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로 한복판 ‘돈벼락 소동’…누가? 왜?

입력 2015.01.02 (08:11) 수정 2015.01.0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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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길을 가다가 돈벼락을 맞는 상상, 한 번씩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며칠 전인데요, 대구의 한 도심에서, 한 남성이 5만 원짜리 지폐 뭉치를 허공에 뿌렸고, 이 때문에 주변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남성이 뿌린 돈이 8백만 원 쯤 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돈 알고 보니 사연이 좀 있는 돈이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구 도심에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진 건 나흘 전인 지난 월요일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왕복 8차선의 도로를 가로 지르는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려는 순간.

어디선가 수 십장의 종이 뭉치가 날아옵니다.

<녹취> 목격자 가족 (음성변조) : “제일 처음에는 전단지인 줄 알았는데 ‘엄마. 어떤 아저씨가 이렇게 서서 갑자기 뿌리더라고’ 하면서 그래서 뿌리기에 ‘설마 그런 게 뭐 돈이겠나?’ 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의 노란색 종이.

뜻밖에도 그런, 5만 원짜리 지폐였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돈이 바닥에 떨어지니까 사람들이 우왕좌왕 돈을 주워가는 입장이었고.”

10차선의 도로는 돈을 주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녹취> 목격자 가족 (음성변조) : "거기 가서(돈을) 주우려니까 완전히 차가 막히고 사람들이 그 차에서 내려서……. 막 완전히 일체 교통이 막히고 난리가……."

그 시간.

인근 파출소로도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했지만 돈다발 소동은 이미 종료된 뒤였습니다.

<녹취>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음성변조) : “(현장에) 한 5분 안에 도착했을 겁니다. 사람이 몰려 있거나 교통체증이 있다 해서 갔는데 전혀 이상이 없더라고요. 아마 순식간에 이 상황이 끝난 거죠. 돈 가져가고.”

5분 만에 끝이 난 돈다발 소동!

대체 5만 원짜리 지폐를 도로위에 뿌린 사람은 누굴까?

한참동안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은 현장 주변을 서성이던 한 수상한 남성을 발견합니다.

<녹취>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음성변조) : “저 사람인가 싶어서 내려가서 혹시 신고하셨습니까? 하니까 ‘내가 돈 뿌렸습니다.’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허리춤에 상인들이 사용하는 돈 주머니를 두둑하게 둘러찬 20대 남성.

그런데, 이 남성.

아직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 한 게 아니었습니다.

<녹취>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음성변조) : “돈을 지금 여기도 4천만 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마저 뿌린다고 하면서 인도에서 다시 도로로 나가서 돈 뿌리려고 하는 걸 잡아서 경찰서로 데리고 갔어요.”

결국 2차 돈 살포는 경찰의 제지로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이 남성이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를 살펴봤는데요, 그 안에는 정말로 5만 원 짜리 지폐로 무려 4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원 경감(대구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 : “본인 말로는 자기가 소지하고 있던 돈을 다 뿌리려고 그랬는데 그중에 일부 8백만 원 뿌리고 신고가 돼서 경찰이 출동해서 뿌리지 못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돈은 모두 얼마였어요?) 그 당시에 돈을 4,700만 원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도로에 뿌려진 돈은 5만 원 권으로 160장. 8백 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남들은 더 가지지 못해 안달인 이 돈을 이 남성은 왜 길거리에 뿌려댄 걸까?

당시 이 남성은 승용차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나오는 길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음성변조) : “돈을 많이 들고 있으면 누가 자꾸 쫓아오는거 같기도 하고 누가 뺏어갈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뿌렸다, 이렇게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본인은.”

가지고 있던 돈을 뿌리지 않으면 누군가가 자신을 해칠 것 같았다는 이 남성.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음성변조) : “돈을 많이 들고 있으니까 누가 자기를 해코지할 것 같다는 피해망상적인 생각이 들어서 길거리에 뿌려 버린 것이죠.”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뿌려진 돈을 되찾을 수는 없는 걸까?

안타깝게도 당시 현장에는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돈을 주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

게다가, 이 돈은 남성이 스스로 뿌린 돈이기 때문에, 홍콩에서 일어난 현금 수송차량 돈벼락 사건처럼, 수거자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영상이라도 있고 이게 처벌이라도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자진 신고가 들어오겠지만.”

하지만 이 돈은 주인에게 꼭 돌려줘야 할 이유가 있는 돈이었습니다.

