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영화를 사전 심사하겠다”…“사실상 검열?”

입력 2015.02.06 (09:25) 수정 2015.02.0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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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임상수, 허진호 감독 등을 배출하며 영화계의 '사관학교'로 여겨졌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영화제가 돌연 취소됐습니다.

또 '인디플러스'라는 국내 독립영화전용관에서 매달 첫째주 수요일에 열리던 정기 상영회도, 같은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 지난달 22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소규모 정기 상영회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영화를 전공한 학생들이 시원치 않은 장비로 며칠 밤낮을 꼬박 새어가며 어렵게, 정말 어렵게 만든 영화가 빛도 보지 못한 채 묻혔습니다. 그들은 열정을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각종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었던 수많은 미개봉작들 역시 언제 공개될지 모릅니다.

이유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영화에 관한 지원 역할을 위임받은 전문 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 출품작들을 사전에 심사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영진위' 소속 기관입니다.



◆ 영화제 출품작은 '등급 심사 자동 면제 대상'인데…

우리나라에선 영화를 개봉하려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해당 영화가 전체관람가인지, 12세이상·15세이상관람가인지, 혹은 청소년관람불가나 제한상영가인지를 판단하는 겁니다.

그러나,
1.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특정한 장소에서 청소년이 포함되지 아니한 특정인에 한하여 상영 하는 소형영화·단편영화
2.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3. 국제적 문화교류의 목적으로 상영하는 영화 등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등급분류가 필요하 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영화에 해당하는 경우,
'영진위'의 내부 규정에 따라 '등급 분류 심사 면제 추천'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96년, '영화 사전 심의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했고, 이 때문에 예외 조항으로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① 기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 추천을 받은 적이 있으며 연속 3회 이상 개최된 동일 성격의 영화제, ② 위원회 주최·주관·지원·후원 및 위탁사업, ③ 정부(지자체 포함) 및 공공기관이 주최·주관·지원·후원 및 위탁한 영화제, ④ 영화 관련 정규 대학 및 이에 준하는 교육기관에서 개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자동 면제 대상입니다. 앞서 취소됐던 영화제 출품작들은 원래대로라면 '자동 면제' 대상인 겁니다.



◆ '영진위', 영화제 측에 "관련 규정 개정된다" 통보

'영진위'는 최근 등급분류 면제 등의 내용이 담긴 규정을 수정하는 안을 추진 중입니다. 영화제 출품작이라고 하더라도 소위와 9명의 영진위 위원의 최종 허가를 받아 '면제 추천'을 하겠다는게 개정안의 주 내용입니다.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사실상의 '검열'이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된 이후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사퇴 압박을 넣어 논란이 된 이후라, 더더욱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영화를 사전에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4개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은 영진위를 방문해 2시간 가량 반대 입장을 전했습니다. 5일에 열린 위원회 정기 회의에서 규정을 개정하겠다던 '영진위'는 영화계의 반발에 일단 결정을 보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규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왔던 터라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며 영화인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진위' 관계자는 취재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화제 주최 측이 마케팅 시사를 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1~3일 정도 면제 추천을 받아 영화를 튼 다음 그 중 반응이 괜찮은 것만 수입하는 식의 변칙 시사회가 많아지고 있는 등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개정 필요성이 수차례 논의돼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토 중인 사안일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영진위' 측이 영화제 주최측에 보낸 메일에는 '2월 5일 제 1차 정기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여 면제추천 여부가 결정'된다며 추천 심사를 보류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젠 안건 상정 마저 보류됐으니, 어떻게든 결정이 나기 전까지 모든 영화제가 취소될 판입니다.



◆ '영진위' 선정 영화 26편만 지원?

'영진위'는 오는 4월부터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지원 방식도 바꿀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365일 가운데 60%인 219일을 '영진위가 인정하는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면 심사를 거쳐 한 스크린 당 평균 3천700만원(연간)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독립·예술영화 중에서도 '영진위'가 선정한 26편의 영화만을 연간 219일 동안 온관(교차상영 금지) 상영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관객이 적은 지역 독립·예술영화전용관들이 지원금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지나친 교차상영으로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IP TV 유통을 위한 영화 등 일명 '페이퍼 영화'가 예술영화로 인정받고 있어 예술영화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독립·예술영화계는 '영진위'의 계획이 영화관은 물론 관객에게도, 제작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교차상영은 전용관들이 대부분 '단관(스크린 1개)'이다 보니 관객의 선택폭을 넓히기 위한 조치이고, 26편의 영화를 선정하면 선택받지 못한 영화는 사실상 상영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주장입니다.

