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마을, 생존의 길을 찾다

입력 2014.12.06 (08:29) 수정 2014.12.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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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특히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진데요.

프랑스에는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 마을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유기농 농업을 시작한 마을인데요.

유기농 친환경 농업으로 일자리와 함께 소득도 늘면서 인구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프랑스 농촌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뭔가 한계가 있다는 얘긴데요.

유기농 친환경 농산품의 가격 경쟁력이 문젭니다.

정부나 EU 차원의 지원이 최근 끊어지면서 농민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프랑스 첫 유기농 마을을 박상용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파리에서 남쪽으로 830㎞.

좁은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조그만 마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스듬한 언덕에 닭 수십 마리가 나와 있습니다.

나지막한 그물이 전부인 친환경 양계장입니다.

닭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은 4제곱미터, 닭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습니다.

<인터뷰> 레아(닭 사육 농민) : "닭을 유기농 토지에서 사육합니다. 좁은 닭장 안에서 대량으로 키우는 닭보다 적게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것이 동물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닭이 낳은 달걀을 모아놓습니다.

하나하나 닦아서 낳은 날짜를 일일이 적어둡니다.

이렇게 생산된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3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립니다.

이번엔 염소 농장을 찾았습니다.

처음 보는 취재진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정도로 사람을 겁내지 않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여기 있는 염소들은 우리에 갇혀 있지 않고 하루에 최소 6시간 이상을 넓은 들판으로 나가 사육됩니다.

들판으로 나갈 시간, 염소 80여 마리가 마치 이 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줄지어 뛰어 나갑니다.

개 두 마리가 먹을 풀이 많이 나 있는 들판으로 염소 떼를 몰고 갑니다.

가능한 한 염소를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사육의 기본 원칙입니다.

<인터뷰> 깜봉(염소 농장) : "가축을 기르는 방법이 다르죠. 가축을 대하는 태도와 키우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생산된 식재료는 프랑스에서 손꼽힐 정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알랭(상인) :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상품과 자연 친화적 상품을 찾습니다."

요리가 한창인 마을의 한 식당 주방입니다.

요리에 쓰는 닭은 마을 양계장에서 가져온 닭입니다.

식당에서는 원칙적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로 음식을 만듭니다. 최대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이처럼 친환경 자급자족이 가능한 것은 마을 논밭의 95%가 유기농 재배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7년 처음 유기농을 시작한 이후 18년 동안 마을 전체를 친환경으로 바꿨습니다.

이제는 먹는 것뿐 아니라 생활 자체가 친환경, 유기농입니다.

마을에 하나뿐인 미용실.

염색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색소와 접착제 등 4가지 재료가 모두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한 천연 재료입니다.

<녹취> 고객 : "네 더 편안하고 냄새도 덜 나고 두피에 자극이 적은 것 같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이 미용실에선 화학제품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이블린(미용사) : "고객들의 수요가 많아서 제품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친환경 미용 제품 범위가 더 커지겠죠."

친환경 농산물 판매로 소득이 늘어 지난 2011년 기준 가구당 1년 순수입이 만 9천 유로. 5년 만에 30%가 증가했습니다.

일자리는 30개 이상, 일을 하는 인구 비율도 5% 포인트나 늘었습니다.

직장을 찾아 도시로 떠나려고 했던 35살 로슈 씨도 새로 친환경 양봉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로슈(양봉업) : "젊은이들이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큰 데다 새롭게 유기농으로 바뀌면서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을 처음 시작한 지난 1997년 670명까지 줄었던 인구는 8백70 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미카엘(시장) : "중요한 것은 인구 구성입니다. 우리 마을에는 40대 이하의 매우 젊은 농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친환경 마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고민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빵집에서 구워내는 유기농 빵은 전체의 70%를 넘기지 못합니다.

원료인 유기농 밀가루가 일반 밀가루보다 2배 정도 비싸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크리티앙(제빵사) : "문제는 여전히 가격에 있습니다. 아직도 유기농 빵이 조금 더 비쌉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유기농 빵이 더 많이 보급돼야 할 것입니다."

유기농으로 바꾸기 시작할 무렵 프랑스 정부와 유럽의회 차원에서 이뤄지던 재정 지원도 지금은 대폭 줄거나 끊겼습니다.

각 협동조합 자체적으로 수익 사업을 개발해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자연스럽게 도태됩니다.

<인터뷰> 미스트르(포도주 협동조합장) : "처음에는 유기농 포도주 생산에 대한 유럽의회 차원의 지원이 있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5년 전부터는 지원이 더 이상 없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유통과 판매 비용도 줄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유기농 매장은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자원봉사를 하며 운영합니다.

마을 공동체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이 지역 농산물로 채웠습니다.

<인터뷰> 베르나빌(유기농 조합 대표) : "최대한 이 지역 생산자들과 거래하고,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유통 과정을 단축해 근거리 유통을 실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1997년 유기농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며 프랑스 첫 유기농, 친환경 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은 산골 마을.

최근에는 잘사는 마을을 넘어 문화 마을, 농촌 체험 마을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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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농 마을, 생존의 길을 찾다
    • 입력 2014-12-06 08:45:28
    • 수정2014-12-06 09:11:1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특히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진데요.

