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딜레마
입력 2015.01.21 (11:26)
수정 2015.01.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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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철도는 제2의 영남권 신공항이 될 것인가.
오는 3월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를 놓고 호남과 충청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호남고속철 경유지에 서대전역 통과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간 대립이 격화되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호남권 550만 시도민들은 지난 10년간 호남고속철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개통을 목전에 두고 ‘서대전’ 구상이 나와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의회는 “(서대전역 경유 구상은) 지역 이기주의 발로로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대전지역 정치권의 획책을 통해 나온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호남 지역 국회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북과 광주지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 지역 의원들의 압력으로 경유지가 추가됐다”며 조만간 서승환 국토장관부 장관을 만나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호남 정치권의 반발은 최근 한국 철도공사(코레일)이 제출한 호남고속철운행계획변경(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서대전역이 변경안에는 경유역으로 들어갔다.
안에 따르면 호남고속철의 하루 운행 편수를 기존 62회에서 82회로 늘리는 대신 이 중 20%인 1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케 하겠다는 것. 이 경우 호남고속철 구간에 일반 선로인 '서대전~계룡' 구간이 추가돼 서울 용산에서 광주까지 운행시간이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45분 늘어난다. 현재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까지는 3시간 5분이 소요된다.
전북도의회 황현 부의장은 “지난 10년간 9조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호남 고속철이 고작 운행시간 40여분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냐. 지역의 명운을 걸고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의원들도 서대전역 경유가 확정될 경우 KTX 오송 분기역의 기능과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며 최종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대전서갑)의원은 “호남 KTX 중 일부 편수를 서대전으로 경유하게 하면 오히려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 주민 편의가 높아진다”며 “전체편수의 20%만 서대전 경유를 할게 아니라 이 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영남권 신공항과 닮은 꼴 ‘호남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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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번 호남 KTX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새누리당내 당내 갈등을 불러왔던 '영남권 신공항'과 닮아있다고 분석한다. 영남권 신공항의 경우 공항 입지를 놓고 새누리당 내 부산지역 의원들과 다른 영남권 의원들이 의원들이 격하게 대립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호남 고속철도의 갈등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대전 경유에 반대하는 호남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다. 반면 서대전 경유를 주장하는 대전의 경우 6개 지역구 중 호남선과 호남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서구갑,을과 유성구 세 곳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하고 있다. 현 권선택 대전시장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의원들도 표 얻겠다고 지나치게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면 실리도 얻지 못하고 국민적 신망을 잃어 당에 대한 지지도만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광이 보이는 영남권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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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에 얽혀 5년여간 지지부진했던 영남권 신공항은 일부 진척을 이루고 있다.
지난 19일 영남권 5개 광역시·도의 단체장이 모여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신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 등에 관한 결정 사항을 정부에 일임키로 합의했다. 지역별 합의를 포기하고 정부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이들은 1시간 넘게 진행된 논의 끝에 신공항의 성격, 규모, 기능 등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을 정부가 외국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결정하도록 하는데 뜻을 모았다. 또 정부가 용역발주를 조속히 추진하고 용역기간은 1년을 넘지 않도록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유치 경쟁 등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앞서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지역은 영남권 모든 지역에서 접근이 편리한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허브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대구 등 영남권 4개 시·도는 정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추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통합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다. 기존 대구·김해 공항을 폐쇄해 기능을 흡수하고 규모도 활주로 2본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부산은 김해공항 존치와 함께 활주로 1본 규모의 신공항 건설을 내세우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 정부의 결정 방향에 따라 지역간 대립이 다시 격화될 경우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오는 3월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를 놓고 호남과 충청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호남고속철 경유지에 서대전역 통과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간 대립이 격화되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호남권 550만 시도민들은 지난 10년간 호남고속철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개통을 목전에 두고 ‘서대전’ 구상이 나와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의회는 “(서대전역 경유 구상은) 지역 이기주의 발로로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대전지역 정치권의 획책을 통해 나온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호남 지역 국회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북과 광주지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 지역 의원들의 압력으로 경유지가 추가됐다”며 조만간 서승환 국토장관부 장관을 만나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호남 정치권의 반발은 최근 한국 철도공사(코레일)이 제출한 호남고속철운행계획변경(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서대전역이 변경안에는 경유역으로 들어갔다.
안에 따르면 호남고속철의 하루 운행 편수를 기존 62회에서 82회로 늘리는 대신 이 중 20%인 1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케 하겠다는 것. 이 경우 호남고속철 구간에 일반 선로인 '서대전~계룡' 구간이 추가돼 서울 용산에서 광주까지 운행시간이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45분 늘어난다. 현재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까지는 3시간 5분이 소요된다.
