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기부지수 세계 60위…갈 길 먼 기부문화

입력 2014.12.12 (21:19) 수정 2014.12.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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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올해도 어김없이 온정의 손길을 호소하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는 서울 명동 거리입니다.

'나눔의 계절'임을 알리는 이 구세군 자선 냄비는 이곳 명동을 비롯해 전국 3백60여 곳에 설치됐는데요.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는 등 기부단체마다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지만 불우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 중년 남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액면가 5천만원의 채권을 자선냄비에 익명으로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고맙습니다”…기부금 이렇게 쓰여요▼

<리포트>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입니다.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이 카페는 구세군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는데요.

한부모 가정에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한 번 들어가 볼까요?

갓 구워낸 빵을 내 오는 카페 직원 김혜연씨.

아이를 낳아 홀로 키워온 6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혜연(한부모 가정 수혜자) : "아이 때문에 회사를 빠진다고 그러면 회사에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죠. 그게 되게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한 주방용품 업체의 기부로 미혼모들을 지원하는 이 카페가 생기면서 희망을 갖게됐습니다.

특히 카페 수익금 일부가 자신과 같은 미혼모 돕기에 쓰여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혜연 : "미혼모를 돕고 그 자녀들까지 다 도울 수 있는 일이니까 다른 일 할 때 보다는 훨씬 더 보람도 되고."

<녹취> "안녕하세요"

망막 이상증으로 겨우 빛만 볼 수 있는 시각 장애 1급 곽남희 군.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변변한 책상 하나 없이 공부해 왔는데, 두 달 전, 후원금으로 공부방이 만들어지면서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인터뷰> 곽남희('공부방 지원' 수혜자) : "책 같은 것도 무릎에 놓고 할 정도로 불편하게 공부를 했었는데/ (공부해서) 다른 장애인들 편하게끔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구세군에 접수된 기부금은 97억여 원.

저소득 가정과 아동·청소년, 사회복지시설 등에 집중 지원됐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인 작은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기부 지수 세계 60위…갈 길 먼 기부문화▼

<기자 멘트>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사랑의 온도탑입니다.

기부금이 모일수록 온도계 눈금이 조금씩 올라가는데요.

해마다 100도를 넘겨 목표치를 달성하긴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한 해 기부금 규모는 지난 2012년 기준으로 12조 원에 육박합니다.

액수만 보면 적지 않은 것 같지만, 국내 총생산의 0.9% 수준으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우선, 개인의 기부 참여율이 낮은 게 문제인데요.

해마다 한 번이라도 기부를 하는 사람은 3명에 한 명 정도인데, 그나마 지난해에는 증가세마저 꺾였습니다.

영국에서 조사한 세계기부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올해 60위로, 2년 전 45위에서 크게 뒷걸음질쳤습니다.

이밖에 기업들의 생색내기식 기부와 기부 시기가 연말에 집중되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기부 참여율이 낮은 건 역시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고, 기부에 대한 무관심이 뒤를 잇습니다.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에 기부를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기부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 관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기부금 관리 투명성 높여야▼

<리포트>

서울의 한 사회복지법인.

사무실 구석에 있는 보관함에 전표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수십만 원짜리는 물론 백원 남짓한 작은 금액까지 기부금이 사용된 영수증은 모두 보관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간하는 연차 보고서입니다.

꼼꼼한 회계 관리로 실제 수혜자에게 지급된 금액과 홍보비 등 부대 비용을 구분해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사업별로 두루뭉술하게 표기하는 다른 단체들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 단체의 기부금 규모는 10년 동안 스무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단체 관계자 : "투명성에 대한 부분들을 그분(기부자)들이 듣고 저희 쪽으로 같이 파트너십을 맺자라고 요청을 해주시는 부분들이 저희가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기부 단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가이드스타처럼 기부 활동을 감시하는 단체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윤주(아름다운재단 팀장) : "기부를 어디에 할까 살펴볼 때 어디를 통해 찾아야 할지 모르니까요. 민간에서 제공하는 그런 다양한 방식의 정보들을 한군데 모아져서 볼 수 있다면..."