앞서 설명한 '영화제 출품작 등급 심사'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지원 사업'은 내용은 다르지만 '영화를 누군가가 사전에 심사·선정'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예술계에서 '영진위'가 최근 추진하는 사업은 자칫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해 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바로가기 <뉴스9> 영화제 출품 작품도 사전 심의?…영화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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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영화를 사전 심사하겠다”…“사실상 검열?”
    • 입력 2015-02-06 09:25:01
    • 수정2015-02-07 01:50:42
    취재후·사건후
봉준호, 임상수, 허진호 감독 등을 배출하며 영화계의 '사관학교'로 여겨졌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영화제가 돌연 취소됐습니다.

또 '인디플러스'라는 국내 독립영화전용관에서 매달 첫째주 수요일에 열리던 정기 상영회도, 같은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 지난달 22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소규모 정기 상영회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영화를 전공한 학생들이 시원치 않은 장비로 며칠 밤낮을 꼬박 새어가며 어렵게, 정말 어렵게 만든 영화가 빛도 보지 못한 채 묻혔습니다. 그들은 열정을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각종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었던 수많은 미개봉작들 역시 언제 공개될지 모릅니다.

이유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영화에 관한 지원 역할을 위임받은 전문 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 출품작들을 사전에 심사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영진위' 소속 기관입니다.



◆ 영화제 출품작은 '등급 심사 자동 면제 대상'인데…

우리나라에선 영화를 개봉하려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해당 영화가 전체관람가인지, 12세이상·15세이상관람가인지, 혹은 청소년관람불가나 제한상영가인지를 판단하는 겁니다.

그러나,
1.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특정한 장소에서 청소년이 포함되지 아니한 특정인에 한하여 상영 하는 소형영화·단편영화
2.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
3. 국제적 문화교류의 목적으로 상영하는 영화 등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등급분류가 필요하 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영화에 해당하는 경우,
'영진위'의 내부 규정에 따라 '등급 분류 심사 면제 추천'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96년, '영화 사전 심의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했고, 이 때문에 예외 조항으로 최소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① 기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 추천을 받은 적이 있으며 연속 3회 이상 개최된 동일 성격의 영화제, ② 위원회 주최·주관·지원·후원 및 위탁사업, ③ 정부(지자체 포함) 및 공공기관이 주최·주관·지원·후원 및 위탁한 영화제, ④ 영화 관련 정규 대학 및 이에 준하는 교육기관에서 개최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자동 면제 대상입니다. 앞서 취소됐던 영화제 출품작들은 원래대로라면 '자동 면제' 대상인 겁니다.



◆ '영진위', 영화제 측에 "관련 규정 개정된다" 통보

'영진위'는 최근 등급분류 면제 등의 내용이 담긴 규정을 수정하는 안을 추진 중입니다. 영화제 출품작이라고 하더라도 소위와 9명의 영진위 위원의 최종 허가를 받아 '면제 추천'을 하겠다는게 개정안의 주 내용입니다.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사실상의 '검열'이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된 이후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사퇴 압박을 넣어 논란이 된 이후라, 더더욱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영화를 사전에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4개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은 영진위를 방문해 2시간 가량 반대 입장을 전했습니다. 5일에 열린 위원회 정기 회의에서 규정을 개정하겠다던 '영진위'는 영화계의 반발에 일단 결정을 보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규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왔던 터라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며 영화인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진위' 관계자는 취재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화제 주최 측이 마케팅 시사를 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1~3일 정도 면제 추천을 받아 영화를 튼 다음 그 중 반응이 괜찮은 것만 수입하는 식의 변칙 시사회가 많아지고 있는 등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개정 필요성이 수차례 논의돼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토 중인 사안일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영진위' 측이 영화제 주최측에 보낸 메일에는 '2월 5일 제 1차 정기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여 면제추천 여부가 결정'된다며 추천 심사를 보류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젠 안건 상정 마저 보류됐으니, 어떻게든 결정이 나기 전까지 모든 영화제가 취소될 판입니다.



◆ '영진위' 선정 영화 26편만 지원?

'영진위'는 오는 4월부터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지원 방식도 바꿀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365일 가운데 60%인 219일을 '영진위가 인정하는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면 심사를 거쳐 한 스크린 당 평균 3천700만원(연간)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독립·예술영화 중에서도 '영진위'가 선정한 26편의 영화만을 연간 219일 동안 온관(교차상영 금지) 상영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관객이 적은 지역 독립·예술영화전용관들이 지원금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지나친 교차상영으로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IP TV 유통을 위한 영화 등 일명 '페이퍼 영화'가 예술영화로 인정받고 있어 예술영화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독립·예술영화계는 '영진위'의 계획이 영화관은 물론 관객에게도, 제작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교차상영은 전용관들이 대부분 '단관(스크린 1개)'이다 보니 관객의 선택폭을 넓히기 위한 조치이고, 26편의 영화를 선정하면 선택받지 못한 영화는 사실상 상영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주장입니다.

앞서 설명한 '영화제 출품작 등급 심사'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지원 사업'은 내용은 다르지만 '영화를 누군가가 사전에 심사·선정'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예술계에서 '영진위'가 최근 추진하는 사업은 자칫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해 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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