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여자의 아침]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의 설날 맞이

입력 2015.02.19 (08:23) 수정 2015.02.1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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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언젠가부터 외국인과 결혼한 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고 표현하고 있죠.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다문화 가정이란 말에도 편견이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죠.

오늘 모은희 기자와 이들의 설 풍경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포트>

며느리 도리, 사위 도리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일하느라 시댁에 내려가지 못해서 마음이 편치 않은 며느리 중의 하나인데요.

하물며 낯선 타국에서 우리나라로 온 외국인 며느리, 사위들은 명절 쇠는 게 어떨까요?

문화는 다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뭉친 다문화 가정 두 곳을 들여다봤는데요.

지금 온 가족이 함께 TV 시청하고 계시나요?

방송 보시면서 우리 집 며느리, 사위에게, 그리고 주변의 다문화 가정에도 따뜻한 시선 보내보세요.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국내 다문화가족 구성원 수는 79만 5천여 명으로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다문화가족의 설날은 어떤 모습일까요?

베트남에서 온 응엔티럭 씨. 첫 번째 설을 맞아 시어머니가 준비한 설빔을 입습니다.

<녹취> "아이고, 예쁘다. 곱네. 우리 며느리 정말 좋아. "

<녹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복을 곱게 입고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세배를 드리는데요.

<인터뷰> 최정숙(시어머니) : "사랑하는 우리 아들, 며느리. 이제 너희가 우리한테 세뱃돈 줘야 해. (네. 감사합니다.)"

오늘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한국의 설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녹취> "너희 나라에서 이런 거 해먹어?"

<인터뷰> 최정숙(시어머니) : "이렇게 동그랗게 빚는다고 해서 동그랑땡이라고 하는 거야. 동그랑땡 그래봐. (동그랑땡.)"

응엔티럭 씨의 첫 작품, 맛은 어떨까요?

<녹취> "여보, 맛있겠다. 맛있네, 맛있어."

<인터뷰> 응엔티럭(베트남 출신 며느리) : "(베트남에서도) 설날 아침에 (가족들과 음식을) 같이 먹고 세뱃돈도 줘요. 한국하고 똑같아요."

25살의 응엔티럭 씨는 지난해 가을, 14살 터울의 이승섭 씨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요.

딸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시부모님과 든든한 남편이 있어 낯선 한국 생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최정숙(시어머니) : "처음에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 남의 식구 같지 않고 낯설지가 않더라고요. 이제 우리 식구 됐으니까 이름도 (우리) 이 씨 성을 따서 이연주. 딸처럼 그렇게 했어요. 정말 예뻐요. 착하고."

시어머니와 함께 난생처음 한국의 설날 음식을 만들어 본 응엔티럭, 아니 이연주 씨.

식구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가 되는데요. 남편에게는 합격인가 봅니다.

정성 들여 만든 동그랑땡은 어떨까요?

<인터뷰> 이승섭(남편) : "베트남에서는 설날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한국에 와서 힘들게, 열심히 음식을 배워서 만드느라 수고했고 앞으로 아내에게 더 잘 해줘야겠어요."

<녹취> "연 만들어야지."

며느리를 위해 모처럼 연을 만들기로 한 가족들.

<녹취> "신기해요."

<녹취> "우린 (연을) 많이 만들어봤어."

<녹취> "아빠 어릴 때는 많이 했어."

연 위에 소원도 적어봅니다.

새댁의 바람은 한국말을 잘하는 것이네요.

가족의 소망을 품고 하늘 높이 나는 연.

힘차게 날아가는 연처럼 응엔티럭 씨 가족의 꿈도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녹취> "우리 올해도 잘 살자."

<인터뷰> 응엔티럭(이연주/베트남 출신 며느리) : "많이 행복해요.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여보, 사랑해요."

이번에는 사위가 외국인인 가정입니다.

이란 출신 독일인 알렌인데요.

가족과 함께 제수 음식을 사러 왔네요.

<녹취> "베이비 피시?"

베이비 피시의 정체는, 바로 멸치였습니다.

<녹취> "어머니, 이게 뭐예요?"

<인터뷰> 홍영자(장모) : "한국에서 차례 지낼 때 올리는 산자. 차례 지낼 때 상에 놔야 해."

