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보험금 청구했더니 수사 의뢰”…보험사 소송 남발

입력 2015.03.04 (21:18) 수정 2015.03.0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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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금을 주기는 커녕 경찰에 보험사기라며 수사의뢰를 하거나 법정에서 만나자며 소송을 걸어온다면 얼마나 억울하시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피해를 당한 보험 가입자가 한, 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분쟁조정 중에 소송을 제기한 건수만 보더라도 한 해 전보다 76%나 급증했습니다.

동부화재가 제일 많았고요.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순이었습니다.

특히 메리츠의 경우 한 해 전보다 소송건수가 9배(8.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먼저, 보험사의 소송 남발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보험 가입자들을 공아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보험금 청구했더니 경찰에 수사 의뢰”▼

<리포트>

1년 반 전 심모 씨는 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수술을 받고 후유장해 보험금 4천여 만원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경찰에 사기 미수 혐의로 수사의뢰했습니다.

<녹취> 심모 씨(보험 가입자) : "보험사에서는 뚜렷하게 못준다 준다 이런 얘긴 명확하게 안하고요. 계속 시간을 끌면서 저를 피의자로 몰아서 신고를 하고..."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보험사는 다시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9년 전 교통사고로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우울증으로 정신장해 2급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은 주부 오모씨.

4억여 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직원을 시켜서 미행까지 했습니다.

<녹취> 오모 씨 : "보험금만 청구하면 (보험사에서)저를 고소를 하는 거예요. 계속 보험사기라고 미행하고..."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자 보험사는 검찰에 2차례나 더 고소했습니다.

검찰조사에서도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오씨는 지금도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보험사와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 왜 소송 남발하나?▼

<기자 멘트>

보험사들, 왜 이렇게 수사의뢰와 소송을 남발하는 걸까요?

취재진은 보험사의 전직 소송 담당 직원들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A보험사 前 소송 담당 직원 : "소송 작업하는 것 자체가 업무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는 엄청 크게 와닿는 거잖아요. 미리 조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걸면 가입자들이 복잡한 소송 절차와 비용이 걱정돼 보험금을 일부만 받고 포기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녹취> B보험사 소송 담당 직원 :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70-80% 정도 보험사 쪽에 유리하게 결정이 되죠. 의도한대로 되죠. 주도권을 잡고 있으니까."

민원 건수를 줄이기 위해 보험사들이 수사의뢰나 소송을 악용해 왔다고도 했습니다.

민원 건수가 많은 보험사, 감독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게 되는데요.

민원이 제기되기 전에 수사의뢰나 소송을 하면 가입자는 민원 접수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소송을 통해 민원 건수를 줄이려한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보험사들은 직원들의 민원건수를 급여와 승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녹취> C보험사 前 소송담당 직원 : "팀원이 민원을 받으면 팀 실적에서 점수가 깎이고요. 당연히 본인도 점수가 깎이고. 누적이 되면 결국 진급에서 누락이 되는 것이고 급여도(깎이고요.)"

보험사 직원들, 민원건수 줄이기 위해 소송을 많이 할 수 밖에 없겠죠.

이러다보니 보험금을 제대로 못받는 선의의 피해자도 많을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 보험사들의 소송 남발 문제,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방안을 모색해봤습니다.

박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선진국 “옴브즈맨 도입, 소송 남발 방지”▼

<리포트>

보험만족도 세계 최상위권인 독일.

금융감독당국과 별개로 전직 대법관 등 법조인들로 구성된 금융분쟁조정 옴부즈맨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도입 첫해인 2005년 소비자가 제기한 5천 건의 분쟁 중 단 한 건만이 소송으로 갔을 만큼 공신력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은경(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분쟁금액)1만 유로까지는 보험사가 옴부즈맨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할수가 없고, 반드시 따라야되는 강제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소송으로 가지 않고..."

역시 보험 선진국인 호주는 가입자가 금융분쟁을 신청한 뒤에는 금융회사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감원이 분쟁 조정을 하고 있어도 소송을 제기하면 조정 절차가 중단됩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과도한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발의된지 2년이 지났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조연행(금융소비자연맹 대표) : "분쟁조정 중일 때 소송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그런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아니면 보험사들이 소송가서 패소를 했을 때 커다란 패널티를 매길수 있는..."

