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입법좌절’이 남긴 것

입력 2015.03.09 (07:35) 수정 2015.03.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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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머릿속에 도장을 찍은 듯 생생하게 살아나는 기억들이 있지요, 연 초 한 어린이집 cctv가 고발했던 그 참담했던 장면도 그럴 겁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그 때 앞다퉈서 cctv설치 의무화 등을 약속했었지만 지금 어떻게 됐나요? 상임위에서 크게 손질되더니 본회의에선 부결돼버렸습니다. 이 얄팍한 행태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다음 달에 법안을 재추진 하겠다고 합니다

국민적 공감을 토대로 금세 만들 듯 하던 법안이 겨우 두달만에 폐기직전으로 내몰렸으니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동네규칙도 아닌 데 손바닥 뒤짚듯 없던 일로 했으니 특히 학부모등의 반발이 거센 것도 당연합니다. 반대나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까지 벌인다고 합니다. 의원들이 어린이집 측의 조직적인 집단로비에 굴복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 때 지역 어린이집들이 표밭에 미칠 영향을 두려워했다는 겁니다.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로비정황이 포착됐고 실제로 법안은 원안보다 상당히 후퇴해서 뜯어고쳐졌습니다. 사실 어린이집 cctv설치 법안만도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다섯 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보육교사의 인권보호가 명분이었다지만 어린이집운영에 대한 공적 감시를 막으려는 집요한 로비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렇게 입법이 늦어지고 무산된 진짜 이유는 뭘까요 ? 의원들이 어린이집 민원에 휘둘려 국민적 공분마저 외면했던 걸까요? 아니면 ‘감시보다는 사랑으로 돌봐야한다’는 도덕적 신념이 한결같아서 cctv를 그렇게도 허용할 수 없었을까요?

이번 입법좌절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거대한 실체, 즉 저마다의 자리에서 움켜쥔 기득권의 깊은 뿌리들을 보여줍니다. 소수의 똘똘 뭉친 이익이 때론 느슨한 다수라 할 ‘공중의 이익’을 쫗아내는 겁니다. 국회나 정부의 입법관계자들은 그래서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야합니다. 잘못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공유되고 그 책임을 물을수록 공중의 이익은 전진하며 실현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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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입법좌절’이 남긴 것
    • 입력 2015-03-09 07:40:27
    • 수정2015-03-09 08: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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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머릿속에 도장을 찍은 듯 생생하게 살아나는 기억들이 있지요, 연 초 한 어린이집 cctv가 고발했던 그 참담했던 장면도 그럴 겁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그 때 앞다퉈서 cctv설치 의무화 등을 약속했었지만 지금 어떻게 됐나요? 상임위에서 크게 손질되더니 본회의에선 부결돼버렸습니다. 이 얄팍한 행태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다음 달에 법안을 재추진 하겠다고 합니다

국민적 공감을 토대로 금세 만들 듯 하던 법안이 겨우 두달만에 폐기직전으로 내몰렸으니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동네규칙도 아닌 데 손바닥 뒤짚듯 없던 일로 했으니 특히 학부모등의 반발이 거센 것도 당연합니다. 반대나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까지 벌인다고 합니다. 의원들이 어린이집 측의 조직적인 집단로비에 굴복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 때 지역 어린이집들이 표밭에 미칠 영향을 두려워했다는 겁니다.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로비정황이 포착됐고 실제로 법안은 원안보다 상당히 후퇴해서 뜯어고쳐졌습니다. 사실 어린이집 cctv설치 법안만도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다섯 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보육교사의 인권보호가 명분이었다지만 어린이집운영에 대한 공적 감시를 막으려는 집요한 로비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렇게 입법이 늦어지고 무산된 진짜 이유는 뭘까요 ? 의원들이 어린이집 민원에 휘둘려 국민적 공분마저 외면했던 걸까요? 아니면 ‘감시보다는 사랑으로 돌봐야한다’는 도덕적 신념이 한결같아서 cctv를 그렇게도 허용할 수 없었을까요?

이번 입법좌절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거대한 실체, 즉 저마다의 자리에서 움켜쥔 기득권의 깊은 뿌리들을 보여줍니다. 소수의 똘똘 뭉친 이익이 때론 느슨한 다수라 할 ‘공중의 이익’을 쫗아내는 겁니다. 국회나 정부의 입법관계자들은 그래서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야합니다. 잘못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공유되고 그 책임을 물을수록 공중의 이익은 전진하며 실현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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