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민주화 새 이정표’

입력 2014.12.23 (18:00) 수정 2014.12.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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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4년 전 이맘때였죠.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선 한 노점상이 경찰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에 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나라 전역으로 퍼지면서 거대한 시민혁명으로 번지며 튀니지는 물론 이집트와 일부 중동국가들의 민주화 시위까지 촉발했었죠.

바로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었던 재스민 혁명인데요.

아랍의 봄을 불러왔던 나라, 튀니지에서 첫 민선대통령이 탄생하면서 민주화의 순조로운 진전이 가능할 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소식, 프랑스 특파원과 함께 짚어 봅니다.

김성모 특파원 !

<질문>
첫 민선 대통령의 선출, 쉽지 않은 길이었을텐데요.

한때 괴한이 투표소를 공격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무사히 마무리가 됐군요?

<답변>
네. 튀니지의 미래를 건 대선 결선투표는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해 10만여 병력이 튀니지 전역 1만 1천개 투표소에 배치된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에셉시 후보와 2위 마르주키 후보가 맞붙었는데요.

세속주의 정당을 이끄는 여든 여덟살의 원로 정치인, 베지 에셉시가 과반 이상을 득표하면서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득표율은 55.68%였습니다.

이로서 1956년 튀니지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독재의 시대를 끝내고, 민선대통령을 탄생시켰습니다.

외신들은 튀니지가 비교적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의 유일한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 당선인의 말입니다.

<녹취> 에셉시 튀니지(대통령 당선인) : "저는 튀니지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큰 희생 뒤에 그들의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질문>
아랍 민주화 혁명이 시작된 나라에서 이젠 순조롭게 민선 대통령을 선출한 나라로 거듭났는데.. 여타 아랍국가들이 권위주의 회귀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서 주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아랍의 봄 당시 이 지역에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테러와 국론 분열 등으로 민주주의 정착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시리아와 리비아는 아직도 내전을 겪고 있구요.

이집트는 군부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다시 장악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튀니지의 민주정부 출범은 상당히 신선한데요.

외신의 분석을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튀니지 군부는 전통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온 점, 또 군부에 맞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세력이 약했다는 점, 여기에 수니파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해 종파간의 갈등도 비교적 적다는 점.

이런 특징덕에 튀니지에서 민주화의 정착이 수월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입니다.

여기에 '튀니지 헌법'도 이런 과정에 힘을 보탰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튀니지 헌법을 보면 국교를 이슬람이라고 명시하되 종교의 자유는 보장했구요.

인권 침해 논란이 있었던 이슬람 율법 샤리아 관련 조항들도 모두 삭제했습니다.

또 고문을 금지하고 적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남녀 평등을 보장하면서 여성의 권리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튀니지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졌다면서요?

왜 그런 겁니까?

<답변>
에셉시 당선인에 반대하는측에서 시위를 벌인건데.. 당선인의 경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에셉시는 사실 전 독재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구체제 핵심 인사입니다.

이전 독재정권 하에서 내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구요.

아랍의 봄으로 뒤집힌 벤 알리 정부 시절에는 국회의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때문에 에셉시의 반대 세력들은 그가 당선될 경우 다시 튀니지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며 비판해 왔습니다.

반면 결선에서 낙선한 마주르카 후보는 독재정권 시절 반독재 운동으로 명성을 쌓아온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번 튀니지 국민들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투쟁력'보다는 '경륜'과 '안정'을 택했다는 평입니다.

한 시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모하메드 체리프(튀니지 국민) "새 대통령이 튀니지를 안정시키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성공했고, 이것이 모든 튀니지 국민의 승리라 행복합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렇지만 역시 새정부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죠?

어떤 과제들이 놓여있나요?

<답변>
네, 역시 경제 문제가 가장 난제죠.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현재 청년 실업률이 30% 이를 정도인데 글로벌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어서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또 반발시위가 보여주듯 반대 정파를 포용하고, 설득하는 문제가 국내정치 안정과 직결될 것으로 보이구요.

지하디스트 문제도 간단치 않습니다.

시리아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이슬람국가 is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is에 가장 많은 지하디스트를 배출한 국가가 바로 튀니지였습니다.

