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전한 ‘승차 거부’, 시민 불만 폭증

입력 2014.12.29 (08:10) 수정 2014.12.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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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1년여 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택시 기본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됐습니다.

당시, 택시업계들은 요금을 올리는 대신, 승차거부 같은 승객 불편을 없애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 약속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요?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요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마포구의 한 번화가입니다.

연말 모임을 끝내고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로 도로 주변이 북적입니다.

그런데, 정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인터뷰> 이미리(22세) : "진짜 짜증 나죠. 이게 (승차거부가) 한두 대면 괜찮은데 계속 그러니까. 많으면 10대도 그러는 것 같아요."

빈차로 표시된 택시를 보고, 달려가 보지만 행선지를 묻고는 그냥 출발해버리기 일쑵니다.

벌써 몇십분 째.

손님들은 아예 택시 잡는걸 포기해야 할 지경입니다.

<인터뷰> 김성우(23세) : "가까운 거리면 일부러 안 받으려고 그냥 아 됐다고 그러면서 아예 그냥 출발해버리죠. 가달라고 하면 됐다고 하고 문 닫으라고 그냥 가버리죠. 이쪽에 택시가 은근히 많은데 많이 (거부를) 해요."

도로 한쪽에 불법으로 차를 세워 놓은채, 손님을 골라 태우는 행위도 빈번합니다.

취재팀이 다가가 4~5km 정도 떨어진 공덕동에 데려 달라고 하자,

다른 택시를 타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녹취> "이거 공덕동 가나요?"

<녹취> "공덕은 여기 나가서 올라가는 거야, 차에."

조금 더 돌아봤습니다.

도로변에 나란히 차를 세워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세 대의 택시.

영업중인 택시는 분명해 보이는데, 역시 가까운 곳에 가자고 하자, 싸늘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녹취> "공덕동 가시나요?"

<녹취> "아니요. 여기 빈 차."

<녹취> "안 가요?"

<녹취> "만두나 먹자 귀찮은데."

역시 단번에 거절 당했습니다.

연말, 택시들의 손님 골라 태우기나, 승차 거부에 대한 주민 불편 신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다보니, 서울시와 경찰은 집중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단속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입니다.

역시, 귀가하려는 시민들의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도로 한쪽에서는 승차 거부를 적발하기 위해 나온 단속반과 택시 운전자 사이의 실랑이가 이어집니다.

<녹취> 단속반원 : "승객께서 **동가자고 했는데 안 태우셨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무슨 말을 하고 있어요."

<녹취> 단속반원 : "이의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나는 지금 예약 가 고 있는 사람한테 그러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예약 손님이 있어 다른 손님을 태우지 않았다는 이 택시.

그런데, 예약이 된 택시라는 표시등은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원래) 예약 불이 안 들어와요. 이거는 우리 회사에다 얘기를 해야죠."

<녹취> 단속반원: "손님이 예약했다는 객관성을 보여주세요. 어디에 있습니까?"

<녹취> 택시기사: "(손님)전화를 받아 보시라니까."

또 다른 택시.

이 택시는 두 명의 승객을 태우지 않은채 지나치는 모습이 단속반에게 목격됐는데요,

그런데,

<녹취> 택시기사 : "지금 내가 약국을 가느라고 (승객한테) 못 간다고 그런 거라고요."

<녹취> 단속반원 : "그렇다면 주행선으로 들어가서 가셨어야지 왜 (손님하고) 대화까지 나누시고 손까지 흔드시고,"

순순히 단속에 응하는 택시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단속반원과 택시 운전자 사이에, 고성이 오고갑니다.

<녹취> 택시기사(음성변조) : "아니 무슨 대한민국 법이 아무리 ×같다고 그래도 ×× 아무리, 무조건 단속하면 되느냐?"

<인터뷰> 서울시청 단속공무원 : "욕설을 심하게 하고 등등 뭐 아주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많은 시달림을 당합니다. 단속 공무원들이."

