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받지 않는 가정폭력

입력 2014.11.21 (23:53) 수정 2014.11.22 (00: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가정폭력특례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오히려 더 늘고 있습니다.

경찰과 사법부의 보호를 받기란 너무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피해자들은 숨죽여 살 수 밖에 없고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재범을 일삼는 악순환을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늦은밤, 경찰서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남편이 목을 잡는다는데 (다녀오겠습니다.)"

재발 피해자인데, 지금 전화기가 꺼져있어요.

집에 도착하자, 이미 남편은 자리를 뜬 상태였습니다.

여성의 몸 곳곳은 멍자국이 얼룩져 있습니다.

7년째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씨.

<인터뷰> 김00(피해여성) : "나를 엄청 두들겨패고 집어던지고 진짜 막 패대기치고 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다 멍이었어요. 이사람 힘있을 때까지는 저는 맞고 살 것 같아요. 정말 이제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김씨처럼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인 백모씨는 결혼 37년 만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남편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답변은 가정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차례 도망을 가려 시도했지만,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고 토로합니다.

<인터뷰> 백00(피해여성) : "자녀들도 그런 상처를 입어서 사회 적응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우울증이 엄청 심했죠. 밖에 나가기도 싫고. 사람들이 엄청 많은 데서 개패듯이 맞았어요. 근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지난달, 흉기를 든 남편이 아들까지 위협하는 것을 보고 백씨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이혼 신청을 했고한 뒤 접근금지 처분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백씨는 법의 효력을 믿지 못합니다.

<인터뷰> 백00(피해여성) : "접근금지도 그냥 뭐 이렇게 가까이오면 가라고 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법적으로 이제 확실한 벌을 받는 것 없더라구요. 늘 불안하죠. 불안하죠. 퇴근하고 오면은 어디 저 뒤에 숨어있다가 올까 싶어가지고. 늘 이렇게 뒤를 쳐다보고..."

여성가족부는 전체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2%만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 피해여성들이 신고를 한다하더라도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검거된 가해자 100명 가운데 1명 만이 구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정폭력범에 대한 이러한 관대한 처벌 관행은 피해 여성들이 법과 공권력을 불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신상희(한국여성의 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 : "임시조치라든지 접근 금지 명령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저는 경찰단계에서 충분히 설명해주고 도와주고 그리고 그 가정 폭력을 오래 상습적으로 당하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혼자 나오기 힘드시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25년 동안 아버지의 폭력을 봐온 수지씨.

지금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이 동생을 돌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지난해 9월 아버지를 살해하고 수감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수지(가명) : "아빠가 망치를 탁 내려치면서 내가 이 망치로 (너를 죽일꺼야). 진짜 막 기절 직전까지.. 죽기 직전까지 갈 때까지...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아버지는 20여년 동안 어머니를 폭행했고, 어머니는 도저히 이 폭력에서 도망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증언합니다.

<인터뷰> 수지(가명) :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25년 동안 폭력을 당한 거를 말씀을 드려도 지금 당장 폭력이 일어나지는 않지 않았느냐. 이렇게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엄마도 도움을 청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구나.. 집 안에서 일어나는 거고 밖에 사람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더 잔인하고 더 무서운 거 같아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은 모두 21건.

이 가운데 정당방위가 인정된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법원은 남편이 죽이겠다고 말을 하는 것은 평소에도 해오던 말일 뿐 진짜 살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다른 방법을 강구해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었다는 이유로 윤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원민경(변호사) : "피해자는 남편과 일대일로 맞서면 그냥 바로 그자리에서 사망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잠시 틈이 보였을 때 그 틈을 이용해서 방어행위를 하게 되는데. 법원이 그 틈을 이용한 피해자의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판결을 계속.."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가정폭력을 신고했을 때 집안일이니 잘 해결하라며 출동했다가 그냥 돌아간 비율이 전체 신고 건수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만 8천여명이지만, 이 가운데 절반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수사당국이 아직도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사안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반증입니다.

공권력의 안일한 대응이 더 큰 비극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고경숙(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여성긴급전화 1366 센터장 : "내가 이거를 확실하게 고치지 않으면 정말 공권력이 개입해서 내가 정말 범죄자로 찍힌다는 확실한 인식이 될만큼. 그런 법 제도도 강화가 되어야 될 것 같구요."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비판이 늘어나자,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각 경찰서마다 가정폭력 솔루션팀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폭력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처벌하려 하다가도,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 가해자를 체포하는 현재의 법에 따르다보면 여러 한계가 많습니다.

피해자들이 후환이 두려워 입을 다물기 때문입니다.