전북도의회 황현 부의장은 “지난 10년간 9조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호남 고속철이 고작 운행시간 40여분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냐. 지역의 명운을 걸고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의원들도 서대전역 경유가 확정될 경우 KTX 오송 분기역의 기능과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며 최종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대전서갑)의원은 “호남 KTX 중 일부 편수를 서대전으로 경유하게 하면 오히려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 주민 편의가 높아진다”며 “전체편수의 20%만 서대전 경유를 할게 아니라 이 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영남권 신공항과 닮은 꼴 ‘호남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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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번 호남 KTX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새누리당내 당내 갈등을 불러왔던 '영남권 신공항'과 닮아있다고 분석한다. 영남권 신공항의 경우 공항 입지를 놓고 새누리당 내 부산지역 의원들과 다른 영남권 의원들이 의원들이 격하게 대립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호남 고속철도의 갈등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대전 경유에 반대하는 호남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다. 반면 서대전 경유를 주장하는 대전의 경우 6개 지역구 중 호남선과 호남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서구갑,을과 유성구 세 곳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하고 있다. 현 권선택 대전시장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의원들도 표 얻겠다고 지나치게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면 실리도 얻지 못하고 국민적 신망을 잃어 당에 대한 지지도만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광이 보이는 영남권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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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에 얽혀 5년여간 지지부진했던 영남권 신공항은 일부 진척을 이루고 있다.
지난 19일 영남권 5개 광역시·도의 단체장이 모여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신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 등에 관한 결정 사항을 정부에 일임키로 합의했다. 지역별 합의를 포기하고 정부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이들은 1시간 넘게 진행된 논의 끝에 신공항의 성격, 규모, 기능 등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을 정부가 외국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결정하도록 하는데 뜻을 모았다. 또 정부가 용역발주를 조속히 추진하고 용역기간은 1년을 넘지 않도록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유치 경쟁 등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앞서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지역은 영남권 모든 지역에서 접근이 편리한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허브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대구 등 영남권 4개 시·도는 정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추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통합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다. 기존 대구·김해 공항을 폐쇄해 기능을 흡수하고 규모도 활주로 2본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부산은 김해공항 존치와 함께 활주로 1본 규모의 신공항 건설을 내세우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 정부의 결정 방향에 따라 지역간 대립이 다시 격화될 경우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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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1-21 11:26:34
- 수정2015-01-21 14:26:54

호남고속철도는 제2의 영남권 신공항이 될 것인가.
오는 3월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를 놓고 호남과 충청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호남고속철 경유지에 서대전역 통과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간 대립이 격화되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호남권 550만 시도민들은 지난 10년간 호남고속철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개통을 목전에 두고 ‘서대전’ 구상이 나와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의회는 “(서대전역 경유 구상은) 지역 이기주의 발로로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대전지역 정치권의 획책을 통해 나온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호남 지역 국회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북과 광주지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 지역 의원들의 압력으로 경유지가 추가됐다”며 조만간 서승환 국토장관부 장관을 만나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호남 정치권의 반발은 최근 한국 철도공사(코레일)이 제출한 호남고속철운행계획변경(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서대전역이 변경안에는 경유역으로 들어갔다.
안에 따르면 호남고속철의 하루 운행 편수를 기존 62회에서 82회로 늘리는 대신 이 중 20%인 1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케 하겠다는 것. 이 경우 호남고속철 구간에 일반 선로인 '서대전~계룡' 구간이 추가돼 서울 용산에서 광주까지 운행시간이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45분 늘어난다. 현재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까지는 3시간 5분이 소요된다.
전북도의회 황현 부의장은 “지난 10년간 9조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호남 고속철이 고작 운행시간 40여분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냐. 지역의 명운을 걸고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의원들도 서대전역 경유가 확정될 경우 KTX 오송 분기역의 기능과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며 최종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대전서갑)의원은 “호남 KTX 중 일부 편수를 서대전으로 경유하게 하면 오히려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 주민 편의가 높아진다”며 “전체편수의 20%만 서대전 경유를 할게 아니라 이 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영남권 신공항과 닮은 꼴 ‘호남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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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번 호남 KTX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새누리당내 당내 갈등을 불러왔던 '영남권 신공항'과 닮아있다고 분석한다. 영남권 신공항의 경우 공항 입지를 놓고 새누리당 내 부산지역 의원들과 다른 영남권 의원들이 의원들이 격하게 대립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호남 고속철도의 갈등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대전 경유에 반대하는 호남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다. 반면 서대전 경유를 주장하는 대전의 경우 6개 지역구 중 호남선과 호남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서구갑,을과 유성구 세 곳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하고 있다. 현 권선택 대전시장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의원들도 표 얻겠다고 지나치게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면 실리도 얻지 못하고 국민적 신망을 잃어 당에 대한 지지도만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광이 보이는 영남권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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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에 얽혀 5년여간 지지부진했던 영남권 신공항은 일부 진척을 이루고 있다.