프랑스에는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 마을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유기농 농업을 시작한 마을인데요.

유기농 친환경 농업으로 일자리와 함께 소득도 늘면서 인구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프랑스 농촌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뭔가 한계가 있다는 얘긴데요.

유기농 친환경 농산품의 가격 경쟁력이 문젭니다.

정부나 EU 차원의 지원이 최근 끊어지면서 농민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프랑스 첫 유기농 마을을 박상용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파리에서 남쪽으로 830㎞.

좁은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조그만 마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스듬한 언덕에 닭 수십 마리가 나와 있습니다.

나지막한 그물이 전부인 친환경 양계장입니다.

닭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은 4제곱미터, 닭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습니다.

<인터뷰> 레아(닭 사육 농민) : "닭을 유기농 토지에서 사육합니다. 좁은 닭장 안에서 대량으로 키우는 닭보다 적게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것이 동물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닭이 낳은 달걀을 모아놓습니다.

하나하나 닦아서 낳은 날짜를 일일이 적어둡니다.

이렇게 생산된 달걀은 일반 달걀보다 3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립니다.

이번엔 염소 농장을 찾았습니다.

처음 보는 취재진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정도로 사람을 겁내지 않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여기 있는 염소들은 우리에 갇혀 있지 않고 하루에 최소 6시간 이상을 넓은 들판으로 나가 사육됩니다.

들판으로 나갈 시간, 염소 80여 마리가 마치 이 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줄지어 뛰어 나갑니다.

개 두 마리가 먹을 풀이 많이 나 있는 들판으로 염소 떼를 몰고 갑니다.

가능한 한 염소를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사육의 기본 원칙입니다.

<인터뷰> 깜봉(염소 농장) : "가축을 기르는 방법이 다르죠. 가축을 대하는 태도와 키우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생산된 식재료는 프랑스에서 손꼽힐 정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알랭(상인) :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상품과 자연 친화적 상품을 찾습니다."

요리가 한창인 마을의 한 식당 주방입니다.

요리에 쓰는 닭은 마을 양계장에서 가져온 닭입니다.

식당에서는 원칙적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로 음식을 만듭니다. 최대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섭니다.

이처럼 친환경 자급자족이 가능한 것은 마을 논밭의 95%가 유기농 재배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7년 처음 유기농을 시작한 이후 18년 동안 마을 전체를 친환경으로 바꿨습니다.

이제는 먹는 것뿐 아니라 생활 자체가 친환경, 유기농입니다.

마을에 하나뿐인 미용실.

염색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색소와 접착제 등 4가지 재료가 모두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한 천연 재료입니다.

<녹취> 고객 : "네 더 편안하고 냄새도 덜 나고 두피에 자극이 적은 것 같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이 미용실에선 화학제품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이블린(미용사) : "고객들의 수요가 많아서 제품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친환경 미용 제품 범위가 더 커지겠죠."

친환경 농산물 판매로 소득이 늘어 지난 2011년 기준 가구당 1년 순수입이 만 9천 유로. 5년 만에 30%가 증가했습니다.

일자리는 30개 이상, 일을 하는 인구 비율도 5% 포인트나 늘었습니다.

직장을 찾아 도시로 떠나려고 했던 35살 로슈 씨도 새로 친환경 양봉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로슈(양봉업) : "젊은이들이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큰 데다 새롭게 유기농으로 바뀌면서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을 처음 시작한 지난 1997년 670명까지 줄었던 인구는 8백70 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터뷰> 미카엘(시장) : "중요한 것은 인구 구성입니다. 우리 마을에는 40대 이하의 매우 젊은 농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친환경 마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고민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빵집에서 구워내는 유기농 빵은 전체의 70%를 넘기지 못합니다.

원료인 유기농 밀가루가 일반 밀가루보다 2배 정도 비싸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크리티앙(제빵사) : "문제는 여전히 가격에 있습니다. 아직도 유기농 빵이 조금 더 비쌉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유기농 빵이 더 많이 보급돼야 할 것입니다."

유기농으로 바꾸기 시작할 무렵 프랑스 정부와 유럽의회 차원에서 이뤄지던 재정 지원도 지금은 대폭 줄거나 끊겼습니다.

각 협동조합 자체적으로 수익 사업을 개발해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자연스럽게 도태됩니다.

<인터뷰> 미스트르(포도주 협동조합장) : "처음에는 유기농 포도주 생산에 대한 유럽의회 차원의 지원이 있어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5년 전부터는 지원이 더 이상 없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유통과 판매 비용도 줄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유기농 매장은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자원봉사를 하며 운영합니다.

마을 공동체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이 지역 농산물로 채웠습니다.

<인터뷰> 베르나빌(유기농 조합 대표) : "최대한 이 지역 생산자들과 거래하고,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유통 과정을 단축해 근거리 유통을 실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1997년 유기농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며 프랑스 첫 유기농, 친환경 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은 산골 마을.

최근에는 잘사는 마을을 넘어 문화 마을, 농촌 체험 마을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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