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세계탁구의 ‘2차 혁명’…탁구공이 바뀐다
입력 2014.11.15 (16:29)
수정 2014.11.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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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 가지 조사를 실시합니다. 탁구 종목 경기를 위해 탁구공을 아테네로 공수하는데 어찌하여 두 달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유는 탁구공이 화재 위험성 때문에 항공기 반입이 불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화성 물질로 이뤄진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은 항공기 운반 대신 선박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IOC는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해, 국제탁구연맹(ITTF)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게 됩니다.
탁구공이 불에 탄다는 사실이 놀라우신가요? 유튜브에 다음과 같이 아주 생생한 영상이 있습니다.
무려 100년 넘게 써온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ITTF는 지난 2012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탁구공의 재질을 플라스틱으로 변경하기로 전격 결정했습니다. 2년간의 실험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국제 대회에 플라스틱 탁구공을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기존 셀룰로이드 공을 사용했지만, 내년 2015년부터는 모든 국제 대회에서 예외없이 플라스틱 공인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셀룰로이드 공이 만들어진 것이 1898년이니까 무려 117년 만의 탁구공의 전면 교체가 이뤄지게 되는 것입니다.
탁구계는 이를 게임 양상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두번째 혁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차 혁명은 지난 2001년 스코어 방식을 21점에서 11점으로 낮춘 것이고,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것입니다. 공 하나 바꾼 것이 왜 혁명으로까지 불릴까요? 바로 경기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기존 셀룰로이드 공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표면에 돌기가 있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접합면의 존재입니다. 셀룰로이드는 완전 사출이 불가능해 반 개의 공 2개를 붙여서 만들기 때문에 접합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공을 제작하게 되면 표면 돌기와 접합면이 사라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서 탁구 경기 양상의 획기적인 변화가 발생합니다. 바로 경기력의 핵심적인 요소인 회전량의 변화입니다.
현대 탁구는 탁구 라켓의 고무 러버와 공이 만들어내는 마법과 같은 회전에 의해 승부가 결정됩니다. 가장 초구인 서브부터 강력한 포어핸드 드라이브, 그리고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커트볼까지 모든 구질에 회전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새로 제작되는 플라스틱 공에서는 이 같은 회전량이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왜냐면 표면 돌기가 사라지면서 탁구라켓 러버와 충돌시 발생하는 마찰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접합면이 사라진다는 것은 야구공으로 비유하자면 실밥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변화 무쌍한 공의 구질 변화가 단순화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단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수비 전형 선수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 바뀐 공에 일주일째 적응 훈련 중인 수비 탁구의 달인 주세혁(34,삼성생명)은 "확실히 커트를 했을 때 회전이 잘 먹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 50의 힘을 주어서 회전을 걸었다면, 바뀐 공으로는 똑같은 구질을 넣기 위해서는 두 배인 100의 힘을 넣어야 할 정도"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긴 랠리 대신 짧은 공격을 주 무기로 하는 오상은(37,대우증권)의 경우는 정 반대의 반응입니다. "수비 전형 선수들의 커트에 예전보다 회전이 실리지 않으면서 공격을 하기 훨씬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김택수 KBS 해설위원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공격을 하는 선수들이 유리해졌다. 아무래도 유럽 선수들이 다소 유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경우는 회전 뿐 아니라 파워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새 공에 의해 경기력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변화가 한국 탁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기회보다는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쪽이 우세합니다. 일단 우리나라 탁구는 아직도 수비 전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습니다. 남자 탁구의 경우는 주세혁이 가장 높은 랭킹을 유지하고 있고, 여자부의 간판인 '얼짱' 서효원은 커트가 주무기인 수비 전형입니다. 플라스틱 공의 도입으로 인해 이 두 선수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표팀에 명백한 악재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탁구의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입니다. 이미 플라스틱 공인구로의 변화는 2012년에 결정된 문제였는데 탁구계는 2년 동안 아무런 대책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올해 8월을 기점으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새 공인구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는 10월이 넘어서야 플라스틱 공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이미 중국은 물론 일본도 대책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KBS 김택수 탁구 해설위원은 "중국은 이미 플라스틱 공을 생산하는 공장을 본토에 만들어서 제작부터 생산까지 용품업체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 바뀐 공에 적응할 수 있는 특수 러버를 자체 생산하는 등 이미 몇 단계 앞서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탁구협회는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01년 11점 제도로 스코어 방식을 조정한 '1차 혁명'은 중국 탁구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세계 탁구계의 강력한 대응이었습니다. 이른바 '2차 혁명'으로 불리는 탁구공의 변화는 세계 탁구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중국의 독주가 이어질까요, 유럽 혹은 일본 탁구의 반격이 가능할까요.
