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내·딸 살해 40대 가장, 도대체 왜?

입력 2015.01.07 (08:11) 수정 2015.01.07 (09: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어제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두 명의 어린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시신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몇 시간 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뜻밖에도 숨진 세 모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40대 남성이었습니다.

부족함 없던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었던 이 남성이, 왜 이런일을 벌이게 된걸까.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해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119센터로 예사롭지 않은 전화가 걸려온 건, 어제 오전 6시 반쯤이었습니다.

<녹취> 119안전센터 관계자 : "출동 시간은 6시 28분이네요. 신고를 119 종합상황실에서 받으면 지령은 바로 저희한테 내려와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한 중년의 남성.

그런데, 신고 내용이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했다며, 자신도 곧 목숨을 끊겠다는 이 남성.

경찰은 즉시, 남성이 지목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습니다.

설마 하며, 현관문을 열어본 경찰.

경찰의 눈에 들어온 건 끔찍하게도 싸늘하게 식어 있는 3구의 시신이었습니다.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 들은 이 집에 살던 40대 주부와 14살과 8살 난 두 딸.

1차 검안 결과, 이들의 시신에서는 누군가에게 목이 졸린 듯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방안에서 발견된 2장의 메모.

메모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지옥에서 죗값을 치르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즉시 일가족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이 집안의 가장인 40대 남성 강 모 씨를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119신고 전화 뒤, 자취를 감춰버린 강 씨의 행방을 긴급히 쫓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경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 4팀) : “사건 즉시 서울 및 전국에 긴급 수사 배치하여 각 지방청과 수사 공조한 끝에 (찾았습니다.)”

경찰이 강 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결과, 새벽 시간 119에 신고 전화를 한 지점은 집으로부터 120km 정도 떨어진, 충북 청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강 씨는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위치가 노출된 강 씨는 얼마 가지 못해 긴급 지령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 들에게 검거됐습니다.

<녹취> 김석태(경위/경북 문경경찰서 농암파출소) : “용의차량을 우리가 상황실로 전파를 받고 농암면 소재의 면사무소에서 용의 차량을 우리가 발견하게 됐어요. 우리 순찰차가 가로막아서 차량 검거를 하게 됐습니다.”

당시 강 씨를 검거한 경찰관은 차를 세우고 나온 강 씨가 모든 걸 체념한 얼굴이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석태(경위/경북 문경경찰서 농암 파출소) : “자포자기를 한 상태로 체념한 상태였습니다. 자기는 죽어야 한다고 하면서 삶을 비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강 씨의 몸에서는 자해한 듯한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녹취> 김석태(경위/경북 문경경찰서 농암파출소 ) : “왼쪽 팔목에 알 수 없는 도구로 자해한 흔적은 있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요. 자기가 자살을 하려고 그런 시도는 했는데 미수에 그친 것 같아요.“

검거 직후 곧바로 서울로 이송된 강 씨.

경찰은 검거된 강 씨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일절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00(피의자) : "(가족들 숨지게 한 동기가 뭐에요?)”

<인터뷰> 강00(피의자) : “(아내는 함께 죽는 것에 동의하신 건가요?) ….”

강 씨는 119에 한 신고 내용대로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강00(피의자) : “(가족들이랑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하셨던 거예요?) …."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을 만한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게 한 걸까?

취재진이 만난 이웃 들은 도무지 이런 일이 일어난걸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는데요,

평소 네 가족이 모두 친절하고, 또 구김없이 밝았다는 이웃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밝아요. 아주머니도 내가 반짝반짝 아줌마라고 했거든. 젊은 사람들 이 그렇게 인사 꼬박꼬박 하는 사람들 드물잖 아요. 아이 들도 똑똑한데….”

피의자 강 씨 역시, 가정적이고 다정한 성격을 가진 평범한 아빠였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제가 ‘아버님, 이거 하나 올라가서 드세요.’ 이렇게 하면 좋아하고. (아빠랑) 손을 잡고 저녁에 줄넘기 갔다 온다고 하면서 애가 굉장히 좋아해요. 아빠라고.”

이렇게 아무런 문제 없이 화목해 보였다는 강 씨 가족.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를 토대로 강 씨 가족이 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경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 4팀) : “경제적인 어려운 생활을 비관해서 유서에 보면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현재 저희가 생활의 어려움이 살해 동기가 아닌가, 그렇게 보고 수사를 하는 상황입니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중산층이었던 강 씨.

강 씨는 3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뒤, 별다른 수입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선배의 사무실이나 고시원을 얻어 오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인터뷰> 김성태(경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 4팀 ) : “컴퓨터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최근 2, 3년 전에 그만둬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것을 비관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5억여 원을 빌려 주식 투자를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한 뒤 크게 체념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레슨비를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는데 몇 달 전부턴가 한 달 정도가 지체가 되더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시가 11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한 강 씨 가족의 경제난이 이렇게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했던 건지, 혹시 다른 이유는 없었는지 여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찰은 숨진 세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고, 강 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아내·딸 살해 40대 가장, 도대체 왜?
    • 입력 2015-01-07 08:21:19
    • 수정2015-01-07 09:25:0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어제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두 명의 어린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시신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몇 시간 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뜻밖에도 숨진 세 모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40대 남성이었습니다.

