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예비 흡연자’ 유혹하는 편의점 담배 광고

입력 2015.03.10 (21:22) 수정 2015.03.10 (22: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올들어 담뱃값을 2천원 올리는 가격 금연정책이 실시됐는데요.

이제는 비가격 금연정책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경고그림 도입은 무산됐고, 편의점 담배광고는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밖으로 담배광고가 노출되면 불법이지만, 이를 어기는 곳이 많습니다.

담배를 파는 편의점은 전국에 3만 여 곳에 이르는데,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의 30% 이상은 학생들입니다.

담배회사들의 도를 넘는 마케팅에 청소년들은 예비 흡연자로 마냥 끌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덕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편의점 ‘화려한 유혹’…도 넘은 흡연 광고▼

<리포트>

학교 앞 편의점은 손님 대부분이 중고등학생입니다.

들어가자마자 LED 모니터의 화려한 담배 광고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최신 유행어로 과일맛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황금빛 담뱃잎으로 이국적인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계산대 주변에만 열 개 정도의 담배 광고가 구매 욕구를 충동합니다.

<녹취> 고등학생(비흡연자/음성변조) : "색깔 알록달록하고...만약에 사보면 펴 보고 싶은 느낌? 호기심으로?"

심지어 청소년을 자극하는 성적인 문구의 광고도 나왔습니다.

일단 마음만 먹으면 담배 사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교복 입고도) 주는 데가 있어요. 외투 지퍼 올리고 담배주세요 하면 줘요."

고도로 계산된 편의점 담배광고는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3년 전 담배에 손을 댄 고1 김모 군은 최근 한 달간 금연을 하고도 새 담배 광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OO(흡연 학생) : "(광고에서) 맛이, 느낌이 다르다 그러고 그래서..주변 얘기도 듣고 그래서 사서 해봤는데 괜찮아서..."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9.2%, 무분별한 편의점 담배 광고가 중고등학생을 예비흡연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광고 대상은 사실상 ‘10대 청소년’…왜?▼

<기자 멘트>

서울 양천구 목동입니다.

입시 학원들이 몰려있는 대표적인 학원가 골목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곳곳에서 편의점이 널려 있습니다.

편의점 내부를 한 번 살펴볼까요?

계산대 주변이 담배 광고로 거의 뒤덮였습니다.

모두 7개나 되는데요.

주변에서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은 편의점 10곳을 골라 직접 조사했습니다.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9개까지.

한 곳당 담배광고가 평균 6.4개 설치돼 있습니다.

담배광고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상쾌하게" "부드러운" "맛과 멋, 향의 탄생"은 물론 "첫 경험"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흡연 행위를 무척 매력적인 일로 포장하고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가 1차적으로 노리는 대상은 비흡연 청소년과 여성층입니다.

실제 청소년 95%는 편의점 담배광고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2%는 광고를 보고 담배 구입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의 흡연 시작 연령도 2005년 14.1세에서 2013년 13.5세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 19세 이전에 흡연을 하면, 25세 이후에 흡연을 한 사람보다 중독성이 11배나 높았습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의 위험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복잡한 속사정이 있는지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 규제 강화해야”▼

<리포트>

1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해 온 40대 남성입니다.

점포 임대료를 못 낼 정도로 고비가 있었지만 매월 담배회사에서 받는 담배광고비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편의점 운영자 : "(담배회사에서)130만원정도 받은 것 같아요. 월세가 충당이 되니까 엄청나게 유용하죠."

편의점과 담배회사는 서로 이익을 보는 공생관계입니다.

11년 전 텔레비전 광고가 금지되자, 담배회사들은 편의점 광고에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실핏줄처럼 전국에 퍼진 편의점은 모두 3만 여 개.

담배를 진열하고 LED 광고판을 설치하는 대가로 받는 돈은 연간 천 5백 여 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편의점이 담배마켓팅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있지만 비가격 정책을 강화하겠다던 정부는 멈칫거리고 있습니다.

<녹취> 기획재정부 관계자(음성변조) : "편의점들에게는 (담배광고비가) 주 수입원이어서 완전히 없앤다는 것도 어렵고"

영국과 호주,태국 등에서 담뱃값을 대폭 올리고 편의점 담배 광고와 진열도 금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인터뷰> 조홍준(대한금연학회장) : "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고 흡연을 유지하기 때문에 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대단히 효과적인 담배규제정책이고..."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이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였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편의점 담배 광고를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예비 흡연자’ 유혹하는 편의점 담배 광고
    • 입력 2015-03-10 21:23:41
    • 수정2015-03-10 22:09:55
    뉴스 9
<앵커 멘트>

올들어 담뱃값을 2천원 올리는 가격 금연정책이 실시됐는데요.

