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공공기관도 ‘열정페이’…노동 아닌 교육 필요

입력 2015.03.11 (21:20) 수정 2015.03.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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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천4백만 명이 넘게 본 영화 '국제시장'입니다.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상업 영화 최초로 모든 제작진이 표준 근로 계약서를 쓰고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요.

근로 조건이 열악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최근 일종의 '교육' 과정이라며 인턴들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한 패션 회사와 무임금으로 대학생을 고용한 대형마트 등의 행태가 논란이 됐는데요.

이렇게 청년들의 '열정'에 대한 대가로 쥐꼬리만한 급료를 지급하는 현상을 역설적으로 비판하는 '열정페이' 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공공기관도 열정페이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실태를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공공기관도 ‘열정페이’ 논란▼

<리포트>

국회에서 여섯 달 동안 인턴으로 일한 김 모 씨는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밤 늦게까지 국정 감사 자료를 모으는 등 사실상 보좌진처럼 일을 했지만 의원실에서 받은 건 수료증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김○○ : "점심만 다 같이 먹는 거고 보수를 받는다거나 휴가가 있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어요."

국회의원실에서 유급 인턴으로 일한 이 모 씨는 수시로 밤샘 근무를 하면서도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2년 가까이 버텨왔지만 이제는 꿈을 포기했습니다.

<인터뷰> 이○○ : "이쪽은 얼마를 일하더라도 인턴은 인턴이고 고용 승계가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점 연계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정 모 씨도 '열정 페이'의 피해자입니다.

기대했던 진로 탐색 교육 대신 문서 작업 같은 잡일을 하고, 최저 임금도 안 되는 월급 30만 원만 받았습니다.

<인터뷰> 정○○ : "제가 했던 일을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했을 때는 시급 얼마를 줬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정말 회사 입장에선 되게 이득이잖아요."

최근 청년 단체들이 모여 '열정 페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체감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면서 청년들의 열정이 헐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열정페이 대책’ 실효성 있나▼

<기자 멘트>

구직자들로 붐비는 취업 박람회장입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로 언제나 북새통을 이루는데요.

취업이 어렵다 보니 구직자 3명 중 2명은 취직만 할 수 있다면 '열정 페이'도 감수하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열정 페이' 대책을 내놨는데요.

이달 말까지 먼저 패션과 영화계 등 150개 사업장에 대해 기획 근로 감독을 실시하고, 표준 근로 계약서 적용을 확대한다는 겁니다.

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우선 근로 감독 진행 상황부터 원활하지 않습니다.

<녹취> 고용노동부 관계자 : "1월 말 정도에 시작했기 때문에 2월에 사업장 명단 선정하고 설이 끼고 해서 많이 감독이 진행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근로 감독의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열정 페이의 주 대상인 인턴 직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 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인턴 경험자 : "(회사에서는) 인턴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상 최저임금이라든지, 그런 노동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요)"

지난해 근로 감독에서 적발된 사업장 중 80% 이상은 벌칙 없이 단순 시정 조치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근로 감독만으로는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열정 페이'를 막기 위해 어떤 조처가 더 필요할지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노동대체’ 대신 교육이 해법▼

<리포트>

신입 사원 김민서 씨는 석 달 동안 인턴으로 일하다 정직원이 됐습니다.

인턴 과정이 실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 위주여서 정규직 전환 이후 업무 적응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민서(신입 사원) : "(다른 기업 인턴 때는) 단순 보조업무나 그런 업무들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는 체계적인 인턴 과정이 있고, 그에 맞춰서 교육을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도 실무 위주의 인턴 교육을 체계화 한 뒤 우수 인력을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돼 생산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인터뷰> 이광호(인사담당자) :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또 유능한 인재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또 성장시킬 수 있는 그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정 페이 논란을 풀기 위해선 인턴 과정이 원래 취지대로 실무를 배우는 교육 과정이 돼야 하고, 명확한 관련 기준도 마련돼야 합니다.

미국은 무급 인턴 사용 기준으로 '기업이 아닌 인턴의 이익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과 '정규직 업무 대체 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진나(노무사) : "정부에서 선행해서 (인턴 제도의) 기준을 만들어주고 그 기준에 따라서 기업들이 운용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만일 제시된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인턴 직원을 일반 근로자로 인정해 임금과 처우에 있어 현행 근로기준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건강한 인턴제 정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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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공공기관도 ‘열정페이’…노동 아닌 교육 필요
    • 입력 2015-03-11 21:21:45
    • 수정2015-03-11 21: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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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천4백만 명이 넘게 본 영화 '국제시장'입니다.

