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2명 사망’ 주택가 인질극…도대체 왜?

입력 2015.01.14 (08:11) 수정 2015.01.14 (17: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사건이 또 벌어졌습니다.

어제 경기도 안산의 한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집안에 있던 가족들을 포박한 채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어린 학생을 포함해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질극을 벌인 남성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전 남편의 집을 침입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참혹했던, 5시간의 인질극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경기도 안산의 한 주택가.

출근 시간이 막 지난 오전 9시 반쯤,

조용했던 동네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9시 36분에 첫 신고가 들어왔고요. 아이들이 묶여있다."

주택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건물 주변을 통제하고, 황급히 상황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녹취> 박성주(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 : "계속 통화가 된 상태인데, (신고자의) 큰딸 말에 의하면 본인도 지금 목에 흉기가 대 있는 상태로 협박을 당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3층 가정집에 침입한 40대 남성.

집 안에는 집주인인 49살 박 모 씨와 고등학생인 박 씨의 두 딸 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괴한은 왜 남의 집에 들어가 가족들을 인질로 잡은 걸까?

상황은 이랬습니다.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남성은 47살 김 모 씨.

김 씨는 재혼한 아내와 몇 달 전부터 별거 중이었는데, 연락되지 않는 아내를 만나겠다며, 아내의 전 남편인 박 씨의 집을 찾아와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겁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부인과 통화하고 싶다, (왜) 자기를 무시하고 (했는지) 이런 식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것이죠."

현장에는 인질을 구출할 경찰 특공대와 협상 전문가, 119구급대 등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우선 급한 일은 인질범을 진정시키는 일.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부인) : "같은 경우에는 미안하다고 이런 식으로 사과하며 계속 통화하고, 저희 인질 대응팀과 협상 대응팀이 중간중간 같이 통화하고, 우리도 설득하고 자수도 권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아내에게 욕설과 고성을 지르는 등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김 씨의 부모가 집 안으로 들어가 설득을 해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가스통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동네 사람들 다 대피하고 놀랐죠."

시간은 어느덧, 오후로 접어들었습니다.

경찰은 옥상에 침투조를 배치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그 때.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범인이 ‘내가 자수를 하겠다’ 담당 형사한테 ‘내가 여기서 문을 열고 걸어 나오면 되죠?’ 이런 식으로 말해서 그러면 ‘나와라.’ (했어요.)"

경찰은 김 씨가 극적으로 인질극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갑자기) 전화기를 꺼놓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이것은 다른 돌발 변수가 있나 보다."

결국, 인질극이 시작된 지 5시간 만인 오후 2시 반쯤, 강제 진압 작전이 개시됐습니다.

옥상에서 로프를 이용해, 집안으로 침투한 경찰 특공대.

내부의 상황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일촉즉발의 상태였습니다.

모두가 숨죽여 건물의 출입구를 지켜보는 순간.

안타깝게도,

무사히 구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인질이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납니다.

숨진 시신은 집 주인인 박 씨.

그리고, 16살 어린 딸도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종화(경찰대학 위기협상연구센터장) : "(인질 협상 중에) 본인의 입으로 내가 이미 사람을 죽였다. 저희들은 그것이 미심쩍어서 계속해서 확인했습니다."

경찰관 들에게 둘러싸인 채 건물 밖으로 끌려 나오는 인질범.

김 씨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 걸까?

김 씨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재혼한 건 지난 2007년.

하지만 결혼 8년만인 지난해 8월부터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고, 김 씨는 별거 중인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계속 다른 남자를 만나고, 누구랑 술 먹고, 어디를 다니고 별거 중이지만 법적인 아내에 대한 외도를 의심을 해서."

아내와 전 남편 박 씨의 사이까지 의심하게 된 김 씨.

연락되지 않는 아내를 찾겠다며, 급기야 박 씨의 집을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김 씨가 박 씨의 집에 들어간 이 시점을 사건 하루 전날인 그제 오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12일) : "오후 3시나 4시 그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집안에 있던 박 씨 지인에게) 남편의 동생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볼일이 있다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열어준 것 같습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건, 작은딸과 집주인 박 씨의 지인인 40대 여성.

밤 9시쯤, 박 씨가 귀가하자 김 씨는 몸싸움 끝에 박 씨를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밤 11시쯤 귀가한 큰딸을 비롯해 여성 인질 세 명을 포박한 뒤 인질극을 시작한 겁니다.

작은딸이 희생된 건, 어제 오전 김 씨가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에 벌인 일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12일) : "21시경 전 남편 (박 씨가) 들어오자 몸싸움 도중 (김 씨가) 흉기로 살해하고 화장실에 방치했으며, (13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작은딸 박 모 양을 부인과 통화 도중에 흥분하여 살해했다."

현장에서 구출된 큰딸과 박 씨의 지인은 사건 당시 받은 충격으로 진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숨 진 박 씨) 장애인 그 남자가 딸들을 키웠어요. 가족들이 밝게 살았어요. 어렵게 살아도 아이들도 상냥하고 인사성도 밝고."