이제는 비가격 금연정책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경고그림 도입은 무산됐고, 편의점 담배광고는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밖으로 담배광고가 노출되면 불법이지만, 이를 어기는 곳이 많습니다.

담배를 파는 편의점은 전국에 3만 여 곳에 이르는데,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의 30% 이상은 학생들입니다.

담배회사들의 도를 넘는 마케팅에 청소년들은 예비 흡연자로 마냥 끌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덕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편의점 ‘화려한 유혹’…도 넘은 흡연 광고▼

<리포트>

학교 앞 편의점은 손님 대부분이 중고등학생입니다.

들어가자마자 LED 모니터의 화려한 담배 광고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최신 유행어로 과일맛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황금빛 담뱃잎으로 이국적인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계산대 주변에만 열 개 정도의 담배 광고가 구매 욕구를 충동합니다.

<녹취> 고등학생(비흡연자/음성변조) : "색깔 알록달록하고...만약에 사보면 펴 보고 싶은 느낌? 호기심으로?"

심지어 청소년을 자극하는 성적인 문구의 광고도 나왔습니다.

일단 마음만 먹으면 담배 사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녹취> 고등학생(음성변조) : "(교복 입고도) 주는 데가 있어요. 외투 지퍼 올리고 담배주세요 하면 줘요."

고도로 계산된 편의점 담배광고는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3년 전 담배에 손을 댄 고1 김모 군은 최근 한 달간 금연을 하고도 새 담배 광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OO(흡연 학생) : "(광고에서) 맛이, 느낌이 다르다 그러고 그래서..주변 얘기도 듣고 그래서 사서 해봤는데 괜찮아서..."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9.2%, 무분별한 편의점 담배 광고가 중고등학생을 예비흡연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광고 대상은 사실상 ‘10대 청소년’…왜?▼

<기자 멘트>

서울 양천구 목동입니다.

입시 학원들이 몰려있는 대표적인 학원가 골목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곳곳에서 편의점이 널려 있습니다.

편의점 내부를 한 번 살펴볼까요?

계산대 주변이 담배 광고로 거의 뒤덮였습니다.

모두 7개나 되는데요.

주변에서 청소년들의 출입이 잦은 편의점 10곳을 골라 직접 조사했습니다.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9개까지.

한 곳당 담배광고가 평균 6.4개 설치돼 있습니다.

담배광고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상쾌하게" "부드러운" "맛과 멋, 향의 탄생"은 물론 "첫 경험"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흡연 행위를 무척 매력적인 일로 포장하고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가 1차적으로 노리는 대상은 비흡연 청소년과 여성층입니다.

실제 청소년 95%는 편의점 담배광고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2%는 광고를 보고 담배 구입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의 흡연 시작 연령도 2005년 14.1세에서 2013년 13.5세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 19세 이전에 흡연을 하면, 25세 이후에 흡연을 한 사람보다 중독성이 11배나 높았습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의 위험성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복잡한 속사정이 있는지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편의점 담배 광고 규제 강화해야”▼

<리포트>

1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해 온 40대 남성입니다.

점포 임대료를 못 낼 정도로 고비가 있었지만 매월 담배회사에서 받는 담배광고비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편의점 운영자 : "(담배회사에서)130만원정도 받은 것 같아요. 월세가 충당이 되니까 엄청나게 유용하죠."

편의점과 담배회사는 서로 이익을 보는 공생관계입니다.

11년 전 텔레비전 광고가 금지되자, 담배회사들은 편의점 광고에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실핏줄처럼 전국에 퍼진 편의점은 모두 3만 여 개.

담배를 진열하고 LED 광고판을 설치하는 대가로 받는 돈은 연간 천 5백 여 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편의점이 담배마켓팅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있지만 비가격 정책을 강화하겠다던 정부는 멈칫거리고 있습니다.

<녹취> 기획재정부 관계자(음성변조) : "편의점들에게는 (담배광고비가) 주 수입원이어서 완전히 없앤다는 것도 어렵고"

영국과 호주,태국 등에서 담뱃값을 대폭 올리고 편의점 담배 광고와 진열도 금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인터뷰> 조홍준(대한금연학회장) : "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고 흡연을 유지하기 때문에 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대단히 효과적인 담배규제정책이고..."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이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였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편의점 담배 광고를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