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나도 모르는 통장? 명의 도용 피해 심각…세금 청구까지

입력 2015.02.16 (08:11) 수정 2015.02.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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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법인을 만들고, 또 대포 통장이나 전화기까지 만들어 범죄에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심할 경우, 빚더미를 떠안고 범죄자로까지 몰려, 큰 낭패를 보게 되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한 30대 남성의 실제 사례를 통해, 명의도용 피해의 심각성과 허술한 피해자 구제 대책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먼저, 사례자를 만나보겠습니다.

<리포트>

37살 서모 씨.

서 씨가 자신의 명의도용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4년여 전이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개업을 축하한다는 세무서 안내장이 날아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해서 바로 전화를 해보니까 제 이름으로 법인이 하나 설립이 돼 있다. 아 이거 세운 적이 없다. 제 이름으로…….“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법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세워져 있는 상황.

부랴부랴, 회사의 주소지를 찾아가 봤지만, 텅 빈 사무실 뿐이었습니다.

당황한 서 씨는 즉시 법인 말소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바로 그날 폐업을 시켰어요. 폐업시켰더니 (세무서 직원 말이) 개업한 날짜에서부터 폐업한 날까지 한 달이 안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거다.“

하지만, 세무서 직원의 설명과는 달리 1년 뒤.

법인 대표로 돼 있는 서 씨 앞으로 수억 원의 세금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세금이 다 채무로 올라와서 최종적으로 4억 6천만 원까지 청구가 됐었어요. 법인세, 부가가치세, 두 가지로만 거기에 소득세 이것까지 합치면 5억 원이 넘는 돈인데…….”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서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세무서와 국민권익위원회, 또 도움을 줄 전문 감정사를 찾아 매일같이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파산 신고도 해봤는데 국채는 파산신고를 절대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고요. 죽을 때까지 그럼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되는데…….”

서 씨를 이런 곤경에 빠뜨린 건 대체 누굴까?

그때서야 서 씨는 우연히 받았던 대출 권유 전화가 떠올랐습니다.

시중 금리의 절반 수준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전화 속 남성의 솔깃한 제안.

돈이 급했던 서 씨는 그 말을 믿고 대출에 필요한 인감증명서와 등본 신분증 사본 등을 건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긴 거예요. (대출이) 된다 안 된다 말도 없이. (서류를) 넘겨 놓고 보니까 찜찜했던 건 있었죠.”

순간의 실수에 대한 댓가는 너무 혹독했습니다.

골머리를 앓고 있던 서 씨에게 이번엔 경찰의 출석 요구서가 날아듭니다.

서 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제 이름으로 된 법인으로 통장이 만들어졌는데 그 통장으로 보이스 피싱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한 번 출석하셔야 된다.”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경찰서에서는 불법 도박장 운영 혐의로 출석을 하라는 통보가, 또 다른 경찰서에서는 불법 대출에 연루됐다며 나와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모두 서 씨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법인 명의의 대포 통장 때문이었습니다.

대포 통장의 개수가 무려 43개.

누군가 이 통장을 이용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게 분명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통장 거래내역을 다 뽑아봤더니 한 100억 원 정도 되더라고요. 전체가 엄청나더라고요."

범죄자로 몰린 서 씨는 몇 년째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일상생활이 거의 몇 년간 불가능할 정도로 대전가고 충남에서 계속 가고 서울 웬만한 경찰서는 다 갔을 거예요.“

거액의 세금고지서에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된 서 씨.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올해 2월에 또 핸드폰을 바꾸려고 통신사를 방문 했더니 그 핸드폰 개설이 안 된다. 왜 안 돼냐.“

휴대전화 개통이 왜 안된다는 건지, 직접 대리점을 찾아가 봤는데요,

<녹취> 휴대폰 대리점 직원(음성변조) : “(이미 휴대전화가) 개통은 돼 있었고요. 지금 5대가 (개통)돼 있는 상태로 나오고요. 채무 내역서는 지금 이렇게 돼 있어요.”

서 씨도 모르게 이미 3년 전부터 개통돼 있었다는 휴대전화.

