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더 내야할 때, 안하면 안될까?
입력 2015.01.23 (14:31)
수정 2015.01.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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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하며 회사 연말정산 시스템에서 관련 자료를 열심히 입력한 직장인 정모(36)씨.
자료 입력을 마치고 마지막 단추를 눌렀다. 떨리는 모의 정산 결과.
헉! 확인 결과 '차감 징수액= +132만원'이란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간이세액표에 따라 납부한 기납부세액보다 결정된 세액이 많단 얘기다. “13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다니”
기가 막혔다. 지난해엔 50만원 정도 돌려받았는데.... 아내 모르게 '비자금'으로 활용하려던 13월의 보너스는 웬걸, 돈을 100만원 이상 더 내야 냉혹한 현실에 부딪쳤다.
정씨에게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 연말정산을 안 하면 어떨까.
세무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말정산이란 게 도대체 뭐야.
-연말정산이라는 게 제도 취지가 뭐야.
“본래 너 같은 월급쟁이에게 '혜택'을 주긴 위한 제도는 맞아”
-좀 자세히 설명해봐.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자들은 웬만한 비용 다 공제되잖아. 재료를 구입하고, 심지어 외제 자동차를 리스로 타도 수입에서 제해주지. 헌데, 너 같은 월급쟁이는 그런 혜택 별로 없어. ‘유리지갑’이라고 불평들 많잖아. 그래서 형평을 좀 맞추는 거야. 연말에 일부 항목에 대해 소득공제를 인정해줘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라고 보면 돼”
전화를 끊었다. 연말정산이 월급쟁이에게 혜택을 주긴 위한 제도라고? 그러면 연말정산해서 손해보면 안해되는건가. 정씨의 생각은 이어졌다.
결론은 났다. 혜택은 커녕, 오히려 더 돈을 내야 하는 연말정산이라면 안 해버리겠다! "이건 그냥 '배째라'가 아니야. 내 권리를 찾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회사 게시판에 1주일내로 연말정산을 입력을 하라는 공지가 떴지만 정씨는 '살짝'건너 뛰어보기로 했다.“굳이 연말정산해서 132만원을 토해내야 할 이유는 없잖아“
1주일이 흘렀다. 다행히 회사에서 아무 얘기가 없다. 돈을 더 내야할 일도 없었다.
3월초 회사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연말 정산이 안돼 있어요!"
회사 인사팀 관계자 왈 “3월 10일까지 원천징수 의무자인 회사가 연말 정산 결과를 세무서에 내야 해요. 시간이 없으니 개략적으로라도 연말정산을 하고 빠진 게 있으면 5월 확정신고때 개별적으로 세무서에 가서 하세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하면 손해인데 뭐하러 해?
하지만.....
정씨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것은 6월이 되서였다. 6월 말 급여명세서를 확인할 결과 세상에나.
월급 400만원에서 세금이 무려 350만원이 빠져 돈 50만원이 통장에 찍혀있다.
회사 인사팀과 세무서에 따진 결과 답변은 냉혹했다.
[소득세법 137조 3항=근로자가 소득공제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때는 기본공제와 표준세액공제만 적용한다]
결국 그는 기본공제 150만원과 표준세액공제 12만원 적용되는 것으로 연말 정산이 마무리됐다. 응당 받아야할 신용카드 공제도, 의료비 공제도, 부양가족 공제도 모두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내야할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부친 것이다.
정씨는 “소득공제를 안한 건 내 잘못이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데는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도 이유”라면서 “악법도 법이라 지켜야겠지만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위 사례는 세법 규정을 근거로 정씨의 사례를 가상 사례까지 포함해 소개한 것임)
◆ “숨기고 싶은 연말정산 항목, 나중에 환급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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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사례처럼 연말 정산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연말정산을 하지 않았다가는 더 나쁜 결과가 나온다. 설사 세금을 더 내야하더라도 연말정산을 통해 공제항목을 철저히 점검해 입력하는 것이 세금 한푼이라도 아끼는 길이다.
만일 회사에 알려지면 불이익이나 불편이 우려되는 공제항목이 있다면?
방법이 있다. 연말정산 시기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경정청구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을 수는 있다.
납세자연맹이 소개한 직장인들의 경정청구 환급 사례에 따르면, 질병이나 성형수술 사실을 회사에 알리는 것을 피하고자 의료비가 많이 나왔음에도 연말정산을 하면서 공제항목으로 입력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본인이나 가족이 장애인이면서도 10년 넘게 해당 공제를 받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야간이나 주말에 대학·대학원에 다니거나, 종교 관련 직장에 다니면서 다른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정당 기부금, 외국인과 재혼한 사실 등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생활보호대상자인 부모를 모시고 있거나 월셋집에 거주하는 이들도 연말정산때 공제 입력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회사에 미처 공제신청을 하지 못한 항목들이 있다면 기간 내에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하고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근로소득 경정청구권은 2003년부터 세법에 반영됐으며, 지난 세법 개정으로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났다.
