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불법선거 신고포상금 ‘1억 원’을 안 받겠다고?
입력 2015.01.21 (11:26)
수정 2015.01.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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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1억 원을 주겠다고 하는데 NO할 수 있나?
선관위가 3월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충남 논산 ○○조합장 예비후보자 김모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가 돈을 준 조합원은 150여 명, 1인당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조합장이 되겠다며 뿌린 돈은 6천여 만원에 이른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최고 3000만 원 범위 내에서 받은 돈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돈을 과태료 명목으로 뱉어내야 한다.
선관위는 불법행위를 제보해 준 신고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포상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신고자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 신고를 한 게 아니라는 게 이유의 전부라는 거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옳은 일을 한 뒤 포상금을 받는다고 해서 누가 욕하는 것도 아닐텐데...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은 그냥 1억 원도 아니고 제보를 해서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신고포상금 1억 원을 포기할 수 있나? 저는 절대 아니다. 그래서 선관위 직원에게 우선 그가 누군지 물어봤다.
기자: 어떤 사람이길래... 1억 원을 거절하죠?
선관위 직원: 말을 해줄 수 없습니다.
기자: 성별 정도는 30대 40대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나요?
선관위 직원: ...
기자: 남자? 아니야 돈을 뿌린 사람이 여자니깐...여자일수도...
선관위 직원: ...
기자 혼자 하는 스무고개가 불쌍해 보였는지 짧은 대답이나마 선관위 직원이 한다.
기자 : 신고자가 혹시 조합장 선거에 나오려는 경쟁 후보 아닌가요? 특정될 수 있으 니까...포상금을 거절한 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아닙니다. 확실히 아닙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게는 포상금 지급 이 안됩니다.
기자: 경쟁 후보 측 사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그건 아니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다면, 왜 그 분은 1억 원을 받지 않을까요?
선관위 직원: 그 분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들여야죠
기자: 아무래도 신분이 노출되는 게 걱정 아니였을까요?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에 사는 분일 수도 있다면 그렇겠지요.
기자: 아 같은 동네 사람이구나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 사는 분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김 기자, 유도 심문하지 말고...
기자: 그렇다면 선관위가 지난해 신고 포상금 최고액을 1억 원을 올렸는데 포상금 1억 원은 처음인가요?
선관위 직원: 조합장 선거 포상금 중에선 최고 금액인데... 이렇게 포상금을 거절한 것은 조합원 선거를 포함해 전체 공직 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저희 도 많이 놀랐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1억 원까지 포상금으로 주려고 했던 이유?
선관위 직원: 돈을 받은 사람이 150명이 넘고, 차량을 이용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조직적으로 금품을 뿌린 일, 게다가 뿌린 돈도 6천 만원이 넘고... 이런 걸 다 종합해서 포상금 1억 원을 책정한 거죠
기자: 그렇다면,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거가 꼭 필요한가요?
선관위 직원: 이번에 언론사에 제공된 단속 동영상은 저희가 촬영한 겁니다. 물론 포상금을 책정할 때 '기여도'라는 항목이 있는데...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다면 혐의를 특정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더 좋기는 합니다 . 하지만 이번에는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당연히 1억원이었습니다.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신고포상금 1억원... NO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 선관위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시스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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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1월 20일 전국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등이 모여 올해를 조합장선거의 '돈 선거' 척결 원년으로 만들자며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서 나온 게 바로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이다. 후보자로부터 신고 제보·요원을 추천받아 위법행위 적발에 활용(?)하겠다는 거다. '돈 선거'가 워낙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다양한 신고·채널을 확보해 '돈 선거' 척결에 나서겠다는 야심찬 포부이기도 하다.
■ 조합장이 뭐길래... "최고 억대 연봉에 단체장 가는 발판(?)"
그렇다면 조합장이 뭐길래... 이렇게 선관위가 거액의 포상금에 '돈 선거' 척결을 내세우며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까지 하려고 하는가? 쉽게 말해 조합장이 되면 돈도 벌고 정치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의 지역단위 조합장 연봉은 5000만원에서 1억 원... 연봉 이외에도 인사나 예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적지 않은 업무추진비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조합장은 지방 의원이나 단체장으로 가는 발판이자 중단 단계라는 말이 지역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농협 1149개, 수협 82개, 산림조합 129개 등 모두 1360개 조합에서 3월 11일 동시에 시행되며 조합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하고, 출마자만 4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과열·혼탁'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자연스레 따라붙는 조합장 선거를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르겠다는 선관위의 복안이 어떤 결과를 낼 지 궁금하다.
