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보행길도 위험!

입력 2015.02.24 (07:34) 수정 2015.02.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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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섭 해설위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20대 남녀가 인도로 걷는 순간 그대로 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보도블록과 함께였습니다. 땅이 깊게 꺼지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어서 큰 부상은 피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인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앞이었습니다.

현장을 점검한 전문가들은 지하수와 함께 미세한 흙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공사장은 한 달 전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공사는 지하수 유출량이 많음을 확인하고 공사장에는 지하수 유출을 막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변 도로나 보도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도로 함몰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안전 불감증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대규모 지반꺼짐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후 최대 폭이 8미터로 길이가 80미터나 되는 동공까지 확인됐습니다. 이때도 시공사가 계획보다 많은 양의 흙을 파낸 때문으로 결론 났습니다. 지반꺼짐 현상이 잦는데도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지반꺼짐 위험지역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여의도나 종로, 강남 등 도심에만 41곳이나 된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보강공사가 시급한 위험지역만도 열여덟 곳이나 됐습니다. 물론 이번에 사고가 난 용산의 경우처럼 점검대상에서 벗어난 곳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지하구조물이나 지질에 대한 정보는 아직 전산화도 안됐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지하공간에 대한 공사가 허술할 수밖에 없는 이윱니다.

50년 이상 지속된 난개발과 공사의 대형화로 지반꺼짐 현상은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언제, 어디서 꺼질지 모르는 땅에서 불안하게 살고 있는 셈입니다. 공사장 부근 지역에 대한 안전점검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는 통합적인 지하관리시스템을 하루라도 빨리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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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20대 남녀가 인도로 걷는 순간 그대로 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보도블록과 함께였습니다. 땅이 깊게 꺼지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어서 큰 부상은 피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인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앞이었습니다.

현장을 점검한 전문가들은 지하수와 함께 미세한 흙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공사장은 한 달 전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공사는 지하수 유출량이 많음을 확인하고 공사장에는 지하수 유출을 막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변 도로나 보도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도로 함몰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안전 불감증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대규모 지반꺼짐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후 최대 폭이 8미터로 길이가 80미터나 되는 동공까지 확인됐습니다. 이때도 시공사가 계획보다 많은 양의 흙을 파낸 때문으로 결론 났습니다. 지반꺼짐 현상이 잦는데도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지반꺼짐 위험지역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여의도나 종로, 강남 등 도심에만 41곳이나 된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보강공사가 시급한 위험지역만도 열여덟 곳이나 됐습니다. 물론 이번에 사고가 난 용산의 경우처럼 점검대상에서 벗어난 곳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지하구조물이나 지질에 대한 정보는 아직 전산화도 안됐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지하공간에 대한 공사가 허술할 수밖에 없는 이윱니다.

50년 이상 지속된 난개발과 공사의 대형화로 지반꺼짐 현상은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언제, 어디서 꺼질지 모르는 땅에서 불안하게 살고 있는 셈입니다. 공사장 부근 지역에 대한 안전점검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는 통합적인 지하관리시스템을 하루라도 빨리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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