어느 새 금메달 종목에서 한참 멀어진 한국 탁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기 위해서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이 혁명적인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참고로 일반 동호인들의 경우 새로운 플라스틱 공에 대해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회전량이 엄청난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에게 느껴지는 큰 변화지만, 일반인들은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탁구공이 화재 위험성 때문에 항공기 반입이 불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화성 물질로 이뤄진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은 항공기 운반 대신 선박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IOC는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해, 국제탁구연맹(ITTF)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게 됩니다.
탁구공이 불에 탄다는 사실이 놀라우신가요? 유튜브에 다음과 같이 아주 생생한 영상이 있습니다.
무려 100년 넘게 써온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ITTF는 지난 2012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탁구공의 재질을 플라스틱으로 변경하기로 전격 결정했습니다. 2년간의 실험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국제 대회에 플라스틱 탁구공을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기존 셀룰로이드 공을 사용했지만, 내년 2015년부터는 모든 국제 대회에서 예외없이 플라스틱 공인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셀룰로이드 공이 만들어진 것이 1898년이니까 무려 117년 만의 탁구공의 전면 교체가 이뤄지게 되는 것입니다.
탁구계는 이를 게임 양상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두번째 혁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차 혁명은 지난 2001년 스코어 방식을 21점에서 11점으로 낮춘 것이고,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것입니다. 공 하나 바꾼 것이 왜 혁명으로까지 불릴까요? 바로 경기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기존 셀룰로이드 공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표면에 돌기가 있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접합면의 존재입니다. 셀룰로이드는 완전 사출이 불가능해 반 개의 공 2개를 붙여서 만들기 때문에 접합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공을 제작하게 되면 표면 돌기와 접합면이 사라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서 탁구 경기 양상의 획기적인 변화가 발생합니다. 바로 경기력의 핵심적인 요소인 회전량의 변화입니다.
현대 탁구는 탁구 라켓의 고무 러버와 공이 만들어내는 마법과 같은 회전에 의해 승부가 결정됩니다. 가장 초구인 서브부터 강력한 포어핸드 드라이브, 그리고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커트볼까지 모든 구질에 회전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새로 제작되는 플라스틱 공에서는 이 같은 회전량이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왜냐면 표면 돌기가 사라지면서 탁구라켓 러버와 충돌시 발생하는 마찰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접합면이 사라진다는 것은 야구공으로 비유하자면 실밥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변화 무쌍한 공의 구질 변화가 단순화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단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수비 전형 선수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 바뀐 공에 일주일째 적응 훈련 중인 수비 탁구의 달인 주세혁(34,삼성생명)은 "확실히 커트를 했을 때 회전이 잘 먹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 50의 힘을 주어서 회전을 걸었다면, 바뀐 공으로는 똑같은 구질을 넣기 위해서는 두 배인 100의 힘을 넣어야 할 정도"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긴 랠리 대신 짧은 공격을 주 무기로 하는 오상은(37,대우증권)의 경우는 정 반대의 반응입니다. "수비 전형 선수들의 커트에 예전보다 회전이 실리지 않으면서 공격을 하기 훨씬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김택수 KBS 해설위원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공격을 하는 선수들이 유리해졌다. 아무래도 유럽 선수들이 다소 유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경우는 회전 뿐 아니라 파워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새 공에 의해 경기력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변화가 한국 탁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기회보다는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쪽이 우세합니다. 