국내외에서 커져가는 지하디스트들의 테러 위협을 잠재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튀니지 새정부가 과연 이런 당면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가면서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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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튀니지 첫 민선 대통령…‘민주화 새 이정표’
    • 입력 2014-12-23 17:26:27
    • 수정2014-12-23 19:13:22
    글로벌24
<앵커 멘트>

4년 전 이맘때였죠.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선 한 노점상이 경찰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에 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나라 전역으로 퍼지면서 거대한 시민혁명으로 번지며 튀니지는 물론 이집트와 일부 중동국가들의 민주화 시위까지 촉발했었죠.

바로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었던 재스민 혁명인데요.

아랍의 봄을 불러왔던 나라, 튀니지에서 첫 민선대통령이 탄생하면서 민주화의 순조로운 진전이 가능할 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소식, 프랑스 특파원과 함께 짚어 봅니다.

김성모 특파원 !

<질문>
첫 민선 대통령의 선출, 쉽지 않은 길이었을텐데요.

한때 괴한이 투표소를 공격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무사히 마무리가 됐군요?

<답변>
네. 튀니지의 미래를 건 대선 결선투표는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해 10만여 병력이 튀니지 전역 1만 1천개 투표소에 배치된 가운데 치러졌습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에셉시 후보와 2위 마르주키 후보가 맞붙었는데요.

세속주의 정당을 이끄는 여든 여덟살의 원로 정치인, 베지 에셉시가 과반 이상을 득표하면서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득표율은 55.68%였습니다.

이로서 1956년 튀니지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독재의 시대를 끝내고, 민선대통령을 탄생시켰습니다.

외신들은 튀니지가 비교적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의 유일한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 당선인의 말입니다.

<녹취> 에셉시 튀니지(대통령 당선인) : "저는 튀니지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큰 희생 뒤에 그들의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질문>
아랍 민주화 혁명이 시작된 나라에서 이젠 순조롭게 민선 대통령을 선출한 나라로 거듭났는데.. 여타 아랍국가들이 권위주의 회귀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서 주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아랍의 봄 당시 이 지역에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테러와 국론 분열 등으로 민주주의 정착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시리아와 리비아는 아직도 내전을 겪고 있구요.

이집트는 군부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다시 장악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튀니지의 민주정부 출범은 상당히 신선한데요.

외신의 분석을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튀니지 군부는 전통적으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온 점, 또 군부에 맞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세력이 약했다는 점, 여기에 수니파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해 종파간의 갈등도 비교적 적다는 점.

이런 특징덕에 튀니지에서 민주화의 정착이 수월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입니다.

여기에 '튀니지 헌법'도 이런 과정에 힘을 보탰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튀니지 헌법을 보면 국교를 이슬람이라고 명시하되 종교의 자유는 보장했구요.

인권 침해 논란이 있었던 이슬람 율법 샤리아 관련 조항들도 모두 삭제했습니다.

또 고문을 금지하고 적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남녀 평등을 보장하면서 여성의 권리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튀니지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졌다면서요?

왜 그런 겁니까?

<답변>
에셉시 당선인에 반대하는측에서 시위를 벌인건데.. 당선인의 경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에셉시는 사실 전 독재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구체제 핵심 인사입니다.

이전 독재정권 하에서 내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구요.

아랍의 봄으로 뒤집힌 벤 알리 정부 시절에는 국회의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때문에 에셉시의 반대 세력들은 그가 당선될 경우 다시 튀니지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며 비판해 왔습니다.

반면 결선에서 낙선한 마주르카 후보는 독재정권 시절 반독재 운동으로 명성을 쌓아온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번 튀니지 국민들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투쟁력'보다는 '경륜'과 '안정'을 택했다는 평입니다.

한 시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모하메드 체리프(튀니지 국민) "새 대통령이 튀니지를 안정시키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성공했고, 이것이 모든 튀니지 국민의 승리라 행복합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렇지만 역시 새정부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죠?

어떤 과제들이 놓여있나요?

<답변>
네, 역시 경제 문제가 가장 난제죠.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현재 청년 실업률이 30% 이를 정도인데 글로벌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어서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또 반발시위가 보여주듯 반대 정파를 포용하고, 설득하는 문제가 국내정치 안정과 직결될 것으로 보이구요.

지하디스트 문제도 간단치 않습니다.

시리아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이슬람국가 is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is에 가장 많은 지하디스트를 배출한 국가가 바로 튀니지였습니다.

국내외에서 커져가는 지하디스트들의 테러 위협을 잠재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튀니지 새정부가 과연 이런 당면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가면서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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