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와 그네’ 멈추나요?

입력 2015.04.19 (23:33) 수정 2015.04.2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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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나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존재, 왜냐하면 내가 힘드니까"

<녹취> "웃음도 찾아주고 힘든 상황에서 그 때마다 시소와 그네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녹취> "힘들 때마다 SOS 치면 바로 저희 사회복지사가 가서 힘든 것 같이 고민해주고, 동고동락을 같이 해주는 거죠."

<녹취> "매년 예산이 투입되는 사회복지사업을 자치구에서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녹취> "마음이 계속 울고 있어요. 시소와 그네 있었으면 좋은데 없어졌다고 얘네들이 계속 울고 있나봐요."

아이가 셋입니다.

엄마 혼자서 이 아이들을 돌봅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하네요.

병원에 가야하는데, 다른 두 아이를 당장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취약계층 양육자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손 내밀어 도움을 주던 좋은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엄마, 할머니, 아이들은 또다시 의지할 곳을 잃고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

할머니의 고된 저녁 시간이 시작됩니다.

<녹취> "오토바이? 비행기? 기차? 뭘로 먹을까"

<녹취> "비행기!"

5살부터 11살까지, 네 명의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하다 보면 몸은 이내 녹초가 됩니다.

<녹취> "안 울거지? 진짜로? 안 뜨거워"

할머니에게 시련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3년 전 어느날, 며느리가 아이 넷을 놔둔채 사라진 겁니다.

막내가 갓 돌을 지났을 무렵,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아빠 혼자 벌어 여섯 식구가 먹고 사는 것도 모두 힘에 부쳤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간 동사무소.

<인터뷰> 유봉례(62세) : "집에 쌀이 떨어져 그러니 쌀이라도 좀 싸게 살 수 있는데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나도 돕는 길이 없대요."

그렇게 막다른 곳에 와 있다고 느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유봉례 : "(이웃이)'시소와 그네'라고 영유아통합센터가 있다고 거기 전화번호를 안다고 그러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나 한번 해보자고 한 것이 가족 전체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정서 불안에 떨던 아이들은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서 안정돼갔고, 할머니는 의지할 곳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유봉례 : "그 분들이 이 세상을 저한테 가르쳐준 것 같아요. 애기들 치료하는데도 가르쳐줬고 또 아이들 마음 잡아주는 것도 가르쳐줬고"

<녹취> 최세래(9살) : "(시소와 그네가 그렇게 좋았어요?) 그건 저의 보물이었죠. (왜 보물이었어요?) 제가 심심할 때 거기서 놀고.."

그런데 그 보물이 사라졌습니다.

구청의 지원이 끊기면서 지난해말 문을 닫은 겁니다.

아이들은 또 한번 상처를 입었습니다.

<인터뷰> 최한별(11살) : "할머니가 아플 때마다 와서 보살펴주던 사람들이 별로 안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거예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는 승아 엄마.

하루의 절반은 병원에서 보냅니다.

<인터뷰> 임상성(39세) : "셋 다 준비해서 나오면 하나는 유치원에 보내고 둘 데리고 여기 오는 거예요. 여기 와서 치료하고"

엄마의 병원 생활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임윤명(재활의학과 전문의) : "남매는 선천적인 희귀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는 발달 장애, 한편으로는 인지 장애도 있고"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지난 날.

시소와 그네 복지사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 임상성 : "만약에 없었으면 제가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아무 것도 못하고 울고 있는 거죠. 애기 하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나머지 애들은 어떡해요. 밥도 못 먹고."

하지만 시소와 그네가 문을 닫은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또다시 온전히 혼자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임상성 : "시소와 그네가 없으면 너무 힘들 거라고, 아마 견뎌내기 힘들 거라고"

저소득층 아이들의 공평한 출발을 돕고, 높은 희망을 위해 지역 사회가 밀어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시소와 그네.

지난 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 협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만 6세 이하 아이가 있는 취약계층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발달 검사와 치료에서부터 학습 지원,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는 가정별 통합 사례 관리 서비스입니다.

주기적인 가정 상담과 부모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양육자가 나홀로 육아에서 벗어나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월세 40만원짜리 집에서 아픈 막내까지 아이 셋을 키우는 황정연 씨.

일용직 남편이 버는 돈으로는 월세도 제때 못내는 형편이지만, 사기를 당해 떠안은 애물단지 집 때문에 구청의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때 발벗고 나서준 곳도 시소와 그네였습니다.

<인터뷰> 황정연(46세) : "월세가 밀려서 힘들다 얘기를 드렸고, 그런데 여러 방면으로 정말 많이 찾아봐주시고 겨울에 지원 못 받았으면 쫓겨났을거고 더 처참했겠죠. 지금보다"

당초 전국에 1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시소와 그네.