선관위가 3월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충남 논산 ○○조합장 예비후보자 김모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가 돈을 준 조합원은 150여 명, 1인당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조합장이 되겠다며 뿌린 돈은 6천여 만원에 이른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최고 3000만 원 범위 내에서 받은 돈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돈을 과태료 명목으로 뱉어내야 한다.
선관위는 불법행위를 제보해 준 신고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포상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신고자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 신고를 한 게 아니라는 게 이유의 전부라는 거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옳은 일을 한 뒤 포상금을 받는다고 해서 누가 욕하는 것도 아닐텐데...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은 그냥 1억 원도 아니고 제보를 해서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신고포상금 1억 원을 포기할 수 있나? 저는 절대 아니다. 그래서 선관위 직원에게 우선 그가 누군지 물어봤다.
기자: 어떤 사람이길래... 1억 원을 거절하죠?
선관위 직원: 말을 해줄 수 없습니다.
기자: 성별 정도는 30대 40대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나요?
선관위 직원: ...
기자: 남자? 아니야 돈을 뿌린 사람이 여자니깐...여자일수도...
선관위 직원: ...
기자 혼자 하는 스무고개가 불쌍해 보였는지 짧은 대답이나마 선관위 직원이 한다.
기자 : 신고자가 혹시 조합장 선거에 나오려는 경쟁 후보 아닌가요? 특정될 수 있으 니까...포상금을 거절한 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아닙니다. 확실히 아닙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게는 포상금 지급 이 안됩니다.
기자: 경쟁 후보 측 사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그건 아니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다면, 왜 그 분은 1억 원을 받지 않을까요?
선관위 직원: 그 분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들여야죠
기자: 아무래도 신분이 노출되는 게 걱정 아니였을까요?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에 사는 분일 수도 있다면 그렇겠지요.
기자: 아 같은 동네 사람이구나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 사는 분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김 기자, 유도 심문하지 말고...
기자: 그렇다면 선관위가 지난해 신고 포상금 최고액을 1억 원을 올렸는데 포상금 1억 원은 처음인가요?
선관위 직원: 조합장 선거 포상금 중에선 최고 금액인데... 이렇게 포상금을 거절한 것은 조합원 선거를 포함해 전체 공직 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저희 도 많이 놀랐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1억 원까지 포상금으로 주려고 했던 이유?
선관위 직원: 돈을 받은 사람이 150명이 넘고, 차량을 이용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조직적으로 금품을 뿌린 일, 게다가 뿌린 돈도 6천 만원이 넘고... 이런 걸 다 종합해서 포상금 1억 원을 책정한 거죠
기자: 그렇다면,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거가 꼭 필요한가요?
선관위 직원: 이번에 언론사에 제공된 단속 동영상은 저희가 촬영한 겁니다. 물론 포상금을 책정할 때 '기여도'라는 항목이 있는데...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다면 혐의를 특정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더 좋기는 합니다 . 하지만 이번에는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당연히 1억원이었습니다.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신고포상금 1억원... NO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 선관위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시스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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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1월 20일 전국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등이 모여 올해를 조합장선거의 '돈 선거' 척결 원년으로 만들자며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서 나온 게 바로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이다. 후보자로부터 신고 제보·요원을 추천받아 위법행위 적발에 활용(?)하겠다는 거다. '돈 선거'가 워낙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다양한 신고·채널을 확보해 '돈 선거' 척결에 나서겠다는 야심찬 포부이기도 하다.
■ 조합장이 뭐길래... "최고 억대 연봉에 단체장 가는 발판(?)"
그렇다면 조합장이 뭐길래... 이렇게 선관위가 거액의 포상금에 '돈 선거' 척결을 내세우며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까지 하려고 하는가? 쉽게 말해 조합장이 되면 돈도 벌고 정치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의 지역단위 조합장 연봉은 5000만원에서 1억 원... 연봉 이외에도 인사나 예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적지 않은 업무추진비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조합장은 지방 의원이나 단체장으로 가는 발판이자 중단 단계라는 말이 지역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농협 1149개, 수협 82개, 산림조합 129개 등 모두 1360개 조합에서 3월 11일 동시에 시행되며 조합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하고, 출마자만 4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과열·혼탁'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자연스레 따라붙는 조합장 선거를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르겠다는 선관위의 복안이 어떤 결과를 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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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1억 원을 주겠다고 하는데 NO할 수 있나?
