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구호대가 전하는 ‘에볼라와의 사투’

입력 2015.03.06 (23:27) 수정 2015.03.2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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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에라리온은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나랍니다.

그래서 우리 의료진도 바로 이곳에 투입돼 목숨을 걸고 치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긴급 구호대 1진이 무사히 돌아왔는데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 구호대원을 백승주 앵커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 백승주 (앵커) : "처음에 가겠다고 결정하셨을 때, 누구의 강요도 아니었어요.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해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제가 감염내과 의사로서 국립중앙의료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이런 환자들이 국내에 발생하면 봐야 하는 그런 위치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에볼라 확산 억제를 위해서 자원을 하게 됐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오랫동안 고민하셨을 거 같은데, 얼마동안생각하셨어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아마 그 당시 정부에서의 발표 전후로 해서 4~5일 정도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두려운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서 저 에볼라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 가기 전에.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 이런 일로 해서 제가 만약 죽는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자랑스러운 죽음이 될 거다, 그런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정말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저희 의료팀 1명이 주사침 사고로 독일로 후송됐을 때 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그런 아픈 마음이 힘들었던 거 같고요.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 처음에 보호복 장비를 입고 위험 지역을 들어갈 때가 가장 두려웠습니다. 내가 정말 완전하게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을 건가, 그런 두려움이 앞섰었고."

○ 백승주 (앵커) : "그 아찔했던 순간, 우리 대원 중 한 명이 그 바늘에 노출된 일이 있었잖아요. 그때 상황이 어땠나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의료진들이 너무 모자라다 보니까 같이 들어갔던 의료진이 다른 환자를 잠시 보러 가는 동안에 채혈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그 환자가 안정제를 맞고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주삿바늘이 들어가면서 약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 백승주 (앵커) : "그때 수장으로서 마음이 어떠셨어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같은 의료팀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그런 자책감도 있었고요. 제가 그 현장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또 다른 의료 팀원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겠구나. 그래서 모든 팀원들이 같이 그다음부터는 더 노력해서 더 안전한 진료를 할 수 있게끔 상의도 많이 했습니다."

○ 백승주 (앵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진료는 계속됐었고요. 나중에는 사망자보다 퇴원 자가 더 많아졌다는 소식 전해 들었거든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사실 어느 날은 사망자가 8명, 하루에 낮과 밤 합쳐서. 그랬던 날이 있어서 저희 진료팀들이 많이 낙담하기도 했었는데, 시일이 지나면서 점차 환자들이 많이 살게 됐고, 30명 넘게 생명을 다시 회복됐습니다. 그래서 모든 의료진이 정말 자기 노력의 대가로 보람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백승주 (앵커) : "한국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어요. 3주 동안 격리되셨는데, 모두가 다 그래야 하나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격리하는 것은 비과학적으로 알려졌고, 미국에서도 추천하고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지금 감기 인플루엔자가 흔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자발적 격리가 아주 현실적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혹시라도 누가 발병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약간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 백승주 (앵커) : "언제나 겪던 일상이지만 조금 다르게 느껴지셨을 것 같아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정말 살아 돌아와서 아내와 자식들 보는 순간, 보게 됐을 때 정말로 이 순간부터는 또 다른 나의 삶이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백승주 (앵커) : "혹시 잔인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다시 가야 한다면 똑같은 선택을 하실까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제가 한 달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지금 이 위치에서 다시 선택한다면 정말 두 세배 더,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에볼라가 전 세계적으로 조금 잦아드는 분위기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해외여행 가실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많은 나라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조만간, 또 백신의 개발, 조만간 개발될 것이기 때문에 에볼라 사태는 이제 종식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감염병이 항상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 개인위생, 특히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여행 시에 필요하겠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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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6 23:28:50
    • 수정2015-03-23 22: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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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은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나랍니다.

그래서 우리 의료진도 바로 이곳에 투입돼 목숨을 걸고 치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긴급 구호대 1진이 무사히 돌아왔는데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 구호대원을 백승주 앵커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 백승주 (앵커) : "처음에 가겠다고 결정하셨을 때, 누구의 강요도 아니었어요.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궁금해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제가 감염내과 의사로서 국립중앙의료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이런 환자들이 국내에 발생하면 봐야 하는 그런 위치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에볼라 확산 억제를 위해서 자원을 하게 됐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오랫동안 고민하셨을 거 같은데, 얼마동안생각하셨어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아마 그 당시 정부에서의 발표 전후로 해서 4~5일 정도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두려운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서 저 에볼라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 가기 전에.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 이런 일로 해서 제가 만약 죽는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자랑스러운 죽음이 될 거다, 그런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정말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저희 의료팀 1명이 주사침 사고로 독일로 후송됐을 때 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그런 아픈 마음이 힘들었던 거 같고요.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 처음에 보호복 장비를 입고 위험 지역을 들어갈 때가 가장 두려웠습니다. 내가 정말 완전하게 이 일을 잘해낼 수 있을 건가, 그런 두려움이 앞섰었고."

○ 백승주 (앵커) : "그 아찔했던 순간, 우리 대원 중 한 명이 그 바늘에 노출된 일이 있었잖아요. 그때 상황이 어땠나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의료진들이 너무 모자라다 보니까 같이 들어갔던 의료진이 다른 환자를 잠시 보러 가는 동안에 채혈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그 환자가 안정제를 맞고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주삿바늘이 들어가면서 약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 백승주 (앵커) : "그때 수장으로서 마음이 어떠셨어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같은 의료팀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그런 자책감도 있었고요. 제가 그 현장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또 다른 의료 팀원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겠구나. 그래서 모든 팀원들이 같이 그다음부터는 더 노력해서 더 안전한 진료를 할 수 있게끔 상의도 많이 했습니다."

○ 백승주 (앵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진료는 계속됐었고요. 나중에는 사망자보다 퇴원 자가 더 많아졌다는 소식 전해 들었거든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사실 어느 날은 사망자가 8명, 하루에 낮과 밤 합쳐서. 그랬던 날이 있어서 저희 진료팀들이 많이 낙담하기도 했었는데, 시일이 지나면서 점차 환자들이 많이 살게 됐고, 30명 넘게 생명을 다시 회복됐습니다. 그래서 모든 의료진이 정말 자기 노력의 대가로 보람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백승주 (앵커) : "한국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도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셨어요. 3주 동안 격리되셨는데, 모두가 다 그래야 하나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돌아왔다고 해서 격리하는 것은 비과학적으로 알려졌고, 미국에서도 추천하고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지금 감기 인플루엔자가 흔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자발적 격리가 아주 현실적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혹시라도 누가 발병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약간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 백승주 (앵커) : "언제나 겪던 일상이지만 조금 다르게 느껴지셨을 것 같아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정말 살아 돌아와서 아내와 자식들 보는 순간, 보게 됐을 때 정말로 이 순간부터는 또 다른 나의 삶이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백승주 (앵커) : "혹시 잔인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다시 가야 한다면 똑같은 선택을 하실까요?"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제가 한 달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지금 이 위치에서 다시 선택한다면 정말 두 세배 더,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에볼라가 전 세계적으로 조금 잦아드는 분위기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해외여행 가실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많은 나라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조만간, 또 백신의 개발, 조만간 개발될 것이기 때문에 에볼라 사태는 이제 종식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감염병이 항상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 개인위생, 특히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여행 시에 필요하겠습니다.

○ 백승주 (앵커)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신형식 (에볼라 대응 해외 긴급 구호대장)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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