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밤중에 ‘와르르’…옹벽에 차량 수십 대 매몰

입력 2015.02.06 (08:10) 수정 2015.02.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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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어제 새벽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갑자기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차량 수십 대가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간신히 몸만 피한 주민들은 지금 찜질방을 전전해야하는 난처한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백여 세대가 모여 사는 광주의 한 아파트.

취재팀이 방문했을 무렵, 아파트는 대형 재난현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전재철(광주 남부소방서 현장팀장) : “4시 30분부터 다 대피시켜서 인근 조봉초등학교 체육관으로 (주민들을) 다 대피시켰습니다.”

아파트 3개동 가운데 2개동의 주민들이 모두 임시대피소로 이동한 상황.

사건 발생 반나절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노현숙(아파트 주민) : “차 경적 울리는 소리, 벽 좌르르 흐르는 소리, 그 소리에 놀라서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는데...”

사고가 일어난 건, 어제 새벽 3시 40분 쯤이었습니다.

갑작스런 굉음에 잠을 깬 주민들.

<인터뷰> 윤수임(아파트 주민) : “와글와글한 소리가 나기에 무서워서 이불 속으로 들어갔거든요. 나는 소나기가 와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거든요. 벼락 떨어져서...”

<인터뷰> 김홍덕(아파트 주민) : “비행기가 폭발하는 줄 알았어요. 쾅쾅 하는 거야. 너무 놀라서 전쟁이 일어났나 추락했나...”

순식간에 밀려든 흙더미는, 1층 창문 앞까지 밀려들었습니다.

놀란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더 높은 층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인터뷰> 김홍덕(아파트 주민) : “창문을 여니까 앞에까지 흙이 들어와 있어요. 내가 1층에 살거든요. 15층으로 올라갔죠. 큰 일 났잖아요. 매몰될지도 모르잖아요.”

윗 층에서 내려다본 아파트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아파트 뒤편에 설치된 옹벽이 무너져 아래 있던 차량들을 덮친 상황.

무너진 옹벽의 길이가 30여 미터, 무려 천 톤가량의 흙이 쏟아지면서 차량 40여 대가 파묻히거나 부서졌습니다.

잠시 뒤, 각 가정에는 긴급 대피를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고 주민들은 허겁지겁 몸을 피해야했습니다.

<인터뷰> 채희순(아파트 주민) : “피신을 하기 위해서 막 그냥 무조건 정신없이 나갔지. 이 가방만 메고 왔어 가방만.”

2차 붕괴에 대한 우려로, 아파트는 출입이 금지된 상황.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돼버렸는데요.

어제저녁, 취재팀이 주민들은 만난 곳은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가 아닌 인근 찜질방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강당에다 놔주니까 너무 추운 거예요. 추워서 안 되겠다고 남구청 차로 옮겼어요.”

제대로 된 옷가지조차 챙겨 나오지 못한 주민들.

몸은 빠져나왔지만, 생활을 어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해보였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치약 칫솔 이런 것만 (챙겨 나왔어요). 경찰관이 방문마다 다 따라서 서 있었어요. 위험하다고.”

더 걱정스러운 건,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지내야 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돈도 없고 갈 데도 없고...”

그렇다면, 멀쩡하던 아파트 옹벽은 왜 무너진 걸까?

무너진 옹벽은 지난 1993년 아파트가 지어질때, 건물과 인접한 야산의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민들은 옹벽의 높이가 너무 높고, 기울기가 가파르다며, 평소에도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홍덕(아파트주민) : “우리가 이야기를 여러 번 했어요. 무너질지 모른다고 관리를 하라고."

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구청에서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B등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녹취> 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B등급 나오면 1년에 한 번씩 점검을 하게 돼 있습니다. 작년 3월에 점검을 해 놓은 상태거든요.”

하지만, 취재팀과 통화한 민간 단체의 분석은 좀 달랐습니다.

옹벽의 높이가 일정 높이를 넘으면 산을 절개해 2단으로 축대벽을 쌓아야 하지만, 이 옹벽은 야산을 수직으로 깎아 지어졌다는 것.

해당 단체는 사전에 이미 이런 문제를 지적했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한재용(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광주지부장) : “옹벽을 지적했거든요. 규정을 어겼다고. 관련 규정을 보니까 3m 이상은 계단식으로 하게 돼있더라고요.”

안전 점검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합니다.

<녹취> 한재용(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광주지부장) : “육안 검사를 지양하고 기계검증을 해서 정밀점검을 해서 과학적으로 관리해야죠. 육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붕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지난해 4월 전남 목포에서는 아파트 앞 주차장과 도로가 폭삭 내려앉아 300가구 주민들이 한동안 대피생활을 해야 했고 지난해 7월 광주에서도, 30년 된 아파트 지하기둥에 심한 균열이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이 아파트 역시 안전진단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곳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안전 진단을 맡겼더니 이상이 없대요. 두 달 전엔가 (점검)했다고 하던데.”

전문가들은 시공사와 관리기관의 느슨한 안전 의식과 또 형식적인 안전 진단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박창근 (교수/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 “위험 등급을 재분류해서 기초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많이 막을수 있다고...”

안전점검이 이뤄진 지 고작 열 달 만에 무너져 내린 옹벽. 그리고 100여 가구의 이재민들.

