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고문 실태보고서’ 공개…“최소 119명에 자행”

입력 2014.12.10 (02:20) 수정 2014.12.1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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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실태를 담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번에 드러난 고문 행위가 대부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자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고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고 국제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비밀로 분류된 총 6천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이른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에 따라 최소 119명의 테러 용의자를 구금,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대표적 가혹행위 사례로 수주 간 잠을 재우지 않거나 벽에 세워놓고 구타하거나 조그만 상자에 가두거나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오랫동안 독방에 수용하거나, 심지어 성고문 위협 및 물고문을 가하는 수법 등이 거론됐다.

용의자를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러시안룰렛'(총알을 한 발만 넣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과 전동 드릴 등도 동원했다.

한 구금자는 수용소 바닥에 발이 체인으로 묶인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CIA와 많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기밀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수법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고 다수의 테러 음모를 분쇄했다면서 일반 국민과 정치권을 호도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동안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는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번 드러난 관행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용어로 포장하든 CIA 수감자들은 고문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게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이고, 이런 방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거 관행'이 대부분 전임인 부시 대통령 시절 행해졌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CIA의 고문과 관련한 보고를 임기 중 4년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CIA 문서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강화된 심문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2001∼2003년 사이 대통령에게 공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문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으며 미국에 악명만 가져다줬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공개에 대해 CIA 등 정보 당국과 공화당은 반발한 반면 민주당에서는 고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과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CIA의 조사 기법이 테러 위협을 막고 실제 공격 음모를 와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 검토한 바로는 혹독한 조사를 통해 실제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 미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9·11 테러 당시 CIA 수장이었던 조지 테닛 전 국장도 "이 심문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포로로 붙잡았으며 이들을 전장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상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CIA의 이런 조사 방식이 주요 테러 용의자를 잡고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 공개가 미국 국가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의 제이 록펠러(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과 칼 레빈(미시간) 상원의원은 고문에 책임 있는 CIA 관리들의 기소를 검토하라고 미국 법무부에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제 인권법에 어긋나는 조직적 범죄와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는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를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미 상원 정보위의 보고서와 관련, "고문은 언제나 잘못된 것"이라며 "고문 등 인권침해는 테러와의 전쟁에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에 대해 기소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보고서 공개가 테러 집단이나 극단주의자 등에 의한 보복 공격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보고 해외 주요 공관 시설에 대한 경비 강화 조처를 내렸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주말 세계 주요 지역의 미군 지휘관들에게 경계 태세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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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CIA 고문 실태보고서’ 공개…“최소 119명에 자행”
    • 입력 2014-12-10 02:20:05
    • 수정2014-12-10 18:57:53
    연합뉴스
9·11 테러 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실태를 담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번에 드러난 고문 행위가 대부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자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고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고 국제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비밀로 분류된 총 6천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이른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에 따라 최소 119명의 테러 용의자를 구금,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대표적 가혹행위 사례로 수주 간 잠을 재우지 않거나 벽에 세워놓고 구타하거나 조그만 상자에 가두거나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오랫동안 독방에 수용하거나, 심지어 성고문 위협 및 물고문을 가하는 수법 등이 거론됐다.

용의자를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러시안룰렛'(총알을 한 발만 넣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과 전동 드릴 등도 동원했다.

한 구금자는 수용소 바닥에 발이 체인으로 묶인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CIA와 많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기밀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수법 등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고 다수의 테러 음모를 분쇄했다면서 일반 국민과 정치권을 호도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동안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테러 위협을 막을 정보는 제대로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번 드러난 관행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용어로 포장하든 CIA 수감자들은 고문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그게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이고, 이런 방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거 관행'이 대부분 전임인 부시 대통령 시절 행해졌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CIA의 고문과 관련한 보고를 임기 중 4년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CIA 문서와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강화된 심문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2001∼2003년 사이 대통령에게 공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문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으며 미국에 악명만 가져다줬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공개에 대해 CIA 등 정보 당국과 공화당은 반발한 반면 민주당에서는 고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과거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CIA의 조사 기법이 테러 위협을 막고 실제 공격 음모를 와해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 검토한 바로는 혹독한 조사를 통해 실제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 미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9·11 테러 당시 CIA 수장이었던 조지 테닛 전 국장도 "이 심문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포로로 붙잡았으며 이들을 전장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상원 정보위 공화당 간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CIA의 이런 조사 방식이 주요 테러 용의자를 잡고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 공개가 미국 국가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의 제이 록펠러(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과 칼 레빈(미시간) 상원의원은 고문에 책임 있는 CIA 관리들의 기소를 검토하라고 미국 법무부에 요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제 인권법에 어긋나는 조직적 범죄와 엄청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는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를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미 상원 정보위의 보고서와 관련, "고문은 언제나 잘못된 것"이라며 "고문 등 인권침해는 테러와의 전쟁에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에 대해 기소를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 혐의를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법정에서 채택 가능한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보고서 공개가 테러 집단이나 극단주의자 등에 의한 보복 공격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고 보고 해외 주요 공관 시설에 대한 경비 강화 조처를 내렸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주말 세계 주요 지역의 미군 지휘관들에게 경계 태세를 높이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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