그러나 11곳이 설립되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최근들어서는 잇달아 문을 닫고 있습니다.

시소와 그네 한 곳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연간 3억에서 7억 원.

이 비용은 그동안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돼 왔습니다.

지원 협약 기간이 끝나면서 이제는 지자체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지자체들이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관악구는 민관 합동팀을 운영해 서비스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고 올해 예산까지 편성했지만 구 의회의 반대로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김종길(관악구의회 보건복지위원장) : "관악구의 여러가지 재정상황을 감안하였을때는 우리 구에서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무리라는 생각에서 이번 사업을 안하게 된 겁니다."

정부가 시행중인 드림 스타트 사업과 서비스가 중복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잇단 폐쇄의 이유입니다.

그러나 법정보호계층 가정의 초등학생을 위주로 한 드림 스타트와는 지원 대상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하영주(인천 연수구 가정복지과장) : "(시소와 그네 이용자 중에) 70%인 258명이 (최저생계비) 130% 초과 150%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드림 스타트에 흡수해서 운영하게 되면 258명의 수혜자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돼 지금은 혼자 세 딸을 키우는 김경미 씨에게도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경미(27세) : "나 힘들다고. 애들도 너무 귀찮고 그래서 애들 고아원 갖다 준다고."

바로 그 때, 어린이집 선생님의 소개로 알게 된 시소와 그네는 차츰 그를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 김경미 : "원래 힘든 얘기 같은 거 잘 안하는데 왠지 해도 될 것 같은 거예요. 믿음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하다보고 이러니까 이제 제가 변하게 됐죠. 나가게 됐고."

엄마가 다시 웃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밝아졌습니다.

<인터뷰> 박소영 : "기분이 좋고요. 엄마가 웃으니까 저도 그 웃음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현재 만 6살 이하 영유아의 경우, 전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보육료 지원과 취약계층 가정을 위한 생활 지원, 장애아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의 공공 복지 혜택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보호계층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부모와 연락이 두절된 조손 가정, 아빠 혼자 양육하는 한부모 부자 가정, 엄마의 우울증으로 양육에 어려움이 있는 가정 등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인터뷰> 이화진(마포 시소와 그네 센터장) : "아이 키우거나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갑자기 위기 상황으로 떨어져서 법적인 대상은 안 되지만 어려워서 죽고 싶거나 정말 힘든 경우, 단기간 위기적으로 개입해야 될 부분들이 있는데 공공에서는 그게 힘들죠.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기준이..."

공공 영역에서는 담당하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들을 민간에 위탁해 서비스하는 시소와 그네.

시소와 그네가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인터뷰> 남기철(동덕여대 교수) : "그야말로 동네가 아이를 키우는, 사회복지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종류의 사업인데요. 공공예산이 투입을 기피하다보니까 이런 사업이 큰 결실을 못 보고 자꾸 축소되고 있는 부분은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들이 모이면서 문 닫은 센터를 되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시소와 그네 서비스가 중단된 인천 연수구에서는 엄마들이 중심이 돼 순수 민간단체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김주미(인천 그네와 시소 센터장) : "엄마들이 '안된다. 내 삶에 이렇게 중요한 부분의 한 일부였는데 이게 문을 닫는다니 말이 되냐' 그러시면서 엄마들이 십시일반 만원씩 후원자가 되셔서 모아서 임대료 도 내게 됐고..."

관악구 시민사회단체들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후원만 받아서 시설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뷰> 박승한((재)관악사회복지운영위원장) : "(구에서)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또 해야된다고 판단하신 사업에 대해서 굉장히 유감이고요. 그게 복원될 수 있도록 관악에 있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서 구청과 구의회를 설득해서 꼭 설치되도록..."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세래.

요즘 다시 부쩍 산만해지고 불안해 할 때가 많습니다.

혼자서 학교 가는 것조차 힘겨워 합니다.

<인터뷰> 유봉례 : "그냥 앉아서 못하고 계속 돌아다녀서 3분의 2도 제대로 수업을 못 받는다고 하니까 마음이 많이 아파요. 같이 가서 앉아서 2시간씩 1시간씩 같이 가서 공부하고 그래요."

<녹취> 최세래: "얘네들이 계속 울고 있나봐요. (얘네들이 누군데요?) 마음들이..."

가난과 질병 때문에 인생의 출발선에서부터 밀려난 아이들,

세상과 단절돼 홀로 육아의 짐을 짊어진 부모들.