장모님과 함께 장을 보러 올 때면 무거운 장바구니는 모두 알렌의 몫입니다.

<인터뷰> 홍영자(장모) : "시장에 오면 이렇게 같이 와서 무거운 짐을 다 들어주고 어떤 때는 (사위가) 남편 몫까지 다 해주니까 감사하죠. 예쁘잖아."

<인터뷰> 알렌(이란 출신 독일인 사위) : "조금 무거워요.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 짐을 들어야 해요."

음식 만들기는 장모님 담당인데요.

<녹취> "우와, 맛있겠다."

<녹취> "알렌 한 번 해봐."

설날을 맞아 알렌이 전 부치기에 도전해봅니다.

만드는 폼이 영 어색하죠?

다 찢어졌네요. 결국, 사고를 치고 맙니다.

<녹취> "이거 누가 만들었어요?"

민망한 알렌은 망친 전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데요.

혼자 먹기 미안했는지 장모님께도 한 입 드립니다.

<인터뷰> 홍영자(장모) : "정말 맛있네. 부침개 잘하네. 다음에 또 시켜야겠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 중 만난 두 사람은 2010년, 결혼을 하는데요.

이후 알렌이 한국의 매력에 빠지면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홍영자(장모) : "처음에는 (외국인 사위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힘들었는데 딸이 좋다고 하니까‘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냥 받아들였죠."

알렌의 가족은 명절이 되면 장인어른의 제사를 지내는데요.

1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해요.

한번도 장인 어른을 뵙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나마 그리운 마음을 대신합니다.

<인터뷰> 알렌(이란 출신 독일인 사위) : "아버님 안녕하세요. 저는 알렌입니다. 어머니와 아내를 잘 보살필게요. 편히 쉬세요."

<인터뷰> 유임주(아내) : "지금 남편하고 열심히 꿈꾸면서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그 일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알렌(이란 출신 독일인 사위) : "가족과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낯선 한국 땅에서 설날을 맞이한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지만 지금처럼 서로 도와가며 화목한 가정을 일궈나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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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전! 여자의 아침]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의 설날 맞이
    • 입력 2015-02-19 08:34:43
    • 수정2015-02-19 22:18:06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언젠가부터 외국인과 결혼한 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고 표현하고 있죠.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다문화 가정이란 말에도 편견이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죠.

오늘 모은희 기자와 이들의 설 풍경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포트>

며느리 도리, 사위 도리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일하느라 시댁에 내려가지 못해서 마음이 편치 않은 며느리 중의 하나인데요.

하물며 낯선 타국에서 우리나라로 온 외국인 며느리, 사위들은 명절 쇠는 게 어떨까요?

문화는 다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뭉친 다문화 가정 두 곳을 들여다봤는데요.

지금 온 가족이 함께 TV 시청하고 계시나요?

방송 보시면서 우리 집 며느리, 사위에게, 그리고 주변의 다문화 가정에도 따뜻한 시선 보내보세요.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국내 다문화가족 구성원 수는 79만 5천여 명으로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다문화가족의 설날은 어떤 모습일까요?

베트남에서 온 응엔티럭 씨. 첫 번째 설을 맞아 시어머니가 준비한 설빔을 입습니다.

<녹취> "아이고, 예쁘다. 곱네. 우리 며느리 정말 좋아. "

<녹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복을 곱게 입고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세배를 드리는데요.

<인터뷰> 최정숙(시어머니) : "사랑하는 우리 아들, 며느리. 이제 너희가 우리한테 세뱃돈 줘야 해. (네. 감사합니다.)"

오늘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한국의 설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녹취> "너희 나라에서 이런 거 해먹어?"

<인터뷰> 최정숙(시어머니) : "이렇게 동그랗게 빚는다고 해서 동그랑땡이라고 하는 거야. 동그랑땡 그래봐. (동그랑땡.)"

응엔티럭 씨의 첫 작품, 맛은 어떨까요?

<녹취> "여보, 맛있겠다. 맛있네, 맛있어."

<인터뷰> 응엔티럭(베트남 출신 며느리) : "(베트남에서도) 설날 아침에 (가족들과 음식을) 같이 먹고 세뱃돈도 줘요. 한국하고 똑같아요."

