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논란’, 언론은 몰랐나?

입력 2015.03.15 (17:11) 수정 2015.03.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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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정하게 청탁을 하거나 금품 등을 받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오랜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오히려 논란이 증폭되고 있고, 언론들도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그동안 김영란법에 대해 어떤 식으로 보도를 해왔을까요?

오늘은 먼저 김영란법을 둘러싼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구영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구영희 기자. 우선 김영란법에 대한 언론사들의 논조 차이를 살펴볼까요?

<답변>

네. 일부 언론은, 김영란법이 통과된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또 다른 언론은 위헌 논란 등 부정적인 면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3일, 방송사들의 톱뉴스는, 김영란법이었습니다.

<녹취> KBS 뉴스9 3월 3일 :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법, 가칭 김영란법이 숱한 논란 끝에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다음날 신문들도 일제히 머릿기사로 이 소식을 다뤘지만 제목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일부 신문은, 부패 청산이라는 김영란법의 취지를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한겨레. 4일 1면 : "부패 청산 길은 멀어도 첫발은 뗐다."

<녹취>경향신문 4일 31면 :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 사슬 끊어낼 ’김영란법‘ 투명 사회를 이루려면 일시적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상화한 부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신문들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에 더 집중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4일 1면 : "위헌 요소 알면서 통과시킨 김영란법"

<녹취> 중앙일보 4일 1면 : "위헌 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

논란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 3일 31면 : "위헌소지 명백한 김영란법에 김영란도 황당할 것 -민간 언론인과 모든 사립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명백히 위헌이다."

하지만, 정작,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란(전 국민권익위원장) : "장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 일찍 확대되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특히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확대를 시도한 것이어서 평등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후 방안에도 신문사마다 의견이 달랐습니다.

어렵게 통과된 만큼 일단 시행하며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녹취>한겨레 5일 31면 : "김영란법, 성급한 흠집내기를 경계한다."

<녹취> 한국일보 3월 6일 사설 : "김영란법,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은 잘못 본래 취지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너무 강조하다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 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실은 언론도 있습니다.

<녹취>동아일보 3월 6일 8면 : "법조계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목소리도"

<녹취>중앙일보 3월 11일 3면 : “민간.공공 동일한 규제는 위헌 재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

특히, 일부 언론은 김영란법을 ‘경제에 타격을 주는 법’으로 묘사했습니다.

3월 4일 : "김영란법, 경기 침체에 가뜩이나 힘든데. 더 장사를 못하게 하는 그런 법이 아닌가 너무 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TV> 2015.3.4. : "겨우 내수 불씨가 살아나려는 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 정치와 행정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는 대부분의 경우 김영란법이 어떤 문제가 있는가 특히 위헌성이라든지 또는 잘못된 적용의 가능성 이런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러다 보니까 김영란법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취지라든지 그것의 장점이라든지 역사적 의의라든지 이런 것들이 100% 발휘될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걸림돌 역할을 하지 않았나..."

<질문> 일부 언론들이 위헌이라고 가장 문제 삼은 것 중 하나가 앞서 살펴봤듯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인데, 이게 갑자기 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이미 지난해 5월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때의 보도를 다시 한 번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5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에서는 법안 적용 대상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녹취>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 (2014.5.27) 김용태: "대상 범위를 공적 기능을 갖고 있는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그리고 법에 따라 등록된 언론기관으로 확대하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서울신문 2014.5.28. : "사설-김영란법 세밀히 다듬어 위헌소지 없애야" "국공립학교 교사뿐 아니라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교사를 포함시키고 언론기관도 정부가 출자한 KBS, EBS 뿐 아니라 모든 민간 언론사 종사자로 확대하기로 한 점은 교원 간 형평성과 언론 본연의 공익성을 감안할 때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렇게 보도한 신문도 막상 법안이 통과되자, 과잉 입법이라며 문제 삼았습니다.