길거리에 뿌려진 돈은 이 남성의 할아버지가 평생 고물을 수집해 모은 돈을 몸이 아픈 손자를 위해 남긴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SNS에 안타까운 사연을 올리고, 돈을 가져간 사람들이 자진해서 돌려줄 것을 호소했는데요,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 : “돈을 본인이 일부러 뿌린 것이면 찾아줄 이유는 없지만, 사연이 그렇잖아요. 아까운 돈이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올려드린 거죠.”

과연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돈을 돌려줬을까?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은 어제 각 지구대와 경찰서에 확인을 해봤습니다.

<녹취> 대구 남부경찰서 :“(돈 주었다고 신고전화 들어온 게 없나요?) 아네. 뭐 그런 건 없습니다.”

<녹취> 대구 월배지구대: “저희 관할에는 돈 주웠다고 오는 사람이 없네요.”

<녹취> 대구 상인지구대: “우리 상인지구대는 돈이 습득했다는 (신고가) 없습니다.”

같은 대답이 반복되는 상황.

역시나 무리한 기대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쯤,

<녹취> 대구 송현지구대 : “2건이 들어왔습니다. 30대 후반 남자 한 분이 100만 원을 저희 송현지구대에 방문해서 자기가 100만 원을 그때 주웠다고 저희한테 전달해서 이건 당사자에게 인계를 했고요.”

돈을 주운 시민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어머니가 주운 돈 15만 원을 경찰에 돌려줬다는 한 여성과 어렵게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요,

<녹취> 시민 (15만원 자진신고) : “좀 짠 한 거예요. 저도 부모님이 계시고 이래서……, 어떻게 (유산을) 물려 주셨다고 하는 걸 보니까 좀 짠하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도 아마 기사를 봤으면 그걸(주운 돈을) 갖다 주라고 하셨을 건데...”

지금까지 경찰에 회수된 돈은 모두 115만 원.

돈을 포기하고 있었던 남성의 가족들도 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원 대장(대구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 : “돈을 못 돌려받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일부나마 이렇게 돌려받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을 하시고”

허공에 뿌려진 돈다발.

그리고, 이걸 다시 돌려주고 있는 시민들.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날 뻔했던 돈봉투 사건이 오히려 차가운 겨울을 훈훈하게 녹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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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로 한복판 ‘돈벼락 소동’…누가? 왜?
    • 입력 2015-01-02 08:15:47
    • 수정2015-01-02 19: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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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길을 가다가 돈벼락을 맞는 상상, 한 번씩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며칠 전인데요, 대구의 한 도심에서, 한 남성이 5만 원짜리 지폐 뭉치를 허공에 뿌렸고, 이 때문에 주변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남성이 뿌린 돈이 8백만 원 쯤 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돈 알고 보니 사연이 좀 있는 돈이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에서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구 도심에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진 건 나흘 전인 지난 월요일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왕복 8차선의 도로를 가로 지르는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려는 순간.

어디선가 수 십장의 종이 뭉치가 날아옵니다.

<녹취> 목격자 가족 (음성변조) : “제일 처음에는 전단지인 줄 알았는데 ‘엄마. 어떤 아저씨가 이렇게 서서 갑자기 뿌리더라고’ 하면서 그래서 뿌리기에 ‘설마 그런 게 뭐 돈이겠나?’ 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의 노란색 종이.

뜻밖에도 그런, 5만 원짜리 지폐였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돈이 바닥에 떨어지니까 사람들이 우왕좌왕 돈을 주워가는 입장이었고.”

10차선의 도로는 돈을 주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녹취> 목격자 가족 (음성변조) : "거기 가서(돈을) 주우려니까 완전히 차가 막히고 사람들이 그 차에서 내려서……. 막 완전히 일체 교통이 막히고 난리가……."

그 시간.

인근 파출소로도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했지만 돈다발 소동은 이미 종료된 뒤였습니다.

<녹취>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음성변조) : “(현장에) 한 5분 안에 도착했을 겁니다. 사람이 몰려 있거나 교통체증이 있다 해서 갔는데 전혀 이상이 없더라고요. 아마 순식간에 이 상황이 끝난 거죠. 돈 가져가고.”

5분 만에 끝이 난 돈다발 소동!

대체 5만 원짜리 지폐를 도로위에 뿌린 사람은 누굴까?

한참동안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은 현장 주변을 서성이던 한 수상한 남성을 발견합니다.

<녹취>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음성변조) : “저 사람인가 싶어서 내려가서 혹시 신고하셨습니까? 하니까 ‘내가 돈 뿌렸습니다.’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허리춤에 상인들이 사용하는 돈 주머니를 두둑하게 둘러찬 20대 남성.

