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엄마가 캐디여도 상금은 계약대로”

입력 2015.03.02 (08:50) 수정 2015.03.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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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태국 촌부리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경기는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서 치러졌다.

선수마다 경기가 끝나면 땀을 비 오듯 흘려야 했고 경기 소감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너무 덥다"는 것이었다.

이 땡볕에 더욱 힘든 것은 선수도 선수지만 사실 캐디들이다.

무거운 골프가방을 메고 다녀야 하고 라운드 내내 선수의 비위를 잘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LPGA 투어 선수들은 대부분 건장한 젊은 남자들을 캐디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훌리에타 그라나다(29·파라과이)는 어머니 로사 그라나다(56)와 선수-캐디 호흡까지 맞추고 있어 이번 대회가 더욱 힘들었을 터다.

국내에서도 딸 그라나다의 골프백을 메고 힘겨운 발걸음을 떼는 어머니 로사의 모습이 TV 중계로 보일 때면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는 골프팬들이 적지 않다.

혼다 타일랜드 대회 도중 만난 그라나다 모녀는 하지만 밝게 웃으며 인터뷰에 나섰다.

그라나다는 "사실 파라과이도 여름에 무척 덥기 때문에 여기 날씨와 비슷하다"며 "게다가 우리 엄마는 태국에서 발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해서 오히려 대회가 계속될수록 컨디션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은 LPGA 투어 유일의 '모녀 선수-캐디 조합'이다.

그라나다가 2005년 2부 투어 격인 시메트라 투어에 진출했을 때부터 어머니가 캐디를 맡아 만 10년이 넘었다.

그라나다는 "아무래도 나를 가장 잘 아시는 엄마가 캐디를 맡으니까 여러모로 편하다"며 "내가 긴장하거나 화를 낼 때 옆에서 감정을 잘 조절해주신다"고 말했다.

어머니 로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 딸하고만 얘기하라"며 손사래를 쳤다.

딸이 인터뷰하는 옆에 서 있던 그는 '언제까지 캐디를 할 것이냐'고 슬쩍 묻자 "모르겠다. 60살 넘은 할아버지 캐디들도 많지 않느냐"며 웃었다.

'엄마가 캐디지만 상금을 벌면 전부 엄마에게 드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라나다는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우승하면 상금의 10% 등 다른 캐디들과 거의 비슷한 조건의 계약이 있다"며 "엄마이면서 친구, 또 사업 파트너 그런 관계"라고 답했다.

그라나다는 LPGA 투어 신인 시절이던 2006년 11월 ADT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당시 LPGA 투어 사상 최고 상금인 100만 달러를 손에 넣기도 했던 선수다.

그 대회 2위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3위가 카리 웨브(호주) 등 쟁쟁한 선수들이었다.

이후 2012년 호주 여자오픈, 지난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연장전까지 진출했으나 승수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공동 5위, LPGA 챔피언십 공동 6위에 오르는 등 투어에서 확실한 자기 색깔이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도 7∼8회 왔었다는 그라나다는 "지난해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출전해서는 최운정과 함께 서울 시내 관광도 했다"고 소개하며 "첼라(최운정의 영어 이름) 말고도 에이미(양희영), MJ(허미정) 등과 가깝게 지내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시즌까지 투어 통산 상금 383만5천75 달러(약 42억2천만원)를 벌어 보통의 골프팬들이라면 사실 '엄마 캐디'라고 해서 안쓰럽게 여길 것까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인터뷰를 사양했던 어머니 캐디에게 사진은 같이 찍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로사는 "사진은 얼마든지 괜찮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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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라나다 “엄마가 캐디여도 상금은 계약대로”
    • 입력 2015-03-02 08:50:35
    • 수정2015-03-02 09:56:29
    연합뉴스
1일 태국 촌부리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경기는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서 치러졌다.

선수마다 경기가 끝나면 땀을 비 오듯 흘려야 했고 경기 소감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너무 덥다"는 것이었다.

이 땡볕에 더욱 힘든 것은 선수도 선수지만 사실 캐디들이다.

무거운 골프가방을 메고 다녀야 하고 라운드 내내 선수의 비위를 잘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LPGA 투어 선수들은 대부분 건장한 젊은 남자들을 캐디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훌리에타 그라나다(29·파라과이)는 어머니 로사 그라나다(56)와 선수-캐디 호흡까지 맞추고 있어 이번 대회가 더욱 힘들었을 터다.

국내에서도 딸 그라나다의 골프백을 메고 힘겨운 발걸음을 떼는 어머니 로사의 모습이 TV 중계로 보일 때면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는 골프팬들이 적지 않다.

혼다 타일랜드 대회 도중 만난 그라나다 모녀는 하지만 밝게 웃으며 인터뷰에 나섰다.

그라나다는 "사실 파라과이도 여름에 무척 덥기 때문에 여기 날씨와 비슷하다"며 "게다가 우리 엄마는 태국에서 발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해서 오히려 대회가 계속될수록 컨디션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은 LPGA 투어 유일의 '모녀 선수-캐디 조합'이다.

그라나다가 2005년 2부 투어 격인 시메트라 투어에 진출했을 때부터 어머니가 캐디를 맡아 만 10년이 넘었다.

그라나다는 "아무래도 나를 가장 잘 아시는 엄마가 캐디를 맡으니까 여러모로 편하다"며 "내가 긴장하거나 화를 낼 때 옆에서 감정을 잘 조절해주신다"고 말했다.

어머니 로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 딸하고만 얘기하라"며 손사래를 쳤다.

딸이 인터뷰하는 옆에 서 있던 그는 '언제까지 캐디를 할 것이냐'고 슬쩍 묻자 "모르겠다. 60살 넘은 할아버지 캐디들도 많지 않느냐"며 웃었다.

'엄마가 캐디지만 상금을 벌면 전부 엄마에게 드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라나다는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우승하면 상금의 10% 등 다른 캐디들과 거의 비슷한 조건의 계약이 있다"며 "엄마이면서 친구, 또 사업 파트너 그런 관계"라고 답했다.

그라나다는 LPGA 투어 신인 시절이던 2006년 11월 ADT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당시 LPGA 투어 사상 최고 상금인 100만 달러를 손에 넣기도 했던 선수다.

그 대회 2위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3위가 카리 웨브(호주) 등 쟁쟁한 선수들이었다.

이후 2012년 호주 여자오픈, 지난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연장전까지 진출했으나 승수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공동 5위, LPGA 챔피언십 공동 6위에 오르는 등 투어에서 확실한 자기 색깔이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도 7∼8회 왔었다는 그라나다는 "지난해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출전해서는 최운정과 함께 서울 시내 관광도 했다"고 소개하며 "첼라(최운정의 영어 이름) 말고도 에이미(양희영), MJ(허미정) 등과 가깝게 지내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시즌까지 투어 통산 상금 383만5천75 달러(약 42억2천만원)를 벌어 보통의 골프팬들이라면 사실 '엄마 캐디'라고 해서 안쓰럽게 여길 것까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인터뷰를 사양했던 어머니 캐디에게 사진은 같이 찍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로사는 "사진은 얼마든지 괜찮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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