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크] 끝없는 고통…치유 위한 사회적 도움은?

입력 2015.04.16 (23:24) 수정 2015.04.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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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한창우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 앵커 :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봅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살폈던 안산트라우마센터장, 한창우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나오셨습니다.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안녕하세요.

▷ 앵커 : 먼저 가장 궁금한 게 그분들의 상태입니다. 지금 어떤가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우선 생존 학생들을 포함해서 생존자분들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죠. PTSD, 그 질환에 합당한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고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든지, 굉장히 예민한 상태로 각성한 상태로 있는다든지, 작은 자극에도 놀라면서 회피하는 반응을 보이는, 그러니까 사실상 일상생활의 복귀가 굉장히 어려운 편이고요.

반대로 유가족분들의 경우에는 극심한 애도 반응, 불안감, 우울감, 답답함과 분노 반응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굉장히 심하십니다. 또한, 안산 시민만 하더라도 한 다리만 건너면 가까운 이웃이 직접 피해자에 속하기 때문에 간접 트라우마에 굉장히 많이 노출되어 있고, 역시 불안감과 분노를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상담해보시니까 그분들이 얼마나 치유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사고 이후에 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분들의 시간이 굉장히 더디게 흐르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은 아직도 작년의 그 상황,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계시다고 볼 수 있고요.

▷ 앵커 : 바로 어제 일처럼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그렇습니다. 보통 교통사고만 하더라도 사고를 처리하고 수습한 다음에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것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겪는데요. 이번 경우에는 사고 처리가 거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답답함과 분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교통사고를 예로 들자면, 아직도 현장에 차가 부딪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군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네. 그렇습니다.

▷ 앵커 : 피해자들,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답답함과 분노가 아직도 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호소를 자꾸 하시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 부분에 대한 처리가 정부나 이렇게 자꾸 요구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앵커 : 그런데 아직 트라우마센터의 도움을 받지 않은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나 되고, 이유가 뭔가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피해자분들 중 상당 부분이 자녀를 잃으신 학부모입니다. 이분들의 특징은 자기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습니다. 자기가 자고, 먹고, 입는 것에 대해 전혀 돌보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분들은 치료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정적이고요. 거의 30% 이상 중증도로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앵커 : 남녀의 비율도 혹시 나뉩니까?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보통 이런 경우에는 어머님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좀 더 두드러지긴 하지만, 이번 사고는 아버님들이 가장으로서 자신의 권위라든지,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정신적 트라우마도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트라우마라는 게 처리되려면 사고의 원만한 수습과 처리 과정이 좀 필요할 것이고요. 결국, 이분들이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의 국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서 회복과 치유를 할 수 있도록 우리 온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앵커 : 혹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글이나 이야기들을 인터넷에 올린다면 오히려 심하게 괴롭히는 행위가 될 수 있겠군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네. 그렇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사소한 작은 오해나 잘못된 보도도 그분들한테는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 앵커 :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십니까? 또 언제까지 운영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사실 언제까지 이분들을 치료할 수 있다, 이렇게 한정 짓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번에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저희 트라우마센터의 존립이 한시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왕 어렵게 만들어진,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인 통합 심리 지원을 하는 첫 번째 아주 중요한 사례가 되기 때문에 저희 트라우마센터가 좀 더 지속해서 이분들을 가까이에서 이분들을 돌볼 수가 있고요. 또한, 크고 작은 우리나라 재난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전반적인 재난 대응 센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앵커 : 하나 더 여쭤볼게요.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외국에서는 트라우마센터, 이 심리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지원하고 있나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선진국을 예로 들자면, 미국의 경우 2001년에 9․11 테러 이후에 지금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심리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고요.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효고 현 마음 센터라는 것을 설립했는데, 이곳에서 전반적인 재난 대응까지 현재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트라우마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 들었습니다. 교수님, 앞으로도 더 노력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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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6 23:25:05
    • 수정2015-04-18 18: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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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한창우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 앵커 :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봅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살폈던 안산트라우마센터장, 한창우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나오셨습니다.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안녕하세요.