부족함 없던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었던 이 남성이, 왜 이런일을 벌이게 된걸까.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해 사건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119센터로 예사롭지 않은 전화가 걸려온 건, 어제 오전 6시 반쯤이었습니다.

<녹취> 119안전센터 관계자 : "출동 시간은 6시 28분이네요. 신고를 119 종합상황실에서 받으면 지령은 바로 저희한테 내려와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한 중년의 남성.

그런데, 신고 내용이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했다며, 자신도 곧 목숨을 끊겠다는 이 남성.

경찰은 즉시, 남성이 지목한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습니다.

설마 하며, 현관문을 열어본 경찰.

경찰의 눈에 들어온 건 끔찍하게도 싸늘하게 식어 있는 3구의 시신이었습니다.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 들은 이 집에 살던 40대 주부와 14살과 8살 난 두 딸.

1차 검안 결과, 이들의 시신에서는 누군가에게 목이 졸린 듯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방안에서 발견된 2장의 메모.

메모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지옥에서 죗값을 치르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즉시 일가족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이 집안의 가장인 40대 남성 강 모 씨를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119신고 전화 뒤, 자취를 감춰버린 강 씨의 행방을 긴급히 쫓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경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 4팀) : “사건 즉시 서울 및 전국에 긴급 수사 배치하여 각 지방청과 수사 공조한 끝에 (찾았습니다.)”

경찰이 강 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결과, 새벽 시간 119에 신고 전화를 한 지점은 집으로부터 120km 정도 떨어진, 충북 청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강 씨는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위치가 노출된 강 씨는 얼마 가지 못해 긴급 지령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 들에게 검거됐습니다.

<녹취> 김석태(경위/경북 문경경찰서 농암파출소) : “용의차량을 우리가 상황실로 전파를 받고 농암면 소재의 면사무소에서 용의 차량을 우리가 발견하게 됐어요. 우리 순찰차가 가로막아서 차량 검거를 하게 됐습니다.”

당시 강 씨를 검거한 경찰관은 차를 세우고 나온 강 씨가 모든 걸 체념한 얼굴이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김석태(경위/경북 문경경찰서 농암 파출소) : “자포자기를 한 상태로 체념한 상태였습니다. 자기는 죽어야 한다고 하면서 삶을 비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강 씨의 몸에서는 자해한 듯한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녹취> 김석태(경위/경북 문경경찰서 농암파출소 ) : “왼쪽 팔목에 알 수 없는 도구로 자해한 흔적은 있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요. 자기가 자살을 하려고 그런 시도는 했는데 미수에 그친 것 같아요.“

검거 직후 곧바로 서울로 이송된 강 씨.

경찰은 검거된 강 씨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일절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강00(피의자) : "(가족들 숨지게 한 동기가 뭐에요?)”

<인터뷰> 강00(피의자) : “(아내는 함께 죽는 것에 동의하신 건가요?) ….”

강 씨는 119에 한 신고 내용대로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강00(피의자) : “(가족들이랑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하셨던 거예요?) …."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을 만한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게 한 걸까?

취재진이 만난 이웃 들은 도무지 이런 일이 일어난걸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는데요,

평소 네 가족이 모두 친절하고, 또 구김없이 밝았다는 이웃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밝아요. 아주머니도 내가 반짝반짝 아줌마라고 했거든. 젊은 사람들 이 그렇게 인사 꼬박꼬박 하는 사람들 드물잖 아요. 아이 들도 똑똑한데….”

피의자 강 씨 역시, 가정적이고 다정한 성격을 가진 평범한 아빠였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제가 ‘아버님, 이거 하나 올라가서 드세요.’ 이렇게 하면 좋아하고. (아빠랑) 손을 잡고 저녁에 줄넘기 갔다 온다고 하면서 애가 굉장히 좋아해요. 아빠라고.”

이렇게 아무런 문제 없이 화목해 보였다는 강 씨 가족.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를 토대로 강 씨 가족이 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경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 4팀) : “경제적인 어려운 생활을 비관해서 유서에 보면 그렇게 나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현재 저희가 생활의 어려움이 살해 동기가 아닌가, 그렇게 보고 수사를 하는 상황입니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중산층이었던 강 씨.

강 씨는 3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뒤, 별다른 수입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선배의 사무실이나 고시원을 얻어 오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인터뷰> 김성태(경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 4팀 ) : “컴퓨터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최근 2, 3년 전에 그만둬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것을 비관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5억여 원을 빌려 주식 투자를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한 뒤 크게 체념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음성변조) : “레슨비를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는데 몇 달 전부턴가 한 달 정도가 지체가 되더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시가 11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한 강 씨 가족의 경제난이 이렇게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했던 건지, 혹시 다른 이유는 없었는지 여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찰은 숨진 세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고, 강 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