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신 금광시대를 열다

입력 2015.02.03 (22:00) 수정 2015.02.0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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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혁명, 세계 에너지 환경을 바꾸다

미국 샌안토니오 남쪽으로 거대한 셰일 지층(퇴적암석층)‘이글 포드’가 뻗어있다. 인적이 드문 지역이지만, 밤에 인공위성에서 보면(자료 사진1) 거대한 불덩이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셰일지층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유정들이 내는 불꽃이 남한 면적의 넓은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5년 전에는 없던 이런 거대한 기름밭들이 미국에 수십 군데나 생겨났다. 셰일혁명이 미국 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셰일혁명으로 석유생산량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석유 수요가 떨어진 상황에서 셰일석유의 엄청난 공급 확대는 유가 하락의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의 견인차 ‘셰일’

세계 최대 메탄올 생산업체인 메타넥스는 칠레에 있는 백 만톤 무게의 공장을 해체해 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미국 루이지애나로 옮기고 있다. 이전에 따른 2년이란 긴 시간과 우리 돈 1조 원 이상의 이사비용이 투입되었다. 셰일혁명으로 생산업체의 원료인 천연가스를 싼 값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되었기 때문이다.

다우 케미컬 등 세계적인 화학회사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 뿐 아니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철강업계도 날개를 달고 있다. 셰일혁명이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최대 과제였던 제조업 부활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석유는 없다”

OPEC의 저유가 공세에 미국 셰일업계는 인수합병과 생산비용 절감 노력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의 저유가는 OPEC에게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취재진이 만난 국내외 석유전문가들은 앞으로 3~5년 사이에 배럴당 100달러 대의 석유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치솟는 순간, 미국의 셰일업자들이 달려들어 생산을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 혁명이 고유가의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셰일혁명, 세계 최고 권력자 순위를 바꾸다

미국 포브스지는 해마다 세계 최고 권력자 순위를 조사해 발표한다. 2009년 첫 조사에선 오바마가 1위, 후진타오가 2위, 푸틴이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푸틴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크림반도를 점령하는 등 상승세를 타면서 2013년부터는 푸틴이 오바마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포브스지는 미국이 여전히 최강대국이지만, 오바마는 국내적으로 여소야대 등으로 손발이 묶인 반면, 푸틴은 마음 먹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선정이유를 달았다.

하지만 저유가로 인해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분위기가 일변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은행에서 루블화를 인출하고 있고 수입품 물가가 30% 이상 올랐다. 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석유와 천연가스에 얻는 러시아의 고질적인 석유의존증이 문제를 불러온 것이다. 포브스의 2015 최고 권력자 순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취재진이 만난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지금 푸틴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셰일혁명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환경의 급변과 저유가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석유의 저주’, 구 소련의 실수를 되풀이한 러시아

러시아가 저유가로 인해 위기를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련 붕괴후 옐친의 경제개혁을 이끌었던 예고르 가이다르(Yegor Giadar) 부총리는 2008년 출간한 “제국의 붕괴: 지금의 러시아에 주는 교훈”이란 책에서, 1991년 소련 붕괴에 저유가가 치명타였다고 밝히고 있다. 만성적인 소련의 식량 위기는 1970년쯤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다.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해 오려면 달러가 필요했지만 당시 소련에는 수출할 만한 상품이 없었다. 그런데 서시베리아에서 막대한 유정이 발견되면서 식량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때마침 1973년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4배로 오르자, 엄청난 달러가 소련으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1985년과 86년 사이 배럴당 30달러 하던 국제유가가 8달러까지 떨어지는 저유가 시대가 찾아온다. 1990년 소련 국가계획위원회 속기록은 저유가가 얼마나 큰 타격이었는지 생생하게 증언해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군비경쟁은 고사하고 국민을 먹여살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듬해인 1991년 소련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

가이다르는 소련에게 일어났던 일이 러시아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며 ‘석유의 저주’를 경고 했지만 러시아는 소련의 실수를 되풀이했다. 고유가로 벌어들인 충분한 돈과 20여 년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고질적인 석유의존증에서 벗어날 경제 다변화에 실패한 것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대응은?