<녹취> 홍순혜(강서양천가정폭력상담소장) : "피해자 거의 90%는 괜찮다고 해요.왜냐하면 그 후속의..후속 보복이 두려워서 괜찮다고 하기 때문에."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체포 동의의사를 표시하지 않아도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가해자를 체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체포우선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성규(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 "우리나라에서도 가정 폭력에 대해서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이 피해자하고 분리해서 피해자의 의사여부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바로 신변처리를 할 수 있게 한다면 좀더 당당하게 처리 현장에 나갈 수 있을거구요."

부부간의 폭력은 더 큰 비극으로 번져갑니다.

16살 김모군, 지난달 11일, 아버지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버지가) 술도 많이 먹고 정신이 돌아버리면 자기 집에 불도 지르고. 엄마도 많이 때리고. 씨발 이러면서 정신없이 (때리고) 애도 많이 때렸지. 애가 참 착한앤데 어떻게 그렇게.."

평소 가족들에게 심각한 폭력을 휘둘러왔다는 아버지.

김군의 어머니는 지난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군은 경찰조사에서 어머니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견뎌 자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취재진은 김군의 아버지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거부당했습니다.

<인터뷰> 문일환(변호사) : "마음에 폭력이 내재화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폭력 밖에 없다는 걸 배운거죠.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 부모님 행동을 통해서..."

우리나라 가정폭력특례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가정의 해체를 막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법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피해자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만큼, 법의 목적 자체를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정현미(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가정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정폭력이 종료되지 않는 한 계속 맞고 있다는 거거든요. 일단 가장 먼저 폭력 피해로부터 그런 상황을 종료시켜줘야 합니다."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거치다보면 가정폭력범을 현행범으로 신고한다해도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 처벌을 받게 하기는 거의 어렵습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고소한다해도 가해자들은 상담을 성실하게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처벌을 받지 않고 또 다른 폭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대검찰청 조사 결과 상담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해자들의 재범률이 최근 3년 동안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가정을 보호하자는 원래의 취지와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겁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심리학과 교수) : "상담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이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을 해서 가정을 유지시키는 것이 사회에 득이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의 양상이 도저히 은폐되거나 덮어놓을 수 만은 없는 그런 종류의 폭력의 종류도 존재한다. 필요하다면 국가가 개입을 해서 가정이 뭐 해체된다손 치더라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공권력이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피해 여성들과 아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법이 가해자의 처벌보다 가정의 틀을 유지하는 데만 더 치중하는 사이 그 가정의 구성원들은 오늘도 폭력에 시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처벌받지 않는 가정폭력
    • 입력 2014-11-21 17:34:07
    • 수정2014-11-22 00:27:07
    취재파일K
<앵커 멘트>

가정폭력특례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오히려 더 늘고 있습니다.

경찰과 사법부의 보호를 받기란 너무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피해자들은 숨죽여 살 수 밖에 없고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재범을 일삼는 악순환을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늦은밤, 경찰서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남편이 목을 잡는다는데 (다녀오겠습니다.)"

재발 피해자인데, 지금 전화기가 꺼져있어요.

집에 도착하자, 이미 남편은 자리를 뜬 상태였습니다.

여성의 몸 곳곳은 멍자국이 얼룩져 있습니다.

7년째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씨.

<인터뷰> 김00(피해여성) : "나를 엄청 두들겨패고 집어던지고 진짜 막 패대기치고 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다 멍이었어요. 이사람 힘있을 때까지는 저는 맞고 살 것 같아요. 정말 이제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김씨처럼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인 백모씨는 결혼 37년 만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남편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답변은 가정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차례 도망을 가려 시도했지만,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고 토로합니다.

<인터뷰> 백00(피해여성) : "자녀들도 그런 상처를 입어서 사회 적응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우울증이 엄청 심했죠. 밖에 나가기도 싫고. 사람들이 엄청 많은 데서 개패듯이 맞았어요. 근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지난달, 흉기를 든 남편이 아들까지 위협하는 것을 보고 백씨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이혼 신청을 했고한 뒤 접근금지 처분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백씨는 법의 효력을 믿지 못합니다.

<인터뷰> 백00(피해여성) : "접근금지도 그냥 뭐 이렇게 가까이오면 가라고 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법적으로 이제 확실한 벌을 받는 것 없더라구요. 늘 불안하죠. 불안하죠. 퇴근하고 오면은 어디 저 뒤에 숨어있다가 올까 싶어가지고. 늘 이렇게 뒤를 쳐다보고..."

여성가족부는 전체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2%만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 피해여성들이 신고를 한다하더라도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검거된 가해자 100명 가운데 1명 만이 구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정폭력범에 대한 이러한 관대한 처벌 관행은 피해 여성들이 법과 공권력을 불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신상희(한국여성의 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 : "임시조치라든지 접근 금지 명령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저는 경찰단계에서 충분히 설명해주고 도와주고 그리고 그 가정 폭력을 오래 상습적으로 당하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혼자 나오기 힘드시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25년 동안 아버지의 폭력을 봐온 수지씨.