그런데, 이 남성.

아직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 한 게 아니었습니다.

<녹취>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음성변조) : “돈을 지금 여기도 4천만 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마저 뿌린다고 하면서 인도에서 다시 도로로 나가서 돈 뿌리려고 하는 걸 잡아서 경찰서로 데리고 갔어요.”

결국 2차 돈 살포는 경찰의 제지로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이 남성이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를 살펴봤는데요, 그 안에는 정말로 5만 원 짜리 지폐로 무려 4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원 경감(대구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 : “본인 말로는 자기가 소지하고 있던 돈을 다 뿌리려고 그랬는데 그중에 일부 8백만 원 뿌리고 신고가 돼서 경찰이 출동해서 뿌리지 못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돈은 모두 얼마였어요?) 그 당시에 돈을 4,700만 원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도로에 뿌려진 돈은 5만 원 권으로 160장. 8백 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남들은 더 가지지 못해 안달인 이 돈을 이 남성은 왜 길거리에 뿌려댄 걸까?

당시 이 남성은 승용차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나오는 길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음성변조) : “돈을 많이 들고 있으면 누가 자꾸 쫓아오는거 같기도 하고 누가 뺏어갈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뿌렸다, 이렇게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본인은.”

가지고 있던 돈을 뿌리지 않으면 누군가가 자신을 해칠 것 같았다는 이 남성.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음성변조) : “돈을 많이 들고 있으니까 누가 자기를 해코지할 것 같다는 피해망상적인 생각이 들어서 길거리에 뿌려 버린 것이죠.”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뿌려진 돈을 되찾을 수는 없는 걸까?

안타깝게도 당시 현장에는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돈을 주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

게다가, 이 돈은 남성이 스스로 뿌린 돈이기 때문에, 홍콩에서 일어난 현금 수송차량 돈벼락 사건처럼, 수거자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영상이라도 있고 이게 처벌이라도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자진 신고가 들어오겠지만.”

하지만 이 돈은 주인에게 꼭 돌려줘야 할 이유가 있는 돈이었습니다.

길거리에 뿌려진 돈은 이 남성의 할아버지가 평생 고물을 수집해 모은 돈을 몸이 아픈 손자를 위해 남긴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SNS에 안타까운 사연을 올리고, 돈을 가져간 사람들이 자진해서 돌려줄 것을 호소했는데요,

<녹취>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 : “돈을 본인이 일부러 뿌린 것이면 찾아줄 이유는 없지만, 사연이 그렇잖아요. 아까운 돈이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올려드린 거죠.”

과연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돈을 돌려줬을까?

뉴스 따라잡기 취재팀은 어제 각 지구대와 경찰서에 확인을 해봤습니다.

<녹취> 대구 남부경찰서 :“(돈 주었다고 신고전화 들어온 게 없나요?) 아네. 뭐 그런 건 없습니다.”

<녹취> 대구 월배지구대: “저희 관할에는 돈 주웠다고 오는 사람이 없네요.”

<녹취> 대구 상인지구대: “우리 상인지구대는 돈이 습득했다는 (신고가) 없습니다.”

같은 대답이 반복되는 상황.

역시나 무리한 기대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쯤,

<녹취> 대구 송현지구대 : “2건이 들어왔습니다. 30대 후반 남자 한 분이 100만 원을 저희 송현지구대에 방문해서 자기가 100만 원을 그때 주웠다고 저희한테 전달해서 이건 당사자에게 인계를 했고요.”

돈을 주운 시민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어머니가 주운 돈 15만 원을 경찰에 돌려줬다는 한 여성과 어렵게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요,

<녹취> 시민 (15만원 자진신고) : “좀 짠 한 거예요. 저도 부모님이 계시고 이래서……, 어떻게 (유산을) 물려 주셨다고 하는 걸 보니까 좀 짠하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도 아마 기사를 봤으면 그걸(주운 돈을) 갖다 주라고 하셨을 건데...”

지금까지 경찰에 회수된 돈은 모두 115만 원.

돈을 포기하고 있었던 남성의 가족들도 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원 대장(대구 달서경찰서 송현지구대) : “돈을 못 돌려받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일부나마 이렇게 돌려받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을 하시고”

허공에 뿌려진 돈다발.

그리고, 이걸 다시 돌려주고 있는 시민들.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날 뻔했던 돈봉투 사건이 오히려 차가운 겨울을 훈훈하게 녹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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