우리나라 역시 국제 에너지 환경의 급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유화공장은 일부 라인을 멈췄다. 지금까지 반도체에 버금가는 수출의 효자노릇을 해왔던 정유산업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저유가로 수출단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던 기존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그나마 정유사들의 적자를 메운 것은 미국 셰일에 대한 지분 투자였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해외자원 개발에 나설 기회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지금이라도 미국 셰일혁명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월 3일 밤 10시 방송될 KBS1TV 시사기획 <창> '셰일,新금광시대를 열다'에서는 미국발 셰일 혁명이 부른 저유가 시대,국제 정치 환경의 변화와 한국 경제의 경제적 영향을 진단하고 이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전략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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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3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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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혁명, 세계 에너지 환경을 바꾸다

미국 샌안토니오 남쪽으로 거대한 셰일 지층(퇴적암석층)‘이글 포드’가 뻗어있다. 인적이 드문 지역이지만, 밤에 인공위성에서 보면(자료 사진1) 거대한 불덩이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셰일지층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유정들이 내는 불꽃이 남한 면적의 넓은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5년 전에는 없던 이런 거대한 기름밭들이 미국에 수십 군데나 생겨났다. 셰일혁명이 미국 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셰일혁명으로 석유생산량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석유 수요가 떨어진 상황에서 셰일석유의 엄청난 공급 확대는 유가 하락의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의 견인차 ‘셰일’

세계 최대 메탄올 생산업체인 메타넥스는 칠레에 있는 백 만톤 무게의 공장을 해체해 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미국 루이지애나로 옮기고 있다. 이전에 따른 2년이란 긴 시간과 우리 돈 1조 원 이상의 이사비용이 투입되었다. 셰일혁명으로 생산업체의 원료인 천연가스를 싼 값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되었기 때문이다.

다우 케미컬 등 세계적인 화학회사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 뿐 아니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철강업계도 날개를 달고 있다. 셰일혁명이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최대 과제였던 제조업 부활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석유는 없다”

OPEC의 저유가 공세에 미국 셰일업계는 인수합병과 생산비용 절감 노력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의 저유가는 OPEC에게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취재진이 만난 국내외 석유전문가들은 앞으로 3~5년 사이에 배럴당 100달러 대의 석유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치솟는 순간, 미국의 셰일업자들이 달려들어 생산을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 혁명이 고유가의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셰일혁명, 세계 최고 권력자 순위를 바꾸다

미국 포브스지는 해마다 세계 최고 권력자 순위를 조사해 발표한다. 2009년 첫 조사에선 오바마가 1위, 후진타오가 2위, 푸틴이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푸틴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크림반도를 점령하는 등 상승세를 타면서 2013년부터는 푸틴이 오바마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포브스지는 미국이 여전히 최강대국이지만, 오바마는 국내적으로 여소야대 등으로 손발이 묶인 반면, 푸틴은 마음 먹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선정이유를 달았다.

하지만 저유가로 인해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분위기가 일변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은행에서 루블화를 인출하고 있고 수입품 물가가 30% 이상 올랐다. 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석유와 천연가스에 얻는 러시아의 고질적인 석유의존증이 문제를 불러온 것이다. 포브스의 2015 최고 권력자 순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취재진이 만난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지금 푸틴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셰일혁명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환경의 급변과 저유가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석유의 저주’, 구 소련의 실수를 되풀이한 러시아

러시아가 저유가로 인해 위기를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련 붕괴후 옐친의 경제개혁을 이끌었던 예고르 가이다르(Yegor Giadar) 부총리는 2008년 출간한 “제국의 붕괴: 지금의 러시아에 주는 교훈”이란 책에서, 1991년 소련 붕괴에 저유가가 치명타였다고 밝히고 있다. 만성적인 소련의 식량 위기는 1970년쯤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다. 외국에서 식량을 수입해 오려면 달러가 필요했지만 당시 소련에는 수출할 만한 상품이 없었다. 그런데 서시베리아에서 막대한 유정이 발견되면서 식량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때마침 1973년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4배로 오르자, 엄청난 달러가 소련으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1985년과 86년 사이 배럴당 30달러 하던 국제유가가 8달러까지 떨어지는 저유가 시대가 찾아온다. 1990년 소련 국가계획위원회 속기록은 저유가가 얼마나 큰 타격이었는지 생생하게 증언해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군비경쟁은 고사하고 국민을 먹여살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듬해인 1991년 소련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

가이다르는 소련에게 일어났던 일이 러시아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며 ‘석유의 저주’를 경고 했지만 러시아는 소련의 실수를 되풀이했다. 고유가로 벌어들인 충분한 돈과 20여 년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고질적인 석유의존증에서 벗어날 경제 다변화에 실패한 것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대응은?

우리나라 역시 국제 에너지 환경의 급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유화공장은 일부 라인을 멈췄다. 지금까지 반도체에 버금가는 수출의 효자노릇을 해왔던 정유산업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저유가로 수출단가가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던 기존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그나마 정유사들의 적자를 메운 것은 미국 셰일에 대한 지분 투자였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해외자원 개발에 나설 기회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지금이라도 미국 셰일혁명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월 3일 밤 10시 방송될 KBS1TV 시사기획 <창> '셰일,新금광시대를 열다'에서는 미국발 셰일 혁명이 부른 저유가 시대,국제 정치 환경의 변화와 한국 경제의 경제적 영향을 진단하고 이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전략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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