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수십 곳 훼손…“악령 쫓기 위해서”

입력 2014.11.30 (07:20) 수정 2014.11.3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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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의 전각 벽면 수십 곳에 한자로 된 기도문이 적혀 훼손됐는데요.

알고보니 피의자는 특정 종교의 신자였는데, '악령을 쫓기 위해서' 기도문을 적었다고 밝혔습니다.

차주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인사 법당에서 한 여성이 나와 주위를 살핍니다.

사람이 뜸해지자 전각 벽면에 가까이 붙어 글자를 씁니다.

바로 옆 전각 벽에도 연이어 글을 적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여성이 지나간 전각마다 똑같은 한자 21자가 쓰여져 있습니다.

검은색 사인펜으로 적은 이 글은 특정 종교단체가 쓰는 기도문입니다.

해인사 전각 벽면 22곳이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이 기도문으로 뒤덮혀 훼손됐습니다.

<인터뷰> 향록 스님(합천 해인사) : "팔만대장경을 모셔 놓은 사찰에 역사적 문화 의식 없이 이런 행위를 했다는 자체에서 스님들과 대중들이 아주 침울해 하고 있습니다."

범행 나흘 만에 피의자 48살 김 모 씨가 경북 성주군에서 시민 제보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알고보니 김 씨는, 전각 벽에 적힌 기도문을 사용하는 특정 종교 단체의 신자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악령을 쫓기 위해 사찰 벽에 글자를 적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김대홍(합천경찰서 수사과장) : "악한 기운을 자신이 몰아내기 위해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범행을) 정말 과연 혼자 했는지 공모하지 않았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해인사 내부 폐쇄회로 화면을 조사한 결과, 김 씨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으로도 이동했지만 경비가 삼엄해 훼손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훼손된 전각에는 경남 유형문화재인 대적광전과 보물로 지정된 불상이 모셔진 법당 등이 포함돼, 앞으로 까다로운 문화재 복원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경찰은, 김 씨가 다른 사찰에도 이 같은 기도문을 적어 훼손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공범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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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사 수십 곳 훼손…“악령 쫓기 위해서”
    • 입력 2014-11-30 07:21:55
    • 수정2014-11-30 07: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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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의 전각 벽면 수십 곳에 한자로 된 기도문이 적혀 훼손됐는데요.

알고보니 피의자는 특정 종교의 신자였는데, '악령을 쫓기 위해서' 기도문을 적었다고 밝혔습니다.

차주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인사 법당에서 한 여성이 나와 주위를 살핍니다.

사람이 뜸해지자 전각 벽면에 가까이 붙어 글자를 씁니다.

바로 옆 전각 벽에도 연이어 글을 적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여성이 지나간 전각마다 똑같은 한자 21자가 쓰여져 있습니다.

검은색 사인펜으로 적은 이 글은 특정 종교단체가 쓰는 기도문입니다.

해인사 전각 벽면 22곳이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이 기도문으로 뒤덮혀 훼손됐습니다.

<인터뷰> 향록 스님(합천 해인사) : "팔만대장경을 모셔 놓은 사찰에 역사적 문화 의식 없이 이런 행위를 했다는 자체에서 스님들과 대중들이 아주 침울해 하고 있습니다."

범행 나흘 만에 피의자 48살 김 모 씨가 경북 성주군에서 시민 제보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알고보니 김 씨는, 전각 벽에 적힌 기도문을 사용하는 특정 종교 단체의 신자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악령을 쫓기 위해 사찰 벽에 글자를 적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김대홍(합천경찰서 수사과장) : "악한 기운을 자신이 몰아내기 위해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범행을) 정말 과연 혼자 했는지 공모하지 않았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해인사 내부 폐쇄회로 화면을 조사한 결과, 김 씨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으로도 이동했지만 경비가 삼엄해 훼손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훼손된 전각에는 경남 유형문화재인 대적광전과 보물로 지정된 불상이 모셔진 법당 등이 포함돼, 앞으로 까다로운 문화재 복원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경찰은, 김 씨가 다른 사찰에도 이 같은 기도문을 적어 훼손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공범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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