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아찔한 경기장?…한국 스포츠 ‘안전 사각지대’

입력 2014.12.23 (21:20) 수정 2014.12.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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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스포츠경기장이 아예 폭삭 주저앉아버리는, 끔찍한 영상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상 현실일 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가 아닌 실제 사건입니다.

1989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영국 힐스버러 경기장의 비극인데, 한꺼번에 많은 관중이 몰려 들면서 경기장 펜스가 무너지고 사망자만 90여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였습니다.

수천, 수만 명이 한 곳에 모이는 스포츠 이벤트는 이렇듯 대형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스포츠는 어떨까요?

먼저 이승철 기자가 국내 스포츠 안전 실태를 점검해 봤습니다.

▼ 국내 스포츠 현장, 안전 불감증 심각 ▼

<리포트>

우선 경기장 구조부터 문제입니다.

관중의 시야 확보를 위한 가파른 설계가 안전에는 위험요소입니다.

관중석 1층의 경사각은 25도 안팎으로 완만하지만, 일부 경기장의 관중석 2층은 경사각이 34도에 이를 정도로 아찔합니다.

난간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 경우 앞사람까지 함께 굴러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리가 안 되는 곳도 많습니다.

군데군데 찢어진 그물 사이로 야구공이 날아와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 "(저 지붕이 왜 깨진 거예요?) 공에 맞아서 깨진 거잖아."

아예 그물망을 설치하지 않아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된 곳도 많습니다.

이렇게 구조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는 미흡합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수많은 관중이 구조가 복잡한 건물에 갇힐 수 있지만, 영화관처럼 대피로를 안내하는 도면 부착이나 안내방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장혜림(성남 팬) : "5년 동안 여기 응원하러 왔는데, 안내방송 화재 대비하는 걸 잘 들은 적도 없고, 못 들은 것 같아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매시즌 수백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겨울철 스키장도 안전 사각지대입니다.

▼ 야구장에서만 하루 평균 3명 부상 ▼

<기자 멘트>

프로야구 보러 가실 때 혹시 이 글러브 챙겨 가십니까?

파울볼이 빈번히 날아드는 내야석은 실제로 굉장히 위험한 공간입니다

지난 4년간 야구장 안전 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하루에 3명 이상 부상을 당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파울볼 사고였습니다.

또 휴대용 가스렌지를 사용하다 불이 나고, 흥분한 팬이 경기장으로 난입하는 등 안전상의 허점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실제로 종합경기장을 포함한 국내 체육시설의 안전 실태 점검 결과, 무려 146개 체육시설이 안전 매뉴얼 지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안전 시설 미비도 132건에 이르렀습니다.

번지점프 등 참여형 레저 스포츠의 안전불감증은 더 심각합니다.

육상 레저 스포츠의 경우 안전교육 전문강사 비율이 50%에 그쳤고, 응급처치 자격증을 가진 지도사는 겨우 15%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세월호 등 각종 안전사고로 스포츠에서도 경각심이 일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는 안전을 규제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요.

박선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스포츠계 안전 대책 강화 방안은? ▼

<리포트>

빈 페트병과 돗자리 등을 이용해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녹취> "안경 쓴 남자분 119에 신고해주시고, 모자 쓴 여자분 AD 가져다주세요."

'4분의 기적'으로 불리는 심폐소생술 등 수영 안전 교육을 교육부는 빠르면 내년부터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프로야구도 대용량 페트병과 캔의 반입을 금지시키는 등 내년부터 '세이프 캠페인'을 도입합니다.

한해 평균 백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안전의 사각지대' 골프연습장에도 자격을 갖춘 골프지도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우(상임 부회장) : "실내연습장 배치 기준 미달해도 (의무가 아니라) 배치 안해도 돼 95퍼센트 이상이 실내서 사고 일어남"

미국은 '준비하고, 예방한 뒤 스포츠를 즐기자'란 구호 아래 지난 2010년 부상 방지 보호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제도 정비에 힘썼습니다.

메이저리그와 NFL에서 금속 탐지기를 활용하고 몸 수색을 도입하는 등 프로 스포츠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국제축구연맹 피파도 경기장 안전과 보안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어기면경기장 출입을 금지시키는 징계를 내립니다.

<인터뷰> 서상기(스포츠안전재단) : "우리도 모호한 부분 지켜지지 않는 부분 확실히 규정 정해 벌칙 강화, 계몽 필요"

예방이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스포츠계가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하는 건 이제 권장 사항이 아닌 의무입니다.

