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석굴암 앞마당에 웬 콘크리트 구조물?
입력 2015.02.02 (09:45)
수정 2015.02.0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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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등 대좌 사진
"석굴암 석등 대좌가 없어졌습니다."
처음 받은 제보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석굴암에서 보호각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 앞에 있던 '석등 대좌'가 없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석등 대좌'는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석등의 받침대 부분으로 석등 부분이 사라지긴 했어도 석굴암과 함께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확인해 보니 석등 대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석굴암 보호각 보수 공사를 하면서 앞마당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섰는데, 이 구조물이 대좌를 둘러싸는 형태로 설치됐고 최근에 철판으로 덮개를 덮으면서 대좌가 사라진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현재 대좌는 위 사진처럼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있는 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제보는 기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물 규모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1년부터 진행된 보호각 보수공사는 석굴암 입구의 작은 목조 건물인 보호각의 지붕 부분을 해체해 다시 짓는 공사입니다. 이를 위해 보호각 전체를 둘러싸는 덧집을 지었고, 콘크리트는 이 덧집을 지탱하는 기초 구조물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공사가 지난해 말 끝나 덧집은 철거되고 사진처럼 콘크리트만 남아 있는데, 두께는 1미터 가까이 되고 석굴암 앞마당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굴암에서 제 옆을 지나간 한 관람객은 구조물을 보고 '여기 무슨 큰 건물 지으려나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덧집이 있었을 때의 사진을 구해보니 덧집도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튼튼한 기초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크기가 그렇게 커야만 했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덧집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도 철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에 손상이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9시 뉴스에 나간 기사는 이것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경주시와 감독을 맡은 문화재청을 취재한 결과, 콘크리트의 규모는 석굴암 손상 없이 덧집을 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철거는 무진동 공법으로 진행하되, 곳곳에 진동 감지기를 설치해 철거 과정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진동 공법으로 철거 공법이 변경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진동 감지기 설치 등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콘크리트 철거까지 모두 끝나야 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경주시나 문화재청도 진동 문제로 아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이미 손상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된 고발 기사가 됐겠지만, 기사에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제 기사는 이런저런 우려와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청탁 기사였습니다. 숭례문 일로 모두가 놀란 가슴이니 더욱 그렇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발 기사를 쓰는 게 기자로서 인정을 받는 방법이긴 해도 석굴암으로 고발 기사를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석굴암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반쯤 무너진 상태로 발견된 석굴을 일제가 모두 해체해 다시 지으면서 외부를 시멘트로 감싸버린 것입니다. 이후 석굴암 내부에 습기가 차고 녹물이 흘러내리는 문제가 생기자 1960년대 보수작업을 하면서 시멘트를 한 번 더 씌워버렸습니다. 이번에 보수공사를 한 보호각 건물도 이때 지은 것입니다. 학계 일부에서는 석굴암 원형을 망친 보호각을 보수할 것이 아니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현재 국보로 지정된 석굴암의 정식 명칭은 '경주 석굴암 석굴'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석굴암이란 이름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석굴암이 아니라 '석불사'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보통 '~~사'는 나라에서 인정한 사찰을 가리키고 '~~암'은 수행을 위해 임시로 지은 거처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석굴암은 8세기 신라의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했으니 '석불사'가 맞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석불사'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일제가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콘크리트 철거 작업은 빠르면 설 연휴 전에 시작해 4월쯤 끝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서부터 여러 번 상처를 입은 석굴암과 본존불에 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불교 신도가 아니긴 해도,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봅니다.
바라옵건대, 석굴암 앞마당 콘크리트의 무사 철거를 기원합니다.
☞ 바로가기 <뉴스9> ‘석굴암 앞마당 콘크리트’ 어쩌나?
"석굴암 석등 대좌가 없어졌습니다."
