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전운 감도는 여야 당내 갈등

입력 2014.12.31 (10:30) 수정 2014.12.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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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여야 모두 당내 전운(戰雲)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고 있고, 당권 레이스에 돌입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와 비노간의 한판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새누리당 내의 갈등 분위기가 알려진 계기는 30일 열린 친박 의원들의 송년 모임이었다.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유기준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4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오찬회동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2시간 정도 이어진 이날 회동에서는 김 대표에 대해 "인사 전횡을 한다", "당을 사유화한다", "득표율 29%짜리가 92%를 누리려 한다" 등의 신랄한 비난이 잇따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유기준 의원은 김 대표를 겨냥,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260만 당원의 공동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우리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상현 의원도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당 대표의 모습은 한 마디로 92%의 득템('수확'이라는 의미의 인터넷 은어)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정면 충돌했던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내년엔 조금 더 많은 당내 소통을 하고 민주적으로 당 운영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참석자는 “이날 의원들의 발언 수위가 생각보다 높았다”며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이어져 온 친박-친이(친이명박)계 간 오랜 갈등이 재연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모임의 분위기가 말해주듯 새해에 새누리당 내 양 계파가 정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해에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양 계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잠복해있던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도 집권 중반기인 3년차부터 친이-친박계 간 충돌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양측의 대립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올해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과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등에서 비박계에 밀린 데 이어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참패하면서 (친박계들이)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한 해였다”며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맞는 내년에는 분명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생존을 건 주도권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친이계를 위시한 비박계는 친박 측의 이 같은 분위기에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 대표는 30일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에서 친박 의원들의 당 사유화 주장에 대해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私黨化)냐"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내가 반 이상 (친박계에 당직을) 내놨다"면서 "당 대표가 제일 큰 권력을 발휘하는 게 공천인데, 공천을 안 하겠다. 이렇게 하는데 '당을 사당으로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강조했다.

◆ 당권 레이스 본격화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 레이스도 각각 '통합'과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운 문재인, 박지원 의원간 당심(黨心) 잡기경쟁으로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론을 내세워 문 의원의 불출마를 주장해온 박 의원은 선거전이 시작되자마자 문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포문을 열고 있다. 이에 문 의원은 당심을 잡기위한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 '빅2'가 새해 첫날인 1월1일 앞다퉈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방문, 무등산 산행을 하기로 하는 등 일정이 겹쳐진 것을 두고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후보 등록 후 '인천→충청권→호남' 순으로 현장을 훑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선이 겹쳐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문 의원의 혁신안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문 의원은 대권 후보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연일 문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 박 의원의 이 같은 '문재인 때리기'는 텃밭인 호남내 비노(비노무현) 정서를 자극, 비노 지지층의 결집을 기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어 보인다.

반면 문 의원은 경쟁주자들의 네거티브 전술에 말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로 표출되는 '민심'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당심'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총력을 쏟겠다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친노와 비노의 한판 대결로 치뤄지는 이번 전당대회는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두 계파의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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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12-31 11:01:35
    정치
새해 벽두부터 여야 모두 당내 전운(戰雲)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고 있고, 당권 레이스에 돌입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와 비노간의 한판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새누리당 내의 갈등 분위기가 알려진 계기는 30일 열린 친박 의원들의 송년 모임이었다.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유기준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4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오찬회동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2시간 정도 이어진 이날 회동에서는 김 대표에 대해 "인사 전횡을 한다", "당을 사유화한다", "득표율 29%짜리가 92%를 누리려 한다" 등의 신랄한 비난이 잇따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유기준 의원은 김 대표를 겨냥,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260만 당원의 공동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우리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상현 의원도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당 대표의 모습은 한 마디로 92%의 득템('수확'이라는 의미의 인터넷 은어)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정면 충돌했던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내년엔 조금 더 많은 당내 소통을 하고 민주적으로 당 운영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참석자는 “이날 의원들의 발언 수위가 생각보다 높았다”며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이어져 온 친박-친이(친이명박)계 간 오랜 갈등이 재연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모임의 분위기가 말해주듯 새해에 새누리당 내 양 계파가 정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해에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양 계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잠복해있던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도 집권 중반기인 3년차부터 친이-친박계 간 충돌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양측의 대립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올해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과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등에서 비박계에 밀린 데 이어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참패하면서 (친박계들이)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한 해였다”며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맞는 내년에는 분명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생존을 건 주도권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친이계를 위시한 비박계는 친박 측의 이 같은 분위기에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 대표는 30일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에서 친박 의원들의 당 사유화 주장에 대해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私黨化)냐"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내가 반 이상 (친박계에 당직을) 내놨다"면서 "당 대표가 제일 큰 권력을 발휘하는 게 공천인데, 공천을 안 하겠다. 이렇게 하는데 '당을 사당으로 운영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강조했다.

◆ 당권 레이스 본격화된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 레이스도 각각 '통합'과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운 문재인, 박지원 의원간 당심(黨心) 잡기경쟁으로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론을 내세워 문 의원의 불출마를 주장해온 박 의원은 선거전이 시작되자마자 문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포문을 열고 있다. 이에 문 의원은 당심을 잡기위한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 '빅2'가 새해 첫날인 1월1일 앞다퉈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방문, 무등산 산행을 하기로 하는 등 일정이 겹쳐진 것을 두고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후보 등록 후 '인천→충청권→호남' 순으로 현장을 훑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선이 겹쳐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문 의원의 혁신안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문 의원은 대권 후보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연일 문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 박 의원의 이 같은 '문재인 때리기'는 텃밭인 호남내 비노(비노무현) 정서를 자극, 비노 지지층의 결집을 기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어 보인다.

반면 문 의원은 경쟁주자들의 네거티브 전술에 말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로 표출되는 '민심'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당심'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총력을 쏟겠다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친노와 비노의 한판 대결로 치뤄지는 이번 전당대회는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두 계파의 갈등도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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