일단 우리나라 탁구는 아직도 수비 전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습니다. 남자 탁구의 경우는 주세혁이 가장 높은 랭킹을 유지하고 있고, 여자부의 간판인 '얼짱' 서효원은 커트가 주무기인 수비 전형입니다. 플라스틱 공의 도입으로 인해 이 두 선수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표팀에 명백한 악재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탁구의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입니다. 이미 플라스틱 공인구로의 변화는 2012년에 결정된 문제였는데 탁구계는 2년 동안 아무런 대책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올해 8월을 기점으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새 공인구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는 10월이 넘어서야 플라스틱 공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이미 중국은 물론 일본도 대책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KBS 김택수 탁구 해설위원은 "중국은 이미 플라스틱 공을 생산하는 공장을 본토에 만들어서 제작부터 생산까지 용품업체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 바뀐 공에 적응할 수 있는 특수 러버를 자체 생산하는 등 이미 몇 단계 앞서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탁구협회는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01년 11점 제도로 스코어 방식을 조정한 '1차 혁명'은 중국 탁구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세계 탁구계의 강력한 대응이었습니다. 이른바 '2차 혁명'으로 불리는 탁구공의 변화는 세계 탁구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중국의 독주가 이어질까요, 유럽 혹은 일본 탁구의 반격이 가능할까요.
어느 새 금메달 종목에서 한참 멀어진 한국 탁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기 위해서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이 혁명적인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참고로 일반 동호인들의 경우 새로운 플라스틱 공에 대해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회전량이 엄청난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에게 느껴지는 큰 변화지만, 일반인들은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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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1-15 16:29:07
- 수정2014-11-15 16:53:42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 가지 조사를 실시합니다. 탁구 종목 경기를 위해 탁구공을 아테네로 공수하는데 어찌하여 두 달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유는 탁구공이 화재 위험성 때문에 항공기 반입이 불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화성 물질로 이뤄진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은 항공기 운반 대신 선박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IOC는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해, 국제탁구연맹(ITTF)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게 됩니다.
탁구공이 불에 탄다는 사실이 놀라우신가요? 유튜브에 다음과 같이 아주 생생한 영상이 있습니다.
무려 100년 넘게 써온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ITTF는 지난 2012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탁구공의 재질을 플라스틱으로 변경하기로 전격 결정했습니다. 2년간의 실험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국제 대회에 플라스틱 탁구공을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기존 셀룰로이드 공을 사용했지만, 내년 2015년부터는 모든 국제 대회에서 예외없이 플라스틱 공인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셀룰로이드 공이 만들어진 것이 1898년이니까 무려 117년 만의 탁구공의 전면 교체가 이뤄지게 되는 것입니다.
탁구계는 이를 게임 양상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두번째 혁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차 혁명은 지난 2001년 스코어 방식을 21점에서 11점으로 낮춘 것이고,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것입니다. 공 하나 바꾼 것이 왜 혁명으로까지 불릴까요? 바로 경기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기존 셀룰로이드 공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표면에 돌기가 있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접합면의 존재입니다. 셀룰로이드는 완전 사출이 불가능해 반 개의 공 2개를 붙여서 만들기 때문에 접합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공을 제작하게 되면 표면 돌기와 접합면이 사라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서 탁구 경기 양상의 획기적인 변화가 발생합니다. 바로 경기력의 핵심적인 요소인 회전량의 변화입니다.
