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교복 가격 후려치기에 학교주관구매제 ‘흔들’

입력 2015.01.30 (21:19) 수정 2015.01.3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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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학기가 될 때마다 교복값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교복값을 낮추기 위해 교육부는 '학교주관 구매제'란 제도를 올해 처음 도입했습니다.

교육부가 학교에 물가 등을 고려해 기준 가격을 제시하고 학교가 입찰을 통해 교복업체를 선정하는 겁니다.

이 제도로 계약을 끝낸 전국 국공립 중고교의 교복 가격은 개별 구매 때보다 34%나 낮아졌습니다.

결과를 보면 학부모에 좋을 것 같은데 오히려 교복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심수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 손에 교복 대리점이 나눠준 전단지가 들려 있습니다.

<녹취> 학생 : "이거 한 번 가져가서 부모님 보여드리라고 했어요."

한 벌에 99,000원으로 이 학교가 학교주관구매제로 낙찰한 가격의 60% 수준입니다.

한정 수량이란 단서를 단 가격 후려치기입니다.

<인터뷰> 학부모 : "(학교 주관으로) 공동 구매하는 줄 알았는데 전단지나 이렇게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학교에서 정한 교복은 품질 검사를 거쳤는데도 문제가 있는 듯 말합니다.

<녹취> 대형 교복사 대리점 관계자 : "원단 차이 같은 건 솔직히 많이 나요"

경기와 경남 일부 학교엔 학교주관구매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서까지 보냈습니다.

심지어 "학교주관으로 구매한 교복은 판매점이 없다"는 거짓 정보까지 퍼뜨립니다.

<녹취> 학부모 : "(납품업체) 매장이 분명히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없어지지 않았는데 혼란을 주려는 문자가 아니냐,."

대부분 학교주관구매제도에 참여 안 한 대형 교복사들이 주도한 일들입니다.

이렇게 되자 학교에서 선정한 교복을 구매한 학생 비율이 절반도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동석(학교 주관 교복 납품업체) : "잠이 안 오죠. 어떤 학교들은 형편없이 (채택률이) 떨어지고 직원들이 일을 못 해요. 계속 전화 와서 취소하겠다고 엄마들이… ."

대형 교복사 대리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변합니다.

<녹취> 진상준(한국교복협회장) : "시장에 맡기는 게 원칙이죠.교육부 정책이 졸속으로 가다보니 시중에 문제점이 많이 발생합니다. 안 팔고 가만히 두고 있으면 굶어죽을 판인데.."

<기자 멘트>

대형 교복사들의 학생 교복시장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75%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왜 올해 도입한 학교주관구매제엔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을까요?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가격을 쉽게 낮출 수 없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대형 교복사들이 교복 한 벌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을 8만 원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에 본사, 총판, 대리점 등을 거치면서 24만 원 까지 가격이 불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주관구매제에 참여한 업체들은 어떨까요?

한 중소업체가 밝힌 내용입니다.

생산단계 비용은 소량 주문 제작방식이어서 대형 교복사보다 많지만 유통 구조가 단순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15만 7천 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형 교복사 대리점들은 결국 학교주관 구매제도가 정착되면 점차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어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학부모의 혼란은 계속되고 학교주관제도에 참여한 중소업체들은 더 이상 못버티겠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대형사들 벼랑 끝 할인 공세…소비자들만 피해▼

<리포트>

대형 교복사 대리점 점주였던 김영채씨는 지난해 동료 점주들과 협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

대형사의 영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교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섭니다.

학교주관구매제에 참여했지만 대형사들과의 경쟁은 힘겹습니다.

<녹취> 김영채 교복 제조 협동조합 : "재고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또 어떤 분들은 도산의 염려까지..."

김 씨는 지금의 시장 상황은 공정 경쟁이 아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형사들의 벼랑 끝 할인공세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엔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혜영(한국소비생활연구원 본부장) : "할인 경쟁 현상은 누군가가 백기를 들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는 식의 서로를 궁지에 모는 전략입니다. 유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가격 경쟁은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학교들도 문제는 알고 있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정책을 학교에서 수행하려면 이익 집단에 대한 뭔가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학교 단위에서 이런 상황에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교복시장이 혼탁하다는 경고음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지만 제도를 도입한 교육부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시장의 혼란을 멈추기 위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심수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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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교복 가격 후려치기에 학교주관구매제 ‘흔들’
    • 입력 2015-01-30 21:26:40
    • 수정2015-01-30 22:32:50
    뉴스 9
<앵커 멘트>

새학기가 될 때마다 교복값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교복값을 낮추기 위해 교육부는 '학교주관 구매제'란 제도를 올해 처음 도입했습니다.

