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부터 그리스까지…한국경제 연초부터 ‘살얼음판’

입력 2015.01.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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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이 '내우외환'으로 연초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경고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누적된 가계 부채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유가 급락과 그리스발 악재 등 돌발 악재까지 터져 나오면서 대내외 시장 불안이 당초 예상보다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경제의 대내외 건전성이 과거 위기상황보다 튼튼해진 만큼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새해 벽두 유가·그리스발 충격…주식·외환시장 '출렁'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유가 급락과 그리스발(發) 충격 여파로 전날보다 33.30포인트(1.74%) 떨어진 1,882.45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1,877.38까지 빠져 종가 기준으로는 1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여파가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 증시에 부담을 줬다.

외환시장도 변동성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1원 내린 달러당 1,098.8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 하락과 그리스 불안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며 엔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 대비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화는 철저히 엔화에 연동된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 모습을 나타냈다.

◇"금융불안 올해 내내 지속 가능성"

올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경고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5일 금융기관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올해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의 엇갈림이 분명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어느 한 국가의 금융위험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해 인사 자리의 신년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금융시장을 뒤흔들 대외 불안 요인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유로존 디플레이션,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 유가 하락 등을 꼽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는 "국제 유가 등 영향으로 시장이 불안했는데 이런 시장 불안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미 금리인상에 따라) 자본 유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한국은 기초여건이 튼튼해 차별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유출 가능성에 대해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 기초 양호…지나친 비관론 경계해야" 의견도

비관론을 지나치게 확장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결국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런 맥락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하루의 시장 변동성만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면서 "유가 하락이 주식시장의 직접적인 불안요인이라기보다 러시아 등 산유국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97년 외환 위기와는 여건이 많이 달라졌는데 불안심리 반응은 그때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정책당국도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도 결국은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은 과도기이고 적응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외 불안 요인에 대해 모니터링과 대비책을 강화하고 대내 불안 요인에 대한 구조개혁을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급격한 금융시장 불안 위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국제유가가 너무 급변함에 따라 시장이 균형을 잡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는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가 양호해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급격히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정부든 기업이든 대내외 변동성에 대해 충분히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갖춰가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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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부터 그리스까지…한국경제 연초부터 ‘살얼음판’
    • 입력 2015-01-06 17:10:58
    연합뉴스
금융시장이 '내우외환'으로 연초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경고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누적된 가계 부채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유가 급락과 그리스발 악재 등 돌발 악재까지 터져 나오면서 대내외 시장 불안이 당초 예상보다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경제의 대내외 건전성이 과거 위기상황보다 튼튼해진 만큼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새해 벽두 유가·그리스발 충격…주식·외환시장 '출렁'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유가 급락과 그리스발(發) 충격 여파로 전날보다 33.30포인트(1.74%) 떨어진 1,882.45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1,877.38까지 빠져 종가 기준으로는 1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여파가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 증시에 부담을 줬다. 외환시장도 변동성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1원 내린 달러당 1,098.8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 하락과 그리스 불안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며 엔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 대비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화는 철저히 엔화에 연동된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 모습을 나타냈다. ◇"금융불안 올해 내내 지속 가능성" 올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경고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5일 금융기관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올해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의 엇갈림이 분명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어느 한 국가의 금융위험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해 인사 자리의 신년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금융시장을 뒤흔들 대외 불안 요인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유로존 디플레이션,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 유가 하락 등을 꼽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는 "국제 유가 등 영향으로 시장이 불안했는데 이런 시장 불안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미 금리인상에 따라) 자본 유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한국은 기초여건이 튼튼해 차별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유출 가능성에 대해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 기초 양호…지나친 비관론 경계해야" 의견도 비관론을 지나치게 확장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결국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런 맥락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하루의 시장 변동성만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면서 "유가 하락이 주식시장의 직접적인 불안요인이라기보다 러시아 등 산유국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97년 외환 위기와는 여건이 많이 달라졌는데 불안심리 반응은 그때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정책당국도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도 결국은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은 과도기이고 적응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외 불안 요인에 대해 모니터링과 대비책을 강화하고 대내 불안 요인에 대한 구조개혁을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급격한 금융시장 불안 위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국제유가가 너무 급변함에 따라 시장이 균형을 잡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는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가 양호해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급격히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정부든 기업이든 대내외 변동성에 대해 충분히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갖춰가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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