<녹취> 서울신문 2015.3.4. 31면 : "중우정치 끝판 보여준 여야 김영란법 처리" "KBS.EBS 같은 공영방송 종사자와 국공립학교 교원의 형평성 차원에서 포함됐다지만 국민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이들 기관과 엄연히 민간 영역에 속하는 기관을 아무 기준도 없이 한데 묶은 건 명백한 무원칙 과잉 입법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일부 언론들도 지난해 정무위에서 김영란법이 논의됐을 때는 위헌 소지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2014.7.10. 1면 : “김영란법 위헌 소지 없다”

<녹취>세계일보 2014.7.12. 사설 : "위헌 소지 없다...김영란법 원안 조속 처리하길"

하지만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2015. 3.4 1면 : "위헌 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

<녹취>세계일보 3월 4일 1면 : "위헌 소지 무시...무책임 국회"

사실, 김영란법은 2012년 발의된 이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자,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대통령이 김영란법의 처리를 촉구하면서 상당수 언론들도 빠른 처리를 주문했고,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히려 비판해 왔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1월 13일 : "김영란법, 2월 국회서 우선 처리키로" "여야는 앞다퉈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며 딴소리를 하거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녹취>서청원(새누리당 최고위원 /3월 5일) : "김영란법을 통과하지 않으면 반개혁적인 것으로 그렇게 여론이 몰아치더니 이제 김영란법 통과하니까 변협 등이 위헌 소지 들고 나왔다. 정치권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괴로운 상황에 있는 거 같다."

<질문>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보도 태도도 문제지만, 사실 법안 통과 이전에는 김영란법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은 기사도 좀 드물었던 것 아닙니까?

<답변>

네. 제작진이 지난해부터 김영란법을 다룬 기사들을 살펴봤는데요, 보도량만 봐도 통과 이전과 이후가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미디어 인사이드가 6개 중앙일간지의 김영란법 관련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특정 시점에서 나흘간 기사량을 비교했습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적용 대상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을 포함하기로 한 당일부터 4일간 관련기사는 10건.

또, 관련 공청회가 열렸을 때 관련기사는 4건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40건으로 늘어났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당일부터 4일간 144건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관련 보도 추이도 비슷했습니다.

지난해 정무위나 공청회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되던 시점에는 아예 뉴스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고, 올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을 때는 7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본회의를 통과하자 4일간 23건의 관련 뉴스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인터뷰>노동일(경희대 법학부 교수) : "문제가 되었을 당시에 철저하게 비판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법안이 끝난 다음에 상황이 법안이 완전히 통과된 다음에서야 지적하는 그런 문제가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뒷북이랄까..."

보도량뿐 아니라, 내용도 부실했습니다.

정작 김영란법이 무슨 내용인지 상세히 설명한 기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녹취> 동아 2014.7.11 : "한 신문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 요청에 여야 김영란법 처리 화답”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보도했지만 법안이름만 있을 뿐 법안 내용이 무엇인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영란(전 국민권익위원장 / 3월 10일) : "공유해야 할 부분 많은데, 너무 부분적으로만 알려진 것이란 생각 하긴 했다. 오래 논란 되면서 많이 알려지기도 해서 골고루 처음부터 알려져서 논의가 더 됐다면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기획 기사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김영란법의 내용과 논란을 상세히 다뤄온 한 언론은 다른 언론들의 이런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녹취> 머니투데이 3월 7일 : "김영란법 '프레임'…오바마였다면?"

이런 혼란상에 언론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들여다보지 않고 '원안통과'라는 프레임에 매달리더니 어느새 입장을 바꿨다는 볼멘소리가 국회에서 나온다.

<인터뷰>김성휘(머니투데이 the300 기자) : "전반적인 분위기가 법안의 내용을 깊이 들여다 봐서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이걸 통과시켜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이슈? 폭발력 있는 쟁점? 그런 것에만 주목을 하지 않았나... 그렇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이 법안이 통과됐을 때 실제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정말 주게 되는가는 조금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질문> 물론 언론 보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입법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던 만큼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입법 과정에서부터 충분히 소통하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정치 관행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 법안 심사 소위원장이었던 김용태 의원.

김의원은 당시 김영란법에 대해 준비가 부족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김용태(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 /2014.5.28) : "어 이거 뭐지, 뭐지 하는데 막 계속 통과시키라고 빨리. 시간 없고 그러는데 너희 뭐하냐, 그래서 저희가 우왕좌왕 했던 거예요."

이 때만 해도 일단 빨리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던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막상 정무위를 통과하자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질문> JTBC 2015.1.16 : "그때는 가만 있다가 지금 실제로 포함되니까 왜 이렇게 얘기가 나오느냐라는..."

