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아메리칸 스나이퍼’ 개봉…‘저격수’ 논란

입력 2015.02.10 (18:07) 수정 2015.02.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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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상이 전쟁터 같아서일까요?

'무슨무슨 저격수',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저격수'라는 표현, 종종 쓰곤 하죠.

최근 이 '저격수'가 미국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데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때문입니다.

논란도 뜨거운데요.

오늘 이 얘기, 국제부 김영인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저격수', 뭔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데,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인가요?

<답변>
네,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릴게요.

여기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도요새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도요새는 몸집이 작고 동작도 날쌥니다.

영어론 '스나이프'라고 하는데요.

저격수를 뜻하는 '스나이퍼'는 재빠르게 날아가는 도요새를 사냥할 정도로 총을 잘 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른바 '원 샷 원 킬', 단 한 발의 총알로 적군 1명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죠.

<질문>
영화 같은 거 보면, 이 저격수를 영웅시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답변>
네, 전쟁 영웅으로 종종 미화되기도 하죠.

저격수는 무엇으로 평가받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느냐,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사살 기록입니다.

논란이 시작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 얘기는 좀 뒤에 하고요.

세계 최고의 저격수로 꼽히는 사람은 핀란드의 시모 하이하입니다.

구 소련과 핀란드가 벌인 이른바 '겨울전쟁'에서

공식적인 기록으로만 소련군 542명을 사살했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애드리안 웨일(군사 전문가) : "보통의 저격수는 그 전투에서 5~10명 정도를 사살했습니다. 하이하는 영하 20~30도 혹한에서 500명 이상을 사살했어요. 이는 아주 경이로운 기록입니다."

<녹취> 군사 전문가 : "정말 조용한 죽음이었죠. 거의 보이지도 않는데 적군의 모습을 간파했고, 그들의 뒤에서 쐈죠. 그렇게 적군들은 죽었습니다."

하이하 외에도요.

베트남 전에서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2킬로미터 밖에서 저격에 성공한 미국의 카를로스 해스콕도 전설적인 스나이퍼로 평가받고 있고요.

지난 2009년 아프간에서 2천475미터 거리에서 저격에 성공해 최장 기록을 보유한 영국의 크레이그 해리슨도 최고의 저격수로 꼽힙니다.

<질문>
김 기자,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아메리칸 스나이퍼', 이 영화도 저격수에 대한 얘기죠?

<답변>
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라크 전쟁에서 적 160명을 사살한 크리스 카일의 얘기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는데 미국에서는 3천억 원 가까운 입장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예고편 한 번 보실까요?

여성으로부터 폭탄을 건네받는 한 이라크 소년, 같은 시각, 수십 명의 미군이 소년 쪽으로 다가오는데요.

주인공, 소년을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만감이 교차하지만, 동료들을 살리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클린튼 이스트우드 감독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튼 이스트우드('아메리칸 스나이퍼' 감독) : "영화에는 많은 다양한 갈등 상황이 나옵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적과의 갈등이 하나이고요. 전쟁터를 오가며 가족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의 갈등도 있죠."

<질문>

그런데,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변>
네, 저격수 애국심을 강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동료를 보호하고, 또 궁극적으론 국가를 지키는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인들은 특히 9.11 테러를 겪은 뒤로 10년 넘게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전쟁들이 사실 답이 없습니다.

끝도 없고, 이겨도 진 것 같고 말이죠.

대표적인 사례로, 미군이 2001년부터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데, 여전히 철수를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IS같은 게릴라들도 상대해야 하죠.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디서든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시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뭘까요?

불안을 씻어줄 영웅이겠죠.

'저격수'는 그 조건에 부합하고요.

보수 정치인인 사라 페일린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사라 페일린(전 알래스카 주지사) : "(저격수) 크리스 카일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야 해요.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헌법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분들이에요. 카일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저격수는 영웅이 아니다, 우리에게 애국심 강요하지 말아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명 영화감독이죠.

마이클 무어 감독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서, "우리는 저격수가 겁쟁이라고 배웠다, 등 뒤에서 총을 쏘는 저격수는 영웅이 아니다"라며,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영웅시하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을 다뤄 논란이 됐던 영화 '인터뷰'를 만든 세스 로건도 트위터에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의 영화에 나온 독일인 저격수가 연합군을 저격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고 비꼬아 논란을 증폭시켰습니다.

<질문>
그럼,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크리스 카일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입장을 들을 수 없습니다.

카일은 제대한 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참전 용사의 재활을 돕는 일을 했었는데요.

2013년, 한 참전용사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더욱이, 카일 자신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었다고 하네요.

<질문>
카일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서 쏜 총알이 돌고 돌아 다시 카일에게 돌아온 셈이네요?

<답변>
네, 카일의 이야기 자체가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선 전쟁터에서 겪은 충격적인 일들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는 퇴역군인들의 문제가 심각한데요.

1990년엔 3만 명 선이었는데, 2000년 13만 명을 넘었고, 2010년 43만 명, 2년 전인 2013년엔 64만 명대로 그야말로 급증했습니다.

베트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최근엔 IS 공습까지, 대규모 전쟁에 계속 발을 들여놓고 있는 미국의 특수한 현실,

또, 전쟁터에서 죽거나 몸과 마음을 다친 채 돌아오는 가족, 이웃이 있기 때문에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논란 속에서도 소구력을 지닐 수 있는 겁니다.