지난 19일 영남권 5개 광역시·도의 단체장이 모여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신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 등에 관한 결정 사항을 정부에 일임키로 합의했다. 지역별 합의를 포기하고 정부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이들은 1시간 넘게 진행된 논의 끝에 신공항의 성격, 규모, 기능 등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을 정부가 외국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결정하도록 하는데 뜻을 모았다. 또 정부가 용역발주를 조속히 추진하고 용역기간은 1년을 넘지 않도록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유치 경쟁 등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앞서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지역은 영남권 모든 지역에서 접근이 편리한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허브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대구 등 영남권 4개 시·도는 정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추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통합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다. 기존 대구·김해 공항을 폐쇄해 기능을 흡수하고 규모도 활주로 2본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부산은 김해공항 존치와 함께 활주로 1본 규모의 신공항 건설을 내세우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 정부의 결정 방향에 따라 지역간 대립이 다시 격화될 경우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오는 3월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를 놓고 호남과 충청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호남고속철 경유지에 서대전역 통과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간 대립이 격화되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호남권 550만 시도민들은 지난 10년간 호남고속철 개통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개통을 목전에 두고 ‘서대전’ 구상이 나와 크게 실망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의회는 “(서대전역 경유 구상은) 지역 이기주의 발로로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대전지역 정치권의 획책을 통해 나온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호남 지역 국회들도 반발하고 있다. 전북과 광주지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 지역 의원들의 압력으로 경유지가 추가됐다”며 조만간 서승환 국토장관부 장관을 만나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호남 정치권의 반발은 최근 한국 철도공사(코레일)이 제출한 호남고속철운행계획변경(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서대전역이 변경안에는 경유역으로 들어갔다.
안에 따르면 호남고속철의 하루 운행 편수를 기존 62회에서 82회로 늘리는 대신 이 중 20%인 1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케 하겠다는 것. 이 경우 호남고속철 구간에 일반 선로인 '서대전~계룡' 구간이 추가돼 서울 용산에서 광주까지 운행시간이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45분 늘어난다. 현재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까지는 3시간 5분이 소요된다.
전북도의회 황현 부의장은 “지난 10년간 9조원이라는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호남 고속철이 고작 운행시간 40여분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냐. 지역의 명운을 걸고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의원들도 서대전역 경유가 확정될 경우 KTX 오송 분기역의 기능과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며 최종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대전서갑)의원은 “호남 KTX 중 일부 편수를 서대전으로 경유하게 하면 오히려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 주민 편의가 높아진다”며 “전체편수의 20%만 서대전 경유를 할게 아니라 이 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영남권 신공항과 닮은 꼴 ‘호남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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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번 호남 KTX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새누리당내 당내 갈등을 불러왔던 '영남권 신공항'과 닮아있다고 분석한다. 영남권 신공항의 경우 공항 입지를 놓고 새누리당 내 부산지역 의원들과 다른 영남권 의원들이 의원들이 격하게 대립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호남 고속철도의 갈등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대전 경유에 반대하는 호남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다. 반면 서대전 경유를 주장하는 대전의 경우 6개 지역구 중 호남선과 호남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서구갑,을과 유성구 세 곳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하고 있다. 현 권선택 대전시장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의원들도 표 얻겠다고 지나치게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면 실리도 얻지 못하고 국민적 신망을 잃어 당에 대한 지지도만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광이 보이는 영남권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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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에 얽혀 5년여간 지지부진했던 영남권 신공항은 일부 진척을 이루고 있다.
지난 19일 영남권 5개 광역시·도의 단체장이 모여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신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 등에 관한 결정 사항을 정부에 일임키로 합의했다. 지역별 합의를 포기하고 정부에 결정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이들은 1시간 넘게 진행된 논의 끝에 신공항의 성격, 규모, 기능 등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을 정부가 외국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결정하도록 하는데 뜻을 모았다. 또 정부가 용역발주를 조속히 추진하고 용역기간은 1년을 넘지 않도록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유치 경쟁 등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앞서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지역은 영남권 모든 지역에서 접근이 편리한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부산은 가덕도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허브공항을 지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대구 등 영남권 4개 시·도는 정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추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통합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다. 기존 대구·김해 공항을 폐쇄해 기능을 흡수하고 규모도 활주로 2본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부산은 김해공항 존치와 함께 활주로 1본 규모의 신공항 건설을 내세우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 정부의 결정 방향에 따라 지역간 대립이 다시 격화될 경우 영남권 신공항 자체가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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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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