선관위가 3월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충남 논산 ○○조합장 예비후보자 김모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가 돈을 준 조합원은 150여 명, 1인당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조합장이 되겠다며 뿌린 돈은 6천여 만원에 이른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최고 3000만 원 범위 내에서 받은 돈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돈을 과태료 명목으로 뱉어내야 한다.
선관위는 불법행위를 제보해 준 신고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포상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신고자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 신고를 한 게 아니라는 게 이유의 전부라는 거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옳은 일을 한 뒤 포상금을 받는다고 해서 누가 욕하는 것도 아닐텐데...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은 그냥 1억 원도 아니고 제보를 해서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신고포상금 1억 원을 포기할 수 있나? 저는 절대 아니다. 그래서 선관위 직원에게 우선 그가 누군지 물어봤다.
기자: 어떤 사람이길래... 1억 원을 거절하죠?
선관위 직원: 말을 해줄 수 없습니다.
기자: 성별 정도는 30대 40대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나요?
선관위 직원: ...
기자: 남자? 아니야 돈을 뿌린 사람이 여자니깐...여자일수도...
선관위 직원: ...
기자 혼자 하는 스무고개가 불쌍해 보였는지 짧은 대답이나마 선관위 직원이 한다.
기자 : 신고자가 혹시 조합장 선거에 나오려는 경쟁 후보 아닌가요? 특정될 수 있으 니까...포상금을 거절한 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아닙니다. 확실히 아닙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게는 포상금 지급 이 안됩니다.
기자: 경쟁 후보 측 사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그건 아니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다면, 왜 그 분은 1억 원을 받지 않을까요?
선관위 직원: 그 분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들여야죠
기자: 아무래도 신분이 노출되는 게 걱정 아니였을까요?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에 사는 분일 수도 있다면 그렇겠지요.
기자: 아 같은 동네 사람이구나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 사는 분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김 기자, 유도 심문하지 말고...
기자: 그렇다면 선관위가 지난해 신고 포상금 최고액을 1억 원을 올렸는데 포상금 1억 원은 처음인가요?
선관위 직원: 조합장 선거 포상금 중에선 최고 금액인데... 이렇게 포상금을 거절한 것은 조합원 선거를 포함해 전체 공직 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저희 도 많이 놀랐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1억 원까지 포상금으로 주려고 했던 이유?
선관위 직원: 돈을 받은 사람이 150명이 넘고, 차량을 이용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조직적으로 금품을 뿌린 일, 게다가 뿌린 돈도 6천 만원이 넘고... 이런 걸 다 종합해서 포상금 1억 원을 책정한 거죠
기자: 그렇다면,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거가 꼭 필요한가요?
선관위 직원: 이번에 언론사에 제공된 단속 동영상은 저희가 촬영한 겁니다. 물론 포상금을 책정할 때 '기여도'라는 항목이 있는데...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다면 혐의를 특정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더 좋기는 합니다 . 하지만 이번에는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당연히 1억원이었습니다.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신고포상금 1억원... NO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 선관위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시스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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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1월 20일 전국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등이 모여 올해를 조합장선거의 '돈 선거' 척결 원년으로 만들자며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서 나온 게 바로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이다. 후보자로부터 신고 제보·요원을 추천받아 위법행위 적발에 활용(?)하겠다는 거다. '돈 선거'가 워낙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다양한 신고·채널을 확보해 '돈 선거' 척결에 나서겠다는 야심찬 포부이기도 하다.
■ 조합장이 뭐길래... "최고 억대 연봉에 단체장 가는 발판(?)"
그렇다면 조합장이 뭐길래... 이렇게 선관위가 거액의 포상금에 '돈 선거' 척결을 내세우며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까지 하려고 하는가? 쉽게 말해 조합장이 되면 돈도 벌고 정치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의 지역단위 조합장 연봉은 5000만원에서 1억 원... 연봉 이외에도 인사나 예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적지 않은 업무추진비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조합장은 지방 의원이나 단체장으로 가는 발판이자 중단 단계라는 말이 지역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농협 1149개, 수협 82개, 산림조합 129개 등 모두 1360개 조합에서 3월 11일 동시에 시행되며 조합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하고, 출마자만 4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과열·혼탁'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자연스레 따라붙는 조합장 선거를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르겠다는 선관위의 복안이 어떤 결과를 낼 지 궁금하다.
