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 피습’ 보도, 문제 없나?

입력 2015.03.15 (17:28) 수정 2015.03.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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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한주 동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언론들은 김기종의 습격 자체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비난했지만, 김 씨의 범행 동기 등 사건을 해석하는 데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습격을 당한 미국 대사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까지 세세하게 기사화하는 언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리퍼트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다룬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 최서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한 단체가 주최한 강연에서 공격을 당하자 언론들은 앞다퉈 속보를 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한 뉴스 채널은 피습 직후 장면을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TV : “한 남성으로부터 얼굴 부위를 공격당했습니다.”

주요 일간지들도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피습당한 미 대사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하거나 모자이크로 가렸지만, 또 다른 언론들은 선혈을 그대로 공개됐습니다.

상처 부위가 잘 드러나는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실은 신문도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일부 기사에서 피습 당시 모습을 삽화로 상세히 묘사했고 어떤 신문은 흉기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 3.6. : "총 길이는 25cm로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손잡이와 칼몸에 붉은 핏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취재 윤리를 보면 너무 잔인하거나 또는 선혈이 낭자한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돼 있어요. 전 세계를 향해서 우리나라의 보도 수준이랄까, 보도의 원칙 자체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테러의 피해자가 피를 흘리고 있고, 이건 사실 그 대사의 입장이라면 어떨 거 같아요? 그 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그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건 굉장히 불편한 거예요. 자기들은 아마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굉장히 유감이 많을 거예요."

피습 이후, 언론들은 리퍼트 미 대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기사화했습니다.

<녹취> 채널A 3.5 : "리퍼트 대사는 현재 000호 VIP 병실에 입원해 있는데 이곳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이용했던 병실입니다."

수술실 앞, 병실 내부는 물론 수술 후 리퍼트 미 대사의 병원식 메뉴도 기사화됐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3.9 : "리퍼트 대사는 쌀밥, 능이갈비탕.... 등으로 구성된 한식을 먹었다."

김 씨의 범행을 다루는 보도 태도는 언론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이 사안에 대해 ‘한미 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표현하거나 김 씨를 ‘종북'으로 지칭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3.6. 1면 : "한미 동맹 찌른 종북 테러"

<녹취> 중앙일보 0306 : "한미 동맹이 테러당했다"

또, 범행에 조직적인 배후가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0306 : "한미 훈련 나흘째에... 종북 세력의 기획 테러 가능성"

일부 언론은 특정 정당을 향해 종북 세력과 선을 그으라는 내용을 사설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0310 31면 오피니언 : "(새정치연합이) 우리 사회에서 종북 세력의 활동 공간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이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왜 자신들이 종북 숙주라는 비판을 받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옳다."

반면 진보 언론들은 김 씨의 범행을 개인적인 공격이라고 언급하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0306 31면 오피니언 :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보이는 만큼 이와 관련해 여권 일부에서 친북 종북 등을 거론하며 이번 일을 빌미 삼아 공안몰이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녹취> 경향신문 0307 27면 오피니언 : "미 대사 피습 무차별 공안몰이 경계한다."

이같은 보도 태도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나뉩니다.

<인터뷰> 조성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 사회에 자생적이든 아니면 북한에 연계됐든 간에 소위 말하면 종북세력이 만들어졌고.. 그리고 김기종 씨가 평소에 했던 여러 가지 행동들이 이 한미동맹에 대한 반대..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행동적 반대를 보여왔던 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입니다."

<인터뷰> 윤성옥(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단정적으로 보도를 해선 안 된다는 거고요. 종북이라는 개념에는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특정하게 범죄,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계층을, 집단을 생각하고 보도했을 때는.. 그리고 언론에서 계속 종북몰이로 몰아갔을 때는 이념이나 지역, 계층 이런 갈등관계를 유발할 수 있고.. "

여러 논란이 뜨거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언론과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가 아닌 공격이나 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녹취> 마리 하프(미 국무부 대변인) : "이번 사건은 참혹한 폭력행위입니다. 저희는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동기 또는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그 어떠한 것으로 지칭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을 어떠한 것으로 지칭할지에 논의하는 것도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또, 한미동맹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마리 하프(미 국무부 대변인) : "참혹한 이번 사건 때문에 저희의 관계가 변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분명히, 저희의 관계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김 씨의 과거 행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 대사의 신변이나 경호문제에 대해 다뤘습니다.

종북 논란으로 인한 역풍도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뉴욕타임스 3.9. : "(미국에 신경쓰는) 반응들은 주로 보수 성향이 주도했는데 박근혜 정부와 그 지지자들이 미국을 숭배하고 있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았다는 반발을 일으켰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다루며 폭력은 어떠한 명목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언론들이 객관적인 보도 태도를 유지하기보다 선정적인 보도를 하거나 언론의 시각에 따라 편중된 보도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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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퍼트 대사 피습’ 보도, 문제 없나?
    • 입력 2015-03-15 17:34:37
    • 수정2015-03-15 22: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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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한주 동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언론들은 김기종의 습격 자체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비난했지만, 김 씨의 범행 동기 등 사건을 해석하는 데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습격을 당한 미국 대사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까지 세세하게 기사화하는 언론도 적지 않았습니다.

