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4㎡의 경쟁력, 마음대로 뛰어놀 ‘동물의 자유’

입력 2014.12.09 (10:13) 수정 2014.12.09 (15: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유기농, 친환경 마을

프랑스의 친환경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997년 처음 유기농을 시작한 이후 20년 가까이 된 프랑스 남쪽 지중해와 가까운 코랑스란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을 농지의 95%인 250헥타르에서 친환경 생산을 한다는 설명을 제외하면 마을 입구 언덕에는 포도 밭이 펼쳐져 있고 중간중간 밀밭과 과수원이 자리를 차지한 프랑스 여느 산골 마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 "4 제곱미터(㎡)씩 뛰어놀 땅을 줍니다."
취재진의 눈길을 붙잡은 건 이 마을 중턱에 자리 잡은 레아 씨네 닭 농장이었습니다. 흔히 봐오던 아파트형 닭장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람 허리 정도 높이의 그물만 처져 있고 그 안쪽의 넓은 들판에서 닭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레아 씨는 "닭 한 마리당 4 제곱미터(㎡)꼴로 땅을 준 셈"이라고 했습니다. 가로, 세로 2미터니까 상당히 넓은 땅입니다. 나무로 지은 건물에 유기농 모이를 놔둘 뿐 다른 것은 닭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육 방식이 동물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인터뷰를 하려고 자리를 잡는 동안에도 닭들은 연신 레아 씨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니더군요. 취재진이 다가서도 별로 겁내는 기색도 없었고요.



● 우리에 가둬놓지 않는다
여기서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염소 농장이 보입니다. 여기 있는 염소들도 사람을 겁내지 않았습니다. 큰 뿔이 언뜻 위협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순하다는 농민의 말에 용기를 내 다가가 쓰다듬어봤더니 피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금세 머리를 비비며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그러다간 이내 옷을 물어 잡아당기면서 장난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리고는 개 두 마리가 이끄는 대로 넓은 들판으로 나가 풀을 뜯었습니다. 염소들은 하루 최소 6시간을 산으로 들로 나가 마음껏 돌아다닙니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사육 농민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생활 자체가 유기농

미용실도 달랐습니다. 마침 저희가 찾았을 때 한 할머니가 이곳에 염색하기 위해 왔습니다. 미용사가 4가지 재료를 섞고 물을 넣어 배합한 염색약을 고객의 머리카락에 바르는데도 염색약 특유의 화학제품에서 나는 강한 향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염색약에 들어간 4가지 종류가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한 천연 재료였습니다. 이 할머니 고객도 두피에 자극이 덜 한 것 같다며 반겼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샴푸나 로션 같은 미용 용품을 모두 유기농 제품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 소득 증가, 그리고 늘어나는 귀농
유기농,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농축산물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갈수록 넘칩니다. 마을 소득도 올라가 최근 5년 새 30%가 증가했습니다. 마을의 일자리도 2006년 162개에서 2011년 195개로 30개 이상 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마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인구 감소라는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게 됐습니다. 특히 30, 40대 젊은 사람들이 늘면서 마을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 지속 가능한 개발
친환경 마을의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경제적으로 치솟는 생산 비용을 어떻게 낮추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격을 계속 올릴 수도 없고, 결국 농가의 소득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여러 방안들이 거론됩니다. 우선 유기농 매장 같은 조합 형태의 공동체에 주민 참여 비율을 높여 유통비용을 낮추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또 생산지로서의 농촌을 뛰어넘어 농촌 체험 마을 같은 것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다만 마을을 관광지로 개방하면 생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런 방안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걱정들도 보였습니다. 프랑스 이 마을 주민들의 고민이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지, 거기에는 한국 농촌 주민들의 고민과 해법도 함께 담겨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4㎡의 경쟁력, 마음대로 뛰어놀 ‘동물의 자유’
    • 입력 2014-12-09 10:13:38
    • 수정2014-12-09 15:58:19
    취재후

● 유기농, 친환경 마을

프랑스의 친환경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997년 처음 유기농을 시작한 이후 20년 가까이 된 프랑스 남쪽 지중해와 가까운 코랑스란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을 농지의 95%인 250헥타르에서 친환경 생산을 한다는 설명을 제외하면 마을 입구 언덕에는 포도 밭이 펼쳐져 있고 중간중간 밀밭과 과수원이 자리를 차지한 프랑스 여느 산골 마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 "4 제곱미터(㎡)씩 뛰어놀 땅을 줍니다."
취재진의 눈길을 붙잡은 건 이 마을 중턱에 자리 잡은 레아 씨네 닭 농장이었습니다. 흔히 봐오던 아파트형 닭장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람 허리 정도 높이의 그물만 처져 있고 그 안쪽의 넓은 들판에서 닭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레아 씨는 "닭 한 마리당 4 제곱미터(㎡)꼴로 땅을 준 셈"이라고 했습니다. 가로, 세로 2미터니까 상당히 넓은 땅입니다. 나무로 지은 건물에 유기농 모이를 놔둘 뿐 다른 것은 닭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육 방식이 동물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인터뷰를 하려고 자리를 잡는 동안에도 닭들은 연신 레아 씨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니더군요. 취재진이 다가서도 별로 겁내는 기색도 없었고요.



● 우리에 가둬놓지 않는다
여기서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염소 농장이 보입니다. 여기 있는 염소들도 사람을 겁내지 않았습니다. 큰 뿔이 언뜻 위협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순하다는 농민의 말에 용기를 내 다가가 쓰다듬어봤더니 피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금세 머리를 비비며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그러다간 이내 옷을 물어 잡아당기면서 장난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리고는 개 두 마리가 이끄는 대로 넓은 들판으로 나가 풀을 뜯었습니다. 염소들은 하루 최소 6시간을 산으로 들로 나가 마음껏 돌아다닙니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사육 농민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생활 자체가 유기농

미용실도 달랐습니다. 마침 저희가 찾았을 때 한 할머니가 이곳에 염색하기 위해 왔습니다. 미용사가 4가지 재료를 섞고 물을 넣어 배합한 염색약을 고객의 머리카락에 바르는데도 염색약 특유의 화학제품에서 나는 강한 향이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염색약에 들어간 4가지 종류가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한 천연 재료였습니다. 이 할머니 고객도 두피에 자극이 덜 한 것 같다며 반겼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샴푸나 로션 같은 미용 용품을 모두 유기농 제품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 소득 증가, 그리고 늘어나는 귀농
유기농,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농축산물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갈수록 넘칩니다. 마을 소득도 올라가 최근 5년 새 30%가 증가했습니다. 마을의 일자리도 2006년 162개에서 2011년 195개로 30개 이상 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 마을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인구 감소라는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게 됐습니다. 특히 30, 40대 젊은 사람들이 늘면서 마을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 지속 가능한 개발
친환경 마을의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경제적으로 치솟는 생산 비용을 어떻게 낮추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격을 계속 올릴 수도 없고, 결국 농가의 소득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여러 방안들이 거론됩니다. 우선 유기농 매장 같은 조합 형태의 공동체에 주민 참여 비율을 높여 유통비용을 낮추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또 생산지로서의 농촌을 뛰어넘어 농촌 체험 마을 같은 것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논의도 시작됐습니다. 다만 마을을 관광지로 개방하면 생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런 방안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걱정들도 보였습니다. 프랑스 이 마을 주민들의 고민이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지, 거기에는 한국 농촌 주민들의 고민과 해법도 함께 담겨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