확인된 것만 10대가 넘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전화기가 개설되면 명의자한테 한 번쯤 통보가 가고 개설되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통보온 적도 없고 하다못해 미납금 때문에 우편물이 집으로 와야 되는 것 아니냐 근데 계속 3년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가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전화기 마다 적지 않은 국제전화 요금과 단말기 대금, 인터넷 이용료 등이 연체돼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개통은 커녕, 2백만 원이 훌쩍 넘는 통신요금을 당장 물어야 하는 상황.

명의를 도용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당신은 명의도용을 당했다는 정확하게 판결문이나 이런 게 없다는 거죠. (통신사에서)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 오라고 하는데 똑같은 얘기인거죠.“

서 씨가 구제를 받으려면 명의를 도용한 주범이 검거돼 무고함을 입증해야 한다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법인 등기부 등본 상에 올라가 있는 다른 임원은 또 다른 명의도용 피해자였고,

<인터뷰> 이 ○○(임원 등재 명의자) : “사내 이사로 등재돼 있었어요. 전혀 모르죠.소프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유통에만 20년이라 이쪽 일만 있었기 때문에……”

은행을 방문해 대포 통장을 만든 사람까지 확인했지만, 역시 돈을 받고 일을 한 심부름꾼에 불과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사마저 종결한 상황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특별하게 단서가 없어서 사건 종결했다는 거……. 이외에 우리가 좀 더 추가로 수사를 더 진행할 만한 그런 게 있는지 (없으면) 똑같은 결과만 나올 뿐이거든요.“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려워진 서 씨.

지난 4년여의 시간에 이어, 앞으로도 얼마의 고통을 더 받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한 상황입니다.

<녹취> 유창진(변호사) : “구제는 솔직히 도용되면 어려워요. 그때부터는 단순하게 도용당한 사람과 명의를 도용한 사람의 관계라기보다는 그 바탕으로 하는 제 3자의 이해관계가 새롭게 펼쳐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쉽사리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없고요.“

한 통계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100명 가운데 무려 7명이 크고 작은 명의도용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를 구제할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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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나도 모르는 통장? 명의 도용 피해 심각…세금 청구까지
    • 입력 2015-02-16 08:17:59
    • 수정2015-02-16 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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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법인을 만들고, 또 대포 통장이나 전화기까지 만들어 범죄에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명의도용에 따른 피해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심할 경우, 빚더미를 떠안고 범죄자로까지 몰려, 큰 낭패를 보게 되는데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한 30대 남성의 실제 사례를 통해, 명의도용 피해의 심각성과 허술한 피해자 구제 대책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먼저, 사례자를 만나보겠습니다.

<리포트>

37살 서모 씨.

서 씨가 자신의 명의도용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4년여 전이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개업을 축하한다는 세무서 안내장이 날아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해서 바로 전화를 해보니까 제 이름으로 법인이 하나 설립이 돼 있다. 아 이거 세운 적이 없다. 제 이름으로…….“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법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세워져 있는 상황.

부랴부랴, 회사의 주소지를 찾아가 봤지만, 텅 빈 사무실 뿐이었습니다.

당황한 서 씨는 즉시 법인 말소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바로 그날 폐업을 시켰어요. 폐업시켰더니 (세무서 직원 말이) 개업한 날짜에서부터 폐업한 날까지 한 달이 안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거다.“

하지만, 세무서 직원의 설명과는 달리 1년 뒤.

법인 대표로 돼 있는 서 씨 앞으로 수억 원의 세금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세금이 다 채무로 올라와서 최종적으로 4억 6천만 원까지 청구가 됐었어요. 법인세, 부가가치세, 두 가지로만 거기에 소득세 이것까지 합치면 5억 원이 넘는 돈인데…….”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서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 세무서와 국민권익위원회, 또 도움을 줄 전문 감정사를 찾아 매일같이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파산 신고도 해봤는데 국채는 파산신고를 절대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고요. 죽을 때까지 그럼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되는데…….”

서 씨를 이런 곤경에 빠뜨린 건 대체 누굴까?

그때서야 서 씨는 우연히 받았던 대출 권유 전화가 떠올랐습니다.

시중 금리의 절반 수준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전화 속 남성의 솔깃한 제안.

