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세식화장실 NO!…호주의 ‘진정한 글램핑’

입력 2015.03.24 (09:30) 수정 2015.03.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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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TV는 물론 수세식 화장실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하는 캠핑을 우리는 '진정한 글램핑'이라 부릅니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글램핑 전문 가이드의 설명이다. 글램핑이란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주최측에서 모두 빌려주는 새로운 형태의 캠핑을 말한다.

최근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7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의 글램핑장은 무늬만 캠핑 형식을 띤, 펜션을 대체한 기형적 숙박업 형태에 다름 아니다.

호주 빅토리아주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에서 만난 '블랭킷 베이' 캠핑장은 한국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연친화적 캠핑장인 이 곳에는 전기시설은 물론 수세식 화장실조차 없다.

물은 오로지 비를 받아서 저장한 빗물 탱크를 통해 최소한만 사용한다.

호주라 해서 아주 고급스럽고 깔끔한 시설을 기대했으나 막상 접하고 보니 강원도의 한 이름없는 골짜기에서 만난 캠핑장보다 못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웃도어 역사가 일천한 우리들에게만 해당되는 생각이었다.

현지 가이드의 말은 달랐다. 이곳은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주들에게는 가장 유명한 야영장 가운데 한 곳이다.

가이드는 날렵한 솜씨로 텐트 4동을 쳐놓고 걷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막 캠핑장으로 들어선 사람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눈 앞에 들어온 것은 글램핑이라는 말을 갖다붙이기조차 초라해 보이는 형태의 낡은 캔버스천으로 된 텐트들이다.


▲ 세계 문화유산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걸으며 캠프와 음식까지 서비스하는 글램핑. 내부에 어떤 난방시설이나 전기, TV도 없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글램핑 텐트들과 비교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과는 달리 전기 패널은 고사하고, TV나 냉장고 등 어떤 편의시설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화재가 날 수 있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물론 테이블과 바비큐 등은 다 준비가 돼 있었다.

한국의 잣대로는 이런 식으로 글램핑을 하면 아무도 안갈 듯 했으나, 호주의 유명한 영화배우나 저명인사들이 손님으로 와서 캠핑을 즐긴다고 한다.

이곳은 풍광이 기가 막히지만 그 경치들은 결코 캠핑장에 앉아서 볼 순 없다. 멋진 풍광 속으로 걸어들어가야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가이드는 커다란 차량용 화물 트레일러에 텐트나 취사도구 등 필요한 모든 장비를 싣고 다니며 걷기를 마친 고객들이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았다.

한국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인공적인 편의장치들이 없다. 유럽의 어느 캠핑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코인 샤워실도 보이지 않는다.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샤워장 등을 사용하는 것조차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두터운 침낭만이 사람의 체온을 지켜줄 뿐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전기 패널이나 전기요 등은 필요 없었다.

야간에는 일정한 시각이 지나면 소등을 해야 한다. 이번 글램핑을 준비했던 한 여성 가이드는 심지어 텐트조차 치지 않고 땅바닥에 누워 별을 보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 한 여성 안내인이 텐트나 난방시설 없이 침낭에만 의존해 쾌적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밤 10시가 넘어가니 술을 마시거나 떠들고 노는 사람은 전혀 없다. 어서 자야 내일 또 걷기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동료의 말에 잠을 청했다.

재래식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는데 워낙 캄캄해 걷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내 밤길을 조금 걷다보니 별빛에 길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때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수많은 별들이 눈안 가득 들어왔다. 수많은 별들 아래 서 있는 초라해 보이는 작은 텐트들이 진정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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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수세식화장실 NO!…호주의 ‘진정한 글램핑’
    • 입력 2015-03-24 09:30:18
    • 수정2015-03-24 09:57:50
    연합뉴스
"전기와 TV는 물론 수세식 화장실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하는 캠핑을 우리는 '진정한 글램핑'이라 부릅니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글램핑 전문 가이드의 설명이다. 글램핑이란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주최측에서 모두 빌려주는 새로운 형태의 캠핑을 말한다.

최근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7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의 글램핑장은 무늬만 캠핑 형식을 띤, 펜션을 대체한 기형적 숙박업 형태에 다름 아니다.

호주 빅토리아주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에서 만난 '블랭킷 베이' 캠핑장은 한국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연친화적 캠핑장인 이 곳에는 전기시설은 물론 수세식 화장실조차 없다.

물은 오로지 비를 받아서 저장한 빗물 탱크를 통해 최소한만 사용한다.

호주라 해서 아주 고급스럽고 깔끔한 시설을 기대했으나 막상 접하고 보니 강원도의 한 이름없는 골짜기에서 만난 캠핑장보다 못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웃도어 역사가 일천한 우리들에게만 해당되는 생각이었다.

현지 가이드의 말은 달랐다. 이곳은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주들에게는 가장 유명한 야영장 가운데 한 곳이다.

가이드는 날렵한 솜씨로 텐트 4동을 쳐놓고 걷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막 캠핑장으로 들어선 사람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눈 앞에 들어온 것은 글램핑이라는 말을 갖다붙이기조차 초라해 보이는 형태의 낡은 캔버스천으로 된 텐트들이다.


▲ 세계 문화유산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걸으며 캠프와 음식까지 서비스하는 글램핑. 내부에 어떤 난방시설이나 전기, TV도 없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글램핑 텐트들과 비교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과는 달리 전기 패널은 고사하고, TV나 냉장고 등 어떤 편의시설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화재가 날 수 있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물론 테이블과 바비큐 등은 다 준비가 돼 있었다.

한국의 잣대로는 이런 식으로 글램핑을 하면 아무도 안갈 듯 했으나, 호주의 유명한 영화배우나 저명인사들이 손님으로 와서 캠핑을 즐긴다고 한다.

이곳은 풍광이 기가 막히지만 그 경치들은 결코 캠핑장에 앉아서 볼 순 없다. 멋진 풍광 속으로 걸어들어가야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가이드는 커다란 차량용 화물 트레일러에 텐트나 취사도구 등 필요한 모든 장비를 싣고 다니며 걷기를 마친 고객들이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았다.

한국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인공적인 편의장치들이 없다. 유럽의 어느 캠핑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코인 샤워실도 보이지 않는다.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샤워장 등을 사용하는 것조차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두터운 침낭만이 사람의 체온을 지켜줄 뿐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전기 패널이나 전기요 등은 필요 없었다.

야간에는 일정한 시각이 지나면 소등을 해야 한다. 이번 글램핑을 준비했던 한 여성 가이드는 심지어 텐트조차 치지 않고 땅바닥에 누워 별을 보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 한 여성 안내인이 텐트나 난방시설 없이 침낭에만 의존해 쾌적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밤 10시가 넘어가니 술을 마시거나 떠들고 노는 사람은 전혀 없다. 어서 자야 내일 또 걷기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동료의 말에 잠을 청했다.

재래식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는데 워낙 캄캄해 걷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내 밤길을 조금 걷다보니 별빛에 길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때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수많은 별들이 눈안 가득 들어왔다. 수많은 별들 아래 서 있는 초라해 보이는 작은 텐트들이 진정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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