처음 받은 제보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석굴암에서 보호각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 앞에 있던 '석등 대좌'가 없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석등 대좌'는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석등의 받침대 부분으로 석등 부분이 사라지긴 했어도 석굴암과 함께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확인해 보니 석등 대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석굴암 보호각 보수 공사를 하면서 앞마당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섰는데, 이 구조물이 대좌를 둘러싸는 형태로 설치됐고 최근에 철판으로 덮개를 덮으면서 대좌가 사라진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현재 대좌는 위 사진처럼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있는 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제보는 기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물 규모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1년부터 진행된 보호각 보수공사는 석굴암 입구의 작은 목조 건물인 보호각의 지붕 부분을 해체해 다시 짓는 공사입니다. 이를 위해 보호각 전체를 둘러싸는 덧집을 지었고, 콘크리트는 이 덧집을 지탱하는 기초 구조물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공사가 지난해 말 끝나 덧집은 철거되고 사진처럼 콘크리트만 남아 있는데, 두께는 1미터 가까이 되고 석굴암 앞마당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굴암에서 제 옆을 지나간 한 관람객은 구조물을 보고 '여기 무슨 큰 건물 지으려나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덧집이 있었을 때의 사진을 구해보니 덧집도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튼튼한 기초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크기가 그렇게 커야만 했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덧집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도 철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에 손상이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9시 뉴스에 나간 기사는 이것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경주시와 감독을 맡은 문화재청을 취재한 결과, 콘크리트의 규모는 석굴암 손상 없이 덧집을 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철거는 무진동 공법으로 진행하되, 곳곳에 진동 감지기를 설치해 철거 과정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진동 공법으로 철거 공법이 변경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진동 감지기 설치 등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콘크리트 철거까지 모두 끝나야 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경주시나 문화재청도 진동 문제로 아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이미 손상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된 고발 기사가 됐겠지만, 기사에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제 기사는 이런저런 우려와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청탁 기사였습니다. 숭례문 일로 모두가 놀란 가슴이니 더욱 그렇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발 기사를 쓰는 게 기자로서 인정을 받는 방법이긴 해도 석굴암으로 고발 기사를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석굴암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반쯤 무너진 상태로 발견된 석굴을 일제가 모두 해체해 다시 지으면서 외부를 시멘트로 감싸버린 것입니다. 이후 석굴암 내부에 습기가 차고 녹물이 흘러내리는 문제가 생기자 1960년대 보수작업을 하면서 시멘트를 한 번 더 씌워버렸습니다. 이번에 보수공사를 한 보호각 건물도 이때 지은 것입니다. 학계 일부에서는 석굴암 원형을 망친 보호각을 보수할 것이 아니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현재 국보로 지정된 석굴암의 정식 명칭은 '경주 석굴암 석굴'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석굴암이란 이름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석굴암이 아니라 '석불사'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보통 '~~사'는 나라에서 인정한 사찰을 가리키고 '~~암'은 수행을 위해 임시로 지은 거처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석굴암은 8세기 신라의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했으니 '석불사'가 맞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석불사'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일제가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콘크리트 철거 작업은 빠르면 설 연휴 전에 시작해 4월쯤 끝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서부터 여러 번 상처를 입은 석굴암과 본존불에 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불교 신도가 아니긴 해도,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봅니다.
바라옵건대, 석굴암 앞마당 콘크리트의 무사 철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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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등 대좌 사진
"석굴암 석등 대좌가 없어졌습니다."
처음 받은 제보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석굴암에서 보호각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 앞에 있던 '석등 대좌'가 없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석등 대좌'는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석등의 받침대 부분으로 석등 부분이 사라지긴 했어도 석굴암과 함께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확인해 보니 석등 대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석굴암 보호각 보수 공사를 하면서 앞마당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섰는데, 이 구조물이 대좌를 둘러싸는 형태로 설치됐고 최근에 철판으로 덮개를 덮으면서 대좌가 사라진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현재 대좌는 위 사진처럼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있는 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제보는 기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물 규모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1년부터 진행된 보호각 보수공사는 석굴암 입구의 작은 목조 건물인 보호각의 지붕 부분을 해체해 다시 짓는 공사입니다. 이를 위해 보호각 전체를 둘러싸는 덧집을 지었고, 콘크리트는 이 덧집을 지탱하는 기초 구조물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공사가 지난해 말 끝나 덧집은 철거되고 사진처럼 콘크리트만 남아 있는데, 두께는 1미터 가까이 되고 석굴암 앞마당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굴암에서 제 옆을 지나간 한 관람객은 구조물을 보고 '여기 무슨 큰 건물 지으려나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덧집이 있었을 때의 사진을 구해보니 덧집도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튼튼한 기초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크기가 그렇게 커야만 했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덧집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도 철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에 손상이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9시 뉴스에 나간 기사는 이것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경주시와 감독을 맡은 문화재청을 취재한 결과, 콘크리트의 규모는 석굴암 손상 없이 덧집을 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철거는 무진동 공법으로 진행하되, 곳곳에 진동 감지기를 설치해 철거 과정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진동 공법으로 철거 공법이 변경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진동 감지기 설치 등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콘크리트 철거까지 모두 끝나야 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경주시나 문화재청도 진동 문제로 아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이미 손상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된 고발 기사가 됐겠지만, 기사에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제 기사는 이런저런 우려와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청탁 기사였습니다. 숭례문 일로 모두가 놀란 가슴이니 더욱 그렇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발 기사를 쓰는 게 기자로서 인정을 받는 방법이긴 해도 석굴암으로 고발 기사를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석굴암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반쯤 무너진 상태로 발견된 석굴을 일제가 모두 해체해 다시 지으면서 외부를 시멘트로 감싸버린 것입니다. 이후 석굴암 내부에 습기가 차고 녹물이 흘러내리는 문제가 생기자 1960년대 보수작업을 하면서 시멘트를 한 번 더 씌워버렸습니다. 이번에 보수공사를 한 보호각 건물도 이때 지은 것입니다. 학계 일부에서는 석굴암 원형을 망친 보호각을 보수할 것이 아니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현재 국보로 지정된 석굴암의 정식 명칭은 '경주 석굴암 석굴'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석굴암이란 이름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석굴암이 아니라 '석불사'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보통 '~~사'는 나라에서 인정한 사찰을 가리키고 '~~암'은 수행을 위해 임시로 지은 거처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석굴암은 8세기 신라의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했으니 '석불사'가 맞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석불사'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일제가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콘크리트 철거 작업은 빠르면 설 연휴 전에 시작해 4월쯤 끝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서부터 여러 번 상처를 입은 석굴암과 본존불에 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불교 신도가 아니긴 해도,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봅니다.