리퍼트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다룬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 최서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5일 오전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한 단체가 주최한 강연에서 공격을 당하자 언론들은 앞다퉈 속보를 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한 뉴스 채널은 피습 직후 장면을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TV : “한 남성으로부터 얼굴 부위를 공격당했습니다.”

주요 일간지들도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피습당한 미 대사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하거나 모자이크로 가렸지만, 또 다른 언론들은 선혈을 그대로 공개됐습니다.

상처 부위가 잘 드러나는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실은 신문도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일부 기사에서 피습 당시 모습을 삽화로 상세히 묘사했고 어떤 신문은 흉기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한국일보 3.6. : "총 길이는 25cm로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손잡이와 칼몸에 붉은 핏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인터뷰>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취재 윤리를 보면 너무 잔인하거나 또는 선혈이 낭자한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돼 있어요. 전 세계를 향해서 우리나라의 보도 수준이랄까, 보도의 원칙 자체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테러의 피해자가 피를 흘리고 있고, 이건 사실 그 대사의 입장이라면 어떨 거 같아요? 그 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그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건 굉장히 불편한 거예요. 자기들은 아마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굉장히 유감이 많을 거예요."

피습 이후, 언론들은 리퍼트 미 대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기사화했습니다.

<녹취> 채널A 3.5 : "리퍼트 대사는 현재 000호 VIP 병실에 입원해 있는데 이곳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이용했던 병실입니다."

수술실 앞, 병실 내부는 물론 수술 후 리퍼트 미 대사의 병원식 메뉴도 기사화됐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3.9 : "리퍼트 대사는 쌀밥, 능이갈비탕.... 등으로 구성된 한식을 먹었다."

김 씨의 범행을 다루는 보도 태도는 언론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이 사안에 대해 ‘한미 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표현하거나 김 씨를 ‘종북'으로 지칭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3.6. 1면 : "한미 동맹 찌른 종북 테러"

<녹취> 중앙일보 0306 : "한미 동맹이 테러당했다"

또, 범행에 조직적인 배후가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0306 : "한미 훈련 나흘째에... 종북 세력의 기획 테러 가능성"

일부 언론은 특정 정당을 향해 종북 세력과 선을 그으라는 내용을 사설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0310 31면 오피니언 : "(새정치연합이) 우리 사회에서 종북 세력의 활동 공간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이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왜 자신들이 종북 숙주라는 비판을 받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옳다."

반면 진보 언론들은 김 씨의 범행을 개인적인 공격이라고 언급하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0306 31면 오피니언 :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보이는 만큼 이와 관련해 여권 일부에서 친북 종북 등을 거론하며 이번 일을 빌미 삼아 공안몰이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녹취> 경향신문 0307 27면 오피니언 : "미 대사 피습 무차별 공안몰이 경계한다."

이같은 보도 태도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나뉩니다.

<인터뷰> 조성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 사회에 자생적이든 아니면 북한에 연계됐든 간에 소위 말하면 종북세력이 만들어졌고.. 그리고 김기종 씨가 평소에 했던 여러 가지 행동들이 이 한미동맹에 대한 반대..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행동적 반대를 보여왔던 사람이 상상하기 힘든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입니다."

<인터뷰> 윤성옥(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단정적으로 보도를 해선 안 된다는 거고요. 종북이라는 개념에는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특정하게 범죄,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계층을, 집단을 생각하고 보도했을 때는.. 그리고 언론에서 계속 종북몰이로 몰아갔을 때는 이념이나 지역, 계층 이런 갈등관계를 유발할 수 있고.. "

여러 논란이 뜨거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언론과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가 아닌 공격이나 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녹취> 마리 하프(미 국무부 대변인) : "이번 사건은 참혹한 폭력행위입니다. 저희는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동기 또는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그 어떠한 것으로 지칭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을 어떠한 것으로 지칭할지에 논의하는 것도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또, 한미동맹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마리 하프(미 국무부 대변인) : "참혹한 이번 사건 때문에 저희의 관계가 변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분명히, 저희의 관계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김 씨의 과거 행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 대사의 신변이나 경호문제에 대해 다뤘습니다.

종북 논란으로 인한 역풍도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뉴욕타임스 3.9. : "(미국에 신경쓰는) 반응들은 주로 보수 성향이 주도했는데 박근혜 정부와 그 지지자들이 미국을 숭배하고 있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았다는 반발을 일으켰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다루며 폭력은 어떠한 명목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언론들이 객관적인 보도 태도를 유지하기보다 선정적인 보도를 하거나 언론의 시각에 따라 편중된 보도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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