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재선충’ 무서운 확산…소나무 초토화

입력 2015.02.03 (08:06) 수정 2015.02.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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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애국가에도 나오는 한국의 대표 나무 소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소나무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 때문인데요.

문제가 심각합니다.

제주도와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이 속도라면, 3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자취를 감출게 될지 모른다는 강력한 경고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위기에 처해 있는 소나무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의 한 마을 야산.

푸른 가지가 울창했던 소나무 숲에서, 이제는 더 이상 멀쩡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여긴 엄청나게 죽어요, 지금. 저 뒤에 가면 소나무 다 죽었어요. 5년 안에 산이 얼추 다 폐허가 돼 버렸어요.”

마을 주민의 말처럼, 숲 속에서는 말라죽은 소나무만 드문드문 보일 뿐입니다.

모두 재선충에 감염돼 말라 죽은 소나무들입니다.

훈증 처리를 위해 비닐로 덮어놓은 소나무 잔해만 가득한 숲.

풍요로웠던 숲은 지금, 너무나도 흉물스럽게 변해버렸습니다.

김해에서 2시간 거리인 경북 포항으로 가봤습니다.

여기도 사정은 마찬가지.

푸르러야 할 소나무 잎이 온통 노랗게 변해버렸습니다.

아예 말라 비틀어져 죽은 나무들도 속속 눈에 들어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색깔이 좀 노란 빛이 비친다고 할까 그런 게 있죠. 그러다가 갈색빛처럼 노란 물이 비치다가 그렇게 서서히 가는 거죠.”

이 마을 야산에 재선충에 걸린 나무가 발견된 건 3~4년 전쯤.

불과 몇 년 사이, 멀쩡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황은 악화됐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내가 여기 온 지 한 10년 정도 됐는데 아마 몇 년 전부터, 3,4년 전부터 계속 죽대요. 보니까. 거의 한 70, 80%가 소나무 인데 내가 보기에는 전부 재선충병이라고 하는거 (같아요.)”

인근 경주도 재선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과 불국사까지 재선충이 번졌습니다.

이렇게 전국의 소나무들을 초토화 시키고 있는 재선충병은 일단 감염되면 소나무를 100% 고사시켜, 소나무 에이즈로도 불립니다.

지금 보시는 게 바로 재선충인데요.

실제 크기는 1mm 안쪽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솔수염 하늘소와 북방수염 하늘소의 몸을 통해, 소나무 안으로 들어가 엄청난 속도로 증식을 합니다.

<인터뷰> 한혜림(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연구과) : “이 하늘소 종류의 매개충이 건강한 나무를 갉아먹으면서 그 나무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소나무 재선충이 건강한 나무속에서 증식과 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가해를 하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 중에 도관 주변의 세포들에 피해를 주게 되면서 (죽게 됩니다.)”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은 2005년 재선충 방제 특별법이 제정되고 몇 년 뒤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 3년 사이 다시 크게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피해 자치단체도 2012년 50곳에서, 지난해 64곳,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에 퍼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고사 소나무만 8백만 그루가 넘을 정도인데요.

특히, 최근에는 비교적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시군에서까지 재선충이 발견돼 위기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북한산을 찾아가 봤는데요.

놀랍게도 이곳에서도 재선충에 감염돼 잘린 나무들이 표시돼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처음 확인된 재선충 감염 잣나무 두 그루.

소나무가 아닌 잣나무이긴 했지만, 언제든지 소나무에서도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커보였습니다.

<인터뷰> 서재철(전문위원/녹색연합) : “북한산국 립공원 정릉지구에 들어왔다는 것은 서울시 나머지 녹지에, 산림에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는 경고등이자 하나의 울림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고…….”

그렇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재선충이 이렇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먼저 고온 다습해진 날씨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인터뷰> 한혜림(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연구과) : “소나무 재선충 같은 경우에는 나무가 죽고 나면 나무속에 기생하는 그런 곰팡이류를 다시 또 섭식하고 살아갑니다. 그 곰팡이와 (재)선충의 경우에는 25℃에서 28℃ 그런 온도에서 가장 적절한 환경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방제 작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유기적이지 못한 방제 계획.

<인터뷰> 서재철(전문위원/녹색연합) : “이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시․ 군 경계를 따르진 않습니다. 산림청부터 일선 시․ 군까지 한마음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예를 들면) 포항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경주에서 새게 되면 효과를 못 보는 것처럼 지금까지는 주로 일선에서 많은 부실함이 존재했고요.”

방제 작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고사한 소나무를 베낸 주변에 미처 챙기지 못한 가지들이 널려 있었고,

<녹취> 마을 주민 : “작업해도 똑같아요. 계속 번지기 때문에. 베고 돌아서면 한 1년 있으면 어차피 그 옆에 다 번지는데요.”

다른 지역은 훈증 처리한 재선충 감염 나무 더미들을 몇 년씩 산속에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놔두니까 바람 불고 이러면 모아 놓은 가지가 뚝뚝 떨어지죠.”

환경단체들은 이런 상태라면, 몇 년 내로 소나무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재철(전문위원/녹색연합) : “지금 같은 속도로 피해가 확산됐을 경우 향후 3년 동안 중요하게 안전관리 차원에서 전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3년을 보내게 되면 멸종으로 가는 소나무가 사라지게 되는 경고점을 찍게 되는 의미가 되겠고요.”