단란했던 가족의 행복을 한순간에 빼앗아간 인질극.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더 정확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2명 사망’ 주택가 인질극…도대체 왜?
    • 입력 2015-01-14 08:20:09
    • 수정2015-01-14 17:07:34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사건이 또 벌어졌습니다.

어제 경기도 안산의 한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집안에 있던 가족들을 포박한 채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어린 학생을 포함해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질극을 벌인 남성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전 남편의 집을 침입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참혹했던, 5시간의 인질극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경기도 안산의 한 주택가.

출근 시간이 막 지난 오전 9시 반쯤,

조용했던 동네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9시 36분에 첫 신고가 들어왔고요. 아이들이 묶여있다."

주택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건물 주변을 통제하고, 황급히 상황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녹취> 박성주(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 : "계속 통화가 된 상태인데, (신고자의) 큰딸 말에 의하면 본인도 지금 목에 흉기가 대 있는 상태로 협박을 당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3층 가정집에 침입한 40대 남성.

집 안에는 집주인인 49살 박 모 씨와 고등학생인 박 씨의 두 딸 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괴한은 왜 남의 집에 들어가 가족들을 인질로 잡은 걸까?

상황은 이랬습니다.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남성은 47살 김 모 씨.

김 씨는 재혼한 아내와 몇 달 전부터 별거 중이었는데, 연락되지 않는 아내를 만나겠다며, 아내의 전 남편인 박 씨의 집을 찾아와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겁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부인과 통화하고 싶다, (왜) 자기를 무시하고 (했는지) 이런 식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것이죠."

현장에는 인질을 구출할 경찰 특공대와 협상 전문가, 119구급대 등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우선 급한 일은 인질범을 진정시키는 일.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부인) : "같은 경우에는 미안하다고 이런 식으로 사과하며 계속 통화하고, 저희 인질 대응팀과 협상 대응팀이 중간중간 같이 통화하고, 우리도 설득하고 자수도 권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아내에게 욕설과 고성을 지르는 등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김 씨의 부모가 집 안으로 들어가 설득을 해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가스통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동네 사람들 다 대피하고 놀랐죠."

시간은 어느덧, 오후로 접어들었습니다.

경찰은 옥상에 침투조를 배치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그 때.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범인이 ‘내가 자수를 하겠다’ 담당 형사한테 ‘내가 여기서 문을 열고 걸어 나오면 되죠?’ 이런 식으로 말해서 그러면 ‘나와라.’ (했어요.)"

경찰은 김 씨가 극적으로 인질극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갑자기) 전화기를 꺼놓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이것은 다른 돌발 변수가 있나 보다."

결국, 인질극이 시작된 지 5시간 만인 오후 2시 반쯤, 강제 진압 작전이 개시됐습니다.

옥상에서 로프를 이용해, 집안으로 침투한 경찰 특공대.

내부의 상황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일촉즉발의 상태였습니다.

모두가 숨죽여 건물의 출입구를 지켜보는 순간.

안타깝게도,

무사히 구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인질이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납니다.

숨진 시신은 집 주인인 박 씨.

그리고, 16살 어린 딸도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종화(경찰대학 위기협상연구센터장) : "(인질 협상 중에) 본인의 입으로 내가 이미 사람을 죽였다. 저희들은 그것이 미심쩍어서 계속해서 확인했습니다."

경찰관 들에게 둘러싸인 채 건물 밖으로 끌려 나오는 인질범.

김 씨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 걸까?

김 씨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재혼한 건 지난 2007년.

하지만 결혼 8년만인 지난해 8월부터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고, 김 씨는 별거 중인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 : "계속 다른 남자를 만나고, 누구랑 술 먹고, 어디를 다니고 별거 중이지만 법적인 아내에 대한 외도를 의심을 해서."

아내와 전 남편 박 씨의 사이까지 의심하게 된 김 씨.

연락되지 않는 아내를 찾겠다며, 급기야 박 씨의 집을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김 씨가 박 씨의 집에 들어간 이 시점을 사건 하루 전날인 그제 오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12일) : "오후 3시나 4시 그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집안에 있던 박 씨 지인에게) 남편의 동생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볼일이 있다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열어준 것 같습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건, 작은딸과 집주인 박 씨의 지인인 40대 여성.

밤 9시쯤, 박 씨가 귀가하자 김 씨는 몸싸움 끝에 박 씨를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밤 11시쯤 귀가한 큰딸을 비롯해 여성 인질 세 명을 포박한 뒤 인질극을 시작한 겁니다.

작은딸이 희생된 건, 어제 오전 김 씨가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에 벌인 일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신상석(안산상록경찰서장/12일) : "21시경 전 남편 (박 씨가) 들어오자 몸싸움 도중 (김 씨가) 흉기로 살해하고 화장실에 방치했으며, (13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작은딸 박 모 양을 부인과 통화 도중에 흥분하여 살해했다."

현장에서 구출된 큰딸과 박 씨의 지인은 사건 당시 받은 충격으로 진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숨 진 박 씨) 장애인 그 남자가 딸들을 키웠어요. 가족들이 밝게 살았어요. 어렵게 살아도 아이들도 상냥하고 인사성도 밝고."

단란했던 가족의 행복을 한순간에 빼앗아간 인질극.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더 정확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