현대 탁구는 탁구 라켓의 고무 러버와 공이 만들어내는 마법과 같은 회전에 의해 승부가 결정됩니다. 가장 초구인 서브부터 강력한 포어핸드 드라이브, 그리고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커트볼까지 모든 구질에 회전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새로 제작되는 플라스틱 공에서는 이 같은 회전량이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왜냐면 표면 돌기가 사라지면서 탁구라켓 러버와 충돌시 발생하는 마찰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접합면이 사라진다는 것은 야구공으로 비유하자면 실밥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변화 무쌍한 공의 구질 변화가 단순화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단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수비 전형 선수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 바뀐 공에 일주일째 적응 훈련 중인 수비 탁구의 달인 주세혁(34,삼성생명)은 "확실히 커트를 했을 때 회전이 잘 먹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 50의 힘을 주어서 회전을 걸었다면, 바뀐 공으로는 똑같은 구질을 넣기 위해서는 두 배인 100의 힘을 넣어야 할 정도"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긴 랠리 대신 짧은 공격을 주 무기로 하는 오상은(37,대우증권)의 경우는 정 반대의 반응입니다. "수비 전형 선수들의 커트에 예전보다 회전이 실리지 않으면서 공격을 하기 훨씬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김택수 KBS 해설위원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공격을 하는 선수들이 유리해졌다. 아무래도 유럽 선수들이 다소 유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경우는 회전 뿐 아니라 파워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새 공에 의해 경기력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변화가 한국 탁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기회보다는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쪽이 우세합니다. 일단 우리나라 탁구는 아직도 수비 전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습니다. 남자 탁구의 경우는 주세혁이 가장 높은 랭킹을 유지하고 있고, 여자부의 간판인 '얼짱' 서효원은 커트가 주무기인 수비 전형입니다. 플라스틱 공의 도입으로 인해 이 두 선수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표팀에 명백한 악재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탁구의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입니다. 이미 플라스틱 공인구로의 변화는 2012년에 결정된 문제였는데 탁구계는 2년 동안 아무런 대책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올해 8월을 기점으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새 공인구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는 10월이 넘어서야 플라스틱 공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이미 중국은 물론 일본도 대책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KBS 김택수 탁구 해설위원은 "중국은 이미 플라스틱 공을 생산하는 공장을 본토에 만들어서 제작부터 생산까지 용품업체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 바뀐 공에 적응할 수 있는 특수 러버를 자체 생산하는 등 이미 몇 단계 앞서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탁구협회는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01년 11점 제도로 스코어 방식을 조정한 '1차 혁명'은 중국 탁구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세계 탁구계의 강력한 대응이었습니다. 이른바 '2차 혁명'으로 불리는 탁구공의 변화는 세계 탁구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중국의 독주가 이어질까요, 유럽 혹은 일본 탁구의 반격이 가능할까요.
어느 새 금메달 종목에서 한참 멀어진 한국 탁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기 위해서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이 혁명적인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참고로 일반 동호인들의 경우 새로운 플라스틱 공에 대해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회전량이 엄청난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에게 느껴지는 큰 변화지만, 일반인들은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탁구공이 화재 위험성 때문에 항공기 반입이 불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화성 물질로 이뤄진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은 항공기 운반 대신 선박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IOC는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해, 국제탁구연맹(ITTF)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게 됩니다.
탁구공이 불에 탄다는 사실이 놀라우신가요? 유튜브에 다음과 같이 아주 생생한 영상이 있습니다.
무려 100년 넘게 써온 셀룰로이드 재질의 탁구공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ITTF는 지난 2012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탁구공의 재질을 플라스틱으로 변경하기로 전격 결정했습니다. 2년간의 실험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국제 대회에 플라스틱 탁구공을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기존 셀룰로이드 공을 사용했지만, 내년 2015년부터는 모든 국제 대회에서 예외없이 플라스틱 공인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셀룰로이드 공이 만들어진 것이 1898년이니까 무려 117년 만의 탁구공의 전면 교체가 이뤄지게 되는 것입니다.
