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故 신해철 사망 원인은 의사의 과실”

■ ‘마왕’의 사망…그 이후

지난해 10월 27일 밤, 가수 신해철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990년대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던 그의 사망 소식은 여러 사람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은 두 번 열려야 했습니다. 영결식에서 화장을 앞둔 그의 시신을 부검해야 한다며 동료 음악인들이 나섰습니다. 명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유족들이 이를 받아들여 국과수에서 부검이 진행됐고 부검 뒤 장례식은 다시 치러졌습니다. 신 씨가 숨진 지 4일 뒤인 10월 31일, 신 씨의 아내가 S병원 강 모 원장을 송파경찰서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때부터 4개월여의 긴 수사가 진행됐고 이제서야 그 결과가 나왔습니다.

■ 결론은 “의사의 과실 인정”

의료 과실인지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해온 경찰은 의료 과실이 인정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17일, 강 원장이 신 씨에 대한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시행하면서 애초 수술 범위가 아닌 위 축소술을 신 씨의 동의 없이 했고, 소장과 심낭에 천공이 생기게 해 신 씨에게 복막염과 패혈증을 유발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 씨가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해 복막염을 의심할 수 있었는데도 강 원장은 수술 후유증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강 원장은 신 씨에게 통상적인 회복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통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복막염을 알아내기 위한 적절한 진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봤습니다. 경찰은 또, 강 씨가 17년의 외과 경력이 있는 베테랑인 만큼, 신 씨가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가슴 엑스레이에서도 기종이 발견됐으면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어야 하는데도, 단순히 수술 뒤 회복 과정이라고 잘못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수술 뒤 부작용에 따른 주의 관찰과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로 신 씨가 숨진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 의료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경찰은 고소가 접수된 10월 31일부터 최근까지 넉 달여 동안 고소인 측 조사, 부검, S병원 진료기록부 압수수색, 강 원장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게다가 과실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쟁점인 소장의 천공, 심낭과 횡격막 천공, 복막염 진단, 기종의 진단 등 전문적 의료 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감정 의뢰를 했습니다. 또 별도로 서울 시내 모 대학병원 외과 전공 의사들에게 신해철 사진인 것을 알려주지 않은 채로 사진과 자료를 주고 의견을 들었다고 합니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검토한 대한의사협회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공통적으로, 복막염 증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강 원장이 위급 상황임을 판단하지 못해 적절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또 신 씨가 퇴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도 퇴원을 강행한 점은 의사로서 취한 적절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공통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10월 19일에 시행한 CBC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이고 당시 상태로 복막염을 지나 이미 패혈증에 이른 상태로 어떤 조건에서도 퇴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이런 전문기관의 의견들을 종합한 경찰은, 강 원장이 수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소장과 횡격막의 천공 가능성을 예견하고 합병증에 대한 추적 관찰을 적절히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복막염을 지나 이미 패혈증 단계에 이른 상황을 진단하지 못한 채 원인 규명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과 치료를 게을리 한 점이 인정된다고 결론내린 것입니다. 경찰은 강 씨가 적극적인 치료와 추적 관찰을 하지 않았고 위급 상황에 대해 잘못 판단한 점이 신 씨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며 강 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 필요한 수술이었을까?

강 원장은 신 씨에게 행한 수술이 위 축소 수술이 아니라 위벽 강화술이라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위벽 강화술에 대해 다른 의사들은 잘 모른다고도 했습니다. 일단 경찰의 결론은 위벽 강화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협착으로 박리수술을 했다는 점도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 위와 소장이 유착된 것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결국 애초에 할 필요가 없는 수술을 한 것이고 그 수술을 하다가 심낭에 손상을 입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또 만일 수술 자체가 신 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수술 뒤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또 신해철 씨도 의사 지시에 따르지 않는 등 과실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 씨의 주장일 뿐이고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오히려 신 씨가 자신에게 이야기 없이 위벽 강화술을 했느냐고 화를 낸 적이 있다는 진술이 있다고 합니다.

신 씨가 스스로 퇴원한다고 이야기해서 강 원장이 막지 못했다는 진술과 관련해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 신 씨의 상태를 보면 활동을 중단시키고 추가 검사나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강 원장은 신 씨를 안심시키는 발언을 했던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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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3월 3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