<답변>이상민(국회 법제사법위원장) : "글쎄요. 제가 그때는 그 내용을 잘 몰랐고요. 그렇게 공표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그 상임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고..."

중요한 법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데에는 법안 남발도 한몫을 합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3월 10일까지 무려 만 2천 669건.

제대로 심사를 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녹취>한국경제신문 (3.5) : "인스턴트 입법 남발...김영란법 파동 불렀다." "의정활동을 법안 발의 건수로 평가하는 실적주의와 간편한 입법 절차가 맞물리면서 입법 폭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공청회는 두 차례.

두 번째 공청회에서도,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8일 뒤 논란을 그대로 안은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회법에는 법률안을 만들 때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위원회 의결로 생략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흔히 요식행위에 그칩니다.

<인터뷰>노동일(경희대 법학부 교수) : "공청회에서 나오는 의견을 법안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분명히 하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이견이 많은 법, 문제점이 많다고 여겨지는 그런 법은 본회의에서 충분한 토론이 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알 수 있도록, 그래서 모든 국회의원들이 그 법안 내용을 알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이런 점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더욱 큽니다.

또, 정책이나 법안의 내용보다 정쟁과 정치인의 입에 주목하는 취재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김성휘(머니투데이 the300 기자) : "인력을 늘린다든지 아니면 취재하는 방식을 시스템을 바꾼다든지 그런 개선 노력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한 사람이 한 개 상임위를 전담하다시피 해서 상임위가 돌아가는 상황들을 매일 매일 체크하는 거죠. 그럼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세부적인 내용, 디테일한 것들, 그 다음에 이 법안이 통과돼서 기사를 쓰는 게 아니고 한참 논의 중인데 왜 이 법안이 오래 걸릴까... 를 볼 수 있게 되고..."

김영란법을 보도한 언론들은 ‘김영란법에 위헌 소지가 있는데 국회가 여론에 밀려 통과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론은 누가 만든 것일까요?

또 지금도 잘못된 여론을 만들고 잇는 것은 아닐까요?

언론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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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논란’, 언론은 몰랐나?
    • 입력 2015-03-15 17:24:19
    • 수정2015-03-15 22:53:37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부정하게 청탁을 하거나 금품 등을 받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오랜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오히려 논란이 증폭되고 있고, 언론들도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그동안 김영란법에 대해 어떤 식으로 보도를 해왔을까요?

오늘은 먼저 김영란법을 둘러싼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구영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구영희 기자. 우선 김영란법에 대한 언론사들의 논조 차이를 살펴볼까요?

<답변>

네. 일부 언론은, 김영란법이 통과된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또 다른 언론은 위헌 논란 등 부정적인 면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3일, 방송사들의 톱뉴스는, 김영란법이었습니다.

<녹취> KBS 뉴스9 3월 3일 :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법, 가칭 김영란법이 숱한 논란 끝에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다음날 신문들도 일제히 머릿기사로 이 소식을 다뤘지만 제목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일부 신문은, 부패 청산이라는 김영란법의 취지를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한겨레. 4일 1면 : "부패 청산 길은 멀어도 첫발은 뗐다."

<녹취>경향신문 4일 31면 :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 사슬 끊어낼 ’김영란법‘ 투명 사회를 이루려면 일시적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상화한 부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신문들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에 더 집중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4일 1면 : "위헌 요소 알면서 통과시킨 김영란법"

<녹취> 중앙일보 4일 1면 : "위헌 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

논란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 3일 31면 : "위헌소지 명백한 김영란법에 김영란도 황당할 것 -민간 언론인과 모든 사립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명백히 위헌이다."

하지만, 정작,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란(전 국민권익위원장) : "장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 일찍 확대되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특히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확대를 시도한 것이어서 평등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후 방안에도 신문사마다 의견이 달랐습니다.

어렵게 통과된 만큼 일단 시행하며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녹취>한겨레 5일 31면 : "김영란법, 성급한 흠집내기를 경계한다."

<녹취> 한국일보 3월 6일 사설 : "김영란법,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은 잘못 본래 취지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너무 강조하다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 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실은 언론도 있습니다.