그들 삶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던 시소와 그네가 멈추지 않고 움직여주길, 그들은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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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소와 그네’ 멈추나요?
    • 입력 2015-04-19 23:45:33
    • 수정2015-04-20 00: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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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나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존재, 왜냐하면 내가 힘드니까"

<녹취> "웃음도 찾아주고 힘든 상황에서 그 때마다 시소와 그네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녹취> "힘들 때마다 SOS 치면 바로 저희 사회복지사가 가서 힘든 것 같이 고민해주고, 동고동락을 같이 해주는 거죠."

<녹취> "매년 예산이 투입되는 사회복지사업을 자치구에서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녹취> "마음이 계속 울고 있어요. 시소와 그네 있었으면 좋은데 없어졌다고 얘네들이 계속 울고 있나봐요."

아이가 셋입니다.

엄마 혼자서 이 아이들을 돌봅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하네요.

병원에 가야하는데, 다른 두 아이를 당장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취약계층 양육자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손 내밀어 도움을 주던 좋은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엄마, 할머니, 아이들은 또다시 의지할 곳을 잃고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

할머니의 고된 저녁 시간이 시작됩니다.

<녹취> "오토바이? 비행기? 기차? 뭘로 먹을까"

<녹취> "비행기!"

5살부터 11살까지, 네 명의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하다 보면 몸은 이내 녹초가 됩니다.

<녹취> "안 울거지? 진짜로? 안 뜨거워"

할머니에게 시련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3년 전 어느날, 며느리가 아이 넷을 놔둔채 사라진 겁니다.

막내가 갓 돌을 지났을 무렵,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아빠 혼자 벌어 여섯 식구가 먹고 사는 것도 모두 힘에 부쳤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간 동사무소.

<인터뷰> 유봉례(62세) : "집에 쌀이 떨어져 그러니 쌀이라도 좀 싸게 살 수 있는데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나도 돕는 길이 없대요."

그렇게 막다른 곳에 와 있다고 느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유봉례 : "(이웃이)'시소와 그네'라고 영유아통합센터가 있다고 거기 전화번호를 안다고 그러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나 한번 해보자고 한 것이 가족 전체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정서 불안에 떨던 아이들은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서 안정돼갔고, 할머니는 의지할 곳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유봉례 : "그 분들이 이 세상을 저한테 가르쳐준 것 같아요. 애기들 치료하는데도 가르쳐줬고 또 아이들 마음 잡아주는 것도 가르쳐줬고"

<녹취> 최세래(9살) : "(시소와 그네가 그렇게 좋았어요?) 그건 저의 보물이었죠. (왜 보물이었어요?) 제가 심심할 때 거기서 놀고.."

그런데 그 보물이 사라졌습니다.

구청의 지원이 끊기면서 지난해말 문을 닫은 겁니다.

아이들은 또 한번 상처를 입었습니다.

<인터뷰> 최한별(11살) : "할머니가 아플 때마다 와서 보살펴주던 사람들이 별로 안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거예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는 승아 엄마.

하루의 절반은 병원에서 보냅니다.

<인터뷰> 임상성(39세) : "셋 다 준비해서 나오면 하나는 유치원에 보내고 둘 데리고 여기 오는 거예요. 여기 와서 치료하고"

엄마의 병원 생활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임윤명(재활의학과 전문의) : "남매는 선천적인 희귀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는 발달 장애, 한편으로는 인지 장애도 있고"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지난 날.

시소와 그네 복지사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 임상성 : "만약에 없었으면 제가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아무 것도 못하고 울고 있는 거죠. 애기 하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나머지 애들은 어떡해요. 밥도 못 먹고."

하지만 시소와 그네가 문을 닫은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또다시 온전히 혼자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임상성 : "시소와 그네가 없으면 너무 힘들 거라고, 아마 견뎌내기 힘들 거라고"

저소득층 아이들의 공평한 출발을 돕고, 높은 희망을 위해 지역 사회가 밀어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시소와 그네.

지난 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 협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만 6세 이하 아이가 있는 취약계층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발달 검사와 치료에서부터 학습 지원,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는 가정별 통합 사례 관리 서비스입니다.

주기적인 가정 상담과 부모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양육자가 나홀로 육아에서 벗어나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월세 40만원짜리 집에서 아픈 막내까지 아이 셋을 키우는 황정연 씨.

일용직 남편이 버는 돈으로는 월세도 제때 못내는 형편이지만, 사기를 당해 떠안은 애물단지 집 때문에 구청의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때 발벗고 나서준 곳도 시소와 그네였습니다.

<인터뷰> 황정연(46세) : "월세가 밀려서 힘들다 얘기를 드렸고, 그런데 여러 방면으로 정말 많이 찾아봐주시고 겨울에 지원 못 받았으면 쫓겨났을거고 더 처참했겠죠. 지금보다"

당초 전국에 1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시소와 그네.

