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견제는 커녕…사외이사 ‘거수기’ 전락

입력 2015.01.07 (23:18) 수정 2015.01.08 (00: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은 대한항공 황제 경영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런 잘못된 경영 행태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경제부 이경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경영진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결정에 반대가 없었다.

그렇다면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거 아닌가요?

<답변>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는데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대한항공의 사업 보고서를 보면, 이사회에 상정된 29개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대한 기록은 한 건도 찾아볼 수 없고요.

지난 5년 간을 살펴봐도, 37차례 이사회에서 152개 안건이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대한항공 사외이사진 구성도 독립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사외이사는 모두 7명인데요.

이 가운데 대한항공과 관련이 있는 법률사무소 출신이 3명이나 됩니다.

대한항공 계열 대학의 교수도 있고요.

한 사외이사는 1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7명 가운데 5명이 대한항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말인데요.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송민경(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 "이해 관계에 얽혀있게 되면,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이라던지, 오너리스크를 정상적으로 견제하고 감독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질문>
이런 상황이 단지 대한항공에만 국한된 건 아니죠?

<답변>
네,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가 얼마 전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 받았는데요.

당시 고가 낙찰 논란에 휩싸이면서 비판을 많이 받았던 현대차 사외이사들도 5년 동안 139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반대 의견이 없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사외이사의 반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 기업 관계자 얘기 들어보시죠.

<녹취> 기업 관계자 : "사외이사분들 통해서 회사의 중요한 정책들이 결정된다고 보여지지는 않고요. (사외이사는) 뭔가 저희가 모셔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는 회의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받는데요.

이 돈은 거수기 역할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감시. 견제의 대가라는 점을 사외이사들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현장] 견제는 커녕…사외이사 ‘거수기’ 전락
    • 입력 2015-01-07 23:23:36
    • 수정2015-01-08 00:07:16
    뉴스라인 W
<앵커 멘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은 대한항공 황제 경영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런 잘못된 경영 행태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경제부 이경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경영진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결정에 반대가 없었다.

그렇다면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거 아닌가요?

<답변>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는데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대한항공의 사업 보고서를 보면, 이사회에 상정된 29개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대한 기록은 한 건도 찾아볼 수 없고요.

지난 5년 간을 살펴봐도, 37차례 이사회에서 152개 안건이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대한항공 사외이사진 구성도 독립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사외이사는 모두 7명인데요.

이 가운데 대한항공과 관련이 있는 법률사무소 출신이 3명이나 됩니다.

대한항공 계열 대학의 교수도 있고요.

한 사외이사는 1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7명 가운데 5명이 대한항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말인데요.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송민경(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 "이해 관계에 얽혀있게 되면,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이라던지, 오너리스크를 정상적으로 견제하고 감독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질문>
이런 상황이 단지 대한항공에만 국한된 건 아니죠?

<답변>
네,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가 얼마 전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 받았는데요.

당시 고가 낙찰 논란에 휩싸이면서 비판을 많이 받았던 현대차 사외이사들도 5년 동안 139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반대 의견이 없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사외이사의 반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 기업 관계자 얘기 들어보시죠.

<녹취> 기업 관계자 : "사외이사분들 통해서 회사의 중요한 정책들이 결정된다고 보여지지는 않고요. (사외이사는) 뭔가 저희가 모셔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는 회의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받는데요.

이 돈은 거수기 역할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감시. 견제의 대가라는 점을 사외이사들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