못 미더운 건축물 안전 점검 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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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밤중에 ‘와르르’…옹벽에 차량 수십 대 매몰
    • 입력 2015-02-06 08:24:16
    • 수정2015-02-06 11: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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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갑자기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차량 수십 대가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간신히 몸만 피한 주민들은 지금 찜질방을 전전해야하는 난처한 이재민 신세가 됐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백여 세대가 모여 사는 광주의 한 아파트.

취재팀이 방문했을 무렵, 아파트는 대형 재난현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전재철(광주 남부소방서 현장팀장) : “4시 30분부터 다 대피시켜서 인근 조봉초등학교 체육관으로 (주민들을) 다 대피시켰습니다.”

아파트 3개동 가운데 2개동의 주민들이 모두 임시대피소로 이동한 상황.

사건 발생 반나절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노현숙(아파트 주민) : “차 경적 울리는 소리, 벽 좌르르 흐르는 소리, 그 소리에 놀라서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는데...”

사고가 일어난 건, 어제 새벽 3시 40분 쯤이었습니다.

갑작스런 굉음에 잠을 깬 주민들.

<인터뷰> 윤수임(아파트 주민) : “와글와글한 소리가 나기에 무서워서 이불 속으로 들어갔거든요. 나는 소나기가 와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거든요. 벼락 떨어져서...”

<인터뷰> 김홍덕(아파트 주민) : “비행기가 폭발하는 줄 알았어요. 쾅쾅 하는 거야. 너무 놀라서 전쟁이 일어났나 추락했나...”

순식간에 밀려든 흙더미는, 1층 창문 앞까지 밀려들었습니다.

놀란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더 높은 층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인터뷰> 김홍덕(아파트 주민) : “창문을 여니까 앞에까지 흙이 들어와 있어요. 내가 1층에 살거든요. 15층으로 올라갔죠. 큰 일 났잖아요. 매몰될지도 모르잖아요.”

윗 층에서 내려다본 아파트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아파트 뒤편에 설치된 옹벽이 무너져 아래 있던 차량들을 덮친 상황.

무너진 옹벽의 길이가 30여 미터, 무려 천 톤가량의 흙이 쏟아지면서 차량 40여 대가 파묻히거나 부서졌습니다.

잠시 뒤, 각 가정에는 긴급 대피를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고 주민들은 허겁지겁 몸을 피해야했습니다.

<인터뷰> 채희순(아파트 주민) : “피신을 하기 위해서 막 그냥 무조건 정신없이 나갔지. 이 가방만 메고 왔어 가방만.”

2차 붕괴에 대한 우려로, 아파트는 출입이 금지된 상황.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이재민 신세가 돼버렸는데요.

어제저녁, 취재팀이 주민들은 만난 곳은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가 아닌 인근 찜질방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강당에다 놔주니까 너무 추운 거예요. 추워서 안 되겠다고 남구청 차로 옮겼어요.”

제대로 된 옷가지조차 챙겨 나오지 못한 주민들.

몸은 빠져나왔지만, 생활을 어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해보였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치약 칫솔 이런 것만 (챙겨 나왔어요). 경찰관이 방문마다 다 따라서 서 있었어요. 위험하다고.”

더 걱정스러운 건,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지내야 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돈도 없고 갈 데도 없고...”

그렇다면, 멀쩡하던 아파트 옹벽은 왜 무너진 걸까?

무너진 옹벽은 지난 1993년 아파트가 지어질때, 건물과 인접한 야산의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민들은 옹벽의 높이가 너무 높고, 기울기가 가파르다며, 평소에도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홍덕(아파트주민) : “우리가 이야기를 여러 번 했어요. 무너질지 모른다고 관리를 하라고."

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구청에서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B등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녹취> 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B등급 나오면 1년에 한 번씩 점검을 하게 돼 있습니다. 작년 3월에 점검을 해 놓은 상태거든요.”

하지만, 취재팀과 통화한 민간 단체의 분석은 좀 달랐습니다.

옹벽의 높이가 일정 높이를 넘으면 산을 절개해 2단으로 축대벽을 쌓아야 하지만, 이 옹벽은 야산을 수직으로 깎아 지어졌다는 것.

해당 단체는 사전에 이미 이런 문제를 지적했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한재용(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광주지부장) : “옹벽을 지적했거든요. 규정을 어겼다고. 관련 규정을 보니까 3m 이상은 계단식으로 하게 돼있더라고요.”

안전 점검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합니다.

<녹취> 한재용(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광주지부장) : “육안 검사를 지양하고 기계검증을 해서 정밀점검을 해서 과학적으로 관리해야죠. 육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붕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

지난해 4월 전남 목포에서는 아파트 앞 주차장과 도로가 폭삭 내려앉아 300가구 주민들이 한동안 대피생활을 해야 했고 지난해 7월 광주에서도, 30년 된 아파트 지하기둥에 심한 균열이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이 아파트 역시 안전진단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곳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안전 진단을 맡겼더니 이상이 없대요. 두 달 전엔가 (점검)했다고 하던데.”

전문가들은 시공사와 관리기관의 느슨한 안전 의식과 또 형식적인 안전 진단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박창근 (교수/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 “위험 등급을 재분류해서 기초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많이 막을수 있다고...”

안전점검이 이뤄진 지 고작 열 달 만에 무너져 내린 옹벽. 그리고 100여 가구의 이재민들.

못 미더운 건축물 안전 점검 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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