그러나 11곳이 설립되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최근들어서는 잇달아 문을 닫고 있습니다.

시소와 그네 한 곳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연간 3억에서 7억 원.

이 비용은 그동안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돼 왔습니다.

지원 협약 기간이 끝나면서 이제는 지자체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지자체들이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관악구는 민관 합동팀을 운영해 서비스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고 올해 예산까지 편성했지만 구 의회의 반대로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김종길(관악구의회 보건복지위원장) : "관악구의 여러가지 재정상황을 감안하였을때는 우리 구에서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무리라는 생각에서 이번 사업을 안하게 된 겁니다."

정부가 시행중인 드림 스타트 사업과 서비스가 중복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잇단 폐쇄의 이유입니다.

그러나 법정보호계층 가정의 초등학생을 위주로 한 드림 스타트와는 지원 대상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하영주(인천 연수구 가정복지과장) : "(시소와 그네 이용자 중에) 70%인 258명이 (최저생계비) 130% 초과 150%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드림 스타트에 흡수해서 운영하게 되면 258명의 수혜자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돼 지금은 혼자 세 딸을 키우는 김경미 씨에게도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경미(27세) : "나 힘들다고. 애들도 너무 귀찮고 그래서 애들 고아원 갖다 준다고."

바로 그 때, 어린이집 선생님의 소개로 알게 된 시소와 그네는 차츰 그를 변화시켰습니다.

<인터뷰> 김경미 : "원래 힘든 얘기 같은 거 잘 안하는데 왠지 해도 될 것 같은 거예요. 믿음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하다보고 이러니까 이제 제가 변하게 됐죠. 나가게 됐고."

엄마가 다시 웃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밝아졌습니다.

<인터뷰> 박소영 : "기분이 좋고요. 엄마가 웃으니까 저도 그 웃음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현재 만 6살 이하 영유아의 경우, 전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보육료 지원과 취약계층 가정을 위한 생활 지원, 장애아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의 공공 복지 혜택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보호계층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부모와 연락이 두절된 조손 가정, 아빠 혼자 양육하는 한부모 부자 가정, 엄마의 우울증으로 양육에 어려움이 있는 가정 등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인터뷰> 이화진(마포 시소와 그네 센터장) : "아이 키우거나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갑자기 위기 상황으로 떨어져서 법적인 대상은 안 되지만 어려워서 죽고 싶거나 정말 힘든 경우, 단기간 위기적으로 개입해야 될 부분들이 있는데 공공에서는 그게 힘들죠.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기준이..."

공공 영역에서는 담당하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들을 민간에 위탁해 서비스하는 시소와 그네.

시소와 그네가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인터뷰> 남기철(동덕여대 교수) : "그야말로 동네가 아이를 키우는, 사회복지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종류의 사업인데요. 공공예산이 투입을 기피하다보니까 이런 사업이 큰 결실을 못 보고 자꾸 축소되고 있는 부분은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안타까운 마음들이 모이면서 문 닫은 센터를 되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시소와 그네 서비스가 중단된 인천 연수구에서는 엄마들이 중심이 돼 순수 민간단체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김주미(인천 그네와 시소 센터장) : "엄마들이 '안된다. 내 삶에 이렇게 중요한 부분의 한 일부였는데 이게 문을 닫는다니 말이 되냐' 그러시면서 엄마들이 십시일반 만원씩 후원자가 되셔서 모아서 임대료 도 내게 됐고..."

관악구 시민사회단체들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후원만 받아서 시설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뷰> 박승한((재)관악사회복지운영위원장) : "(구에서)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또 해야된다고 판단하신 사업에 대해서 굉장히 유감이고요. 그게 복원될 수 있도록 관악에 있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서 구청과 구의회를 설득해서 꼭 설치되도록..."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세래.

요즘 다시 부쩍 산만해지고 불안해 할 때가 많습니다.

혼자서 학교 가는 것조차 힘겨워 합니다.

<인터뷰> 유봉례 : "그냥 앉아서 못하고 계속 돌아다녀서 3분의 2도 제대로 수업을 못 받는다고 하니까 마음이 많이 아파요. 같이 가서 앉아서 2시간씩 1시간씩 같이 가서 공부하고 그래요."

<녹취> 최세래: "얘네들이 계속 울고 있나봐요. (얘네들이 누군데요?) 마음들이..."

가난과 질병 때문에 인생의 출발선에서부터 밀려난 아이들,

세상과 단절돼 홀로 육아의 짐을 짊어진 부모들.

그들 삶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던 시소와 그네가 멈추지 않고 움직여주길, 그들은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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