한편 정부는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연말정산 간소화 작업에 착수했다. 연말정산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납세자의 불편함이 줄어들도록 연말정산 신고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3월 말에는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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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정산’ 더 내야할 때, 안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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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1-23 14:31:43
- 수정2015-01-23 18:57:53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하며 회사 연말정산 시스템에서 관련 자료를 열심히 입력한 직장인 정모(36)씨.
자료 입력을 마치고 마지막 단추를 눌렀다. 떨리는 모의 정산 결과.
헉! 확인 결과 '차감 징수액= +132만원'이란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간이세액표에 따라 납부한 기납부세액보다 결정된 세액이 많단 얘기다. “13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다니”
기가 막혔다. 지난해엔 50만원 정도 돌려받았는데.... 아내 모르게 '비자금'으로 활용하려던 13월의 보너스는 웬걸, 돈을 100만원 이상 더 내야 냉혹한 현실에 부딪쳤다.
정씨에게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 연말정산을 안 하면 어떨까.
세무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말정산이란 게 도대체 뭐야.
-연말정산이라는 게 제도 취지가 뭐야.
“본래 너 같은 월급쟁이에게 '혜택'을 주긴 위한 제도는 맞아”
-좀 자세히 설명해봐.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자들은 웬만한 비용 다 공제되잖아. 재료를 구입하고, 심지어 외제 자동차를 리스로 타도 수입에서 제해주지. 헌데, 너 같은 월급쟁이는 그런 혜택 별로 없어. ‘유리지갑’이라고 불평들 많잖아. 그래서 형평을 좀 맞추는 거야. 연말에 일부 항목에 대해 소득공제를 인정해줘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라고 보면 돼”
전화를 끊었다. 연말정산이 월급쟁이에게 혜택을 주긴 위한 제도라고? 그러면 연말정산해서 손해보면 안해되는건가. 정씨의 생각은 이어졌다.
결론은 났다. 혜택은 커녕, 오히려 더 돈을 내야 하는 연말정산이라면 안 해버리겠다! "이건 그냥 '배째라'가 아니야. 내 권리를 찾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회사 게시판에 1주일내로 연말정산을 입력을 하라는 공지가 떴지만 정씨는 '살짝'건너 뛰어보기로 했다.“굳이 연말정산해서 132만원을 토해내야 할 이유는 없잖아“
1주일이 흘렀다. 다행히 회사에서 아무 얘기가 없다. 돈을 더 내야할 일도 없었다.
3월초 회사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연말 정산이 안돼 있어요!"
회사 인사팀 관계자 왈 “3월 10일까지 원천징수 의무자인 회사가 연말 정산 결과를 세무서에 내야 해요. 시간이 없으니 개략적으로라도 연말정산을 하고 빠진 게 있으면 5월 확정신고때 개별적으로 세무서에 가서 하세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하면 손해인데 뭐하러 해?
하지만.....
정씨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것은 6월이 되서였다. 6월 말 급여명세서를 확인할 결과 세상에나.
월급 400만원에서 세금이 무려 350만원이 빠져 돈 50만원이 통장에 찍혀있다.
회사 인사팀과 세무서에 따진 결과 답변은 냉혹했다.
[소득세법 137조 3항=근로자가 소득공제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때는 기본공제와 표준세액공제만 적용한다]
결국 그는 기본공제 150만원과 표준세액공제 12만원 적용되는 것으로 연말 정산이 마무리됐다. 응당 받아야할 신용카드 공제도, 의료비 공제도, 부양가족 공제도 모두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내야할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부친 것이다.
정씨는 “소득공제를 안한 건 내 잘못이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데는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도 이유”라면서 “악법도 법이라 지켜야겠지만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위 사례는 세법 규정을 근거로 정씨의 사례를 가상 사례까지 포함해 소개한 것임)
◆ “숨기고 싶은 연말정산 항목, 나중에 환급받으세요"
.jpg)
정씨 사례처럼 연말 정산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연말정산을 하지 않았다가는 더 나쁜 결과가 나온다. 설사 세금을 더 내야하더라도 연말정산을 통해 공제항목을 철저히 점검해 입력하는 것이 세금 한푼이라도 아끼는 길이다.
만일 회사에 알려지면 불이익이나 불편이 우려되는 공제항목이 있다면?
방법이 있다. 연말정산 시기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경정청구를 통해 세금을 환급받을 수는 있다.
납세자연맹이 소개한 직장인들의 경정청구 환급 사례에 따르면, 질병이나 성형수술 사실을 회사에 알리는 것을 피하고자 의료비가 많이 나왔음에도 연말정산을 하면서 공제항목으로 입력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본인이나 가족이 장애인이면서도 10년 넘게 해당 공제를 받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야간이나 주말에 대학·대학원에 다니거나, 종교 관련 직장에 다니면서 다른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정당 기부금, 외국인과 재혼한 사실 등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생활보호대상자인 부모를 모시고 있거나 월셋집에 거주하는 이들도 연말정산때 공제 입력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회사에 미처 공제신청을 하지 못한 항목들이 있다면 기간 내에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하고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근로소득 경정청구권은 2003년부터 세법에 반영됐으며, 지난 세법 개정으로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났다.
한편 정부는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연말정산 간소화 작업에 착수했다. 연말정산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납세자의 불편함이 줄어들도록 연말정산 신고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3월 말에는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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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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