선관위가 3월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충남 논산 ○○조합장 예비후보자 김모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가 돈을 준 조합원은 150여 명, 1인당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조합장이 되겠다며 뿌린 돈은 6천여 만원에 이른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최고 3000만 원 범위 내에서 받은 돈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돈을 과태료 명목으로 뱉어내야 한다.
선관위는 불법행위를 제보해 준 신고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포상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신고자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 신고를 한 게 아니라는 게 이유의 전부라는 거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옳은 일을 한 뒤 포상금을 받는다고 해서 누가 욕하는 것도 아닐텐데...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은 그냥 1억 원도 아니고 제보를 해서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신고포상금 1억 원을 포기할 수 있나? 저는 절대 아니다. 그래서 선관위 직원에게 우선 그가 누군지 물어봤다.
기자: 어떤 사람이길래... 1억 원을 거절하죠?
선관위 직원: 말을 해줄 수 없습니다.
기자: 성별 정도는 30대 40대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나요?
선관위 직원: ...
기자: 남자? 아니야 돈을 뿌린 사람이 여자니깐...여자일수도...
선관위 직원: ...
기자 혼자 하는 스무고개가 불쌍해 보였는지 짧은 대답이나마 선관위 직원이 한다.
기자 : 신고자가 혹시 조합장 선거에 나오려는 경쟁 후보 아닌가요? 특정될 수 있으 니까...포상금을 거절한 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아닙니다. 확실히 아닙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게는 포상금 지급 이 안됩니다.
기자: 경쟁 후보 측 사람 아닙니까?
선관위 직원: 그건 아니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다면, 왜 그 분은 1억 원을 받지 않을까요?
선관위 직원: 그 분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들여야죠
기자: 아무래도 신분이 노출되는 게 걱정 아니였을까요?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에 사는 분일 수도 있다면 그렇겠지요.
기자: 아 같은 동네 사람이구나
선관위 직원: 같은 동네 사는 분일 수도 있다고 했어요.
김 기자, 유도 심문하지 말고...
기자: 그렇다면 선관위가 지난해 신고 포상금 최고액을 1억 원을 올렸는데 포상금 1억 원은 처음인가요?
선관위 직원: 조합장 선거 포상금 중에선 최고 금액인데... 이렇게 포상금을 거절한 것은 조합원 선거를 포함해 전체 공직 선거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저희 도 많이 놀랐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1억 원까지 포상금으로 주려고 했던 이유?
선관위 직원: 돈을 받은 사람이 150명이 넘고, 차량을 이용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조직적으로 금품을 뿌린 일, 게다가 뿌린 돈도 6천 만원이 넘고... 이런 걸 다 종합해서 포상금 1억 원을 책정한 거죠
기자: 그렇다면,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거가 꼭 필요한가요?
선관위 직원: 이번에 언론사에 제공된 단속 동영상은 저희가 촬영한 겁니다. 물론 포상금을 책정할 때 '기여도'라는 항목이 있는데...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다면 혐의를 특정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더 좋기는 합니다 . 하지만 이번에는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당연히 1억원이었습니다.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신고포상금 1억원... NO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 선관위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시스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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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1월 20일 전국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과 사무처장 등이 모여 올해를 조합장선거의 '돈 선거' 척결 원년으로 만들자며 대책을 논의했다. 여기서 나온 게 바로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이다. 후보자로부터 신고 제보·요원을 추천받아 위법행위 적발에 활용(?)하겠다는 거다. '돈 선거'가 워낙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다양한 신고·채널을 확보해 '돈 선거' 척결에 나서겠다는 야심찬 포부이기도 하다.
■ 조합장이 뭐길래... "최고 억대 연봉에 단체장 가는 발판(?)"
그렇다면 조합장이 뭐길래... 이렇게 선관위가 거액의 포상금에 '돈 선거' 척결을 내세우며 '후보자 상호 신고·제보자 시스템 운영'까지 하려고 하는가? 쉽게 말해 조합장이 되면 돈도 벌고 정치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의 지역단위 조합장 연봉은 5000만원에서 1억 원... 연봉 이외에도 인사나 예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적지 않은 업무추진비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조합장은 지방 의원이나 단체장으로 가는 발판이자 중단 단계라는 말이 지역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농협 1149개, 수협 82개, 산림조합 129개 등 모두 1360개 조합에서 3월 11일 동시에 시행되며 조합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하고, 출마자만 4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과열·혼탁'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자연스레 따라붙는 조합장 선거를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르겠다는 선관위의 복안이 어떤 결과를 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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