<녹취>동아일보 3월 6일 8면 : "법조계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목소리도"

<녹취>중앙일보 3월 11일 3면 : “민간.공공 동일한 규제는 위헌 재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

특히, 일부 언론은 김영란법을 ‘경제에 타격을 주는 법’으로 묘사했습니다.

3월 4일 : "김영란법, 경기 침체에 가뜩이나 힘든데. 더 장사를 못하게 하는 그런 법이 아닌가 너무 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TV> 2015.3.4. : "겨우 내수 불씨가 살아나려는 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 정치와 행정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는 대부분의 경우 김영란법이 어떤 문제가 있는가 특히 위헌성이라든지 또는 잘못된 적용의 가능성 이런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러다 보니까 김영란법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취지라든지 그것의 장점이라든지 역사적 의의라든지 이런 것들이 100% 발휘될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걸림돌 역할을 하지 않았나..."

<질문> 일부 언론들이 위헌이라고 가장 문제 삼은 것 중 하나가 앞서 살펴봤듯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인데, 이게 갑자기 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이미 지난해 5월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때의 보도를 다시 한 번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5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에서는 법안 적용 대상에 대해 논의가 있었습니다.

<녹취>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 (2014.5.27) 김용태: "대상 범위를 공적 기능을 갖고 있는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그리고 법에 따라 등록된 언론기관으로 확대하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서울신문 2014.5.28. : "사설-김영란법 세밀히 다듬어 위헌소지 없애야" "국공립학교 교사뿐 아니라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교사를 포함시키고 언론기관도 정부가 출자한 KBS, EBS 뿐 아니라 모든 민간 언론사 종사자로 확대하기로 한 점은 교원 간 형평성과 언론 본연의 공익성을 감안할 때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렇게 보도한 신문도 막상 법안이 통과되자, 과잉 입법이라며 문제 삼았습니다.

<녹취> 서울신문 2015.3.4. 31면 : "중우정치 끝판 보여준 여야 김영란법 처리" "KBS.EBS 같은 공영방송 종사자와 국공립학교 교원의 형평성 차원에서 포함됐다지만 국민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이들 기관과 엄연히 민간 영역에 속하는 기관을 아무 기준도 없이 한데 묶은 건 명백한 무원칙 과잉 입법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일부 언론들도 지난해 정무위에서 김영란법이 논의됐을 때는 위헌 소지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중앙일보 2014.7.10. 1면 : “김영란법 위헌 소지 없다”

<녹취>세계일보 2014.7.12. 사설 : "위헌 소지 없다...김영란법 원안 조속 처리하길"

하지만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2015. 3.4 1면 : "위헌 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

<녹취>세계일보 3월 4일 1면 : "위헌 소지 무시...무책임 국회"

사실, 김영란법은 2012년 발의된 이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자,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대통령이 김영란법의 처리를 촉구하면서 상당수 언론들도 빠른 처리를 주문했고,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히려 비판해 왔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1월 13일 : "김영란법, 2월 국회서 우선 처리키로" "여야는 앞다퉈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며 딴소리를 하거나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녹취>서청원(새누리당 최고위원 /3월 5일) : "김영란법을 통과하지 않으면 반개혁적인 것으로 그렇게 여론이 몰아치더니 이제 김영란법 통과하니까 변협 등이 위헌 소지 들고 나왔다. 정치권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괴로운 상황에 있는 거 같다."

<질문> 이렇게 오락가락 하는 보도 태도도 문제지만, 사실 법안 통과 이전에는 김영란법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은 기사도 좀 드물었던 것 아닙니까?

<답변>

네. 제작진이 지난해부터 김영란법을 다룬 기사들을 살펴봤는데요, 보도량만 봐도 통과 이전과 이후가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미디어 인사이드가 6개 중앙일간지의 김영란법 관련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특정 시점에서 나흘간 기사량을 비교했습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적용 대상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을 포함하기로 한 당일부터 4일간 관련기사는 10건.

또, 관련 공청회가 열렸을 때 관련기사는 4건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40건으로 늘어났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당일부터 4일간 144건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관련 보도 추이도 비슷했습니다.

지난해 정무위나 공청회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되던 시점에는 아예 뉴스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고, 올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을 때는 7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본회의를 통과하자 4일간 23건의 관련 뉴스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인터뷰>노동일(경희대 법학부 교수) : "문제가 되었을 당시에 철저하게 비판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법안이 끝난 다음에 상황이 법안이 완전히 통과된 다음에서야 지적하는 그런 문제가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뒷북이랄까..."