KBS 뉴스 박선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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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아찔한 경기장?…한국 스포츠 ‘안전 사각지대’
    • 입력 2014-12-23 21:21:31
    • 수정2014-12-23 21: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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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스포츠경기장이 아예 폭삭 주저앉아버리는, 끔찍한 영상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상 현실일 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가 아닌 실제 사건입니다.

1989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영국 힐스버러 경기장의 비극인데, 한꺼번에 많은 관중이 몰려 들면서 경기장 펜스가 무너지고 사망자만 90여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였습니다.

수천, 수만 명이 한 곳에 모이는 스포츠 이벤트는 이렇듯 대형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스포츠는 어떨까요?

먼저 이승철 기자가 국내 스포츠 안전 실태를 점검해 봤습니다.

▼ 국내 스포츠 현장, 안전 불감증 심각 ▼

<리포트>

우선 경기장 구조부터 문제입니다.

관중의 시야 확보를 위한 가파른 설계가 안전에는 위험요소입니다.

관중석 1층의 경사각은 25도 안팎으로 완만하지만, 일부 경기장의 관중석 2층은 경사각이 34도에 이를 정도로 아찔합니다.

난간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 경우 앞사람까지 함께 굴러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리가 안 되는 곳도 많습니다.

군데군데 찢어진 그물 사이로 야구공이 날아와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인터뷰> 인근 주민 : "(저 지붕이 왜 깨진 거예요?) 공에 맞아서 깨진 거잖아."

아예 그물망을 설치하지 않아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된 곳도 많습니다.

이렇게 구조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는 미흡합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수많은 관중이 구조가 복잡한 건물에 갇힐 수 있지만, 영화관처럼 대피로를 안내하는 도면 부착이나 안내방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장혜림(성남 팬) : "5년 동안 여기 응원하러 왔는데, 안내방송 화재 대비하는 걸 잘 들은 적도 없고, 못 들은 것 같아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매시즌 수백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겨울철 스키장도 안전 사각지대입니다.

▼ 야구장에서만 하루 평균 3명 부상 ▼

<기자 멘트>

프로야구 보러 가실 때 혹시 이 글러브 챙겨 가십니까?

파울볼이 빈번히 날아드는 내야석은 실제로 굉장히 위험한 공간입니다

지난 4년간 야구장 안전 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하루에 3명 이상 부상을 당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파울볼 사고였습니다.

또 휴대용 가스렌지를 사용하다 불이 나고, 흥분한 팬이 경기장으로 난입하는 등 안전상의 허점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실제로 종합경기장을 포함한 국내 체육시설의 안전 실태 점검 결과, 무려 146개 체육시설이 안전 매뉴얼 지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안전 시설 미비도 132건에 이르렀습니다.

번지점프 등 참여형 레저 스포츠의 안전불감증은 더 심각합니다.

육상 레저 스포츠의 경우 안전교육 전문강사 비율이 50%에 그쳤고, 응급처치 자격증을 가진 지도사는 겨우 15%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세월호 등 각종 안전사고로 스포츠에서도 경각심이 일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는 안전을 규제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요.

박선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스포츠계 안전 대책 강화 방안은? ▼

<리포트>

빈 페트병과 돗자리 등을 이용해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녹취> "안경 쓴 남자분 119에 신고해주시고, 모자 쓴 여자분 AD 가져다주세요."

'4분의 기적'으로 불리는 심폐소생술 등 수영 안전 교육을 교육부는 빠르면 내년부터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프로야구도 대용량 페트병과 캔의 반입을 금지시키는 등 내년부터 '세이프 캠페인'을 도입합니다.

한해 평균 백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안전의 사각지대' 골프연습장에도 자격을 갖춘 골프지도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상우(상임 부회장) : "실내연습장 배치 기준 미달해도 (의무가 아니라) 배치 안해도 돼 95퍼센트 이상이 실내서 사고 일어남"

미국은 '준비하고, 예방한 뒤 스포츠를 즐기자'란 구호 아래 지난 2010년 부상 방지 보호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제도 정비에 힘썼습니다.

메이저리그와 NFL에서 금속 탐지기를 활용하고 몸 수색을 도입하는 등 프로 스포츠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국제축구연맹 피파도 경기장 안전과 보안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어기면경기장 출입을 금지시키는 징계를 내립니다.

<인터뷰> 서상기(스포츠안전재단) : "우리도 모호한 부분 지켜지지 않는 부분 확실히 규정 정해 벌칙 강화, 계몽 필요"

예방이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스포츠계가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하는 건 이제 권장 사항이 아닌 의무입니다.

KBS 뉴스 박선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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