 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재균은 "같은 학교에 결핵 걸린 친구가 있어서 보건소에서 다 같이 폐 검사를 했는데 3번째 검사 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고 털어놨다. 보건소에서 지역 거점 병원으로, 결국 서울대병원까지 가서야 병명을 알아냈다. 이름도 특이한 이 병의 이름을 외우느라 7일이나 걸렸다는 게 박재균의 말이다. 박재균은 "병 소식을 듣고 첫날에는 절망했는데 2∼3일 가면서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더라"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 다행히 박재균의 병은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보단 심한 편은 아니다. 만성폐질환, 성장 장애, 지능 장애, 신경 장애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병이지만 박재균은 딱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12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는가 하면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올라가 병의 경과를 살펴야 하는 처지다. 아울러 '혹시나' 하는 가능성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만도 없다. 그러나 박재균은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병을 이겨내는 듯했다. 박재균은 "원래 긍정적인 편"이라며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하루만 기분 나쁘고 금방 잊는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역도는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공부는 취미가 맞지 않을 것 같아 방황하던 차에 자신을 싫어하던 친구가 역도를 하는 것을 보고 왠지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동했다고 했다. 지금은 그 친구는 그만뒀고 박재균만 역도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박재균은 "기록 느는 재미가 있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40㎏만 들어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힘줘 말했다. 올 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고향인 제주도청에 입단했다. 팀에 들어갈 때는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박재균은 "처음 팀에 입단할 때 감독님이 도청에 내가 병이 있다는 사실도 감춰줬다"며 "감독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성적이지만 이제 시작이기에 좌절하진 않는다. 박재균은 "병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다친 어깨, 무릎 치료도 받고 다음 달에 병 검사도 받으러 가면서 운동에 집중하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어 "열심히 하다 보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역도 최중량급에서는 박재균의 팀 동료인 송영훈(제주·제주도청)이 인상 172㎏·용상 224㎏·합계 39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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