탁구계는 이를 게임 양상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두번째 혁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1차 혁명은 지난 2001년 스코어 방식을 21점에서 11점으로 낮춘 것이고, 이번이 두 번째라는 것입니다. 공 하나 바꾼 것이 왜 혁명으로까지 불릴까요? 바로 경기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기존 셀룰로이드 공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표면에 돌기가 있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접합면의 존재입니다. 셀룰로이드는 완전 사출이 불가능해 반 개의 공 2개를 붙여서 만들기 때문에 접합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공을 제작하게 되면 표면 돌기와 접합면이 사라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서 탁구 경기 양상의 획기적인 변화가 발생합니다. 바로 경기력의 핵심적인 요소인 회전량의 변화입니다.
현대 탁구는 탁구 라켓의 고무 러버와 공이 만들어내는 마법과 같은 회전에 의해 승부가 결정됩니다. 가장 초구인 서브부터 강력한 포어핸드 드라이브, 그리고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커트볼까지 모든 구질에 회전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새로 제작되는 플라스틱 공에서는 이 같은 회전량이 대폭 줄어들게 됩니다. 왜냐면 표면 돌기가 사라지면서 탁구라켓 러버와 충돌시 발생하는 마찰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접합면이 사라진다는 것은 야구공으로 비유하자면 실밥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변화 무쌍한 공의 구질 변화가 단순화된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단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수비 전형 선수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 바뀐 공에 일주일째 적응 훈련 중인 수비 탁구의 달인 주세혁(34,삼성생명)은 "확실히 커트를 했을 때 회전이 잘 먹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 50의 힘을 주어서 회전을 걸었다면, 바뀐 공으로는 똑같은 구질을 넣기 위해서는 두 배인 100의 힘을 넣어야 할 정도"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긴 랠리 대신 짧은 공격을 주 무기로 하는 오상은(37,대우증권)의 경우는 정 반대의 반응입니다. "수비 전형 선수들의 커트에 예전보다 회전이 실리지 않으면서 공격을 하기 훨씬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김택수 KBS 해설위원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공격을 하는 선수들이 유리해졌다. 아무래도 유럽 선수들이 다소 유리해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경우는 회전 뿐 아니라 파워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새 공에 의해 경기력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변화가 한국 탁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기회보다는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쪽이 우세합니다. 일단 우리나라 탁구는 아직도 수비 전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습니다. 남자 탁구의 경우는 주세혁이 가장 높은 랭킹을 유지하고 있고, 여자부의 간판인 '얼짱' 서효원은 커트가 주무기인 수비 전형입니다. 플라스틱 공의 도입으로 인해 이 두 선수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표팀에 명백한 악재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탁구의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입니다. 이미 플라스틱 공인구로의 변화는 2012년에 결정된 문제였는데 탁구계는 2년 동안 아무런 대책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올해 8월을 기점으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새 공인구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는 10월이 넘어서야 플라스틱 공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안일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이미 중국은 물론 일본도 대책을 면밀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KBS 김택수 탁구 해설위원은 "중국은 이미 플라스틱 공을 생산하는 공장을 본토에 만들어서 제작부터 생산까지 용품업체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 바뀐 공에 적응할 수 있는 특수 러버를 자체 생산하는 등 이미 몇 단계 앞서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탁구협회는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01년 11점 제도로 스코어 방식을 조정한 '1차 혁명'은 중국 탁구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세계 탁구계의 강력한 대응이었습니다. 이른바 '2차 혁명'으로 불리는 탁구공의 변화는 세계 탁구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중국의 독주가 이어질까요, 유럽 혹은 일본 탁구의 반격이 가능할까요.
어느 새 금메달 종목에서 한참 멀어진 한국 탁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기 위해서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이 혁명적인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참고로 일반 동호인들의 경우 새로운 플라스틱 공에 대해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회전량이 엄청난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에게 느껴지는 큰 변화지만, 일반인들은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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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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