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갯벌 되살리기’ 곳곳 난항…환경 선진국은?

입력 2015.01.23 (21:14) 수정 2015.01.2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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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987년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은 시화호의 초기 모습입니다.

유입된 공단 폐수로 수질은 급격히 나빠지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죽음의 호수로 변했습니다.

철새는 물론, 어부들 역시 생업을 져버리고 이 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지난 1996년부터 바닷물을 유통시키고 10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갯벌을 복원하면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복원한 갯벌이 하루 7만 2천 세제곱미터의 하천 유입수를 정화하면서 시화호는 바깥 바닷물과 같은 수준으로 깨끗해졌고, 해마다 35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갯벌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사라진 갯벌을 복원하는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대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갯벌 되살리기, 전국 곳곳 난항▼

<리포트>

지난 1976년, 100만 제곱미터의 갯벌을 메워 농지로 만든 대흥포 간척지구입니다.

쌀농사 소득이 갈수록 줄자 5년 전 농민들은 역간척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토지를 위탁해 갯벌로 복원하고 관광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예 토지를 사달라는 땅 주인들과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업은 중단됐습니다.

<인터뷰> 김병철(대흥포 역간척사업 추진위원장) : "개인의 재산권을..농업이란 걸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 거기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죠. 무산이 돼버리니까 많이 안타까운 거죠."

농지 매립과 농업 용수 확보를 위해 지난 2001년 준공된 보령·홍성 방조제.

갯벌이 사라지면서 굴 등 특산물 수확이 많이 줄고 수질까지 크게 나빠지면서 200여 명 주민 가운데 90%가 넘는 주민들은 갯벌 복원을 위해 방조제를 트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춘식(복원 추진 찬성 주민) : "방조제를 막은 곳이 굴이 유명하고 맛있고 잘 나는 곳이었어요. 바지락까지 방조제를 막으면서 그 좋은 굴 밭이 없어지고..."

하지만 농어촌공사가 농업 용수 부족을 이유로 복원에 반대하고 있어 자치단체가 복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궁영(충청남도 기획관리실장) : "(국토부, 해양수산부, 농림식품부의) 합의를 얻기가 싶지 않아요..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주민들이 갯벌 복원을 요구하고 있는 곳은 전국 15개 자치단체, 81곳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사업이 착수된 곳은 없습니다.

▼갯벌의 가치는?▼

<기자 멘트>

갯벌을 메워 땅으로 만드는 '간척 사업'은 좁은 국토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국토 대개조, 인간 승리의 사례로까지 홍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갯벌 면적은 1987년 3천2백 ㎢에서 2005년 2천5백 ㎢로 20%가량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습니다.

우리 국민 가운데 갯벌 복원을 원한다는 응답이 92.4%에 이를 만큼 변한 건데요.

물론, 실리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20년 전 1제곱킬로미터에 46억 원이던 쌀농사 순수익은 최근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51억 원으로 2배가 넘습니다.

그만큼 갯벌의 가치가 높다는 건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진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갯벌 복원의 경제학, 환경 선진국의 교훈▼

<리포트>

네덜란드 북쪽, 바덴해에 있는 한 어촌 마을입니다.

인구 천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철새를 보러 온 생태 관광객으로 마을은 항상 북적입니다.

홍수 방지용 제방을 허물고 염전 등으로 활용하던 갯벌을 되살리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전 국토의 95%가 간척지인 네덜란드가 제방을 터 갯벌을 복원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80년대 초.

제방을 부숴 갯벌 환경을 되살리더라도 홍수 예방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네덜란드 정부가 한 해 수백억 원씩 투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접한 독일, 덴마크도 함께 7,500㎢에 달하는 바덴해 갯벌 보호 국제 협약을 맺고 공동 복원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도시 확장에 따른 무분별한 매립으로 40%의 갯벌이 사라진 일본은 1980년대 초 지방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갯벌 되살리기에 뛰어들었습니다.

갯벌 매립으로 환경 오염을 경험한 일본 도쿄와 오사카 시는, 매립과 동시에 인공 갯벌을 조성하도록 지난 2001년 조례도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타케시 야마모토(오사카시 항만국) : "녹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례가 있기 때문에 녹지 주변의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갯벌을 만들게 됐습니다."