우리나라 숲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

상황이 심각해지자 산림청은 새로운 방제기술 등을 도입해 재선충의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이 위기에 빠진 소나무를 구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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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3 08:13:04
    • 수정2015-02-03 11: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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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애국가에도 나오는 한국의 대표 나무 소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소나무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 때문인데요.

문제가 심각합니다.

제주도와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이 속도라면, 3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자취를 감출게 될지 모른다는 강력한 경고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위기에 처해 있는 소나무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의 한 마을 야산.

푸른 가지가 울창했던 소나무 숲에서, 이제는 더 이상 멀쩡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여긴 엄청나게 죽어요, 지금. 저 뒤에 가면 소나무 다 죽었어요. 5년 안에 산이 얼추 다 폐허가 돼 버렸어요.”

마을 주민의 말처럼, 숲 속에서는 말라죽은 소나무만 드문드문 보일 뿐입니다.

모두 재선충에 감염돼 말라 죽은 소나무들입니다.

훈증 처리를 위해 비닐로 덮어놓은 소나무 잔해만 가득한 숲.

풍요로웠던 숲은 지금, 너무나도 흉물스럽게 변해버렸습니다.

김해에서 2시간 거리인 경북 포항으로 가봤습니다.

여기도 사정은 마찬가지.

푸르러야 할 소나무 잎이 온통 노랗게 변해버렸습니다.

아예 말라 비틀어져 죽은 나무들도 속속 눈에 들어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색깔이 좀 노란 빛이 비친다고 할까 그런 게 있죠. 그러다가 갈색빛처럼 노란 물이 비치다가 그렇게 서서히 가는 거죠.”

이 마을 야산에 재선충에 걸린 나무가 발견된 건 3~4년 전쯤.

불과 몇 년 사이, 멀쩡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황은 악화됐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 “내가 여기 온 지 한 10년 정도 됐는데 아마 몇 년 전부터, 3,4년 전부터 계속 죽대요. 보니까. 거의 한 70, 80%가 소나무 인데 내가 보기에는 전부 재선충병이라고 하는거 (같아요.)”

인근 경주도 재선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과 불국사까지 재선충이 번졌습니다.

이렇게 전국의 소나무들을 초토화 시키고 있는 재선충병은 일단 감염되면 소나무를 100% 고사시켜, 소나무 에이즈로도 불립니다.

지금 보시는 게 바로 재선충인데요.

실제 크기는 1mm 안쪽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솔수염 하늘소와 북방수염 하늘소의 몸을 통해, 소나무 안으로 들어가 엄청난 속도로 증식을 합니다.

<인터뷰> 한혜림(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연구과) : “이 하늘소 종류의 매개충이 건강한 나무를 갉아먹으면서 그 나무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소나무 재선충이 건강한 나무속에서 증식과 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가해를 하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 중에 도관 주변의 세포들에 피해를 주게 되면서 (죽게 됩니다.)”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은 2005년 재선충 방제 특별법이 제정되고 몇 년 뒤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 3년 사이 다시 크게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피해 자치단체도 2012년 50곳에서, 지난해 64곳,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에 퍼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고사 소나무만 8백만 그루가 넘을 정도인데요.

특히, 최근에는 비교적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시군에서까지 재선충이 발견돼 위기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북한산을 찾아가 봤는데요.

놀랍게도 이곳에서도 재선충에 감염돼 잘린 나무들이 표시돼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처음 확인된 재선충 감염 잣나무 두 그루.

소나무가 아닌 잣나무이긴 했지만, 언제든지 소나무에서도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커보였습니다.

<인터뷰> 서재철(전문위원/녹색연합) : “북한산국 립공원 정릉지구에 들어왔다는 것은 서울시 나머지 녹지에, 산림에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는 경고등이자 하나의 울림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고…….”

그렇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재선충이 이렇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먼저 고온 다습해진 날씨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인터뷰> 한혜림(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 연구과) : “소나무 재선충 같은 경우에는 나무가 죽고 나면 나무속에 기생하는 그런 곰팡이류를 다시 또 섭식하고 살아갑니다. 그 곰팡이와 (재)선충의 경우에는 25℃에서 28℃ 그런 온도에서 가장 적절한 환경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방제 작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유기적이지 못한 방제 계획.

<인터뷰> 서재철(전문위원/녹색연합) : “이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시․ 군 경계를 따르진 않습니다. 산림청부터 일선 시․ 군까지 한마음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예를 들면) 포항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경주에서 새게 되면 효과를 못 보는 것처럼 지금까지는 주로 일선에서 많은 부실함이 존재했고요.”

방제 작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고사한 소나무를 베낸 주변에 미처 챙기지 못한 가지들이 널려 있었고,

<녹취> 마을 주민 : “작업해도 똑같아요. 계속 번지기 때문에. 베고 돌아서면 한 1년 있으면 어차피 그 옆에 다 번지는데요.”

다른 지역은 훈증 처리한 재선충 감염 나무 더미들을 몇 년씩 산속에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놔두니까 바람 불고 이러면 모아 놓은 가지가 뚝뚝 떨어지죠.”

환경단체들은 이런 상태라면, 몇 년 내로 소나무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재철(전문위원/녹색연합) : “지금 같은 속도로 피해가 확산됐을 경우 향후 3년 동안 중요하게 안전관리 차원에서 전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3년을 보내게 되면 멸종으로 가는 소나무가 사라지게 되는 경고점을 찍게 되는 의미가 되겠고요.”

우리나라 숲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

상황이 심각해지자 산림청은 새로운 방제기술 등을 도입해 재선충의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이 위기에 빠진 소나무를 구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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