<질문>
그냥 총 쏘고 죽이는, 그런 흔한 전쟁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전쟁 속의 개인, 이걸 축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같으니까요. 챙겨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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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아메리칸 스나이퍼’ 개봉…‘저격수’ 논란
    • 입력 2015-02-10 18:17:41
    • 수정2015-02-10 18:27:40
    글로벌24
<앵커 멘트>

세상이 전쟁터 같아서일까요?

'무슨무슨 저격수',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저격수'라는 표현, 종종 쓰곤 하죠.

최근 이 '저격수'가 미국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데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때문입니다.

논란도 뜨거운데요.

오늘 이 얘기, 국제부 김영인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저격수', 뭔가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데,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인가요?

<답변>
네,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릴게요.

여기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도요새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도요새는 몸집이 작고 동작도 날쌥니다.

영어론 '스나이프'라고 하는데요.

저격수를 뜻하는 '스나이퍼'는 재빠르게 날아가는 도요새를 사냥할 정도로 총을 잘 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른바 '원 샷 원 킬', 단 한 발의 총알로 적군 1명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죠.

<질문>
영화 같은 거 보면, 이 저격수를 영웅시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답변>
네, 전쟁 영웅으로 종종 미화되기도 하죠.

저격수는 무엇으로 평가받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느냐,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사살 기록입니다.

논란이 시작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 얘기는 좀 뒤에 하고요.

세계 최고의 저격수로 꼽히는 사람은 핀란드의 시모 하이하입니다.

구 소련과 핀란드가 벌인 이른바 '겨울전쟁'에서

공식적인 기록으로만 소련군 542명을 사살했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애드리안 웨일(군사 전문가) : "보통의 저격수는 그 전투에서 5~10명 정도를 사살했습니다. 하이하는 영하 20~30도 혹한에서 500명 이상을 사살했어요. 이는 아주 경이로운 기록입니다."

<녹취> 군사 전문가 : "정말 조용한 죽음이었죠. 거의 보이지도 않는데 적군의 모습을 간파했고, 그들의 뒤에서 쐈죠. 그렇게 적군들은 죽었습니다."

하이하 외에도요.

베트남 전에서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2킬로미터 밖에서 저격에 성공한 미국의 카를로스 해스콕도 전설적인 스나이퍼로 평가받고 있고요.

지난 2009년 아프간에서 2천475미터 거리에서 저격에 성공해 최장 기록을 보유한 영국의 크레이그 해리슨도 최고의 저격수로 꼽힙니다.

<질문>
김 기자,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아메리칸 스나이퍼', 이 영화도 저격수에 대한 얘기죠?

<답변>
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라크 전쟁에서 적 160명을 사살한 크리스 카일의 얘기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는데 미국에서는 3천억 원 가까운 입장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예고편 한 번 보실까요?

여성으로부터 폭탄을 건네받는 한 이라크 소년, 같은 시각, 수십 명의 미군이 소년 쪽으로 다가오는데요.

주인공, 소년을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만감이 교차하지만, 동료들을 살리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클린튼 이스트우드 감독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튼 이스트우드('아메리칸 스나이퍼' 감독) : "영화에는 많은 다양한 갈등 상황이 나옵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적과의 갈등이 하나이고요. 전쟁터를 오가며 가족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의 갈등도 있죠."

<질문>

그런데,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변>
네, 저격수 애국심을 강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동료를 보호하고, 또 궁극적으론 국가를 지키는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인들은 특히 9.11 테러를 겪은 뒤로 10년 넘게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전쟁들이 사실 답이 없습니다.

끝도 없고, 이겨도 진 것 같고 말이죠.

대표적인 사례로, 미군이 2001년부터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데, 여전히 철수를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IS같은 게릴라들도 상대해야 하죠.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디서든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시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뭘까요?

불안을 씻어줄 영웅이겠죠.

'저격수'는 그 조건에 부합하고요.

보수 정치인인 사라 페일린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사라 페일린(전 알래스카 주지사) : "(저격수) 크리스 카일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야 해요.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헌법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분들이에요. 카일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저격수는 영웅이 아니다, 우리에게 애국심 강요하지 말아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명 영화감독이죠.

마이클 무어 감독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서, "우리는 저격수가 겁쟁이라고 배웠다, 등 뒤에서 총을 쏘는 저격수는 영웅이 아니다"라며,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영웅시하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을 다뤄 논란이 됐던 영화 '인터뷰'를 만든 세스 로건도 트위터에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의 영화에 나온 독일인 저격수가 연합군을 저격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고 비꼬아 논란을 증폭시켰습니다.

<질문>
그럼,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크리스 카일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입장을 들을 수 없습니다.

카일은 제대한 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참전 용사의 재활을 돕는 일을 했었는데요.

2013년, 한 참전용사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더욱이, 카일 자신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었다고 하네요.

<질문>
카일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서 쏜 총알이 돌고 돌아 다시 카일에게 돌아온 셈이네요?

<답변>
네, 카일의 이야기 자체가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선 전쟁터에서 겪은 충격적인 일들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는 퇴역군인들의 문제가 심각한데요.

1990년엔 3만 명 선이었는데, 2000년 13만 명을 넘었고, 2010년 43만 명, 2년 전인 2013년엔 64만 명대로 그야말로 급증했습니다.

베트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최근엔 IS 공습까지, 대규모 전쟁에 계속 발을 들여놓고 있는 미국의 특수한 현실,

또, 전쟁터에서 죽거나 몸과 마음을 다친 채 돌아오는 가족, 이웃이 있기 때문에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논란 속에서도 소구력을 지닐 수 있는 겁니다.

<질문>
그냥 총 쏘고 죽이는, 그런 흔한 전쟁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전쟁 속의 개인, 이걸 축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같으니까요. 챙겨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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