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베를린장벽 붕괴 25돌…격차 해소 난제

입력 2014.11.06 (18:06) 수정 2014.11.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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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냉전 질서를 깨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가 올해로 25돌을 맞았습니다.

하나 된 독일은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지만, 여전히 과거 동, 서독 지역간 격차 해소라는 과제와 계속 씨름 중입니다.

국제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벌써 25이 됐어요?

정확히는 오는 9일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지금 봐도 현대사의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기억되는데요,

먼저 장벽이 무너지던 순간, 1989년의 상황 다시 한 번 보실까요?

사람들이 돌아가며 망치로 벽을 부수기 시작합니다.

날이 새자, 벽이었던 돌기둥이 흔들리더니 결국 시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져내립니다.

<녹취> 라이너 멜린크(독일 지겐 주민) : "TV 앞에 앉아있었는데 장벽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영화라고 생각했었어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 계속 생각했죠."

그런데.... 장벽의 붕괴가 말실수와 오보로 시작됐다는 일화, 알고 계십니까?

당시 동독 정부가 시민들이 서독을 상시로 여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요.

관계자가 텔레비전 생중계에서 이를 먼저 말해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여기에 한 미국 기자가 ‘여행을 개방한다’는 말을 ‘국경을 개방한다’는 말로 오역해 전 세계로 뉴스를 내보내, 사람들이 장벽으로 몰려들게 됐죠.

<녹취> 로타 드 메지에르(동독 마지막 총리) : "원래는 그런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샤보브스키가 발표했어야 했던 건 ‘여행’의 개방이었고, 발효 시점 역시 당일 저녁이 아닌 ‘다음 월요일’이었습니다."

<질문>
네, 우연이 역사적 필연을 만들어낸 셈이 됐네요.

25주년.. 독일로서는 특별한 날인데.. 축하행사도 성대하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독일 정부는 오는 7일부터 브란덴브루크문 지역을 중심으로 성대한 시민 축제를 엽니다.

축제는 7일 발광 풍선 8천 개가 베를린 남북을 관통하는 장벽 15㎞ 구간을 장식하면서 시작됩니다.

시민들이 풍선을 하늘로 날려 장벽을 형상화하고 베를린필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연주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최근 회고를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지난 3일) : "거리로 쏟아져 나온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진 시민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1989년 11월 9일 장벽의 붕괴는 없었을 겁니다."

<질문>
장벽 붕괴 25주년, 통일은 24년이 됐는데요.

낙후됐던 옛 동독 지역,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었죠?

<답변>
네. 통일 이후 매력적인 경제 거점으로 발전한 옛 동독의 도시로 한번 같이 가보실까요?

옛 동독의 지역인 작센주의 주도 드레스덴....

과거 폐허라고 불릴 만큼 낙후된 도시였는데요, 반도체와 정보기술 산업 단지로 변모해 부채가 전혀 없는, 튼튼한 재정 자립도를 자랑합니다.

<녹취> 동독 주민 : "최소한의 고용 안정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매일같이 일자리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편부모 가정이라면 실업 기관이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고요. 굳이 서쪽으로 갈 필요가 없어요."

통일 이후 상생 발전을 추구한 독일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동독 임금은 서독의 83%까지 쫓아왔습니다.

동독 지역 주민의 기대 수명도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녹취> 빈프리트 크레치만(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지난 달 3일) : "통일 후 독일이 모든 면에서 더욱 강해졌다고 자신합니다. 풍부한 서독을 중심으로, 지리적 특색을 감안한 지역 개발을 우선시 했습니다. 이것이 독일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죠."

<질문>
그렇지만 옛 동-서독 지역의 격차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죠?

<답변>
예 여전히 삶의 질에 차이가 존재해, 통일 독일의 큰 과제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동독지역의 1인당 GDP는 서독의 67%, 3분의 2 수준입니다.

통일 다음 해인 1991년의 33%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2000년의 61.0%와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동독 지역의 경제적 성취 대부분이 장벽 붕괴 후 첫 10년 간에 걸쳐 주로 이뤄졌고 이후 15년 동안은 격차 해소가 정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동독의 실업률은 10.3% 인데요. 통일 후 가장 낮은 수치지만 서독의 비해서는 두배 가까이 높고요.

1인당 세수도 동독 지역은 서독의 절반 가량에 불과합니다.

<녹취> 칼 브링커(베를린 경제연구소) : "옛 동독은 산업화를 이뤘고 경제적 성과를 봤습니다. 유럽연합국의 평균 수준입니다. 하지만 사실 다수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옛 동독 지역은 소득과 고용, 임금, 생산성을 따라잡아야 합니다."

<질문>
옛 동독 지역 인구도 계속 줄고 있어, 동 서간 격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답변>
예 젊은 층은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떠나고, 노인층의 고령화도 빨라, 동독의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지난 1991년 동독에는 1807만 명이 거주했었는데, 지난해에는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계속 서독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동독을 탈출했던 사람의 최근 회고를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프랑크 존(통일전 동독 탈출) : "(동독 탈출 시) 굉장히 격앙 돼 있던 상태였어요. 이곳에서 많은 것들이 더 좋게 변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게 좋아요."

서독 지역을 그리던 이런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죠.

동독지역은 또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서독보다 높고 고령화 속도도 빨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옛 동독 쪽은 74%, 서독 쪽은 48%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통일 독일이 상생 발전을 계속 이뤄나가기 위해선 동, 서독의 격차 해소와 함께 통일에 대한 이러한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주요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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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베를린장벽 붕괴 25돌…격차 해소 난제
    • 입력 2014-11-06 19:09:55
    • 수정2014-11-06 19:46:05
    글로벌24
<앵커 멘트>

냉전 질서를 깨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가 올해로 25돌을 맞았습니다.