환경 선진국들은 갯벌 복원을 통해 자연과 주민 모두 상생의 길을 가고 있어 우리도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KBS 뉴스 진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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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갯벌 되살리기’ 곳곳 난항…환경 선진국은?
    • 입력 2015-01-23 21:20:28
    • 수정2015-01-23 22: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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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987년 방조제로 바닷물을 막은 시화호의 초기 모습입니다.

유입된 공단 폐수로 수질은 급격히 나빠지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죽음의 호수로 변했습니다.

철새는 물론, 어부들 역시 생업을 져버리고 이 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지난 1996년부터 바닷물을 유통시키고 10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갯벌을 복원하면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복원한 갯벌이 하루 7만 2천 세제곱미터의 하천 유입수를 정화하면서 시화호는 바깥 바닷물과 같은 수준으로 깨끗해졌고, 해마다 35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갯벌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사라진 갯벌을 복원하는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대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갯벌 되살리기, 전국 곳곳 난항▼

<리포트>

지난 1976년, 100만 제곱미터의 갯벌을 메워 농지로 만든 대흥포 간척지구입니다.

쌀농사 소득이 갈수록 줄자 5년 전 농민들은 역간척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토지를 위탁해 갯벌로 복원하고 관광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예 토지를 사달라는 땅 주인들과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업은 중단됐습니다.

<인터뷰> 김병철(대흥포 역간척사업 추진위원장) : "개인의 재산권을..농업이란 걸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 거기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죠. 무산이 돼버리니까 많이 안타까운 거죠."

농지 매립과 농업 용수 확보를 위해 지난 2001년 준공된 보령·홍성 방조제.

갯벌이 사라지면서 굴 등 특산물 수확이 많이 줄고 수질까지 크게 나빠지면서 200여 명 주민 가운데 90%가 넘는 주민들은 갯벌 복원을 위해 방조제를 트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춘식(복원 추진 찬성 주민) : "방조제를 막은 곳이 굴이 유명하고 맛있고 잘 나는 곳이었어요. 바지락까지 방조제를 막으면서 그 좋은 굴 밭이 없어지고..."

하지만 농어촌공사가 농업 용수 부족을 이유로 복원에 반대하고 있어 자치단체가 복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궁영(충청남도 기획관리실장) : "(국토부, 해양수산부, 농림식품부의) 합의를 얻기가 싶지 않아요..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주민들이 갯벌 복원을 요구하고 있는 곳은 전국 15개 자치단체, 81곳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사업이 착수된 곳은 없습니다.

▼갯벌의 가치는?▼

<기자 멘트>

갯벌을 메워 땅으로 만드는 '간척 사업'은 좁은 국토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국토 대개조, 인간 승리의 사례로까지 홍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갯벌 면적은 1987년 3천2백 ㎢에서 2005년 2천5백 ㎢로 20%가량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습니다.

우리 국민 가운데 갯벌 복원을 원한다는 응답이 92.4%에 이를 만큼 변한 건데요.

물론, 실리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20년 전 1제곱킬로미터에 46억 원이던 쌀농사 순수익은 최근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51억 원으로 2배가 넘습니다.

그만큼 갯벌의 가치가 높다는 건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진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갯벌 복원의 경제학, 환경 선진국의 교훈▼

<리포트>

네덜란드 북쪽, 바덴해에 있는 한 어촌 마을입니다.

인구 천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철새를 보러 온 생태 관광객으로 마을은 항상 북적입니다.

홍수 방지용 제방을 허물고 염전 등으로 활용하던 갯벌을 되살리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전 국토의 95%가 간척지인 네덜란드가 제방을 터 갯벌을 복원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80년대 초.

제방을 부숴 갯벌 환경을 되살리더라도 홍수 예방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네덜란드 정부가 한 해 수백억 원씩 투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접한 독일, 덴마크도 함께 7,500㎢에 달하는 바덴해 갯벌 보호 국제 협약을 맺고 공동 복원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도시 확장에 따른 무분별한 매립으로 40%의 갯벌이 사라진 일본은 1980년대 초 지방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갯벌 되살리기에 뛰어들었습니다.

갯벌 매립으로 환경 오염을 경험한 일본 도쿄와 오사카 시는, 매립과 동시에 인공 갯벌을 조성하도록 지난 2001년 조례도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타케시 야마모토(오사카시 항만국) : "녹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례가 있기 때문에 녹지 주변의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갯벌을 만들게 됐습니다."

환경 선진국들은 갯벌 복원을 통해 자연과 주민 모두 상생의 길을 가고 있어 우리도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KBS 뉴스 진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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