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성희롱 파문 휩싸인 대학가

입력 2015.03.13 (12:34) 수정 2015.03.1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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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학가가 일부 교수들의 성 추문에 이어, 이번에는 학생들 사이의 성희롱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한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 때 성희롱적 내용의 게시글이 붙어 논란을 빚었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단체 대화방에 여학생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와 파문을 일었습니다.

이승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신입생 환영회 때, 방 안팎에 붙어 있던 게시글을 촬영한 겁니다.

<인터뷰> 해당 학부 학생회장 : "25개 방 중에 이번에 문제시된 것은 5개 방이고 성희롱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것들이 다수였고..."

문제가 된 방 이름입니다.

오해를 살만한 다소 민망한 문구가 버젓이 방문 앞에 붙어 있습니다.

그 아래는 방에 들어갈 때 해야 하는 일종의 통과 의례를 적었는데, 걸그룹의 골반 춤을 신입 여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다른 게시글에서는 남녀 학생의 신체적인 접촉을 강요하는 벌칙을 정해 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그걸 보면서 기분 나빠하거나 불편했던 친구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새내기들은 그걸 말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아니었을 거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학교 게시판은 성희롱 시비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어떻게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 내부에서는 그런 생각이 많은 것 같고 학생들이 그 선을 넘어서는 바람에, 우리 학교 사람들도 되게 당황스러워하고..."

당시 행사에 참가했던 재학생들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성희롱이나 가혹행위를 의도했던 건 아니라며, 억울한 부분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남학생 (음성변조) : "방치기라는 게 장난으로 하는 거지, 그걸 진지하게 지키거나 이렇게 하지는 않았어요."

<녹취> OO 대학교 여학생 (음성변조) : "다른 방에 못 들어오게 하려고 일부러 세게 그러는 거예요. 센 척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 문제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재학생과 신입생 사이에 뿌리 박힌 권위의식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번지며, 학내에서 여전히 큰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 해당 학부 학생회장 : "단순히 성희롱적인 틀이 아니라 권위주의라는 것에 근본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사실 이것에 대해서 아쉬운 것이 언론에서는 성희롱, 이런 측면을 강조하시다 보니까 약간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학교.

이 학교에서는 얼마 전, 수십 명이 참여하는 남학생 단체 대화방에 같은 과 여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노골적인 성희롱적 표현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음담패설하고 선배 사진 올려서 성희롱적인 발언들 하고 (내용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나?) ‘1억 줘도 난 그것을 못 하게 하겠다.’ 뭐 이런, 이 정도로 좀 심한……."

무엇보다 당사자인 여학생들의 충격이 큰 상황.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계속 그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되긴 했어도 당사자분들은 많이 분개했고 ‘저 사람이 나랑 되게 친했는데 저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느냐?’"

이뿐만이 아닙니다.

올 초 서울의 또 다른 대학에서는 수련회에서 학생이 후배를 성추행하고 폭행한 의혹이 불거져, 가해 학생이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 교수들의 부끄러운 성 추문에 이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면서, 캠퍼스 내 성 윤리 문제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현미(책임 연구원 / 성폭력상담소) : "성문화라든지 조직 문화를 평등하게, 차별 없이 바꾸려는 학생들의 움직임과 그런 스스로의 요구를 대학 당국에 요구할 수 있는 것들, 이런게 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부끄러운 문제는 일단 덮고 보자는 학교 안팎의 안일한 생각이 이같은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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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13 12:35:37
    • 수정2015-03-13 12: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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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학가가 일부 교수들의 성 추문에 이어, 이번에는 학생들 사이의 성희롱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한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 때 성희롱적 내용의 게시글이 붙어 논란을 빚었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단체 대화방에 여학생을 비하하는 글이 올라와 파문을 일었습니다.

이승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신입생 환영회 때, 방 안팎에 붙어 있던 게시글을 촬영한 겁니다.

<인터뷰> 해당 학부 학생회장 : "25개 방 중에 이번에 문제시된 것은 5개 방이고 성희롱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것들이 다수였고..."

문제가 된 방 이름입니다.

오해를 살만한 다소 민망한 문구가 버젓이 방문 앞에 붙어 있습니다.

그 아래는 방에 들어갈 때 해야 하는 일종의 통과 의례를 적었는데, 걸그룹의 골반 춤을 신입 여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다른 게시글에서는 남녀 학생의 신체적인 접촉을 강요하는 벌칙을 정해 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그걸 보면서 기분 나빠하거나 불편했던 친구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새내기들은 그걸 말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아니었을 거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학교 게시판은 성희롱 시비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어떻게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 내부에서는 그런 생각이 많은 것 같고 학생들이 그 선을 넘어서는 바람에, 우리 학교 사람들도 되게 당황스러워하고..."

당시 행사에 참가했던 재학생들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실제로 성희롱이나 가혹행위를 의도했던 건 아니라며, 억울한 부분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남학생 (음성변조) : "방치기라는 게 장난으로 하는 거지, 그걸 진지하게 지키거나 이렇게 하지는 않았어요."

<녹취> OO 대학교 여학생 (음성변조) : "다른 방에 못 들어오게 하려고 일부러 세게 그러는 거예요. 센 척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 문제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재학생과 신입생 사이에 뿌리 박힌 권위의식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번지며, 학내에서 여전히 큰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인터뷰> 해당 학부 학생회장 : "단순히 성희롱적인 틀이 아니라 권위주의라는 것에 근본이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사실 이것에 대해서 아쉬운 것이 언론에서는 성희롱, 이런 측면을 강조하시다 보니까 약간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학교.

이 학교에서는 얼마 전, 수십 명이 참여하는 남학생 단체 대화방에 같은 과 여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노골적인 성희롱적 표현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습니다.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음담패설하고 선배 사진 올려서 성희롱적인 발언들 하고 (내용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나?) ‘1억 줘도 난 그것을 못 하게 하겠다.’ 뭐 이런, 이 정도로 좀 심한……."

무엇보다 당사자인 여학생들의 충격이 큰 상황.

<녹취> OO 대학교 학생 (음성변조) : "계속 그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되긴 했어도 당사자분들은 많이 분개했고 ‘저 사람이 나랑 되게 친했는데 저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느냐?’"

이뿐만이 아닙니다.

올 초 서울의 또 다른 대학에서는 수련회에서 학생이 후배를 성추행하고 폭행한 의혹이 불거져, 가해 학생이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 교수들의 부끄러운 성 추문에 이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면서, 캠퍼스 내 성 윤리 문제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현미(책임 연구원 / 성폭력상담소) : "성문화라든지 조직 문화를 평등하게, 차별 없이 바꾸려는 학생들의 움직임과 그런 스스로의 요구를 대학 당국에 요구할 수 있는 것들, 이런게 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부끄러운 문제는 일단 덮고 보자는 학교 안팎의 안일한 생각이 이같은 문제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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