하나 된 독일은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지만, 여전히 과거 동, 서독 지역간 격차 해소라는 과제와 계속 씨름 중입니다.

국제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벌써 25이 됐어요?

정확히는 오는 9일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지금 봐도 현대사의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기억되는데요,

먼저 장벽이 무너지던 순간, 1989년의 상황 다시 한 번 보실까요?

사람들이 돌아가며 망치로 벽을 부수기 시작합니다.

날이 새자, 벽이었던 돌기둥이 흔들리더니 결국 시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져내립니다.

<녹취> 라이너 멜린크(독일 지겐 주민) : "TV 앞에 앉아있었는데 장벽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영화라고 생각했었어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 계속 생각했죠."

그런데.... 장벽의 붕괴가 말실수와 오보로 시작됐다는 일화, 알고 계십니까?

당시 동독 정부가 시민들이 서독을 상시로 여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요.

관계자가 텔레비전 생중계에서 이를 먼저 말해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여기에 한 미국 기자가 ‘여행을 개방한다’는 말을 ‘국경을 개방한다’는 말로 오역해 전 세계로 뉴스를 내보내, 사람들이 장벽으로 몰려들게 됐죠.

<녹취> 로타 드 메지에르(동독 마지막 총리) : "원래는 그런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샤보브스키가 발표했어야 했던 건 ‘여행’의 개방이었고, 발효 시점 역시 당일 저녁이 아닌 ‘다음 월요일’이었습니다."

<질문>
네, 우연이 역사적 필연을 만들어낸 셈이 됐네요.

25주년.. 독일로서는 특별한 날인데.. 축하행사도 성대하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독일 정부는 오는 7일부터 브란덴브루크문 지역을 중심으로 성대한 시민 축제를 엽니다.

축제는 7일 발광 풍선 8천 개가 베를린 남북을 관통하는 장벽 15㎞ 구간을 장식하면서 시작됩니다.

시민들이 풍선을 하늘로 날려 장벽을 형상화하고 베를린필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연주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최근 회고를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지난 3일) : "거리로 쏟아져 나온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진 시민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1989년 11월 9일 장벽의 붕괴는 없었을 겁니다."

<질문>
장벽 붕괴 25주년, 통일은 24년이 됐는데요.

낙후됐던 옛 동독 지역,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었죠?

<답변>
네. 통일 이후 매력적인 경제 거점으로 발전한 옛 동독의 도시로 한번 같이 가보실까요?

옛 동독의 지역인 작센주의 주도 드레스덴....

과거 폐허라고 불릴 만큼 낙후된 도시였는데요, 반도체와 정보기술 산업 단지로 변모해 부채가 전혀 없는, 튼튼한 재정 자립도를 자랑합니다.

<녹취> 동독 주민 : "최소한의 고용 안정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매일같이 일자리를 찾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편부모 가정이라면 실업 기관이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고요. 굳이 서쪽으로 갈 필요가 없어요."

통일 이후 상생 발전을 추구한 독일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동독 임금은 서독의 83%까지 쫓아왔습니다.

동독 지역 주민의 기대 수명도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녹취> 빈프리트 크레치만(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지난 달 3일) : "통일 후 독일이 모든 면에서 더욱 강해졌다고 자신합니다. 풍부한 서독을 중심으로, 지리적 특색을 감안한 지역 개발을 우선시 했습니다. 이것이 독일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죠."

<질문>
그렇지만 옛 동-서독 지역의 격차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죠?

<답변>
예 여전히 삶의 질에 차이가 존재해, 통일 독일의 큰 과제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동독지역의 1인당 GDP는 서독의 67%, 3분의 2 수준입니다.

통일 다음 해인 1991년의 33%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2000년의 61.0%와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동독 지역의 경제적 성취 대부분이 장벽 붕괴 후 첫 10년 간에 걸쳐 주로 이뤄졌고 이후 15년 동안은 격차 해소가 정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동독의 실업률은 10.3% 인데요. 통일 후 가장 낮은 수치지만 서독의 비해서는 두배 가까이 높고요.

1인당 세수도 동독 지역은 서독의 절반 가량에 불과합니다.

<녹취> 칼 브링커(베를린 경제연구소) : "옛 동독은 산업화를 이뤘고 경제적 성과를 봤습니다. 유럽연합국의 평균 수준입니다. 하지만 사실 다수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옛 동독 지역은 소득과 고용, 임금, 생산성을 따라잡아야 합니다."

<질문>
옛 동독 지역 인구도 계속 줄고 있어, 동 서간 격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답변>
예 젊은 층은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떠나고, 노인층의 고령화도 빨라, 동독의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지난 1991년 동독에는 1807만 명이 거주했었는데, 지난해에는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계속 서독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동독을 탈출했던 사람의 최근 회고를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프랑크 존(통일전 동독 탈출) : "(동독 탈출 시) 굉장히 격앙 돼 있던 상태였어요. 이곳에서 많은 것들이 더 좋게 변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게 좋아요."

서독 지역을 그리던 이런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죠.

동독지역은 또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서독보다 높고 고령화 속도도 빨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옛 동독 쪽은 74%, 서독 쪽은 48%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통일 독일이 상생 발전을 계속 이뤄나가기 위해선 동, 서독의 격차 해소와 함께 통일에 대한 이러한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주요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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