돈이 급했던 서 씨는 그 말을 믿고 대출에 필요한 인감증명서와 등본 신분증 사본 등을 건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긴 거예요. (대출이) 된다 안 된다 말도 없이. (서류를) 넘겨 놓고 보니까 찜찜했던 건 있었죠.”

순간의 실수에 대한 댓가는 너무 혹독했습니다.

골머리를 앓고 있던 서 씨에게 이번엔 경찰의 출석 요구서가 날아듭니다.

서 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제 이름으로 된 법인으로 통장이 만들어졌는데 그 통장으로 보이스 피싱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에 한 번 출석하셔야 된다.”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경찰서에서는 불법 도박장 운영 혐의로 출석을 하라는 통보가, 또 다른 경찰서에서는 불법 대출에 연루됐다며 나와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모두 서 씨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법인 명의의 대포 통장 때문이었습니다.

대포 통장의 개수가 무려 43개.

누군가 이 통장을 이용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게 분명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통장 거래내역을 다 뽑아봤더니 한 100억 원 정도 되더라고요. 전체가 엄청나더라고요."

범죄자로 몰린 서 씨는 몇 년째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일상생활이 거의 몇 년간 불가능할 정도로 대전가고 충남에서 계속 가고 서울 웬만한 경찰서는 다 갔을 거예요.“

거액의 세금고지서에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된 서 씨.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올해 2월에 또 핸드폰을 바꾸려고 통신사를 방문 했더니 그 핸드폰 개설이 안 된다. 왜 안 돼냐.“

휴대전화 개통이 왜 안된다는 건지, 직접 대리점을 찾아가 봤는데요,

<녹취> 휴대폰 대리점 직원(음성변조) : “(이미 휴대전화가) 개통은 돼 있었고요. 지금 5대가 (개통)돼 있는 상태로 나오고요. 채무 내역서는 지금 이렇게 돼 있어요.”

서 씨도 모르게 이미 3년 전부터 개통돼 있었다는 휴대전화.

확인된 것만 10대가 넘었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전화기가 개설되면 명의자한테 한 번쯤 통보가 가고 개설되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통보온 적도 없고 하다못해 미납금 때문에 우편물이 집으로 와야 되는 것 아니냐 근데 계속 3년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가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전화기 마다 적지 않은 국제전화 요금과 단말기 대금, 인터넷 이용료 등이 연체돼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개통은 커녕, 2백만 원이 훌쩍 넘는 통신요금을 당장 물어야 하는 상황.

명의를 도용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인터뷰> 서 ○○(명의도용 피해자) : “당신은 명의도용을 당했다는 정확하게 판결문이나 이런 게 없다는 거죠. (통신사에서)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 오라고 하는데 똑같은 얘기인거죠.“

서 씨가 구제를 받으려면 명의를 도용한 주범이 검거돼 무고함을 입증해야 한다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법인 등기부 등본 상에 올라가 있는 다른 임원은 또 다른 명의도용 피해자였고,

<인터뷰> 이 ○○(임원 등재 명의자) : “사내 이사로 등재돼 있었어요. 전혀 모르죠.소프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유통에만 20년이라 이쪽 일만 있었기 때문에……”

은행을 방문해 대포 통장을 만든 사람까지 확인했지만, 역시 돈을 받고 일을 한 심부름꾼에 불과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사마저 종결한 상황입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특별하게 단서가 없어서 사건 종결했다는 거……. 이외에 우리가 좀 더 추가로 수사를 더 진행할 만한 그런 게 있는지 (없으면) 똑같은 결과만 나올 뿐이거든요.“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려워진 서 씨.

지난 4년여의 시간에 이어, 앞으로도 얼마의 고통을 더 받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한 상황입니다.

<녹취> 유창진(변호사) : “구제는 솔직히 도용되면 어려워요. 그때부터는 단순하게 도용당한 사람과 명의를 도용한 사람의 관계라기보다는 그 바탕으로 하는 제 3자의 이해관계가 새롭게 펼쳐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쉽사리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없고요.“

한 통계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100명 가운데 무려 7명이 크고 작은 명의도용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명의도용 피해자를 구제할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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