보도량뿐 아니라, 내용도 부실했습니다.

정작 김영란법이 무슨 내용인지 상세히 설명한 기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녹취> 동아 2014.7.11 : "한 신문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 요청에 여야 김영란법 처리 화답”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보도했지만 법안이름만 있을 뿐 법안 내용이 무엇인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영란(전 국민권익위원장 / 3월 10일) : "공유해야 할 부분 많은데, 너무 부분적으로만 알려진 것이란 생각 하긴 했다. 오래 논란 되면서 많이 알려지기도 해서 골고루 처음부터 알려져서 논의가 더 됐다면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기획 기사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김영란법의 내용과 논란을 상세히 다뤄온 한 언론은 다른 언론들의 이런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녹취> 머니투데이 3월 7일 : "김영란법 '프레임'…오바마였다면?"

이런 혼란상에 언론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들여다보지 않고 '원안통과'라는 프레임에 매달리더니 어느새 입장을 바꿨다는 볼멘소리가 국회에서 나온다.

<인터뷰>김성휘(머니투데이 the300 기자) : "전반적인 분위기가 법안의 내용을 깊이 들여다 봐서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이걸 통과시켜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이슈? 폭발력 있는 쟁점? 그런 것에만 주목을 하지 않았나... 그렇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이 법안이 통과됐을 때 실제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정말 주게 되는가는 조금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질문> 물론 언론 보도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입법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던 만큼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입법 과정에서부터 충분히 소통하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 수 있도록 정치 관행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 법안 심사 소위원장이었던 김용태 의원.

김의원은 당시 김영란법에 대해 준비가 부족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김용태(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 /2014.5.28) : "어 이거 뭐지, 뭐지 하는데 막 계속 통과시키라고 빨리. 시간 없고 그러는데 너희 뭐하냐, 그래서 저희가 우왕좌왕 했던 거예요."

이 때만 해도 일단 빨리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던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막상 정무위를 통과하자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질문> JTBC 2015.1.16 : "그때는 가만 있다가 지금 실제로 포함되니까 왜 이렇게 얘기가 나오느냐라는..."

<답변>이상민(국회 법제사법위원장) : "글쎄요. 제가 그때는 그 내용을 잘 몰랐고요. 그렇게 공표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그 상임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고..."

중요한 법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데에는 법안 남발도 한몫을 합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3월 10일까지 무려 만 2천 669건.

제대로 심사를 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녹취>한국경제신문 (3.5) : "인스턴트 입법 남발...김영란법 파동 불렀다." "의정활동을 법안 발의 건수로 평가하는 실적주의와 간편한 입법 절차가 맞물리면서 입법 폭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공청회는 두 차례.

두 번째 공청회에서도,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8일 뒤 논란을 그대로 안은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회법에는 법률안을 만들 때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위원회 의결로 생략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흔히 요식행위에 그칩니다.

<인터뷰>노동일(경희대 법학부 교수) : "공청회에서 나오는 의견을 법안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분명히 하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이견이 많은 법, 문제점이 많다고 여겨지는 그런 법은 본회의에서 충분한 토론이 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알 수 있도록, 그래서 모든 국회의원들이 그 법안 내용을 알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이런 점에서,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더욱 큽니다.

또, 정책이나 법안의 내용보다 정쟁과 정치인의 입에 주목하는 취재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김성휘(머니투데이 the300 기자) : "인력을 늘린다든지 아니면 취재하는 방식을 시스템을 바꾼다든지 그런 개선 노력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한 사람이 한 개 상임위를 전담하다시피 해서 상임위가 돌아가는 상황들을 매일 매일 체크하는 거죠. 그럼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세부적인 내용, 디테일한 것들, 그 다음에 이 법안이 통과돼서 기사를 쓰는 게 아니고 한참 논의 중인데 왜 이 법안이 오래 걸릴까... 를 볼 수 있게 되고..."

김영란법을 보도한 언론들은 ‘김영란법에 위헌 소지가 있는데 국회가 여론에 밀려 통과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론은 누가 만든 것일까요?

또 지금도 잘못된 여론을 만들고 잇는 것은 아닐까요?

언론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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