바라옵건대, 석굴암 앞마당 콘크리트의 무사 철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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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석등 대좌가 없어졌습니다."
처음 받은 제보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석굴암에서 보호각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 앞에 있던 '석등 대좌'가 없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석등 대좌'는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석등의 받침대 부분으로 석등 부분이 사라지긴 했어도 석굴암과 함께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확인해 보니 석등 대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석굴암 보호각 보수 공사를 하면서 앞마당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섰는데, 이 구조물이 대좌를 둘러싸는 형태로 설치됐고 최근에 철판으로 덮개를 덮으면서 대좌가 사라진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현재 대좌는 위 사진처럼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있는 게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기에 제보는 기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물 규모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2011년부터 진행된 보호각 보수공사는 석굴암 입구의 작은 목조 건물인 보호각의 지붕 부분을 해체해 다시 짓는 공사입니다. 이를 위해 보호각 전체를 둘러싸는 덧집을 지었고, 콘크리트는 이 덧집을 지탱하는 기초 구조물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공사가 지난해 말 끝나 덧집은 철거되고 사진처럼 콘크리트만 남아 있는데, 두께는 1미터 가까이 되고 석굴암 앞마당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석굴암에서 제 옆을 지나간 한 관람객은 구조물을 보고 '여기 무슨 큰 건물 지으려나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덧집이 있었을 때의 사진을 구해보니 덧집도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튼튼한 기초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크기가 그렇게 커야만 했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덧집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도 철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석굴암에 손상이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9시 뉴스에 나간 기사는 이것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경주시와 감독을 맡은 문화재청을 취재한 결과, 콘크리트의 규모는 석굴암 손상 없이 덧집을 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철거는 무진동 공법으로 진행하되, 곳곳에 진동 감지기를 설치해 철거 과정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진동 공법으로 철거 공법이 변경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진동 감지기 설치 등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콘크리트 철거까지 모두 끝나야 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경주시나 문화재청도 진동 문제로 아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이미 손상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된 고발 기사가 됐겠지만, 기사에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제 기사는 이런저런 우려와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청탁 기사였습니다. 숭례문 일로 모두가 놀란 가슴이니 더욱 그렇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발 기사를 쓰는 게 기자로서 인정을 받는 방법이긴 해도 석굴암으로 고발 기사를 쓰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석굴암은 일제 강점기에 이미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반쯤 무너진 상태로 발견된 석굴을 일제가 모두 해체해 다시 지으면서 외부를 시멘트로 감싸버린 것입니다. 이후 석굴암 내부에 습기가 차고 녹물이 흘러내리는 문제가 생기자 1960년대 보수작업을 하면서 시멘트를 한 번 더 씌워버렸습니다. 이번에 보수공사를 한 보호각 건물도 이때 지은 것입니다. 학계 일부에서는 석굴암 원형을 망친 보호각을 보수할 것이 아니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현재 국보로 지정된 석굴암의 정식 명칭은 '경주 석굴암 석굴'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석굴암이란 이름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석굴암이 아니라 '석불사'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보통 '~~사'는 나라에서 인정한 사찰을 가리키고 '~~암'은 수행을 위해 임시로 지은 거처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석굴암은 8세기 신라의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했으니 '석불사'가 맞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석불사'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일제가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콘크리트 철거 작업은 빠르면 설 연휴 전에 시작해 4월쯤 끝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서부터 여러 번 상처를 입은 석굴암과 본존불에 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불교 신도가 아니긴 해도,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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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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