25살의 응엔티럭 씨는 지난해 가을, 14살 터울의 이승섭 씨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요.

딸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시부모님과 든든한 남편이 있어 낯선 한국 생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최정숙(시어머니) : "처음에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 남의 식구 같지 않고 낯설지가 않더라고요. 이제 우리 식구 됐으니까 이름도 (우리) 이 씨 성을 따서 이연주. 딸처럼 그렇게 했어요. 정말 예뻐요. 착하고."

시어머니와 함께 난생처음 한국의 설날 음식을 만들어 본 응엔티럭, 아니 이연주 씨.

식구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가 되는데요. 남편에게는 합격인가 봅니다.

정성 들여 만든 동그랑땡은 어떨까요?

<인터뷰> 이승섭(남편) : "베트남에서는 설날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한국에 와서 힘들게, 열심히 음식을 배워서 만드느라 수고했고 앞으로 아내에게 더 잘 해줘야겠어요."

<녹취> "연 만들어야지."

며느리를 위해 모처럼 연을 만들기로 한 가족들.

<녹취> "신기해요."

<녹취> "우린 (연을) 많이 만들어봤어."

<녹취> "아빠 어릴 때는 많이 했어."

연 위에 소원도 적어봅니다.

새댁의 바람은 한국말을 잘하는 것이네요.

가족의 소망을 품고 하늘 높이 나는 연.

힘차게 날아가는 연처럼 응엔티럭 씨 가족의 꿈도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녹취> "우리 올해도 잘 살자."

<인터뷰> 응엔티럭(이연주/베트남 출신 며느리) : "많이 행복해요.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여보, 사랑해요."

이번에는 사위가 외국인인 가정입니다.

이란 출신 독일인 알렌인데요.

가족과 함께 제수 음식을 사러 왔네요.

<녹취> "베이비 피시?"

베이비 피시의 정체는, 바로 멸치였습니다.

<녹취> "어머니, 이게 뭐예요?"

<인터뷰> 홍영자(장모) : "한국에서 차례 지낼 때 올리는 산자. 차례 지낼 때 상에 놔야 해."

장모님과 함께 장을 보러 올 때면 무거운 장바구니는 모두 알렌의 몫입니다.

<인터뷰> 홍영자(장모) : "시장에 오면 이렇게 같이 와서 무거운 짐을 다 들어주고 어떤 때는 (사위가) 남편 몫까지 다 해주니까 감사하죠. 예쁘잖아."

<인터뷰> 알렌(이란 출신 독일인 사위) : "조금 무거워요.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 짐을 들어야 해요."

음식 만들기는 장모님 담당인데요.

<녹취> "우와, 맛있겠다."

<녹취> "알렌 한 번 해봐."

설날을 맞아 알렌이 전 부치기에 도전해봅니다.

만드는 폼이 영 어색하죠?

다 찢어졌네요. 결국, 사고를 치고 맙니다.

<녹취> "이거 누가 만들었어요?"

민망한 알렌은 망친 전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데요.

혼자 먹기 미안했는지 장모님께도 한 입 드립니다.

<인터뷰> 홍영자(장모) : "정말 맛있네. 부침개 잘하네. 다음에 또 시켜야겠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 중 만난 두 사람은 2010년, 결혼을 하는데요.

이후 알렌이 한국의 매력에 빠지면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홍영자(장모) : "처음에는 (외국인 사위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힘들었는데 딸이 좋다고 하니까‘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냥 받아들였죠."

알렌의 가족은 명절이 되면 장인어른의 제사를 지내는데요.

1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해요.

한번도 장인 어른을 뵙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나마 그리운 마음을 대신합니다.

<인터뷰> 알렌(이란 출신 독일인 사위) : "아버님 안녕하세요. 저는 알렌입니다. 어머니와 아내를 잘 보살필게요. 편히 쉬세요."

<인터뷰> 유임주(아내) : "지금 남편하고 열심히 꿈꾸면서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그 일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알렌(이란 출신 독일인 사위) : "가족과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낯선 한국 땅에서 설날을 맞이한 외국인 며느리와 사위.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지만 지금처럼 서로 도와가며 화목한 가정을 일궈나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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