지난달,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무려 8천여 건!

서울시와 경찰이 대대적인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승객 불편 신고는 여전합니다.

특히, 단속지역을 교묘하게 피해, 불법 행위를 하는 택시도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택시기사(음성변조): "택시를 10년, 5년 한 사람들은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이나 종로 이런 데는 잘 안 갑니다. 왜, 단속하는 거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가봐야 손님들이 승차거부를 하도 많이 당했기 때문에 손님을 태워도 화가 나 있어요. 일단은."

그렇다면 승객들의 지속적인 불편 호소에도 불구하고, 택시 승차거부는 왜 사라지지 않고 있는걸까?

취재팀은 오랜 경력의 한 택시 운전사를 만나봤는데요,

승차거부의 가장 큰 원인은 택시 운전사들의 열악한 급여 조건에 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정태근 (15년 경력 택시기사) : "요금이 저희한테 되게 크죠. 법인 택시 같은 경우 한 달에 한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를 버는데 그러다 보니까 낮에는 손님이 없어서 빈차로 돌아다니고 저녁에 피크타임에는 그 못한 것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 택시 요금이 인상되긴 했지만, 정작 운전기사들의 생활은 나아진게 없다고도 했습니다.

<인터뷰> 정태근 (15년 경력 택시기사) : "기본요금이 600원 올랐는데 사납금이 2만 5천원이 올랐어요. 그러다 보니까 오른 금액에 비해 사납금이 더 올라가니까 더 부담감이 가는 거죠. 그러니까 법인택시들은 요금 올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택시 승차거부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단속 강화와 함께, 심야 버스 연장과 택시 임시승강장 설치를 비롯한 여러 개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녹취> 서울시청 택시물류과 관계자(음성변조) : "물론 있던 승차거부가 한꺼번에 싹 없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워낙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각각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그 문제점들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저희가 정책을 하는 거예요."

승차거부를 모든 택시의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을 감안해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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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여전한 ‘승차 거부’, 시민 불만 폭증
    • 입력 2014-12-29 08:34:18
    • 수정2014-12-29 14: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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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1년여 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택시 기본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됐습니다.

당시, 택시업계들은 요금을 올리는 대신, 승차거부 같은 승객 불편을 없애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 약속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요?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요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마포구의 한 번화가입니다.

연말 모임을 끝내고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로 도로 주변이 북적입니다.

그런데, 정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인터뷰> 이미리(22세) : "진짜 짜증 나죠. 이게 (승차거부가) 한두 대면 괜찮은데 계속 그러니까. 많으면 10대도 그러는 것 같아요."

빈차로 표시된 택시를 보고, 달려가 보지만 행선지를 묻고는 그냥 출발해버리기 일쑵니다.

벌써 몇십분 째.

손님들은 아예 택시 잡는걸 포기해야 할 지경입니다.

<인터뷰> 김성우(23세) : "가까운 거리면 일부러 안 받으려고 그냥 아 됐다고 그러면서 아예 그냥 출발해버리죠. 가달라고 하면 됐다고 하고 문 닫으라고 그냥 가버리죠. 이쪽에 택시가 은근히 많은데 많이 (거부를) 해요."

도로 한쪽에 불법으로 차를 세워 놓은채, 손님을 골라 태우는 행위도 빈번합니다.

취재팀이 다가가 4~5km 정도 떨어진 공덕동에 데려 달라고 하자,

다른 택시를 타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녹취> "이거 공덕동 가나요?"

<녹취> "공덕은 여기 나가서 올라가는 거야, 차에."

조금 더 돌아봤습니다.

도로변에 나란히 차를 세워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세 대의 택시.

영업중인 택시는 분명해 보이는데, 역시 가까운 곳에 가자고 하자, 싸늘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녹취> "공덕동 가시나요?"

<녹취> "아니요. 여기 빈 차."

<녹취> "안 가요?"

<녹취> "만두나 먹자 귀찮은데."