지금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이 동생을 돌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지난해 9월 아버지를 살해하고 수감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수지(가명) : "아빠가 망치를 탁 내려치면서 내가 이 망치로 (너를 죽일꺼야). 진짜 막 기절 직전까지.. 죽기 직전까지 갈 때까지...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아버지는 20여년 동안 어머니를 폭행했고, 어머니는 도저히 이 폭력에서 도망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증언합니다.

<인터뷰> 수지(가명) :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25년 동안 폭력을 당한 거를 말씀을 드려도 지금 당장 폭력이 일어나지는 않지 않았느냐. 이렇게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엄마도 도움을 청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구나.. 집 안에서 일어나는 거고 밖에 사람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더 잔인하고 더 무서운 거 같아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은 모두 21건.

이 가운데 정당방위가 인정된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법원은 남편이 죽이겠다고 말을 하는 것은 평소에도 해오던 말일 뿐 진짜 살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다른 방법을 강구해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었다는 이유로 윤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원민경(변호사) : "피해자는 남편과 일대일로 맞서면 그냥 바로 그자리에서 사망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잠시 틈이 보였을 때 그 틈을 이용해서 방어행위를 하게 되는데. 법원이 그 틈을 이용한 피해자의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판결을 계속.."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가정폭력을 신고했을 때 집안일이니 잘 해결하라며 출동했다가 그냥 돌아간 비율이 전체 신고 건수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만 8천여명이지만, 이 가운데 절반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수사당국이 아직도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사안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반증입니다.

공권력의 안일한 대응이 더 큰 비극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고경숙(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여성긴급전화 1366 센터장 : "내가 이거를 확실하게 고치지 않으면 정말 공권력이 개입해서 내가 정말 범죄자로 찍힌다는 확실한 인식이 될만큼. 그런 법 제도도 강화가 되어야 될 것 같구요."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비판이 늘어나자,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각 경찰서마다 가정폭력 솔루션팀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폭력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처벌하려 하다가도,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 가해자를 체포하는 현재의 법에 따르다보면 여러 한계가 많습니다.

피해자들이 후환이 두려워 입을 다물기 때문입니다.

<녹취> 홍순혜(강서양천가정폭력상담소장) : "피해자 거의 90%는 괜찮다고 해요.왜냐하면 그 후속의..후속 보복이 두려워서 괜찮다고 하기 때문에."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체포 동의의사를 표시하지 않아도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가해자를 체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체포우선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성규(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 "우리나라에서도 가정 폭력에 대해서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이 피해자하고 분리해서 피해자의 의사여부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바로 신변처리를 할 수 있게 한다면 좀더 당당하게 처리 현장에 나갈 수 있을거구요."

부부간의 폭력은 더 큰 비극으로 번져갑니다.

16살 김모군, 지난달 11일, 아버지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아버지가) 술도 많이 먹고 정신이 돌아버리면 자기 집에 불도 지르고. 엄마도 많이 때리고. 씨발 이러면서 정신없이 (때리고) 애도 많이 때렸지. 애가 참 착한앤데 어떻게 그렇게.."

평소 가족들에게 심각한 폭력을 휘둘러왔다는 아버지.

김군의 어머니는 지난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군은 경찰조사에서 어머니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견뎌 자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취재진은 김군의 아버지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거부당했습니다.

<인터뷰> 문일환(변호사) : "마음에 폭력이 내재화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폭력 밖에 없다는 걸 배운거죠.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 부모님 행동을 통해서..."

우리나라 가정폭력특례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가정의 해체를 막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법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피해자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는 만큼, 법의 목적 자체를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정현미(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가정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정폭력이 종료되지 않는 한 계속 맞고 있다는 거거든요. 일단 가장 먼저 폭력 피해로부터 그런 상황을 종료시켜줘야 합니다."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거치다보면 가정폭력범을 현행범으로 신고한다해도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 처벌을 받게 하기는 거의 어렵습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고소한다해도 가해자들은 상담을 성실하게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처벌을 받지 않고 또 다른 폭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대검찰청 조사 결과 상담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해자들의 재범률이 최근 3년 동안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가정을 보호하자는 원래의 취지와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겁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 심리학과 교수) : "상담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이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을 해서 가정을 유지시키는 것이 사회에 득이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의 양상이 도저히 은폐되거나 덮어놓을 수 만은 없는 그런 종류의 폭력의 종류도 존재한다. 필요하다면 국가가 개입을 해서 가정이 뭐 해체된다손 치더라도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공권력이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피해 여성들과 아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법이 가해자의 처벌보다 가정의 틀을 유지하는 데만 더 치중하는 사이 그 가정의 구성원들은 오늘도 폭력에 시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