교육부가 학교에 물가 등을 고려해 기준 가격을 제시하고 학교가 입찰을 통해 교복업체를 선정하는 겁니다.

이 제도로 계약을 끝낸 전국 국공립 중고교의 교복 가격은 개별 구매 때보다 34%나 낮아졌습니다.

결과를 보면 학부모에 좋을 것 같은데 오히려 교복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심수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 손에 교복 대리점이 나눠준 전단지가 들려 있습니다.

<녹취> 학생 : "이거 한 번 가져가서 부모님 보여드리라고 했어요."

한 벌에 99,000원으로 이 학교가 학교주관구매제로 낙찰한 가격의 60% 수준입니다.

한정 수량이란 단서를 단 가격 후려치기입니다.

<인터뷰> 학부모 : "(학교 주관으로) 공동 구매하는 줄 알았는데 전단지나 이렇게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학교에서 정한 교복은 품질 검사를 거쳤는데도 문제가 있는 듯 말합니다.

<녹취> 대형 교복사 대리점 관계자 : "원단 차이 같은 건 솔직히 많이 나요"

경기와 경남 일부 학교엔 학교주관구매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서까지 보냈습니다.

심지어 "학교주관으로 구매한 교복은 판매점이 없다"는 거짓 정보까지 퍼뜨립니다.

<녹취> 학부모 : "(납품업체) 매장이 분명히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없어지지 않았는데 혼란을 주려는 문자가 아니냐,."

대부분 학교주관구매제도에 참여 안 한 대형 교복사들이 주도한 일들입니다.

이렇게 되자 학교에서 선정한 교복을 구매한 학생 비율이 절반도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동석(학교 주관 교복 납품업체) : "잠이 안 오죠. 어떤 학교들은 형편없이 (채택률이) 떨어지고 직원들이 일을 못 해요. 계속 전화 와서 취소하겠다고 엄마들이… ."

대형 교복사 대리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변합니다.

<녹취> 진상준(한국교복협회장) : "시장에 맡기는 게 원칙이죠.교육부 정책이 졸속으로 가다보니 시중에 문제점이 많이 발생합니다. 안 팔고 가만히 두고 있으면 굶어죽을 판인데.."

<기자 멘트>

대형 교복사들의 학생 교복시장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75%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왜 올해 도입한 학교주관구매제엔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을까요?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가격을 쉽게 낮출 수 없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대형 교복사들이 교복 한 벌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을 8만 원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에 본사, 총판, 대리점 등을 거치면서 24만 원 까지 가격이 불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주관구매제에 참여한 업체들은 어떨까요?

한 중소업체가 밝힌 내용입니다.

생산단계 비용은 소량 주문 제작방식이어서 대형 교복사보다 많지만 유통 구조가 단순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15만 7천 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형 교복사 대리점들은 결국 학교주관 구매제도가 정착되면 점차 시장을 잃을 수밖에 없어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학부모의 혼란은 계속되고 학교주관제도에 참여한 중소업체들은 더 이상 못버티겠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대형사들 벼랑 끝 할인 공세…소비자들만 피해▼

<리포트>

대형 교복사 대리점 점주였던 김영채씨는 지난해 동료 점주들과 협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

대형사의 영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교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섭니다.

학교주관구매제에 참여했지만 대형사들과의 경쟁은 힘겹습니다.

<녹취> 김영채 교복 제조 협동조합 : "재고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또 어떤 분들은 도산의 염려까지..."

김 씨는 지금의 시장 상황은 공정 경쟁이 아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형사들의 벼랑 끝 할인공세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엔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혜영(한국소비생활연구원 본부장) : "할인 경쟁 현상은 누군가가 백기를 들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는 식의 서로를 궁지에 모는 전략입니다. 유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가격 경쟁은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학교들도 문제는 알고 있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정책을 학교에서 수행하려면 이익 집단에 대한 뭔가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학교 단위에서 이런 상황에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교복시장이 혼탁하다는 경고음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지만 제도를 도입한 교육부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시장의 혼란을 멈추기 위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심수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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