역시 단번에 거절 당했습니다.

연말, 택시들의 손님 골라 태우기나, 승차 거부에 대한 주민 불편 신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다보니, 서울시와 경찰은 집중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단속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입니다.

역시, 귀가하려는 시민들의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도로 한쪽에서는 승차 거부를 적발하기 위해 나온 단속반과 택시 운전자 사이의 실랑이가 이어집니다.

<녹취> 단속반원 : "승객께서 **동가자고 했는데 안 태우셨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무슨 말을 하고 있어요."

<녹취> 단속반원 : "이의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나는 지금 예약 가 고 있는 사람한테 그러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예약 손님이 있어 다른 손님을 태우지 않았다는 이 택시.

그런데, 예약이 된 택시라는 표시등은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녹취> 택시기사 : "(원래) 예약 불이 안 들어와요. 이거는 우리 회사에다 얘기를 해야죠."

<녹취> 단속반원: "손님이 예약했다는 객관성을 보여주세요. 어디에 있습니까?"

<녹취> 택시기사: "(손님)전화를 받아 보시라니까."

또 다른 택시.

이 택시는 두 명의 승객을 태우지 않은채 지나치는 모습이 단속반에게 목격됐는데요,

그런데,

<녹취> 택시기사 : "지금 내가 약국을 가느라고 (승객한테) 못 간다고 그런 거라고요."

<녹취> 단속반원 : "그렇다면 주행선으로 들어가서 가셨어야지 왜 (손님하고) 대화까지 나누시고 손까지 흔드시고,"

순순히 단속에 응하는 택시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단속반원과 택시 운전자 사이에, 고성이 오고갑니다.

<녹취> 택시기사(음성변조) : "아니 무슨 대한민국 법이 아무리 ×같다고 그래도 ×× 아무리, 무조건 단속하면 되느냐?"

<인터뷰> 서울시청 단속공무원 : "욕설을 심하게 하고 등등 뭐 아주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많은 시달림을 당합니다. 단속 공무원들이."

지난달,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무려 8천여 건!

서울시와 경찰이 대대적인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승객 불편 신고는 여전합니다.

특히, 단속지역을 교묘하게 피해, 불법 행위를 하는 택시도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택시기사(음성변조): "택시를 10년, 5년 한 사람들은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이나 종로 이런 데는 잘 안 갑니다. 왜, 단속하는 거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가봐야 손님들이 승차거부를 하도 많이 당했기 때문에 손님을 태워도 화가 나 있어요. 일단은."

그렇다면 승객들의 지속적인 불편 호소에도 불구하고, 택시 승차거부는 왜 사라지지 않고 있는걸까?

취재팀은 오랜 경력의 한 택시 운전사를 만나봤는데요,

승차거부의 가장 큰 원인은 택시 운전사들의 열악한 급여 조건에 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정태근 (15년 경력 택시기사) : "요금이 저희한테 되게 크죠. 법인 택시 같은 경우 한 달에 한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를 버는데 그러다 보니까 낮에는 손님이 없어서 빈차로 돌아다니고 저녁에 피크타임에는 그 못한 것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 택시 요금이 인상되긴 했지만, 정작 운전기사들의 생활은 나아진게 없다고도 했습니다.

<인터뷰> 정태근 (15년 경력 택시기사) : "기본요금이 600원 올랐는데 사납금이 2만 5천원이 올랐어요. 그러다 보니까 오른 금액에 비해 사납금이 더 올라가니까 더 부담감이 가는 거죠. 그러니까 법인택시들은 요금 올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택시 승차거부가 계속되자 서울시는 단속 강화와 함께, 심야 버스 연장과 택시 임시승강장 설치를 비롯한 여러 개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녹취> 서울시청 택시물류과 관계자(음성변조) : "물론 있던 승차거부가 한꺼번에 싹 없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워낙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각각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그 문제점들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저희가 정책을 하는 거예요."

승차거부를 모든 택시의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을 감안해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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