▷ 앵커 : 먼저 가장 궁금한 게 그분들의 상태입니다. 지금 어떤가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우선 생존 학생들을 포함해서 생존자분들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죠. PTSD, 그 질환에 합당한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고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든지, 굉장히 예민한 상태로 각성한 상태로 있는다든지, 작은 자극에도 놀라면서 회피하는 반응을 보이는, 그러니까 사실상 일상생활의 복귀가 굉장히 어려운 편이고요.

반대로 유가족분들의 경우에는 극심한 애도 반응, 불안감, 우울감, 답답함과 분노 반응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굉장히 심하십니다. 또한, 안산 시민만 하더라도 한 다리만 건너면 가까운 이웃이 직접 피해자에 속하기 때문에 간접 트라우마에 굉장히 많이 노출되어 있고, 역시 불안감과 분노를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상담해보시니까 그분들이 얼마나 치유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사고 이후에 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분들의 시간이 굉장히 더디게 흐르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은 아직도 작년의 그 상황,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계시다고 볼 수 있고요.

▷ 앵커 : 바로 어제 일처럼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그렇습니다. 보통 교통사고만 하더라도 사고를 처리하고 수습한 다음에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것들이 처리되는 과정을 겪는데요. 이번 경우에는 사고 처리가 거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답답함과 분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교통사고를 예로 들자면, 아직도 현장에 차가 부딪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군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네. 그렇습니다.

▷ 앵커 : 피해자들,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답답함과 분노가 아직도 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호소를 자꾸 하시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 부분에 대한 처리가 정부나 이렇게 자꾸 요구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앵커 : 그런데 아직 트라우마센터의 도움을 받지 않은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나 되고, 이유가 뭔가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피해자분들 중 상당 부분이 자녀를 잃으신 학부모입니다. 이분들의 특징은 자기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습니다. 자기가 자고, 먹고, 입는 것에 대해 전혀 돌보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분들은 치료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정적이고요. 거의 30% 이상 중증도로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앵커 : 남녀의 비율도 혹시 나뉩니까?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보통 이런 경우에는 어머님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좀 더 두드러지긴 하지만, 이번 사고는 아버님들이 가장으로서 자신의 권위라든지,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정신적 트라우마도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트라우마라는 게 처리되려면 사고의 원만한 수습과 처리 과정이 좀 필요할 것이고요. 결국, 이분들이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의 국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서 회복과 치유를 할 수 있도록 우리 온 국민의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앵커 : 혹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글이나 이야기들을 인터넷에 올린다면 오히려 심하게 괴롭히는 행위가 될 수 있겠군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네. 그렇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사소한 작은 오해나 잘못된 보도도 그분들한테는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 앵커 :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십니까? 또 언제까지 운영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사실 언제까지 이분들을 치료할 수 있다, 이렇게 한정 짓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번에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저희 트라우마센터의 존립이 한시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왕 어렵게 만들어진,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인 통합 심리 지원을 하는 첫 번째 아주 중요한 사례가 되기 때문에 저희 트라우마센터가 좀 더 지속해서 이분들을 가까이에서 이분들을 돌볼 수가 있고요. 또한, 크고 작은 우리나라 재난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전반적인 재난 대응 센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앵커 : 하나 더 여쭤볼게요.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외국에서는 트라우마센터, 이 심리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지원하고 있나요?

▶ 한창우 안산트라우마센터장 : 선진국을 예로 들자면, 미국의 경우 2001년에 9․11 테러 이후에 지금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심리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고요.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효고 현 마음 센터라는 것을 설립했는데, 이곳에서 전반적인 재난 대응까지 현재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앵커 : 트라우마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 들었습니다. 교수님, 앞으로도 더 노력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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