소송을 당하면 보험 가입자는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소송이 일상화 돼 있고, 지더라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의 악의적인 소송 남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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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보험금 청구했더니 수사 의뢰”…보험사 소송 남발
    • 입력 2015-03-04 21:22:30
    • 수정2015-03-05 00:58:30
    뉴스 9
<앵커 멘트>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금을 주기는 커녕 경찰에 보험사기라며 수사의뢰를 하거나 법정에서 만나자며 소송을 걸어온다면 얼마나 억울하시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피해를 당한 보험 가입자가 한, 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분쟁조정 중에 소송을 제기한 건수만 보더라도 한 해 전보다 76%나 급증했습니다.

동부화재가 제일 많았고요.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순이었습니다.

특히 메리츠의 경우 한 해 전보다 소송건수가 9배(8.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먼저, 보험사의 소송 남발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보험 가입자들을 공아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보험금 청구했더니 경찰에 수사 의뢰”▼

<리포트>

1년 반 전 심모 씨는 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수술을 받고 후유장해 보험금 4천여 만원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경찰에 사기 미수 혐의로 수사의뢰했습니다.

<녹취> 심모 씨(보험 가입자) : "보험사에서는 뚜렷하게 못준다 준다 이런 얘긴 명확하게 안하고요. 계속 시간을 끌면서 저를 피의자로 몰아서 신고를 하고..."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보험사는 다시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9년 전 교통사고로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우울증으로 정신장해 2급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은 주부 오모씨.

4억여 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직원을 시켜서 미행까지 했습니다.

<녹취> 오모 씨 : "보험금만 청구하면 (보험사에서)저를 고소를 하는 거예요. 계속 보험사기라고 미행하고..."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자 보험사는 검찰에 2차례나 더 고소했습니다.

검찰조사에서도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오씨는 지금도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보험사와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 왜 소송 남발하나?▼

<기자 멘트>

보험사들, 왜 이렇게 수사의뢰와 소송을 남발하는 걸까요?

취재진은 보험사의 전직 소송 담당 직원들을 만나봤습니다.

<녹취> A보험사 前 소송 담당 직원 : "소송 작업하는 것 자체가 업무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는 엄청 크게 와닿는 거잖아요. 미리 조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걸면 가입자들이 복잡한 소송 절차와 비용이 걱정돼 보험금을 일부만 받고 포기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녹취> B보험사 소송 담당 직원 :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70-80% 정도 보험사 쪽에 유리하게 결정이 되죠. 의도한대로 되죠. 주도권을 잡고 있으니까."

민원 건수를 줄이기 위해 보험사들이 수사의뢰나 소송을 악용해 왔다고도 했습니다.

민원 건수가 많은 보험사, 감독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게 되는데요.

민원이 제기되기 전에 수사의뢰나 소송을 하면 가입자는 민원 접수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소송을 통해 민원 건수를 줄이려한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보험사들은 직원들의 민원건수를 급여와 승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녹취> C보험사 前 소송담당 직원 : "팀원이 민원을 받으면 팀 실적에서 점수가 깎이고요. 당연히 본인도 점수가 깎이고. 누적이 되면 결국 진급에서 누락이 되는 것이고 급여도(깎이고요.)"

보험사 직원들, 민원건수 줄이기 위해 소송을 많이 할 수 밖에 없겠죠.

이러다보니 보험금을 제대로 못받는 선의의 피해자도 많을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 보험사들의 소송 남발 문제,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방안을 모색해봤습니다.

박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선진국 “옴브즈맨 도입, 소송 남발 방지”▼

<리포트>

보험만족도 세계 최상위권인 독일.

금융감독당국과 별개로 전직 대법관 등 법조인들로 구성된 금융분쟁조정 옴부즈맨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도입 첫해인 2005년 소비자가 제기한 5천 건의 분쟁 중 단 한 건만이 소송으로 갔을 만큼 공신력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은경(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분쟁금액)1만 유로까지는 보험사가 옴부즈맨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할수가 없고, 반드시 따라야되는 강제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소송으로 가지 않고..."

역시 보험 선진국인 호주는 가입자가 금융분쟁을 신청한 뒤에는 금융회사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감원이 분쟁 조정을 하고 있어도 소송을 제기하면 조정 절차가 중단됩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과도한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발의된지 2년이 지났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조연행(금융소비자연맹 대표) : "분쟁조정 중일 때 소송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그런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아니면 보험사들이 소송가서 패소를 했을 때 커다란 패널티를 매길수 있는..."

소송을 당하면 보험 가입자는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소송이 일상화 돼 있고, 지더라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의 악의적인 소송 남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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