영화의 내용뿐 아니라 상업 영화 최초로 모든 제작진이 표준 근로 계약서를 쓰고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요.

근로 조건이 열악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최근 일종의 '교육' 과정이라며 인턴들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한 패션 회사와 무임금으로 대학생을 고용한 대형마트 등의 행태가 논란이 됐는데요.

이렇게 청년들의 '열정'에 대한 대가로 쥐꼬리만한 급료를 지급하는 현상을 역설적으로 비판하는 '열정페이' 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공공기관도 열정페이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실태를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공공기관도 ‘열정페이’ 논란▼

<리포트>

국회에서 여섯 달 동안 인턴으로 일한 김 모 씨는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밤 늦게까지 국정 감사 자료를 모으는 등 사실상 보좌진처럼 일을 했지만 의원실에서 받은 건 수료증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김○○ : "점심만 다 같이 먹는 거고 보수를 받는다거나 휴가가 있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어요."

국회의원실에서 유급 인턴으로 일한 이 모 씨는 수시로 밤샘 근무를 하면서도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2년 가까이 버텨왔지만 이제는 꿈을 포기했습니다.

<인터뷰> 이○○ : "이쪽은 얼마를 일하더라도 인턴은 인턴이고 고용 승계가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점 연계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정 모 씨도 '열정 페이'의 피해자입니다.

기대했던 진로 탐색 교육 대신 문서 작업 같은 잡일을 하고, 최저 임금도 안 되는 월급 30만 원만 받았습니다.

<인터뷰> 정○○ : "제가 했던 일을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했을 때는 시급 얼마를 줬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정말 회사 입장에선 되게 이득이잖아요."

최근 청년 단체들이 모여 '열정 페이'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체감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면서 청년들의 열정이 헐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열정페이 대책’ 실효성 있나▼

<기자 멘트>

구직자들로 붐비는 취업 박람회장입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로 언제나 북새통을 이루는데요.

취업이 어렵다 보니 구직자 3명 중 2명은 취직만 할 수 있다면 '열정 페이'도 감수하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열정 페이' 대책을 내놨는데요.

이달 말까지 먼저 패션과 영화계 등 150개 사업장에 대해 기획 근로 감독을 실시하고, 표준 근로 계약서 적용을 확대한다는 겁니다.

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우선 근로 감독 진행 상황부터 원활하지 않습니다.

<녹취> 고용노동부 관계자 : "1월 말 정도에 시작했기 때문에 2월에 사업장 명단 선정하고 설이 끼고 해서 많이 감독이 진행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근로 감독의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열정 페이의 주 대상인 인턴 직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 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인턴 경험자 : "(회사에서는) 인턴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상 최저임금이라든지, 그런 노동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요)"

지난해 근로 감독에서 적발된 사업장 중 80% 이상은 벌칙 없이 단순 시정 조치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근로 감독만으로는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열정 페이'를 막기 위해 어떤 조처가 더 필요할지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노동대체’ 대신 교육이 해법▼

<리포트>

신입 사원 김민서 씨는 석 달 동안 인턴으로 일하다 정직원이 됐습니다.

인턴 과정이 실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 위주여서 정규직 전환 이후 업무 적응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민서(신입 사원) : "(다른 기업 인턴 때는) 단순 보조업무나 그런 업무들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는 체계적인 인턴 과정이 있고, 그에 맞춰서 교육을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도 실무 위주의 인턴 교육을 체계화 한 뒤 우수 인력을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돼 생산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인터뷰> 이광호(인사담당자) :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또 유능한 인재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또 성장시킬 수 있는 그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정 페이 논란을 풀기 위해선 인턴 과정이 원래 취지대로 실무를 배우는 교육 과정이 돼야 하고, 명확한 관련 기준도 마련돼야 합니다.

미국은 무급 인턴 사용 기준으로 '기업이 아닌 인턴의 이익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과 '정규직 업무 대체 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진나(노무사) : "정부에서 선행해서 (인턴 제도의) 기준을 만들어주고 그 기준에 따라서 기업들이 운용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만일 제시된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인턴 직원을 일반 근로자로 인정해 임금과 처우에 있어 현행 근로기준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건강한 인턴제 정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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