또한 개인 기부자들이 지속적인 기부를 통해 기부 단체들의 활동과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부 투명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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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기부지수 세계 60위…갈 길 먼 기부문화
    • 입력 2014-12-12 21:20:52
    • 수정2014-12-12 21:35:18
    뉴스 9
<기자 멘트>

올해도 어김없이 온정의 손길을 호소하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는 서울 명동 거리입니다.

'나눔의 계절'임을 알리는 이 구세군 자선 냄비는 이곳 명동을 비롯해 전국 3백60여 곳에 설치됐는데요.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는 등 기부단체마다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지만 불우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 중년 남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액면가 5천만원의 채권을 자선냄비에 익명으로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고맙습니다”…기부금 이렇게 쓰여요▼

<리포트>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입니다.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이 카페는 구세군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는데요.

한부모 가정에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한 번 들어가 볼까요?

갓 구워낸 빵을 내 오는 카페 직원 김혜연씨.

아이를 낳아 홀로 키워온 6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혜연(한부모 가정 수혜자) : "아이 때문에 회사를 빠진다고 그러면 회사에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죠. 그게 되게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한 주방용품 업체의 기부로 미혼모들을 지원하는 이 카페가 생기면서 희망을 갖게됐습니다.

특히 카페 수익금 일부가 자신과 같은 미혼모 돕기에 쓰여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혜연 : "미혼모를 돕고 그 자녀들까지 다 도울 수 있는 일이니까 다른 일 할 때 보다는 훨씬 더 보람도 되고."

<녹취> "안녕하세요"

망막 이상증으로 겨우 빛만 볼 수 있는 시각 장애 1급 곽남희 군.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변변한 책상 하나 없이 공부해 왔는데, 두 달 전, 후원금으로 공부방이 만들어지면서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인터뷰> 곽남희('공부방 지원' 수혜자) : "책 같은 것도 무릎에 놓고 할 정도로 불편하게 공부를 했었는데/ (공부해서) 다른 장애인들 편하게끔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구세군에 접수된 기부금은 97억여 원.

저소득 가정과 아동·청소년, 사회복지시설 등에 집중 지원됐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인 작은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기부 지수 세계 60위…갈 길 먼 기부문화▼

<기자 멘트>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사랑의 온도탑입니다.

기부금이 모일수록 온도계 눈금이 조금씩 올라가는데요.

해마다 100도를 넘겨 목표치를 달성하긴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한 해 기부금 규모는 지난 2012년 기준으로 12조 원에 육박합니다.

액수만 보면 적지 않은 것 같지만, 국내 총생산의 0.9% 수준으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우선, 개인의 기부 참여율이 낮은 게 문제인데요.

해마다 한 번이라도 기부를 하는 사람은 3명에 한 명 정도인데, 그나마 지난해에는 증가세마저 꺾였습니다.

영국에서 조사한 세계기부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올해 60위로, 2년 전 45위에서 크게 뒷걸음질쳤습니다.

이밖에 기업들의 생색내기식 기부와 기부 시기가 연말에 집중되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기부 참여율이 낮은 건 역시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고, 기부에 대한 무관심이 뒤를 잇습니다.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에 기부를 꺼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기부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 관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기부금 관리 투명성 높여야▼

<리포트>

서울의 한 사회복지법인.

사무실 구석에 있는 보관함에 전표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수십만 원짜리는 물론 백원 남짓한 작은 금액까지 기부금이 사용된 영수증은 모두 보관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간하는 연차 보고서입니다.

꼼꼼한 회계 관리로 실제 수혜자에게 지급된 금액과 홍보비 등 부대 비용을 구분해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사업별로 두루뭉술하게 표기하는 다른 단체들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 단체의 기부금 규모는 10년 동안 스무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단체 관계자 : "투명성에 대한 부분들을 그분(기부자)들이 듣고 저희 쪽으로 같이 파트너십을 맺자라고 요청을 해주시는 부분들이 저희가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기부 단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가이드스타처럼 기부 활동을 감시하는 단체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윤주(아름다운재단 팀장) : "기부를 어디에 할까 살펴볼 때 어디를 통해 찾아야 할지 모르니까요. 민간에서 제공하는 그런 다양한 방식의 정보들을 한군데 모아져서 볼 수 있다면..."

또한 개인 기부자들이 지속적인 기부를 통해 기부 단체들의 활동과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부 투명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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